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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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유쾌한 응접실
손님 - “손님을 대접은 하되, 붙들지는 말 것”
손님
“손님을 대접은 하되, 붙들지는 말 것”
1977.11.13 방송
국내 최고의 석학과 지성인들이 고정출연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던 ‘유쾌한 응접실’은 동아방송 개국 때부터 폐국 때까지 계속 방송된 ,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방송시작 때부터 10여 년 동안 청취랭킹 3위 이내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교양적 요소와 계도적 기능을 화합시켜 오락프로그램의 품위에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골 손님 최병길 변호사님이 지난 11월 9일. 급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일주일이면 꼭 한번 오늘 이 시간 유쾌한 응접실에 나오셔서 단골 손님으로서 동서고금의

해박한 지식과 상식으로 뒷받침 된, 숱한 화제를 웃음과 함께 들려주시더니 이제는 영영

최병길 선생님의 낭랑하고 구수한 음성을 들을 길이 없게 됐습니다.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이 없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삼가 최병길 변호사님 영전에 명복을 비는 바입니다.

이번주 유쾌한 응접실은 지난 11월 2일 오후 1시. 손님이라는 화제로 YMCA 공개홀에서 녹음

한 것입니다. 다시한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고인 생전에 녹음된 723회 유쾌한 응접실을

들으시겠습니다.

(음악)

공개방송 유쾌한 응접실.

(박수)

여러분 감사합니다. 전영호 입니다. 723회 유쾌한 응접실. 오늘은 YMCA 공개홀에서 방청객

여러분을 모시고 손님이란 화제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단골손님에 조풍연 선생님, 최병길

변호사님, 한복남 박사님, 초대손님에 인기 코메디언 신소걸씨, 그리고 여러분의 노래손님

이 자리를 같이 했습니다.

손님이라는 화제입니다. 조풍연 선생님께서..

손에 높인 말이 손님입니다. 손님에는 좋은 손님이 있고, 나쁜 손님이 있는데, 좋은 손님

은 역시 글을 같이 하는 분, 유붕이 자원방래 하니 불역낙호하라. 벗이 있어 먼 데서 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할까 보냐. 공자는 이렇게 말씀을 했는데, 벗이라고 하는게 글을 하는 벗

입니다. 옛날에 율곡선생이 퇴계선생을 도산서원으로 찾아갔을 때, 그 때 바로 어제보던 손

님. 처음 만났지만 어제 보던 손님처럼 둘이 즐겼다고 하는 것은 지금 상상해도 대단히 흐

뭇합니다.

최병길 변호사님께서..

네. 손님을 대접은 하되, 붙들지는 말 것이고, 손님은 갈 수록 좋고, 비는 올수록 풍년이

든다고 그럽니다.

한복남 박사님.

이 유쾌한 응접실에 단골손님, 초대손님, 노래손님이 계시는데, 단골 손님은 그 한번만 얘

기하고 가면 그만이고, 노래손님은 자기 히트곡만 나와서 부르면 되는데, 이 단골손님은 한번 한

얘기를 다시 할 수 없어요. 상당히 힘든 손님입니다.

하하하.

노래 듣겠습니다. 홍세민씨를 청해서 나의 생각을 부탁해 듣겠습니다. 박수로 격려해 주시

기 바랍니다.

(박수 및 노래)

홍세민씨의 노래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해태제과 신신제약 공동 제공입니다.

이번주 화제는 손님 입니다. 한복남 박사님께서 아까 말씀이 유쾌한 응접실에서 손님에 여

러 손님이 계시다고요. 단골손님, 새손님, 노래손님이 계신데, 다른 어떤 손님 보다도 이

단골손님은 한 얘기를 되 할수가 없으니까는 참 어려운게 이 단골손님이라고.. 근데 한복남

박사님은 그 이야기 화제를 어디서 그렇게 많이 발굴해 내시는지 그 얘기부터 해주셨으면 합니다.

뭐 얘기에 재료가 풍부치는 않습니다만 해도 주로 손님들 한테서 끄집에 냅니다. 저는.

