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영원히 가버린 세월. 청춘의 화려한 낭만과 감상이 번져있는 그리운 노래. 세월은 흘러 갔지만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있는 정다운 노래와 함께 그 시절 그 가수의 얘기를 더듬어 보는 추억의 스타앨범. 오늘은 이은관편입니다.

헤일수 없이 많은 세월은 흘러 갔어도, 조상 만대 얼과 함께 이어온 우리민족 고유의 민속노래. 그 민속노래를 30년동안 불러 준 이은관. 이은관은 창부타령 배뱅이굿을 비롯해서 서도민요 남도민요 등 전국 각지의 민속노래를 스스로 캐내고 스스로 지켜온 보물적 존재이기도 합니다. 민족적인 모든 요소를 말살하려 들었던 일제 36년. 그 동안 우리나라 고유의 미풍양속을 비롯해서 민속도 차츰 자취를 감추려 할 무렵. 홀연히 창부타령을 불러 각광을 받고 무대에 서게 된 이은관은 그러나 감격의 8·15 그 날까지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8·15 해방 후에야 국악원 민요과장이 돼서 본격적인 민요를 다듬기 시작했습니다. 이은관 하면 배뱅이굿을 연상하고 배뱅이굿을 생각하면 이은관을 연상하리 만큼 배뱅이 굿으로 잘 알려진 이은관.

이 배뱅이굿은 황해도를 중심으로 서도지방에 널리 퍼져 잇는 것으로. 한사람이 등장해서 창으로 여러사람의 역할을 도맡아 하는것이 특징입니다. 문헌상으로 기록된 것이 없이 구전돼 그 유래를 알 수 없으나, 독특한 창으로 진행되는 민속극인 배뱅이 굿. 이은관의 독특하고 구성진 가락으로 들어봅니다.

♪ 배뱅이굿

김정승 이정승 최정승의 세정승 부인이 함께 구월산에 있는 심산대찰에 가서 불공들이는 것으로 얘기가 시작되는 배뱅이굿을 부른 유일한 민속가수 이은관은 1917년 11월 27일생. 지금은 38이북땅인 강원도 이천군 이천이 그의 고향이자 태어난 곳입니다. 농사를 업으로 하는 중농의 7남매중 장남으로 태어난 이은관은 어렸을때의 본명 또한 이은관 그대로였습니다. 이천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철원보통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소년 이은관은 노래 부르는데 뛰어난 소질이 있었으며 특히 민속 노래를 부르는 독특한 창법에는 타고난 천부의 가락이 들어 있기도 했습니다. 철원 고등 보통학교에 다니던 21세때. 이은관은 철원 극장에서 개최된 신문사 주체의 가요콩쿨 대회에 나가 창부타령을 불러 당당 1등에 당선됐습니다. 유행가요도 아니고 창부타령이라는 민속노래를 불러 1등에 당선하자, 이은관은 자신을 얻고 보다 적극적인 민속노래를 알아보기 위해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본래 이은관이 태어난 강원도에는 민속노래가 없기 때문에 황해도로 가서 황주에 사는 이은수씨에거 석달동안 서도민요인 배뱅이굿을 익히기도 했습니다. 이은수씨에게서 서도민요일 배뱅이굿을 전수받은 이은관은 다음에 서울로 올라와 여관은 전전하면서 ...씨에게서 서울소리를 익히는 한편. ...과 그 일행에 참가해서 만담에 곁들여 민속노래를 부르는 첫 무대에 올랐습니다. 지금 한일극장 자리인 제일극장 무대에 서서 재담과 함께 민속노래인 배뱅이굿을 즐겨 불렀던 이은관은 창부타령을 불러 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무렵 정선방송국 스타디오에서 전국을 향해 민속의 노래를 최초로 방송했던 이은관은 그 때 첫 무대에 올랐던 시절의 추억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뭐 그때는 인기고 뭐이고 그것조차 생각할 수도 못할 땝니다. 하여튼 무대라는게 처음올랐으니까 벌벌 떨리고 하여튼 정신이 좀 왔다갔다하는 그런 기분으로 하여튼 제 있는 열을 다해가지고서 한마디 뽑았었죠. 하니까 박수소리가 나고 발로다 쾅쾅 굴르면서 좋다 소리가 난것 같에요. 근데 그거를 좋아서 하는 것인지 나빠서 하는 것인지 잘 제가 분간을 못할 정도로 제가 떨었습니다. 그래 이제 마지막으로 제가 장구를 곧잘 쳤던거 같애요. 그래 이제 장구통을 치면서 장구통을 굴리면서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이제 땅에다 놓고 굴리면서 이제 그걸 장구를 치다가 또 땅에서 내려놓고 제가 웃음거리 춤이 있습니다. 춤을 췄더니 그때는 객석에서 와~ 소리가 나고. 아주 뭐 쾅쾅 굴르는 소리가 나더군요. 그래서 아 이제 내가 이제 소리 배웠던 보람이 있나보다 하고 이제 이런 느낌을 가졌었습니다. 하하하"

하늘에 태양이 빛나는 대낫에도 어둠이 깃든 것처럼 우울했던 일제 36년. 밤이면 달이 뜨고 별이 빛나도 쓸쓸하고 외로웠던 그 시절. 이른바 대동아 전쟁의 풍운이 아세아를 어둡게 하던 그 무렵. 하찮은 연가의 가사하나에도 온갖 신경을 쓴 일제가 우리 민족 고유의 얼을 담고 있는 민속노래를 좋아라 할리 만무했습니다. 다듬고 가꾸어 보호하고 키워왔어여만할 민족 고유의 노래였건만 그리고 그 민속노래를 간직하는 보물과 같은 이은관이었건만, 조국을 빼앗긴 민족의 민속은 말살될 운명에 있었고 민속노래를 부르는 이은관은 천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일극장에서 무대에 서고 경상방송 마이크를 앞에서도 민속노래를 부르기는 했지만 그러나 이은관은 각광을 받지 못하고 ....와 그의 일생이라는 단체에 끼어 이은관은 재담과 함께 민속노래를 끈질기게 부르며 지방순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 제주도 타령

