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유쾌한 응접실
미련 - “청춘을 회상해 보면 많은 미련이…”
미련
“청춘을 회상해 보면 많은 미련이…”
1967.01.26 방송
국내 최고의 석학과 지성인들이 고정출연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던 ‘유쾌한 응접실’은 동아방송 개국 때부터 폐국 때까지 계속 방송된 ,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방송시작 때부터 10여 년 동안 청취랭킹 3위 이내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교양적 요소와 계도적 기능을 화합시켜 오락프로그램의 품위에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 손님 - 연세대학교 박창혜 교수, 국문과 4학년 김영희, 경제과 3학년 장명호
단골손님 - 이서구, 양주동, 김두희
노래 손님 - 유주영, 박연숙, 이금희, 성태미, 캐리부룩

노고산 기슭 아늑한 숲 속에 자리잡은 연세대학교를 찾아서 237회 공개방송 유쾌한 응접실을 갖게 됐습니다.
해태제과 제공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네. 노래와 얘기를 나누면서 흥미로운 시간을 가져보는 유쾌한 응접실의 전영우 입니다.
오늘은 학문과 전통의 명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많은 연세대학교 학생들을 방청객으로 공개방송을 갖게 됐습니다. 오늘 얘깃거리는 `미련`으로 정했습니다.
이 자리에 나오신 손님들을 소개해 드리면 새 손님에 연세대학교 교수 박창혜 씨, 국문과 4학년 김영희 양, 경제과 3학년 장명호 군, 단골에 이서구 씨, 양주동 씨, 김두희 씨, 이 밖에 여러분의 노래 손님이 이 자리에 나오시겠습니다.
첫 번째 노래 유주영 씨 에게 `추억의 소렌자로`를 다같이.

♬ 추억의 소렌자로 - 유주영

- `추억의 소렌자로` 유주영 씨가 노래 했습니다. 얘기는 `미련` 입니다. 미련하다는 미련이 아니라 남기는 미련 입니다. 근데 오늘 여러분 가운데서 청한 여학생 국문과에 재학 중인 김영희 양, 김영희 양의 그 오른쪽 가슴에 생화는 그냥 보통 그렇게 양장 스타일로 하신 건가요?

- 네. 이거 그냥 이쁘라고 달았어요.

- 네. 뭐 이쁘다고 달았다는데 더 할 말이 없지만은. 가장 최근에 상당히 그 시간은 아쉬운 시간이었다. 뭐 이런거 좀 넌즈시 이렇게 돌아서 얘길 좀 해 주시죠. 뭐 직접 얘기 안 해도 됩니다. 가장 그 아쉬웠었던 시간.

- 글쎄요. 요즘에는요 별로 그런 일이 없었구요. 제가 작년 그러니까 작년 여름방학 때요. 인천 덕적도에서 한 30분을 배를 타고 가면요. 서포리 라는 곳이 있거든요. 근데 그 곳 에는요. 해안선을 따라서 쭉 해당화가 피어 있구요. 그리고 아주 끝없이 넓은 모레밭과 그리고 끝없이 넓은 바다가 있었어요.

- 네. 뭐 그정도로 우리가 얘길 들었으면은 다들 뭐 학생 여러분들 민감한 분들만 계시기 때문에 짐작들 다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김영희 양 말고 또 한 분의 해변의 길손은 누구였습니까. 알겠습니다. 그 이상 더 얘기를 물어보는 것이 좀 남의 그 미련을 남게 해야지 그것을 꼬치꼬치 물어보는게 그렇게 가히 좋은 편이 아닙니다.

- 양주동 박사님 께서도 지금 젊음을 회상 하시면은 많은 그 미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 그 청춘을 회상해 보면은 많은 미련이 물론 많습니다. 그 내가 다시 젊어진다면 내 연애 한번 흠뻑 해 보겠어요. 연애를 하는데 좀 지독한 진실한 연애, 사람이 일평생에 세상에 낫다가 똑똑한 진실한 연애 한 번 못하면 그건 사람의 가치가 없어요. 근데 요즘 청년들 흔히 보면은 그저 만나가지구서 중국 요리집에 울면 한 그릇 사주고 가서 이렇게 키스 할려고 그러는데 아주 못 봐줘요. 적어도 굉장한 정신적 심도를 가지는 깊이를 가지는 적어도 섭씨 3000도 쯤의 연애를 한번 내가 청춘이 회복 되면은 다시 한번 해 볼 생각이 간절해요. 그런데 슬프다 늙어서.