네. 얘기를 이렇게 하다가 어떤 얘깃거리가 될 만한거 그런건 이렇게 골라 뒀다가 조금

이것을 각색을 해가지고 그 다음에 손님한테 되로 써먹죠. 농아 학교가 있어요.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인 그런 학교인데, 이 도에서 책임자가 시찰을 왔습니다. 그러니까 학교

정문에다가 쫘악~ 학생들을 정렬시켜 놨는데, 시찰온 사람이 들어가니까. 다 말을 안하니까

손뼉을 한번씩 짝! 쳤어요. 그런데 그 중에 한 학생이 손뼉을 세 번을 짝짝짝 쳤어요. 그러

니 시찰관이 이상하다 하고, 다 시찰을 하고 또 나가는데, 이제 또 딴 학생들은 손뼉을 한번

짝! 치는데, 또 한 학생이 손뼉을 세 번 짝짝짝! 쳤어요. 그래서 교장한테 물어봤어요.

왜 손뼉을 치느냐. 이 사람들은 말을 안하니까 이 환영하고 안녕히 가시라는 뜻을 손뼉을

이렇게 쳐서 표시합니다. 그건 좋은데 저기 딴 사람은 한번씩 치는데 세번씩 치는 저 학생

은 뭐냐? 아. 예. 저 사람이 원래 말더듬이어서 그렇게 되는겁니다. 그랬다는 얘기가 있습

니다. 손님을 환영하고 하는데, 손님에도 여러가지가 있죠. 반가운 손님, 아마 제 생각에

는 제일 반가운 손님은 굴뚝으로 들어오는 손님이 제일 반갑습니다. 크리스마스 때,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 그다음에 또 반가운 사람은 집에와서 대문을 발로 여는 사람이 좋아요.

왜냐하면 양쪽 손에 선물을 가득히 들었을 테니까.

하하하.

그 다음엔 반갑지 않은 손님이라는 거라면 얼굴에 자국을 남겨두고 가는 소위 천연두. 천

연두라는 병이 있죠. 그걸 우린 손님이라고 하죠. 그건 반갑지 않은 손님이고, 그 다음에

또 반갑지 않은 손님이 그 역시 밤손님이죠. 싫어하는 이유가 그거에요. 아무리 밤 손님이래

도, 에티켓이 있어야 돼요. 남의 집에 왔으면 안녕하냐고 인사하고, 또 뭘 가져가면 가져

간다고 얘길 하고, 하다못해 우리가 곰탕을 한 그릇 사도, 그 영수증을 주는데, 물건이랑

돈을 막 가지고 가면서 영수증 한장 발행 안하고 말이죠. 아주 에티켓이 없어요. 요즘 밤

손님들은. 간다고 인사도 안해요. 그런데, 옛날에 저희들이 생각했을 때는 손님이라는 건

어렸을 적엔 아주 반가웠어요. 시골서 누가 오신다던가, 친적이 온다던가. 하는건 상당

히 반가웠어요. 그건 비단 올때 선물을 들고오는 그 자체도 있었습니다만 해도 갈땐 돈을

조금씩 주고 가고, 이런 것도 반가웠는데, 요새는 집에 얘들을 보더라도 친척이나 누가

오는 손님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요. 그걸 가만히 따져봤더니, 무슨 그 때보다도 우

리 국민소득이 높아져서 과자와 용돈이 많아졌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첫째, 그 희소성이 없

어요. 옛날에는 교통이 불편했기 때문에 시골서 올라와도 1년에 한 두번 밖에 못 올라왔는

데, 요샌 당일치기로 고속버스 타고 왔다갔다 하니까 한달에 두번 세번씩 막 오니까 뭐 반

가운거 같지가 않아요. 오히려 기계문명 때문에 손님이라는 반가운 이미지가 점점 퇴색되

가는 이런 인상을 받습니다.

네. 최병길 변호사님께서..

어느 사람이 친구네 집에 찾아갔더래요. 그래 사랑으로 안내를 해줘서 사랑에 떡 앉으니까

그 방에 액자가 붙여 있는데, 상객은 입이 귀하고, 상등 손님은 서서 있다 돌아가는 것이고,

중객은 중등 손님은 당일 귀하고, 그 날로 돌아가는 것이 중등 손님이고, 하객은 일야숙이라.

