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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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유쾌한 응접실
제멋에 산다 - 멋이라는 것은 애써 내려고 애쓸수록 감점
제멋에 산다
멋이라는 것은 애써 내려고 애쓸수록 감점
1966.01.02 방송
국내 최고의 석학과 지성인들이 고정출연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던 ‘유쾌한 응접실’은 동아방송 개국 때부터 폐국 때까지 계속 방송된 ,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방송시작 때부터 10여 년 동안 청취랭킹 3위 이내를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으며, 교양적 요소와 계도적 기능을 화합시켜 오락프로그램의 품위에 질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골손님- 이서구, 양주동, 김두희
새손님- 구자헌, 유기천
노래손님- 박재란, 최희준, 이미자, 김상국, 성재희

- 희망과 ...이 있을 새해 1966년을 맞으면서 노래와 유머 그리고 웃음이 있는 유쾌한 응접실 139회 막을 올리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신년특집 방송으로 꾸며보는 유쾌한 응접실. 이번에는 장충동에 자리잡고 있는 중앙공무원 교육원 대강당에서 여러분을 방청객으로 모신 가운데 즐기게 됐습니다.

이 시간에 나와 주실분은 단골에 이서구씨, 양주동씨, 김두희씨, 새손님에 중앙공무원 교육원 교수부에 계시는 행정부이사관 구자헌씨, 그리고 학생장으로 수고해주신 총무처 인사과장 유기천씨, 사회 전영우 입니다.
그리고 오늘 화제는 `제멋에 산다` 이런걸로 정했습니다.
그럼 첫 번째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가수 김상국씨 노래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박수로 호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래는 `블루베리 키리` 입니다.

♬ 블루베리 키리 - 김상국

- 이번에 김상국씨에게 노래 하나 더 청하겠습니다. 이번에 무슨 노래를 불러주겠습니까.

- ` 여기 이 사람들`.

- 네. 김상국씨의 노래를 여러분이 들으셨습니다. 그럼 저 양주동씨께서요 같은 단골이신데 이서구씨의 멋이 어디있는지 양주동씨께서 이서구씨의 멋을 한번 찾아 주셨으면 합니다.

- 역시 그 분의 멋은 수수하고도요 은근하고 또 묘하세요. 또 얘기 잘 하고요. 얘기가 구수해요. 그게...

- 멋이있다고 생각...

- 나보다는 멋이 좀 들있어요. 내가... 물론 이 양반 멋있었습니다만 한가지 얘기할 것은 멋이라는 말을 들을 적에 애국심을 말합니다. 그 애국심이라는고 하니요 그 멋이라는 말이 별다른 말이 아닙니다. 맛이라는 말입니다. 맛.

맛이라는 말이 머 해가지고 멋이 된건데 그 간단한 거에요. 맛 그런걸 멋 그러면 그 의미가 심장해 지는데 근데 어째서 애국심이라 하냐면 그 멋이라는 말의 진가를 우리 한국 사람끼린 금방 알아요. 뭐 이심전심으로 설명안해도. 외국사람들은 심히 힘듭니다.

내가 언젠가 저 연세대학교에서 그 얘길 했는데 그 박사과정에 들어와있는 외국사람이 강의를 하는데 마침 그 시조를 강의하게 됐어요. 시조는 다른시조 아니에요. 사랑이 어떻더냐 둥글더냐 모나더냐 무슨 길더냐 짧더냐 밟고 남아 재겠더냐 구태여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몰라 하노라.
사랑이 뭐냐 길더냐 짧더냐 이게 모나더냐 둥글더냐 그 기가막힌 소린데 우리 한국사람이 들으면 참 그 사랑에 무궁무진한 멋이 있는데 이 사람 도저히 못 알아 들어요. 눈이 멀게 가지고 있길래 내가 영어로 했죠. "What is love. It is long or round?" "I don`t know."

글쎄 그게 무슨 소리냐. 넌센스라 이래요. 그 무슨 멋이냐. 번역할 수 없는게 멋이다. 그러나 taste라 해도 안되고, 맛이라고 해도 안되고, style 뭐 온갖말을 내가 있는vocabulary를 다 해봤지만 도저히 그 사람이 못 알아들어요.
난 멋이 원래 없는 사람이지만은 나도 그 스스로는 멋쟁이라고 생각합니다.

- 네. 난 또 저 이... 양주동씨께서 자기 스스로 그렇게 얘기하시기가 어려우실거다해서 딴 분의 얘기를 준비를 스스로 하고 있었는데 준비한 분이 얘기를 못하게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희 김상국씨 한테 마이크를 돌려가지고서 김상국씨가 생각하는 멋있는 여성이라고 그러면은 어떻게 그려보시겠습니까. 한번 마음껏 그려봐 주시기 바랍니다.

- 여자 전부다가 멋이 있습니다. 아직 총각이기 때문에.

- 아직 총각이기 때문에 여자라면 전부 멋이 있다고 보신다구요. 박재란씨가 생각할때요 멋있는 남성은 어떻습니까. 반대로 좀 얘기를 해주신다면요.