- 오늘 얘기가 `미련` 인데 아마 이서구 선생님께서도 화순을 받으시면은 얘기가 무진 하실 줄 압니다.

- 이 양 박사가 아까 늙어서 원통하다 마치 지난 세월을 허송하고 꼭 있어야 할 그 좋은 시절을 놓친 것 같이 말씀 하시는데 지금도 늦지 않습니다. 아예 비관 마시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감히 충고 합니다. 그거는 아무 근거 없는 헛 된 소리가 아니올시다. 욕 된 나이가 불행히도 양 박사 보다 제가 몇 살 더 먹은 까닭으로 그런 말을 하게 된 겁니다. 제 경험에 의해서는요. 저는 지금 오늘이라도 어여쁘고 훌륭한 여성이 나하고 연애 하자고 프로포즈를 하면은 서슴치 않고 즉각 거기에 호응 할 용의와 태세를 갖추어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뭐 좀 탈선 된거 같습니다만은 여기에 젊은 여러 동기에게 늙은이로서 한 말씀 하고자 하는 저의가 있습니다. 그건 뭡니까.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좋은 미덕이라 했고, 우리나라 에서는 그걸 더욱이 숭상을 해 온 나라 이올시다. 그것을 부모한테 불효해서 벌 받은 일은 우리나라에는 역사상 없습니다. 그러면 그건 좋은 일인데 부모한테 효도를 어떻게 하느냐. 늙은이를 대접해야 한다. 늙은이를 어떻게 대접 하느냐. 아버지가 홀애비로 사시거든 어여 어머니 하나 얻어 드리세요. 그것이 지금 양 박사 하신 말씀을 뒷받침 하는 말씀 이올시다. 부모한테 효도하는 것 중에는 늙은 아버지 노인네가 그런건 무슨 아이구 주책이여 그러지 마시고 자기가 늙은 뒤의 생각 오늘 양 박사나 내가 한 말씀을 약간 참고 하셔서 노인네 아버님 께는 말벗, 그러니까 노인네들은 뭐 애인이니 그런 말씀 안 합니다. 밤에 호젓하고 쓸쓸할 적에 말벗이 아쉽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아들은 건너방에서 제 댁하고 쿨쿨 자면 며느리 하고 자는 아들 부를 수도 없고, 노인네는 혼자 기침만 콜록콜록 하다가 고대로 시들으니까는 그 때 옆에 있는 부인네가 말대답을 해 줘야 그 효잡니다. 여러분 부디 효도를 하시거든 늙은 아버님께 애인을 구해 드려라.

- 이번에 노래 손님 청해서 노래 듣겠습니다. 박연숙 양에게 `호박꽃` 을 부탁해 봅니다.

♬ 호박꽃 - 박연숙

- 박연숙 양의 이렇게 보면 상당히 그 미모의 노래 손님인데 어떻게 노래는 `호박꽃` 을 불러 줬는지. 상당히 그 대조적 입니다. 상당히 아릿다운 아가씬데 `호박꽃` 이었습니다. 노래는.
국문과 다니는 김영희 양이요. 김영희 양은 대게 그 좋은 사람들끼리 그 뭐 그러다가 좋은 얘기도 하고 그러겠죠. 그러다가 만약에 헤어진 때에는 미련 없이 그런 말을 쓰는데 미련이 없다는거는 다 알지만 미련있이 하면 그건 뭐에요? 미련이라는게 뭡니까. 그럴 때.

- 미련이라는 것은요.

- 네. 낱말의 뜻을 새겨 주십시오.

- 저는 미련이란 뜻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생각 하기에는요. 미련은 이성에서 보다도 감성에서 생기는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 하는데요.

- 그 찰스 다윈은 그 종의 기원을 얘기 해줬다는데 김영희 양은 그럼 성의 기원 인가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저 이 김두희 선생님께서 심심 하시겠습니다.