하등 손님은 하룻밤 묵고 가는 것이다. 이것을 풀이 해보면 결국 남의 집에가서 오래 앉아

있지 말고, 서서 용건 얘기하고 빨리 돌아가 주는 것이 일등 손님이고, 또 거기서 종일 앉

아서 놀다가는 사람은 이등 손님이고, 하룻밤 끝내 신세지고 자고 가는 사람은 아주 손님중에 제일

천한 꼬두막이 손님이라 그렇지요. 그런데 그 손님이 그 액자를 보니까 당췌 마음의 안정이

되지 않아서 불안해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는데, 갈까 말까 하고 있는 찰라에 주안상이

나왔더래요. 술상이 나왔단 그 말입니다. 그 보니까 김치, 깍두기 뿐이라 그거에요. 그런데

사랑방 뜰 앞에는 닭이 몇 마리가. 그 집 닭이 포동포동 살찐 닭이 앞에 왔다갔다 하는데, 그

닭 한마리 잡아주지 않고, 김치 깍두기에다가 소주 한병을 떡 차려오더랍니다. 그래서 그 손

님이 주인보고 하는 말이. "그 자네 집에 부엌에 식칼이 있으면 빌려주게". "식칼은 왜?" "내가

당나귀를 타고 왔는데, 저 당나귀라도 잡아 먹어야 되겠네." 하니 그러니까 주인이 "아니 그럼

자네 갈때 뭘 타고 가려나?" "아, 뜰앞에 있는 닭타고 가지." 그건 반찬, 대접이 시원치 않다는

것을 풍자한 얘기지요. 그런데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사흘이상 묵지 말라는 겁니다. 속담에

사흘 묵으면은 냄새가 난다 그 말이에요. 싫증이 난다는 거지요. 사돈네 집에 갔던, 친구네 집

에 갔던, 그야말로 용건 보고서 빨리 돌아오는 것이 아마 상등 손님일 겁니다.

네. 조풍연 선생님께서. 손님이라는 화제입니다.

지금 최병길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지긋지긋한 손님이요. 거기에 속담이 따라 붙어요. 가는 손님

은 뒷꼭지가 예쁘다는거에요. 가니까 어떻게 뒷모습이 예쁜지 몰라요. 허허. 근데 손님이라는 건 좋

은 겁니다. 개도 손 들날이 있다. 또 거지도 손 볼날이 있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손님이 찾아

와요. 그리고 손이 많으면 일도 쉽다. 손님이 많으면은 같은 일을 해결하는 데도 아주 쉽게 해결

을 한다. 이래서 손님을 대환영을 하는데, 심지어 도둑까지도 환영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양산

군자란 말이 있는데, 옛날 중국에 후한 말엽에 진식이라고 하는 사람이 어느 고을에 태수로 있었

는데, 참 명관이에요. 명관인데, 그 해 흉년이 들었거든요. 흉년이 들어서 도둑이 다니는데, 자기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도둑이 들어와가지고는 주인이 나오는 인기척이 있으니까 "어머, 뜨거라"

하더니 들보위로 올라갔어요. 들보위로 올라간 걸 힐끗 봤어요. 이 진식이란 이가 보고는 자기 아

들, 또는 제자들을 모아놓고, "너희들 얘기 들어라. 사람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불행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습관이, 습관이 그만 성질로 굳어져서 그래서 나쁜 사람이란 소리를 듣는데, 본래의 마음

은 착한 것이니라. 저기에 있는 양산의 군자. 즉 들보 위에 있는 그 군자도 그와 마찬가지다."

이러니까 견딜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들보위에 있던 놈이 쿵! 하고 떨어져서 내려와서는 머리를

조아서 엎드리면서 "제가 과연 잘 못했습니다. 저를 옥으로 데려가 주십시오. 끌고가 주십시오"

하니까, "너는 본성이 좋은 사람이니까" 하고 비단 두필을 줬어요. 그 다음부터 도둑 손님. 밤에

오는 손님을 양산군자라고 그래요. 양산군자라는 말이 거기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 박사가 말

씀하신 손님. 마마죠. 천연두. 근데 그걸 손님 마마라고 그러는데, 마마라는 것은 상감마마, 동

궁마마 하는 고귀한 사람에게 쓰는 말이고, 이런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손님을 지극한 천연두도

손님 마마로 모시고, 도둑놈을 중국사람은 양산군자라고 그러고, 손님은 어쨌든 즐거운 것입니다.

이주랑 양은 테레비전에서요.

네.

신소걸씨의 연기를 본 적이 있는지요?

네. 있습니다.

그 때마다 어떤 소감을 가졌는지요?

음.. 제가 뵙기에는 요즘 코메디언 들께서 굉장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시잖아요?

네.

그 중에서도 참 제가 뵙기에는 요. 절대 제가 아부하는게 아니에요. 하하하하. 신 선생님은

굉장히 신선한 이미지를 느꼈습니다.

