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영원히 가버린 세월 청춘의 화려한 낭만과 감상이 번져있는 그리운 노래. 세월은 흘러 갔지만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정다운 노래와 함께 그 시절 얘기를 더듬어 보는 추억의 스타앨범. 오늘은 안비취 편 입니다.

- 세월은 흘러 영겁속에 사라졌어도 소리는 남아있고 구수한 가락과 함께 우리나라 고유의 고전으로써 민족의 향기를 이어 온 국악. 그 국악속에 노래를 불러 우리의 심금을 울려 주었던 명창 안비취. 안비취는 노래 뿐만아니라 김천우에게 사사하여 무용을 배우고 국악협회 부이사장을 지내는 등 다재다능하고 활동적인 여인이기도 합니다.

앞산도 첩첩하고 뒷산도 첩첩한데 아서라 세상사 쓸데없다 인연이 없어서 이런가 인연이 있고도 이런가. 어린 소녀시절로부터 산과 강을 헤메로 폭포를 찾아 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피를 토해야만 했던 명창의 길. 험난한 가시밭길과도 같은 명창의 길을 걸어 우리나라 고전의 참된 의미를 터득하고 고전의 향기로운 매력에 심취한 명창 안비취.

이은주, 묵계월, 이은미와 함께 안비취가 불러주는 `뒷산 타령` 입니다.

- 명창 안비취는 1926년 2월 8일생, 서울 종로구 효자동이 태어나고 살아난 그의 고향이며 본명은 안복식, 미국생활 하는 아버지의 3남 1녀 중 외동딸로서 애지중지한 귀여움 속에서 자랐으며 복되게 오래 살라는 뜻으로 복식이라는 이름을 지었었다고 합니다. 어렸을때부터 몸이 약해서 절에 자주 다니며 공을 드리기도 했던 소녀 안복식은 청운보통학교에 다닐 때 의례히 학예회에서는 1등을 해 학부모들을 놀라게 한 재롱둥이기도 했습니다. 집안 사람들이 모두 음치에 가까운 정도로 소질이 없는터에 혼자서 뛰어난 소질이 있어 더욱 주위 사람들을 경탄케 했던 소녀 안복식은 청운보통학교를 거쳐 배화여중 입학시험에 합격 했으나 평범한 여학교에 가서 무료한 세월을 보내는것 보다는 예능계를 찾아 마음껏 지니고 태어난 소질을 살려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 시작 했습니다. 그래서 보통학교를 졸업하던 시절부터 명창 되기가 염원이었던 안비취. 천성적으로 타고난 고운 목소리로 불러주는 안비취의 `사찰가`.

- 창은 신라시대에 화랑으로부터 시작돼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아래로는 지게목발을 두드리는 목동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주기는 했지만은 그러나 이조말기에 이르러 창은 오로지 무식하고 천한 사람들만이 하는 하나의 재주로 오해됐고, 그래서 만약 자기 자식이 창을 부르겠다고 하면 집을 쫓아내고 부자의 정을 끊는 일도 허다했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민속이 서려있는 국악. 그중에서도 피를 토하는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명창의 길. 배화여중에 들어가려던 소녀 안복식은 모든것을 박차고 자기의 뜻대로 노래와 무용을 배우기 위해서 예능계에 뛰어들 만큼 야무지고 고집이 센 소녀이기도 했습니다.
양정고보에 다니던 오빠는 독립만세 사건으로 수배를 받아 만주로 피해다녀야만 했던 그 무렵, 소녀 안복식은 학교를 그만두고 국악예술에 피나는 수련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 이 시간 기억을 하니까요 참 부모 앞에서 그 어리광 피우고 그렇게 참 즐겨웃는 생활에 젖은 사람이 더러 선생님 앞에 아주 굉장히 그 참 하규일 선생님이란 분이 뵙기에 참 어려워 뵈고 시방 와서 그렇게 저기한 어른이 아니시고 조그만 어른인데도 제가 걸음도 못 걷게 그 손 놓을데가 없어요. 처음에 가서 인사 드리는데 그래 인제 제가 이름이 뭐냐 하니까 제가 이름도 바꿔 부르는것도 없고 그냥 어머니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이름을 가지고 가니까 가만히 보시더니 일어나서 서봐라 그러시는데 제가 시방은 좀 뚱뚱하고 큽니다만 그땐 참 키도 조그맣고 그래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그냥 이름을 바꿨는데 내가 지어준 이름이 니가 영원히 지니고 있는 이름이다 그랬어요. 그래 그럼 무슨 이름을 지어주나 했더니 비취라고 지어줬어요. 그래서 아 그 비취라면 아 그 무슨 비녀라든지 우리 어머니가 끼시던 반지라던지 이런거에 보석에 가까운건데 하필이면 비취라는 이름을 지어주실까 싶었어요. 부르는 사람도 나를 또 이상하게 보지 않겠나 이런것도 있고, 그랬더니 그걸 반문을 못해봤는데 비취라니까 니가 그 좀 표정이 이상해지는데 안좋은가 보다 그러세요. 그래서 그런게 아니라 글쎄요 그랬더니 비취라는건 너 같이 중국의 예쁜 조그만한 새가 있었는데 그 새 이름이지 그 너희 어머니가 가지고 계신 그런 비녀의 그 보석에서 본건 아니다 이러세요.