- 미련에 관한 얘기는 뭐 여러 선생님들이 많이 하셨는데 아까 양 박사 께서 젊었을 때 연애를 못하셨고 지금 연세가 높으셔서 이젠 연애를 못하게 됐다 해서 아직도 멋진 연애에 미련을 느낀다 이런 말씀을 하셨고, 또 이서구 선생 께서는 아직도 늦지 않다 이렇게 또 위안의 말씀을 하신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런데 저는 양 박사님 말씀하고는 좀 반대로 멋진 연애를 한 번 해보지 못하면 사람 구실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지만은 저는 멋진 연애를 많이 하면 많이 할 수록 좋은 거니깐 많이 못 해본 것도 한이 될거다. 이런 생각을 해서 다시 한 번 대학생 시대가 된다면 그저 멋진 연애를 많이 이렇게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근데 아까 이서구 선생 말씀은 나이가 70이 가까워도 관계없다 이런 말씀을 했지만 역시 그 연애를 못 한다는 데는 연령의 제한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이 80난 노인이 젊은 여자를 보구서 한탄하는 소리가 내가 3년만 젊었드라도 좋겠는데 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 박창혜 선생님께서 좀 받아 주시죠. 화순을.

- 미련이야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거죠. 그런데 이 학교 내 사무실에 그 먼지 구더기에 앉아서 따분하게 앉았노라면 오늘같은 날이 생각 됩니다. 나도 유주영 씨 처럼 구부정 하게 나가 가지고 대중하고 기끗 연애를 해 볼수 있을텐데 도무지 안된다. 생각을 해보니까 역시 나도 노래를 좀 불렀더면 그런 미련이 있습니다.

- 그럼 이번에 좀 반향이 클 것 같은데요. 이금희 양의 노래 `눈물의 태양` 을 부탁합니다.

♬ 눈물의 태양 - 이금희

- `눈물의 태양` 이었습니다. 상당히 자유분방한 몸짓 가운데 율동 이라는 질서가 있었습니다. 경제과 다니는 장명호 군이요. 장명호 군, 지금 생각 하면은 상당히 오래 된 시절 이겠습니다. 국민학교 시절의 미련 하나 좀.

- 글쎄요. 지금 제가 생각나는 것은 국민학교 생각 보다요. 지금 고등학교 3학년 때요.

- 네.

- 입학시험 공부하던 생각이 있는데요.

- 입학시험 공부요.

- 한 밤 한 12시쯤 되서요.

- 네.

- 저희 집이 바로 길 옆 이었어요.

- 길 옆 이요.

- 밖은 조용하구요. 조용한데 멀리서 하나 들려오는 하이힐 소리가 있었어요.

- 네.

- 근데 그것이 또박 또박 하면서 아주 그 하이힐 소리가 예뻐요 참으로. 그래가지고 우리집 거의 문 앞에 까지 왔을 때 불을 딱 껐죠. 근데 갑자기 하이힐 소리가 멎어 지잖아요?

- 네.

- 뭐 어떤 봉변이나 당하지 않을까 해서 문을 조금 열고 한 번 내다 봤어요.

- 네.

- 내다 봤더니 그 어떤 숙년데요. 거의 12시가 다 됐어요. 불을 딱 끄니까 하이힐을 두 개를 벗어 가지구요.

- 네.

- 손에다 들고 그냥 맨 발로 걸어가요. 그래가지고 그게 무슨 뜻인가 하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 그 미련이 풀리지 않습니다.

- 네. 그러니까 처음에는 똑똑똑 그 빨간구두 아가씨 였는데 나중에는 맨발의 청춘으로 변했다.