네.

아하하하.

네 지금 화제가 손님인데, 이주랑씨는 테레비전에서 본 신소걸씨에 대해서 연기가 상당히 신선

하시다고, 신소걸씨 께서 답장좀 보내십시오.

네.

저는 이주랑씨 노래를 듣고 볼 적 마다 반가운 손님을 대하는 그런 기분입니다.

네. 반가운 손님을 대하는 기분이라고요. 오늘 화제하고 그대로 연결이 됩니다.

하하하.

이번엔 먼저번엔 신소걸씨께서 먼저 인사를 감사하다고 그러시더니, 이번엔 이주랑 양이 또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노래손님 청해서 노래를 듣겠습니다.

안정희씨를 맞이해서 구천동 아가씨를 청해 듣도록 하겠습니다.

(박수 및 노래)

안정희씨의 노래 구천동 아가씨 였습니다.

(CM송- 안녕하세요. 서혜림입니다. 착한 어린이에게 주는 짭잘한 영양 간식. 새로나.

피로해 지기 쉬운 오후, 새로나를 권해 보세요. - 맛있는 크래커 새로나. 해태 새로나 크래커)

손님이라는 화제를 가지고 얘길 나누고 있습니다. 최병길 변호사님 께서..

근데 손님을 대접하는데 있어서는 역시 정성이 제일이겠죠. 실제로 있었던 얘기인데, 아주 가난

하게 사는 어느 시인이 있었답니다. 그 시인의 친구가 어느 날 시인의 집을 찾아갔어요. 그래서

이 얘기, 저 얘기 인즉. 얘기를 나누다가 통행금지 시간이 되서 시인의 집에서 하룻밤 자게 됐

는데, 그 주인인 시인이 헌 신문지를 여덟장을 가지고 나오더니 "신문지도 여덟장 밖에 없네, 이거 어

떻하지?, 자네는 다섯장, 나는 석장. 여기 놓으세." 찾아간 손님이 "이걸 뭘하려고 나를 신문지

를 다섯장을 줘?" "이불이 없어. 이불이 하나도 없어서 뭘 덥기는 덥어야 겠는데, 자네는 손님이

니까 다섯장 덮고, 나는 주인이니까 석장만 덮고, 하룻밤 자세." 해서 그 신문지를 덮고 잤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이건 참 정성껏 손님을 대접을 한거죠. 없다고 그래도. 또 한가지는 제가 실

제로 겪은 얘깁니다만 제 친구중에 이미 세상을 떠난 문학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저쪽 영등포

흑석동에 살았었는데, 어느 날 제가 그 친구의 집을 찾아가게 됐는데 마침 백설이 만건곤 하더니,

눈이 하얗게 땅에 쌓여 있던 어느 겨울 날이었는데, 그래 문을 두드리니까 안에서 인기척이 없

어요. 대답이 없어요. 몇번 문을 두드리다가 집에 아무도 없나보다. 그냥 돌아가야 되겠구나. 하

고 돌아가려는데, 바로 등 뒤에서 그 친구가 "아, 이사람. 내가 늦게 영접을 해서 미안하네."

"자네 어디서 나왔어?" 그러니까 "나 저쪽, 뒷문으로 돌아가지고 자네 등 뒤로 나왔는데."

"왜 그렇게 해? 문을 열어주지?" "아니여, 대문안에 지금 눈이 하얗게 쌓여 있는데, 손님을 맞이

하려면은 발자국이 안난 깨끗한 눈위를 손님인 자네가 걸어 들어오는 것이 그게 좋을거 같아서

내가 앞으로 나오지 않고 뒷문으로 돌아가지고 이렇게 문을 열어줬으니, 어여 들어가게." 그래서

발자국 하나 없는 그 백설 위를 대문안으로 제가 들어서니까 참 기분이 좋습디다. 이건 무슨 좋

은 술이나 고기로 대접받는 거 보다. 아주 정성이 기가 막혀요. 그래서 역시 손님대접에는 있고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껏 정성껏 대접하는게 제일 좋다. 그렇게 생각해 봅니다.

네. 오늘 새 손님으로 나오신 신소걸씨가 손님에 대한 얘길 들려줬으면 합니다.

