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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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예상을 깬 동아방송의 급성장을 두고 문화계와 언론계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적합한 방송모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업방송의 우선 과제는 영리 추구다. 그러나 똑같은 상업방송이기는 해도 동아방송은 달랐다. 정보의 공정한 선정과 여론의 수렴 및 계도를 앞세워 단순한 상업방송과는 다르게 방송윤리를 새로 정립하려고 노력했고 그 노력이 먹혀든 것이다. 동아방송은 개국 프로그램부터 기존 틀과 매너리즘을 과감히 깰 만큼 혁신적이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는가 하면 형식이나 내용도 기존 방송과는 확실히 달랐다.

‘여명 80년’ ‘이 사람을!’ ‘탑튠 쇼’ ‘다이얼 1230’ ‘걸어서 가자’ 등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장르로 꼽힌다. ‘여명 80년’은 갑신정변에서부터 8·15 광복에 이르는 80년 근대사를 다큐멘터리로 정리했다.

누리를 뒤덮은 어두움을 헤치고 / 찬란한 은총이 누비는 산과 들 / 평화와 자유와 복지의 나라로 / 목숨 바쳐 이룩하리라 / 사랑하는 내 조국 영광의 땅 위에 / 영원히 빛나라 슬기론 내 겨레 /영원히 영원히 빛나라

가고파’의 김동진 작곡에 김경옥 작사, 바리톤 변성엽이 부른 ‘여명 80년’의 주제가는 무려 300일 동안이나 전파를 탔다. 녹음테이프 길이만도 98㎞, 동원된 성우가 수천 명에 이른, 국내 방송사상 초유의 대 기획물 ‘여명 80년’은 64년 5권의 책으로 출판됐다. ‘이 사람을!’은 불우이웃을 도우려고 만든 국내 최초의 실화 자선극으로 3년 반 동안 이어지며 단행본으로도 출간돼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외국의 유명음악을 소개하는 ‘탑튠 쇼’는 국내 디스크자키 1호인 최동욱(崔東旭)을 탄생시키며 우리나라에 DJ시대를 열었다. 프로듀서 최동욱은 아나운싱과 믹싱까지 혼자 하는 본격적인 DJ로 일약 방송 스타가 됐고 이런 폭발적인 인기는 ‘3시의 다이얼’로 이어졌다.

‘탑튠 쇼’가 처음 출범할 때는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때만 해도 마이크는 아나운서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영국의 록그룹 애니멀즈가 부른 ‘The House of Rising Sun’이 턴테이블 위에 올랐다. 그런데 아뿔싸, 아나운서가 곡명을 ‘더 하우세 오프 리싱 순’으로 읽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사전 녹음이라 별문제는 없었지만 담당 PD 최동욱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분을 삭이지 못한 그는 휭하니 스튜디오를 나가버렸다. 이때가 방송 송출 20분 전이었으니 난리가 날 수밖에…. 주위에서 아무리 달래도 최동욱의 대답은 “비상음악을 내보내든가, 아니면 내가 DJ를 맡겠다.”는 거였다. 그때 최창봉 부장의 고함이 터졌다. “그러면, 어디 네가 한 번 해봐.” 국내 최고의 DJ 최동욱은 이렇게 탄생했다.

# ‘상쾌한 아침이다. 걸어서 가자’

‘다이얼 1230’도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한 본격적인 생활정보 프로그램이다. 모니터를 두고 종합구성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은 생활메모 시장안내 프로그램안내 일기예보 물가동향 교통정보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망라해 이후 생활정보가 라디오방송의 새로운 영역으로 부각하는 출발점이 된다.

개국 1년을 갓 넘기면서 시작된 ‘걸어서 가자’는 국내 캠페인 방송의 효시로 꼽힌다. 당시 서울은 교통체증이 심한데다 버스업자들의 요금인상 요구로 툭하면 대중교통수단이 마비되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을 때였다. 동아방송은 이런 대도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걷기운동을 권장하기로 했다. 이래서 태어난 것이 ‘걸어서 가자’였다.

‘걸어서 가자’는 기획에서 방송에 이르기까지 불과 7시간밖에 걸리지 않은 이색 기록을 세웠다. 아침 간부회의에서 캠페인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바로 주제를 ‘걸어서 가자’로 정했고 그러자 전영우 아나운서실장이 3절로 된 캠페인 송 가사를 앉은 자리에서 완성했다.

상쾌한 아침이다 걸어서 가자 / 너도 걷고 나도 걷고 걸어서 가자 / 걸으면 건강하다 걸어서 가자 / 상쾌한 아침이다 걸어서 가자 // 유쾌한 기분이다 걸어서 가자 / 학교에도 일터에도 걸어서 가자 / 걸으면 건강하다 걸어서 가자 / 유쾌한 기분이다 걸어서 가자 // 노을도 아름답다 걸어서 가자 / 동서남북 어디라도 걸어서 가자 / 걸으면 건강하다 걸어서 가자 / 노을도 아름답다 걸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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