- 그 이야기 계속해서 나도 미련 하나 소개 하지요. 내가 이제 그 얘기 들으니까 생각이 나는데 나도 청춘시대에 미련이 좀 남아 있습니다. 뭐냐 하면은 그 저 역시 미련은 연애에요. 살아가는데. 나도 첫사랑 어떻게 했냐면은 그 촐싹맞은 기집애가 내가 비록 웃지만은 여러분 웃지만은 잃어버린 물고기가 낚시꾼이 말이죠. 낚시 하다가 잃어버린 고기가 크게 됩니다. 잡으면 뭐 요만한 거에요. 근데 그 여자 잃어버렸어요. 그래가지고 크게 됩니다. 속눈썹이 길고 목소리가 방울소리 같고 참 예뻤어요. 근데 그래도 여기 학생들이 다 영어 하니까 내 좀 인테리 만담 입니다. 겨울날 고즈넉한 밤에 그 여자하고 나하고 둘이 마주 앉았습니다. 가운데에 화로를 놓구요. 지금 같으면 여러분 같으면 사랑을 금방 고백할 거 아니에요. 때는 1923년 이니까 지금부터 40년 전 입니다. 나도 첫사랑인데 사랑을 고백 할 수가 없어요. 도무지. 가슴이 두근두근 해서 말이 안나오네요. 그래서 할 수 없이 그 여자가 인테립니다. 영어 조금 알아요. 그래 재 위에다가 내가 부젓가락으로 LOVE 라고 썼죠. 근데 LOVE 라고 쓰니까 내가 마음이 겸연쩍어요. 그래서 거꾸로 썼어요. LOVE 라고 안 쓰고 거꾸로 EVOL 거꾸로 읽으라고 그렇게 써 놓으니까 이 여자가 눈치가 좀 없어요. 그걸 그대로 읽었거든요. 이볼? 이볼? 제가 영어 좀 압니다. 이볼루션 진화 아니에요. 진화. 그 진화가 이볼 이에요. 아이고 다윈의 진화론을 강의 하시네. 아 내 그래서 웃으면서 할 수 없이 한글로 썼지요. 사랑이라 사 자에다 랑 자를 그 재 위에다 썼어요. 했더니만 이 여자가 나한테 자기 포켓에서 눈깔사탕 하나를 날 줘요. 이거 왠일이냐. 아 알고 보니까 사랑이라고 쓴 랑 자를 탕 자로 봤어요. 사탕. 그 여러분 재 위에다 써 보세요. 랑 자를 탕 자로 봤거든요. 사탕. 내가 그래서 지금도 후회를 합니다. 가을 밤에 겨울 밤에 종종 불면증이에요. 그 때 글씨를 좀 더 똑똑히 썼더라면 좋았을걸.

- 양주동 박사께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아까 그 저 해변의 길손 얘기 그 후에 어떻게 됐는지 김영희 양에게 마이크를 좀 돌리고 싶습니다. 물론 오른쪽 가슴에 꽃은 이뻐 뵈기 위한 장식 이었습니다.

- 그 후에 얘기를 듣고 싶으시다면요. 제가 가상을 해서라도 얘기해 드리겠어요. 제게서 정말 떠나고 싶으시다면 떠나셔도 좋은데요. 잠깐만 쉬셨다 떠나세요. 네?

- 김두희 선생님께서.

- 미련의 얘기가 어떻게 전부 연애 얘기로만 돌아가는데 역시 그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져 있는 이상 할 수 없는 모양인가 봅니다. 그런데 아까 양 박사 께서 말씀 하셨는데 역시 그 여자하고 연애를 하다가 헤어져 놓으면은 미련이 생긴다 그래요. 그런데 요새 젊은이들은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선 미련이 없는데 지금까지 투자한 돈, 거기에 그 상당한 미련은 느끼는 모양이에요. 저희가 옛날에 연애를 한다고 그럴 때는 남자가 전부 돈을 냈으니까 뭐 그런것도 성립이 되겠는데 요새 학생들은 주로 저 먹은거 자기가 내서 그런 미련 없을 것 같은데 있다고 그러거든요. 그거 왜그러냐 그랬더니 내가 걔만 안그러면 다방에 안가고 말았을건데 집에서 물이나 마시고 그랬을건데 걔 때문에 따라다녔으니까 이거 순전히 내 손해 아니냐. 그러니까 그거 때문에 아주 잊질 못하겠다는 거죠.

- 성태미 양에게 노래를 청합니다. `I will wait for you` 이런.

♬ I will wait for you - 성태미

- I will wait for you 성태미 양이 노래를 했습니다. 성태미 양 지금 노래를 하고 막 자리에 앉았지만요. 그 남모르는 얘기들도 있고 뭐 그렇겠지만은 그 같이 얘기 좀 해줘요. 네?

- 말씀 드릴만 한게 없어요.