네. 손님중에서도 반가운 손님이 있고,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는데, 반가운 손님이다 하면은 제

직업상 어디까지나 팬 여러분들이 제일 반가운 손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극장 공연할때 손님이

안 계실 때, 아주 공연하기가 쑥스럽습니다. 그 다음에 반갑지 않은 손님을 제가 치룬 적이 있는

데요. 결혼한지 한 20일 밖에 안됐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신접살림을 했었기 때문에 남의 집

삭월세 방에서 단칸방에 제 처하고 단 둘이 살고 있는데, 결혼한지 한 20일 밖에 안됐을 때, 시

골에서 동창이 찾아왔습니다. 이 동창이 저희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주 주사가 심한. 술주정꾼으

로 통하는 동창인데, 아주 친했던 동창이니 어쩔수도 없이 들어와라. 해서 같이 저녁을 먹었습

니다. 저녁을 먹고나니까 이 친구가 갈 생각을 안해요.

하하.

뭐 어떻합니까. 그래 술 한잔 하자. 소주를 한잔 했습니다. 소주 한잔 코 끝까지 이렇게 차니까

하는 소리가, 기왕에 소주를 먹을 바에는 우리 맥주로 먹자. 이래가지고 또 맥주를 먹었습니다.

먹고 나니까 밤 12시가 되도록 가야죠. 또 제 처는 남의 집 툇마루에서 덜덜덜 떨고 있는데, 가라

고 할수도 없고 그래서 여관으로 안내를 하니까 "너하고 나하고 어렸을 적에 빨개 벗고 같이 자란

친구인데, 여 관가서 따로따로 잘 바에는 내가 너의 집을 뭐하러 오느냐." 아 이래가지고 밤을 꼬박

새운 적이 있습니다.

하하하.

이런 손님은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이렇게 생각이 되는 군요. 조풍연 선생님께서 해주시지요.

얘기를..

벌거벗은 손님이 더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것은 나체로 나타난 손님이 어렵다는 소리가 아

니고, 어린사람, 그 다음에 가난한 사람, 그 벌거벗은 사람이에요. 우리 친구중에 부유하고, 잘

살고 그런 교양이 높은 친구가 있어요. 동창들 모아 놓고 가끔 자기집에서 잔치를 해요. 평소에

도 "아. 오늘 저녁 먹으러 오게." 라던지, "오늘 비빔밥을 좋게 만들었으니 오라고." 이러면 친

구들이 가는데, 그 사람이 가만히 보니까 가난한 사람. 벌거벗은 친구 그 친구에 대해서 유난히

신경을 써요. 그래서 `이 사람 과연 교양이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리고 손

님중에서 배빈이라는게 있습니다. 배빈은 원 주빈이 아니고, 그 주빈만 모셨다가는 좀 쓸쓸하고

얘기하기가 공할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곁다리로 어느 훌륭한 인물을 갔다가 불러요. 그래서 배

빈으로 누굴 모셨느냐 하는게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 친구들 간에 배빈감은 제가 제일 좋

답니다. 왜냐, 무에 무덕하고 돈이 많지도 않고, 가난하지도 않고, 그리고 아는 것도 많은 거 같

고, 모르는 것도 많고, 그리고 술도 잘 먹는거 같고, 그렇게 많이 먹고 취하지는 않고, 그리고

자손이 많고, 잘 기르고, 이래서 배빈으로 잘 모셔가기 때문에 제가 가끔가서 얻어 먹죠. 그리고

누구 친구를 초대를 하는데, 배빈이 누구냐. 그러면 조 아무개다. 그러면 거기가 안심하고 가요.

그러다가 한 번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그 무슨 꿍꿍이가 있는데, 그 사람하고 접근을 할 수

없는 그런 데에 저를 내세워가지고 거기로 초대를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갔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까 꿍꿍이가 있는 그걸을 하는 거에요. 괜히 끼어 들어가서 거기서 곤란을 크게 후회한 적이

있는데, 역시 배빈이라는 것도 아무데나 쑥쑥 들어갈 건 아니에요. 감사합니다.

한복남 박사님께서..