- 당시 조선악극단의 안무를 했던 별명 윤바람에게서 이른바 신무용이라는 댄스를 배우고 꽃박춤의 기초를 익혀 박람회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 출연하기도 했던 안비취는 언제나 부드럽고 정감어리는 목소리로 창을 불러주었우니다. 안비취가 14살 때 이왕직 아악부에 있던 하규일로부터 기악과 가곡을 익히는 한편 고전무용, 수신, 묵화에 이르기까지 예능인으로서의 기본 수련을 쌓은 안비취는 과연 고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됐으며 2년 후에는 다시 이병성에게 사사하여 가곡을 그리고 김천우에게 사사해서 고전무용을 더욱 깊이 배워 이윽고 다재다능한 국악인으로서 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신문명예 여명기게 있던 당시의 한국은 아직 일제치하에 있었으며 한성권번 출신의 여류 명창인 김녹주, 배설향, 이화중선의 창이 취입돼 국악팬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만주로 떠나는 이민들의 가슴을 저미게 했던 시절. 눈물어린 고난을 참고 견디며 피나는 수련을 쌓아 국악계에 데뷰한 안비취는 다음해에 부민관 공연에 이어서 빅터레코드에 풍류를 취입하고 또 최초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방송에 낯이 설던 그 시절 안비취는 첫 방송때의 추억을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 방송 차안에 탔는데 제가 하도 떠니까 그냥 너무너무 옆에서 떠니까 김기선 씨 그 아저씨가 선생님이 보니까 너무 딱하고 가여웠던지간에 야 비취야 비취야 그러더니만 네 소리를 못해서 그만 턱이 떨려서 네 그러니까 얘 너 이 저 호두 좀 깔래? 그러세요. 아 호두 까는게 뭐예요? 그랬더니 너무 다리를 떠니까 다리에 무릎팍 사이에 놓고 호두를 까라는 거에요. 선생님 호두 까는게 뭐예요. 호두 기계가 어딨어요 그러니까 아 니가 너무 떠니까 다리를 떠는게 호두 까게 생겼단 말이야. 그러고 다들 웃으시고 막상 방송을 하러 들어갔는데 그 때는 방송실이 이렇게 다다미를 깔았어요. 다다미를 깔았는데 거기에 악기가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또 가야금, 장구 이렇게 6인조지요. 저희 상급생 졸업생 되시는 분 한분 하고 저하고 둘이서 하고 그러는데 아 글쎄 아나운서 하는 저쪽에 ...같은 그런 거기 들어가는데 절을 하랍니다 마이크에다 대고 그 김기선 씨가 그래요. 아 그래서 왜 절을 해야 되나. 아니야. 처음 오는 사람은 여기다 절을 해야만이 노래도 잘 되고 그러지 그렇지 않으면은 넌 여기서 실격이 된다 그러니 그렇게 참견을 잘하세요. 그래서 어떻게 순진한지 절을 했어요. 그게 그냥 방송국에서도 그런일 가지고 웃고 화제거리가 됐지요. 아무게 몇회 졸업생이 방송 와가지고 마이크에다 대고 절하라고 했더니 절을 했다고. 그래 그때 그 아나운서 계셨던 사람이 시방도 계시지요. 저만 보면 어쩌면 그렇게 순진하냐고 말이야. 그걸 고지 듣는 수가 무슨 수냐고. 제가 방송국으로 가면은 그 분이 그런 말씀을 하세요. 그런 재밌기도 하고 제가 좀 어리석다고 그럴까 근데 이렇게 재밌는 얘기가 많지요.


- 해방되던 해 19살의 안비취는 선배의 소개로 반 중매 반 연애결혼을 했으며 남편의 의사에 따라서 그토록 염원했던 예능 활동이 얼마동안 중단되기도 했었습니다. 해방 후 줄곧 서울에 살면서 두 딸을 낳은 안비취는 1·4후퇴 때 부산에 내려가 방송과 무대에 나서서 다시 예능 활동을 시작 했으며 서울환도 후에는 아예 이혼을 하고 국악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박초월, 박귀희, 김소희, 이은주 등과 함께 대한 국악원 여성국악동호회와 국악협회 등을 창립하고 지금은 국악협회의 부이사장이기도 한 안비취. 안비취는 1959년 일본 교포 위문공연에서 대춘향전과 무용을 해서 교포들을 열광케 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민요연구회 회장으로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학교를 창립해 우리나라의 고전을 체계화 해서 후배들에게 전수를 하고 싶다는 안비취. 안비취는 이제는 다 큰 두 딸과 함께 중구 남산동에 살고 있으며 오리엔탈 호텔 옆에서 서울 인도 골프클럽을 경영하는 한편 아직도 방송에서 무대에서 다양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전의 참된 의미를 알고 고전의 향기로운 매력에 취할 줄 아는 명창 안비취. 안비취는 앞으로 더욱 정감어리는 우아한 고전의 멋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입니다

- 흘러간 세월속에 묻혀있는 정다운 노래와 함께 그 시절 그 가수의 얘기를 더듬어 보는 추억의 스타앨범. 오늘은 안비취 편으로 지금까지 구성에 최호영, 아나운서 오재근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