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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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미증유의 광고탄압이 자행되는 동안 동아방송에도 격려광고가 잇따랐다. 동아방송은 공개방 송을 폐지해 제작비를 줄이면서 청취자들의 격려광고와 일부 출연진의 무료봉사로 힘겹게 방송을 이어갔다. 당시 주부 대상 프로그램인 ‘고운정 미운정’의 여성 진행자로 한창 성 가를 높이던 성우 고은정의 회고.

“…광고사태 초기에 방송국측에서 정상적인 개런티를 지불할 수 없게 되자 자진해서 무료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몇몇 프로그램 중에는 물론 ‘고운정 미운정’도 끼여 있었습니다. 당시 원고를 맡았던 소설가 박완서 씨는 그것 때문에 다른 글을 못 쓴다는 갈등을 견디다 못해 그만 쓰려고 하던 중이었나 봐요. 그런데 방송국이 곤경에 처한 상황에 안 쓸 수도 없다면서 ‘이혼하려고 했다가 신랑이 중병에 걸리는 바람에 이혼을 포기하는 처지’에 비유하곤 했어요. 그러나 사태는 무료봉사마저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고… 그 고달프던 경위는 말로 다하기 어려웠습니다.… ”

광고탄압이 장기화하면서 동아일보와 함께 동아방송이 겪은 경영난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방송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 제작비를 아끼느라 심야방송을 중지하고 프로그램도 평소의 70여 개에서 20여 개로 줄였다. 75년 7월16일 광고탄압이 막을 내렸다.

# 청취율 1위 탈환의 집념

광고탄압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방송이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그 후로도 9개월이 더 걸렸다. 광고가 재개되고도 몇 달 동안 뉴스를 제외한 일반방송을 단순한 음악송출로 때우는 상태가 계속되었다. 광고탄압의 후유증이 신문제작이나 방송보도 부문보다 방송제작 분야에서 더욱 심각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전문적인 분야가 많기 때문에 일손이 빠지면 다른 사람이 메워주기 어려운데다 제작거부 사원의 복귀를 기다리느라 가급적 인원보충을 미뤄왔기 때문이다. 봄철 프로그램 정규개편이 단행된 76년 4월1일에야 동아방송은 간신히 본래 상태를 되찾았다.

그러나 그사이 동아방송은 혹심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TBC에 청취율 1위 자리를 넘겨준 것은 물론 2위 고수라는 목표조차 지키기가 쉽지 않았다. 76년 4월의 정규 프로그램 개편을 시작으로 폐국 직전인 80년 10월까지 모두 9차례에 걸친 개편은 바로 1위 탈환의 집념을 불태운 과정이다. 78년의 ‘서울을 서울답게’와 ‘거북이 대작전’, 79년의 ‘세계의 표정’ ‘풍물 3천리’ ‘공해 레이더’ ‘바르고 고운 우리말’, 그리고 80년에 시도한 ‘한강 패트롤’ ‘DBS초대석’ ‘정계야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의 부활은 바로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외신 기상도’로 대표되는 해외보도는 76년부터 강화했다. 국제화가 가속되고 세계가 1일 생활권으로 좁아지고 있는 마당에, 더욱이 전국 방송망을 갖고 있지 못한 동아방송으로서는 해외뉴스 강화가 한계를 탈피하는 탈출구일 수도 있었다. ‘외신 기상도’는 국내 방송사상 처음 주요 외신의 보도와 함께 심층해설을 생방송 대담으로 곁들인 프로그램이었다. 해외뉴스 강화는 75년 9월 방송뉴스담당 부국장으로 취임한 권오기에 이어 77년 7월의 신용순, 80년 7월에 취임한 윤양중 등 보도책임자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 동아뉴스 후기를 장식하는 프로그램으로 클로즈업된다. 76년 9월과 77년 1월의 AP AFP 수신기 설치, 77년 4월의 해외부 신설, 78년부터 시작한 해외특파원제, 79년 4월에 신설한 ‘세계의 표정’ 등은 해외뉴스 강화를 위한 시도들이다. 특히 일요일마다 20분씩 방송된 ‘세계의 표정’은 국내 방송사상 처음 특파원들의 현지보고 녹음으로 구성됐다. 개국 초부터 동아방송의 보도역량을 끌어모아 스테이션 이미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냈던 대표적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DBS리포트’는 76년 4월부터 취재지역을 세계로 확대해 방송사상 초유의 정규 해외기획물로 자리잡았다.

‘중동 르포’를 시작으로 80년 5월 ‘오늘을 사는 유럽인’에 이르기까지 매일 20분씩 방 송된 ‘DBS리포트’는 50여 명이 지구촌 곳곳을 샅샅이 훑으며 세계의 숨결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이 가운데 ‘아메리카 이민 80년’은 제5회 한국방송대상과 방송윤리위원회상을 동시에 받아 프로그램의 성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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