이 셰익스피어가 한 얘기중에 이런 얘기가 있어요. 불청객이 꼭 한번 환영을 받을 때가 있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다.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근데 반가운 손님은 여러분들이 얘길 많이 하셔서

그만 두고, 참 좋지 않은 손님이 많아요. 저의 개인 기업체나 뭐 하고 계시는 분들, 다 그런거

느낍니다만 저도 병원을 하고 있는데, 도대체 그 쓸때 없는 손님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뭐

사라. 뭐 사라 해서 도무지 시간을 뺏겨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잡상인 출입금지. 이런

걸 써붙인 곳도 있습니다만서도 그래가지곤 안된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젠 쓸때 없이 만나러 오

는 사람은 간호원이 다 바쁘다고 따돌리는데, 거창하게 나오는 여자가 있어요. 중년 여자인데,

점잖게 와서 인생문제에 대해서 좀 꼭 상의할 말이 있다고 그래 왔다 이거에요. 그래서 보낼 수

가 없으니까 들어오시라고 그랬더니, 알고 보니까 생명보험회사 외무원이란 말이에요. 또 속았

어요. 그 다음엔 그런 사람 다 거절하고 있으면 김박사의 소개로 왔다. 이러는 사람이 또 있어요.

그건 또 친구니까 왜 환자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고 들어오라고 보면 사실 소개로 왔는데, 월부

책좀 사십시오. 이런 사람이.. 하도 속아서 말이죠. 이제 안되겠어요. 그 다음엔 어떤 손님이

왔는데, 꼭 만나줘야 한다고, 무슨 얘기냐 하면 순길이 엄마 오늘 다녀가셨어요? 이러고 들어온

단 말이에요. 얘 이름이 순길이니까 아마 부인이 우리집 환자인가 보다 생각하고 야박하게 끊을

수가 없고, 자세히 모르겠는데, 내 순길이 아빠인데 요 근처에 왔다가 교통비가 떨어졌는데, 돈

천원만 꿔주시오. 내 우리 집사람 해서 보낼 테니까. 난 또 단골손님 안 놓치려고 또 한 500원

더 붙여서 꿔 드렸거든요. 그 이튿날 연락이 없어요. 가만 친구병원에 물어보니까 다 그런사람

돌아다닌다는 거에요. 이 손님이 자꾸 그렇게 하니까 일체 새로운 간호원이 왔어요. 이제부터

용건을 얘기 하기 전에는 절대 나 만나게 하지 마라. 했더니 한참 있더니 밖에서 아웅다웅 야단

치는 소리가 나요. 가만 보니까. 어떤 노인이 오셨는데, 나 만나자고 그러니까 간호원이 새로

온 간호원이 용건 말씀 안드리면 안된다고 하니까. 아. 글쎄 나 만나면 용건을 안다고 꼭 만나

야 한다고 아웅다웅 하고 있어요. 한참 있다가 듣던 목소리다 내다보니까 집에 아버님이 오셔서

싸움을 하고 계신겁니다.

하하하하.

하여간 저는 손님때문에 여러가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하하하.

노래 듣겠습니다. 김만수씨를 맞이해서 먼 훗날을 부탁해 듣겠습니다.

(박수 및 노래)

김만수씨의 노래. 먼 훗날이었습니다. 오늘 새 손님으로 신소걸씨를 초청했는데, 신소걸씨가 평소

에 가지고 있는 팬들을 즐겁게 해주실수 있는 그러한 소재가 있으면 몇가지 이렇게 얘기를 해주시

면 고맙겠습니다. 뭐 반드시 손님하고 연관되지 않는다도 말이지요.

네. 제가 월남에서 한 3년 군에 있을 때, 복무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손님으로 월남집에 초대

를 받아 갔는데, 여러분 아시다 시피 월남집에는 월남에는 능망이라고 하는 간장 같은게 있습니다.

한국에서 우리네 조선간장이라고 하는 간장종류가 능망이라고 합니다. 이거 한번만 한 젓가락만

찍었다 먹기만 하면은 사흘은 밥을 못 먹습니다. 냄새도 지독하고, 좌우지간 그 것만 한번 먹고

나면은 그 다음 한 사흘은 밥을 못 먹는데, 정월 초하루날 월남 민간인 집에서 초대를 해요. 한국

은 정월 초하루날에 갈때, 고기 근이나 하나 사가지고 가거나, 뭐 정종병이나 들고 간다면은 인사가

되는데, 월남에는 반드시 수박을 사가지고 가야 됩니다. 수박을 사가지고 인사를 하러 들어가니까 정

월 초하루날 음식을 내 놓는데, 음식을 큰 대접으로 큰 대야 만한 대접으로 한 서너 그릇을 갔다

줍니다.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먹느냐 하고 눈치를 살피니까. 옆에 같이 앉았던 민사참모께서 이 음

식은 다 먹어라 이겁니다. 월남집에선 정월 초하루날 손님이 음식을 남겨두고 가면은 일년동안 재

수 없다고 나가는 뒷꼭지에 다가 소금을 뿌린답니다. 그래 그 걸 먹으려고 하니까 비위는 상하죠.