- 사실 여러분 방청객 중에 남학생들은 그 성태미 양의 다른 말씀은 다 하셨는데... 뭐 이러고 이러고 머리를 푹 수그리는 성태미 양의 그 인상 이거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근데 뭐 성태미 양이 일부러 그런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한거기 때문에 상당히 인상이 강력하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서구 선생님 께서. 뭐 곰곰이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 그 미련에 대해서 너무 남녀 관계만 해서 이제 좀 구질구질 해 졌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를 말씀 하면은 땅 값이 또 올라갈까 봐서 동네 말씀은 안 하는데 요새 한참 땅 값 올라가는 동네에 삽니다. 근데 우리동네 노인네 한 분이 있는데 자기 할아버지 적 부터 내려오는 밭이래요. 근데 그 밭을 작년부터 비싸게 판다 비싸게 판다 하다가 금년 여름에야 그걸 팔아 버렸습니다. 평당 2만원에 팔았어요. 근데 요샌 그 5만원이 넘어갔습니다. 한 서너달 동안에 3만원이 더 올라갔단 말이에요. 그래 이 영감님이 이왕 팔아서 돈 받고 증명서 해 줘서 도장 찍어주면 고만인데 요새 우리동네에서 그이 미쳤다 그럽니다. 밤낮 자기가 판 밭에가 떡 서서 미련이 남아서 아이고 이걸 안 팔았더면 3만원씩 더 받을텐데. 그 저 왠종일 섰습니다. 이거 애인한테 퇴짜 먹고 선 젊은 사람을 보는 게 낫지. 늙은 노인네가 돈에 그만 구질구질 해가지고 서 있는거 보면 동네에서 명물이에요. 그래 이런것도 아마 미련의 하날텐데 그런 미련 가운데 제일 심한것이 대게 보면은 무슨 범인이 돈을 훔쳐 가지고 도망갔다 하면은 경찰서에선 그 범인에게 애인이 있나 없나 봐가지고 애인의 집에다 모두 거미줄을 쳐 놓더군요. 그것이 뭔고 하니 사람의 그 마지막 심리에는 반드시 애인을 찾아가는 애인에 대한 미련이 아주 그만 활짝 그 피어 오르는 아마 그런 경우에서 그 미련 때문에 애인을 찾아와 보고 싶은 미련 때문에 큰 범죄를 짓고도 손쉽게 잡히는 그런 일이 있어서 경찰서에는 큰 도움을 준다 그런 결론이 나옵니다.

- 네. 결론이 결국 꼭 이렇게.

- 미련에 관해서 연애 얘기가 구질구질하다고 하더니 결국은 또 그런 얘기로 가는데요. 내가 또 얘기 하겠어요. 미련 문학을 전개 합니다. 고금의 시 가운데 걸작은 대게 다 미련 이에요. 여러분 다 알다시피 김소월 시 가운데 걸작 이라고 하는건 뭐 다 미련 아니에요? 가령 `먼 후일` 먼 후일 당신이 찾아 오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그 역시 미련 아니에요? 전부 잊지 못하고. 근데 소생의 작품 가운데도 과거에 젊어서 1923일 9월 1일 작인데. 내가 어떤 애인하고 둘째 애인 이에요. 그 둘째 여인하고 어떤 사정으로 지독한 연애하다 갈렸어요. 그만 갈렸는데 갈릴 때의 광경은 시간이 짧아 얘기 못 하구요. 내가 불란서 말로 그랬죠. 셀피니. 이것이 끝이다. 저 알퐁스 도테가 베르니엘 클래스 마지막 교실에서 한 마지막 말이죠. 이것이 끝이다. 프로시아 군대 진주 함락 셀피니 라고 나왔죠. 나온 다음에 몹시 인생이 허전해요. 그래서 엽서에다 내 그 여자한테 시 한장 적어 보냈어요. 내 지금도 외웁니다. `별 후`라 이별한 뒤에 `별 후`. 발자욱을 봅니다 발자욱을 봅니다 모레 위에 또렷한 발자욱을 봅니다. 알겠죠? 내 가슴에 가슴에 상처가 났다 그 말 이에요. 발자욱을 봅니다 발자욱을 봅니다 모레 위에 또렷한 발자욱을 봅니다. 그 발자욱이 무슨 발자욱 이에요? 어느 날 벗님이 밟고 간 자욱 못 뵈올 그 님이 밟고 간 자욱 혹시나 벗님은 이 발자욱을 다시금 밟으며 돌아오려나. 그 님께서 밟고 간 자욱인데 내가 지금도 그 시를 보면 웃어요. 자식 미련이 남아서. 좀 길어요. 어느 날 벗님이 밟고 간 자욱 못 뵈올 그 님이 밟고 간 자욱 혹시나 벗님은 이 발자욱을 다시금 밟으며 돌아오려나 님이야 이 길로 올 리 없건만 님이야 정녕코 돌아온단들 바람이 물결이 모레를 스쳐 옛날의 자욱을 어이 찾으리 발자욱을 봅니다 발자욱을 봅니다 바닷가의 조고만 발자욱을 봅니다. 걸작이라고. 그런데 내 얘기 하나 더 해 주겠어요. 그 지금 보면 얼마나 유치한 십니까마는 그 때에 나는 걸작이라고 믿었어요. 동경가서 밤낮 밤이면은 저 돌아간 소설가 염상섭 씨 하고 같은 방에 있는데 내 그 술에 취하면 밤낮 그래요. 발자욱을 봅니다 발자욱을 봅니다. 그런데 그걸 내가 염상섭 씨 더러 외우라고 해요. 읽으라고. 원고를 써 가지고서. 그 사람은 시는 취미가 없어요. 내가 억지로 귀를 잡아 당기고 내리 누르면 읽습니다. 그 양반이. 바차욱을 보미아 바차욱을 보미아 모레 위에 토렷한 바차욱을 보미아.

