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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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스타앨범
이병우 편 - 우아하고 청정한 음색의 피리소리
이병우 편
우아하고 청정한 음색의 피리소리
1971.11.28 방송
‘추억의 스타 앨범’은 출생·데뷔에서부터 근황에 이르기까지 그 시절 그 가수의 일생을 추억의 노래와 함께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 이제는 영원히 가버린 세월. 청춘의 화려한 낭만과 감상이 번져있는 그리운 추억. 세월은 흘러 갔지만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정다운 가락과 함께 그 시절 그 사람의 얘기를 더듬어 보는 추억의 스타 앨범, 오늘은 이병우 편 입니다.
속절없는 세월속에 못다 이룬 꿈은 묻혀 버리고 이제 이승을 떠나 몸은 비록 유명을 달리했을지라도 피리의 독특한 음색을 아름답게 남겨놓고 간 이병우. 국악계의 실력자로 대금과 피리에 독보적인 존재였던 이병우는 국악뿐만 아니라 양악 부분에서도 남다른 기량을 보여 오보에를 비롯해서 플룻, 클라리넷, 엘토 색스폰 등을 능숙하게 다루어 동호인들을 놀라게 해주기도 했습니다. 쇠붙이로 만든 금부, 돌로 만든 석부, 실로 만든 사부, 대로 만든 죽부 등 여덟가지 종류의 다채로운 국악기 중에서도 대금과 피리는 본래 우아하고 청정한 음색의 악기였으며 다른 악기로써는 나타낼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을 더욱 정아하고 투명하게 쥐주해서 한결 맑은 정감에 사로잡히게 해주었던 이병우.
천재적인 음악인 이라고 평을 받았던 이병우가 연주하는 단소와 관현악을 위한 수상곡 입니다.
오랜 전통과 심오한 가락으로 민족의 얼을 지키고 이어 온 국악계에서 개성적이면서도 다양한 활약을 했던 이병우는 1908년 6월 9일생 서울 영등포구 본동이 그의 고향 입니다. 지난 11얼 9일 갑자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이병우는 배재중학 2학년을 중퇴하고 현 국립국악원인 이왕직 아악부에 들어가 국악인으로서의 첫 발을 디뎠으며 12살 때에는 순종어전에서 춤을 추어 칭찬을 받기도 했다고 동료 송희선 씨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 그 어렸을 때 12살 때라고 그래요. 자기말이 12살 때에 춤을 췄어요. 자기 아버지가 아마 가르쳐 주셨겠지. 췄는데 그 순종왕 어전에서 그 늘 한번씩 춤을 췄댑니다. 그 춤을 췄는데 그 순종왕이 그 목소리가 좀 여성다운 성대랍니다. 그래가지고 추고나면 귀여우니까 그 누구집 자식이냐 이제 이런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여러 그 신하들이 전부 네 누구누구 자식이올시다 이렇게 아뢰는데 그 병우 씨가 어렸을때 아무것도 모르니까 그냥 그저 흉내를 냈단 말이에요. 고 누구집 자식이냐 이렇게. 그러니까 그 신하들은 전부 좀 무안해서 어떡할 줄 모르지요. 그러나 뭐 순종께서는 귀여우니까 그래서 이제 상을 줬는데 옛날에 그 광목필로 이제 그 집에 병우네 집으로 옮겨 간답니다. 그러면 한필 두필 더 온다 그러던지 그런 얘기 재미난 얘기 자기도 하더만요.

- 가곡과 거문고로 이름 난 이병성 씨와 사촌간인 이병우는 이왕직 아악부를 졸업한 후 다시 서양 음악가인 홍난파 음악 연구소에 들어가 2년동안 악전을 비롯한 양악을 공부 했으며 이때부터는 대금과 피리 뿐만 아니라 오보에, 플룻, 클라리넷, 엘토 색스폰 등 거의 모든 관악기를 다루는 다양한 솜씨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작곡을 해서 더욱 음악적 천분을 발휘하기도 했던 이병우. 이병우가 작곡한 `상사 천리몽`을 박비혜와 김소희의 창으로 들어 봅니다.

홍난파 음악 연구소를 졸업한 해 3월에는 레코드에 국악을 취입하기 위해서 잠시 일본에 건나 갔었으며 귀국 후에는 경성 방송국 관현악단에 입단해서 개척기에 관현악단을 위해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 무렵 거리에는 한국 최초의 비행사인 안창남의 고국방문 비행을 기념한 `떳다 봐라 안창남 굽어보니 엄복동` 이라는 노래가 유행하고 있었으며 각 레코드 회사에 경성지점도 생기기 시작해서 가요계에는 여가수가 없어 아우성을 치기도 했습니다. 얼마 후 가요계에는 선우일선, 왕수복, 이은파, 왕초선, 김복희, 김우선, 이화자 등 기생 출신 여가수들이 `꽃을 잡고`, `능수 버들`, `조선 팔경` 같은 히트곡을 들고 나왔으며 오케레코드에 전속으로 입사했던 이병우는 이화자의 노래에 피리로 반주를 넣어 인기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오케레코드에 전속으로 있는 한편 해마다 일본으로 건너가 석달씩 국악 연주를 하며 일본 각지를 순회하기도 했던 이병우는 그때 만국환의 슬픔에 잠겨있던 고 이은공 저택에서 연주를 해 마지막 황태자인 이은공으로 하여금 감격과 회의의 눈물을 흘리게도 했으며 학대받은 동족들에게 민족의 얼을 심어 주기도 했습니다.