그 때 또 월남 음식이 입에 맞지도 않을 때죠. 할 수 없이 그 걸 먹긴 먹는데 계속 자꾸 그래요.

민사참모께서 부대가면은 약이 얼마든지 있으니까 약으로 전부 치료해 줄테니까 다 먹으라고..

하하하.

이 것도 안 먹을 수 없고, 그 식사를 전부 먹었습니다. 전부 돼지고기 기름에다가 입 천장에 딱딱

붙는 무슨 풀 같은거 하며, 냄새나는 능망하고, 그걸 먹어가지고 제가 사흘을 밥을 못 먹고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손님 접대할때도 상당히 어려운 점도 많겠습니다만 손님을 손님으로 갔을 때, 그

어려움을 느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네. 노래하고 앉아 있는 홍세민씨에게도 화순을 드리겠어요. 지금 손님 얘기에요. 홍세민씨 경우는?

네. 저는 잘 먹기 때문에요. 초대받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네.

가서 많이 먹어주거든요?

하하하.

생일 파티나, 돌 집이라던가, 이런데 가서 많이 먹기 때문에 저를 많이 데려가려고 많이 해요.

네.

하하하하.

김만수씨의 경우는 어때요? 그 초대를 받아 가서 가면은 음식먹는 분량은 어떻게 되는지요? 많이 먹는

지요? 홍세민씨 처럼.

네. 저는 초대손님으로 가면 많이 먹는 편은 아닌데요.

네. 많이 먹는 편은 아니고..

대게 손님이라는게 사실은 손님으로 가시는 분이나, 손님을 맞으시는 분이나 사실은 다 정중하고

예의를 지켜야 되는게 원칙인데요.

네.

요즘은 이제 뭐 반가운 손님, 반갑지 않은 손님, 대접해야 될 손님, 대접 하지 않아도 될 손님,

이렇게 상당히 분류가 되는 거 같습니다.

네.

그리고 또 손님들이 오시면은 의례껏 상당히 푸짐하게 음식을 해야 되는 걸로 그렇게 알고 계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거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손님 접대라는 것이 자기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또 사실 그대로 이렇게 얘기도 나누고 그런것이 저는 접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님들로

오시는 분들도 의례 손님으로 가면은 대접을 해주려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거 같아요. 그래서

어느 집에 손님으로 어느 분이 가셨는데, 게 차린게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까 슬쩍 이제 일침을

놓는 거죠. `아. 사실 먹은 것도 없이 폐만 끼쳤습니다.` 하고 그러니까.

손님에 입장에서..?

네. 손님이 주인 되시는 분도 참 아니꼽거든요.

네.

그러니까 `사실 차린것도 없이. 돈만 많이 들었습니다.`

하하하하하.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을 봤습니다만, 역시 손님으로 가시는 분이나, 손님을 접대하시는 분이나

사실 그대로 정중하면 될거 같아요.

네. 안정희씨도 같이 얘기 좀 해주죠.

저도 잘가는 데요. 손님 대접으로 잘 가는데, 저는 가면서 부터 먹을 거 부터 생각하고 가요.

홍세민씨하고 비슷한 경우군요.

하하.

이번엔 이주랑씨 경우는 어떤가요?

저는요. 잘 먹는 편은 아닙니다만은 집에서 사실은 밥을 저녁때 초대되면요. 밥을 좀 먹고 가요.

일부러요. 왜냐하면 가서 남 보는데 막 집어 먹을 수도 없고, 또 그래서요. 집에서 반쯤을 먹고 가서

요. 그저 얘기하고, 이런 걸로 저는 지내고 옵니다.

네. 노래듣겠습니다. 이주랑씨를 맞이해서 떠나면 안돼, 박수로 격려해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박수 및 노래)

떠나면 안돼. 이주랑씨가 노래했습니다.

723회 유쾌한 응접실. 오늘은 손님이라는 화제로 얘기 나누었습니다.

지금까지 노래반주에 노명석씨가 지휘하는 동아방송 전속악단. 프로듀서 장영수, 기술 성수목,

사회 전영호 였습니다.

해태제과 신신제약 공동제공 공개방송 유쾌한 응접실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수)

(음악)

(입력일 : 200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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