- 네. 양주동 박사 께서 늘 그 여운이 있는 말씀을 해 주시지만은 아직도 귓전에 남아있는 말씀이 있는데 그 누구의 작품이라고 그러셨던가. 그 상대방 쪽에서 저 쪽에서 상당히 그 묘령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오더랍니다. 그래서 이쪽에서는 허술한 그 남성 차림이 그 오른손 쪽에 그 불꺼진 담배를 갖다 데면서 그 여인에게 얘기 하기를 당신의 그 사랑에 불타는 눈동자에 담뱃불이나 좀 붙이고 싶다는 그런 얘기를... 그 누구 작품 입니까? 양 선생님. 누구 작품 이에요 그거.

- 아무리 ..이라도 우연히 잊었노라.

- 아 이번에 우리가 그 좋은 뜻의 그 미련 얘기를 했는데 그 미련 없이 헤어지는 절연하는 이거 좀 너무 상막하게 제안 해 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만은 김두희 선생님께서.

- 갑자기 또 섭섭한 얘기로 들어가는거 같습니다. 근데 지금 뭐 얘기가 연애 얘긴데 젊은 사람들이 그 절연을 한다 절교를 한다 이럴 때는 남녀 관계에선 말이죠 이제 저쪽이 너무 소극적으로 나오니까 이런 절연장이라도 보면 그 때는 안되겠다 해서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가지고서 하는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그 어떤 사람이 절연장을 여자가 남자 한테 보내는데 이렇게 썼다고 그래요. 이것이 선생님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입니다. 이제부턴 편지도 안 드리겠습니다. 물론 전화도 안 드리겠습니다. 전화도 걸지 마세요. 만나지도 않겠습니다. 왜그러냐. 그 이유에 관해서는 요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말씀 드리겠습니다.

- 단골 손님 이서구 선생님, 양주동 박사님, 김두희 선생님 말씀 들었습니다. 새 손님 박창혜 박사님께 화순을 드리겠습니다.

-그 미련을 내 던지고 만나지 말자고 그래도 또 만나 지는건 사실 인데요. 그래서 나는 여기 앉아서 오늘 배우는 거 참 많은데 이렇게 살아 볼려고 합니다. 미련을 가지는 것은 욕심쟁이 인데 그 욕심을 부리지 않고 사는 미련이 뭘까. 미련한 놈이 돼가지고 미련을 잊고 두더지 처럼 미련하게 살리라. 그렇게 생각 합니다.

- 네. 상당히 그 여운있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결국 그 인생의 유전 이겠지요. 다음에는 노래 손님 청해 노래를 듣는데 캐리부룩 두 분에게 `흘러가는 것` 이라는 노래를 청합니다.

♬ 흘러가는 것 - 캐리부룩

- 캐리부룩 두 분의 노래 `흘러가는 것` 이었습니다. 날씨가 차가운 그 겨울의 마루턱에서 훈훈한 젊은이들의 분위기 속에 즐겨 본 237회 공개방송 유쾌한 응접실 오늘은 학문의 전당 연세대학교를 찾았습니다. YBS 연세교육방송국 개국 8주년을 축하 합니다. 오늘 얘깃 거리는 `미련` 이었는데요.
지금까지 프로듀서 박재곤, 기술 이선주, 반주 노명숙 씨가 지휘하는 동아방송 전속 경음악단, 사회에 전영우 였습니다.
해태제과 제공 공개방송 유쾌한 응접실을 마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 합니다.

(입력일 : 2007.08.17)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