어느때는 걷다가 지친 산마루 턱에서 어느때는 쓸쓸한 여관방에서 그리고 또 어느때는 장마가 들어 손님이 없는 허전한 무대에서 표리의 가슴을 안고 신세타령을 해야만 하기도 했던 민속가수 이은관. 이은관은 3-4년동안 줄곧 어느때는 이름도 모르는 고을을 찾아 헤매는 지방순회공연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세계 2차대전은 끝나고 조국은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3천만 겨레가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그 날. 민속노래를 아끼고 민속노래를 끈질기게 부르며 살아 온 이은관이 맞이한 8·15 조국 광복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감격스러운 것이 였으면, 눈물겨운일이 아닐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민속가수로 군림하고 있는 이은관은 8·15 조국광복을 맞이했던 그 때의 그 감격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죠. 그 때 그 뭐 말할수 없었요. 아. 이제부터는 우리가 부르던 우리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그 기쁨이란 여간 말할 수 없는 희열이었죠. 일제때 역시 제압이 많았죠. 우리 민속이라는 것이야 정말 제압에 눌려서 다소 하긴 하지만서도 늘 참 ... 무대나 방송활동도 제약이 많았고.하지만 아 해방되고 나서야 그 다음부터야 우리의 음악이다 우리의 음악을 할 수 있다. 이것은 뭐 아주 여러분도 모두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

감격의 8·15 조국 광복을 맞이하자 우리민족 고유의 민속은 붐을 이룰수밖에 없었고 새로 태동한 국악원에는 민속의 노래를 관장하는 민요과라는것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늘에서 시들어 있어야만 했던 민속가수 이은관은 단연 국악원 민요과장에 취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편으로는 무대 공연을 하기도 해서 활기를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개타령. 이은관의 구성진 목소리로 들어보는 신민요입니다.

♪ 개타령

얼나가지 않아 6·25 동란이 일어나자 이은광느 국악원 사람들을 이끌고 국군위문의 선두에 나섰으며 수복후에는 오아시스 레코드를 비롯해서 신세기 지구 도레미 레코드 회사등에서 배뱅이 굿 등 민속노래 취입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편 만담가인 장소팔과 어울려 재담과 함께 민속노래를 불렀던 이은관. 이은관 장소팔 콤비의 재담과 노래는 그 당시 중년이나 노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층에서 많은 팬을 얻고 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장소팔과 함께 공연을 계속하면서 배뱅이굿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독특한 창과 함께 능숙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던 이은관은 얼마후 세운상가에 민속예술학원을 설립하고 민속노래는 물론 가야금 고전무용등을 가르쳐 후배양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6세때 20세의 신부와 친척중매로 결혼을 했으나 8·15해방 이듬해 상처를 하고 수복 후에야 남상옥씨와 재혼을 한 이은관은 83세의 노부친으 모시고 있으면 1남 5녀 중 출가한 세딸들에게서 이미 외손자들이 태어나 9명. 외손자의 할아버지이기도 한 이은관. 이은관은 무대에서 혹은 방송국 마이크 앞에서 그리고 또 혹은 취입으로 끈질기게 민속노래를 불러 온 지난 30년을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가지 조금 후회라고 할까요. 조금이제 겸연적은 것은요. 제가 고유한 민속음악을 가지고서 너무 극장무대에서 활약할 때에 민속적인 원형에서 조금 벗어난 노래. 웃음거리 재담. 노래 부를적에 조금 우습게 부른 일. 이런 일을 지금 생각하면는 조금 나이가 먹고 보니까 조금 그런 면에서 부끄러운 생각이 있고, 이제부텀은 원칙적인 민속음악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

흔하지 않고 어쩌면 그대로 소멸해 버렸을지 모르는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노래를 어느때는 외롭게 또 어느때는 열광적인 갈채속에 불러왔던 이은관. 이은관은 이제 자기의 무형의 재산. 고전으로 이어져 나가야만할 민속노래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후배양성에 진력을 하면서 아직도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은 동대문구 창신도에 있는 고풍의 한옥에 살면서 30년 흘러간 세월을 되세기며 그리고 어느 때는 그 누구보다도 반가웠던 8·15 조국광복 그 날의 감격을 되돌아 보면서, 단란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은관. 그러나 아직도 민속의 노래 부르는 것을 유일의 사명이요 보람으로 알고 있는 이은관은 국내무대는 말할것도 없고 멀리 일본에 가서 교포들을 위문했으며 또 앞으로도 계속 위문공연을 하기 위해서 도일할 예정입니다.

물레야 돌아라. 살살 돌아라. 시부모들 들어온다. 매 맞는다. 물레가락은 살살 도는제 기지게만 절로 난다. 물레타령 이은관의 목소립니다.


♪ 물레타령

지금은 덧없이 흘러가 버린 30년이지만 그 30년 동안 지켜온 민속을 이제는 다시 또 누군가가 이어가야 할 민속노래. 아직도 정열이 넘쳐 흐르는 그는 이미 자기보다 더 훌륭하게 무형의 유산을 이어갈 후배를 양성해 놓고 있을 것입니다.

(입력일 : 200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