- 그 이상합디다. 그게 애국심이야. 근데 뭐냐면 준비하고 이렇게 하고 앉았지. 그러니까 그 소자 부관이 기립하라고 그래. 그때 일본말로 기립하라고 다 일어서니까 두 분이 들어 오시더만. 들어 오시는데 아주 뭐 우리로서는 처음으로 육안으로 뵙는 분이야. 아 그 천북을 담은 전체한... 눈물이 그냥 쏟아져 내려오는데 말이야. 그러니 이거를 컴프라지 할수가 있어야지. 일본사람들 볼때에 참 아직도 한국정신은 잊지 않고 있구나 하는 그 생각을 하니까 아득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그때에 이제 그 컴프라지를 누가 했냐면 단장되는 이철 씨가 했어요. 이철 씨가 지금 나가서 말하면 경례를 하고서 내가 지금 우는것은 시간을 너무 우리가 지키지 못하고 늦어서 미안해서 어른 앞에서 미안해서 우는거라고 그렇게 거짓말로 컴프라지 했지만은 그래가지고 그걸 연주를 했어요. 연주를 했는데 이왕께서 그 자기가 늘 궁중에서 듣던 음악이니까 아실거 아니에요? 발로 박자를 치시더만요 이렇게. 박자를 하나 둘 치면서 우리를 마주 못 보시고 밖을 이렇게 내다 봐요. 밖을 내다 보면서 듣고 계시더만요. 인제 병우가 거기서 피리, 단소 눈물을 흘려가면서 불었어. 그러니까 궁중서 하던 음악 그냥 양악 반주에다가 단소 했어. 하고 나니까 얼마나 기쁘신지 그 자리에서 그러더만요. 이거 나는 절대로 그 이 백성들 하고는 사진 못찍게 돼있다는 거에요. 그러나 오늘만은 특별히 내가 여러분들 하고 사진을 찍을테니 뜰로 다 나갑시다. 그래 나가서 그 두 분을 세우고서 꽃밭에 선 다음에 우리 단원들이 전부 가서 사진을 찍은 일이 있었지요. 그러한 얘깁니다.

- 고대에는 우리 한국 악조가 중국에 영향을 주어 은나라와 주나라 시대에는 그곳 악관들이 추리악과 지모무 등을 이습하기도 했다 하며 한국 국악에 이러한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정통적인 후계를 양성하는데 주력했던 이병우는 교포 위문 연주만이 아니라 일본에 있는 한국 밴드 마스터들에게 피리부는 수법을 전수해서 한가닥 민족의 얼을 고수하는데 이바지 하기도 했습니다. 해방 후 고려 교향악단을 거쳐 서울 교향악단에 입단한 이병우는 한국 국악예술학교 교사로 임명된 후 일본 도쿄에 있는 한국 모학원에도 출장 강의를 했으며 문교부 국악진흥회 최고 위원으로서 전국을 순회할 때에는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구슬픈 가락으로 정적인 감동을 주는 대금과 피리의 주자인 이병우는 명랑하면서도 깔끔한 호인으로 자기가 사는 집을 손수 지을만큼 치밀하기도 했습니다. 열두살 때 순종 어전에서 춤을 추고 나서 순종의 음성을 흉내 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이병우는 조선 악극단 시절에는 이난영, 고복수, 장세정, 김정구 등 인기가수들의 노래에 클라리넷 반주를 해서 갈채를 받기도 했으며 `알뜰한 당신` 이라는 가요를 피리로 독주해서 심금을 울려 주기도 했습니다.
전통적인 국악인으로서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거의 해마다 해외교포 위문을 거르지 않았던 이병우는 노래와 연극에도 취미가 있었으며 때때로 가요계에서도 이채를 띄었으나 국악과 양악 두 방면에서 활약한 다양한 음악인으로서 그는 오히려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예술인이기도 했습니다. 서울 성북구 공릉동 376의 보금자리에서 5남매의 아버지이기도 했던 이병우. 금상첨화로 날이 갈수록 더욱 심오한 대금과 피리의 주자로서 그리고 후배를 기르는 좋은 스승으로서 그는 더욱 보람있는 일을 다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는 했지만은 그가 남긴 피리 소리의 여운은 아마도 오래도록 우리들의 심금을 울려 줄 것입니다.

- 흘러간 세월속에 묻혀있는 정다운 가락과 함께 그 시절 그 사람의 얘기를 더듬어 보는 추억의 스타 앨범, 오늘은 이병우 편으로 구성 최호영, 아나운서 우재근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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