- 글쎄요. 저는요. 멋있는 분이라는건 물론 외모를 깨끗히 해서 멋이 아니라요. 내부에서 풍기는 멋이 아주 진짜 멋이라고 생각해요.
외부로 옷을 이렇게 깨끗히 입고 넥타이를 쫙 매고 기름을 쫙 바르구요 그렇다고 멋있는게 아니구요. 이렇게 스봉도 허순하게 입고 옷도 허순한데 어딘지 모르게 멋있는 분이 있거든요. 저는 그런 멋을 참 좋아해요.

- 네. 이렇게 얘기하는 도중에 옆에 앉아있던 김상국씨가 엄지손가락으로 자기를 가슴을 가리키면서 나 아니냐고 그런식으로 얘길하는데.

- 실은 제가 오늘 괜히 머리 물칠을 하고 왔어요. 이게 기름이 아니고 물입니다. 실은 멋은 저한테 다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성의 멋은.

- 그러고보면은 양주동씨하고 김상국씨 하고도 어떻게 상통되는 점이 하나쯤은 있지 않나 이렇게...

- 아니 그 삼국지에요. 조조가 앤득이 불러가지고서 청매자가지고 가는 장면있죠. 매화이름 그리고서 술을 마시면서 천하의 용을 하라고 하니까 처음에 미비가 하북의 ...가 그러냐 하남의 원숭이가 그러냐 그러니까 조조가 웃으면서 그까짓거 문제가 안됀다. 그래가지고 될 도리가 없거든요. 그냥 모르고 하는 소리라니까 조조가 웃으면서 천하의 용은 사군이 고향이라. 천하의 용은 그대와 나 뿐아니냐 이럴 때 천하의 멋쟁인 김상국씨하고 나뿐이로구나.

- 네. 이번에 그러면은 노래손님의 노래를 청해 듣기로 하겠습니다. 이미자씨가 나와서 노래를 불러주겠습니다. 박수로 호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 이미자

- 네. 이미자씨의 노래를 여러분이 들으셨습니다. 오늘 초대된 손님으로 구자헌씨, 유기천씨 두분이 계십니다.
구자헌씨 께서는 부인이 제일 멋있다고 느낄 때가 어느땝니까.

- 별로 느껴보질 않았는데요. 근데 이 부인은 그저 같이 평생 사는 반려로 알고 이제 그렇게 무관심하게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솔직한 말씀이지. 지금 제가 아주 가장 멋있다고 느끼고있는 분이 한 분 옆에 앉아 계신데 성재희양이 옆에 앉아 계신데 지금 제가 다정다감한 생기긴 뚱뚱하게 생겼습니다만 상당히 다정다감한 남잔데 상당히 지금 멋을 느끼고 감정적인 어떤 그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 있습니다.

- 네.

- 근데 만약 제 멋대로 하라면은 참 붙잡고서 키스라도 하고싶은 그런 충동이... 금할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목이 제멋대로 산다 그랬으니깐 그렇게 해도 괜찮습니까?

- 이렇게 돼니까는 제가 질문을 받은 사람이 됐습니다. 저, 성재희 양이요. 성재희양은 지금 구자헌씨께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거기에 대해서 성재희양이 뭐 또 얘기가 조금 있을것 같아요.

- 저는 이거 너무 엄청난 말을 들었기 때문에 괜히 이상해집니다.

- 그니까 이상한 분 옆에 이상한 분이 앉아 있군요.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유기천씨 께서요. 유기천씨 께서는 그 책임 맡으신 것이 인사과 책임 맡으신거죠?

- 그렇습니다.

- 네. 총무처에서 인사과장 이시면은 대단한 직위로 저희들은 알겠습니다. 근데 유기천씨 자신께서 생각하시기에 그래도 내가 이런때는 멋이 있는게 아닌가 그럴 때가 대게 어느땝니까.

- 뭐 현재 280여명을 대표해서 단상에 올라온 기분은 과연 이건 내 멋에 사는거 같다 하는...

- 네. 유기천씨께서는 말씀을 하시지만서도 천천히 이따금 자중하시면서 겸손하시면서 말씀을 하시는데 체구로 봐서는 약간 뚱뚱하신 편인데 그런데도 그렇게 다정다감 하십니다. 아까 그 구자헌씨 말씀 말만따나.
오늘 어떻게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는 다정다감하신 분만 둘이 초대 됐습니다.

- 구 교수께서 말씀을 먼저 하신 것처럼 내 옆에도 박재란씨가 앉아있는걸로 알고 있는데 마음이 좀 애띠어 지는것 같습니다.

- 네. 넌즈시 거닐어 주셨습니다. 구자헌씨의 경우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데 지금 유기천씨의 경우는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것 같습니다. 그게 아마 성격이 차이 같아요.

- 멋은 풍긴다는 거죠.

- 네. 멋이 풍긴다.

- 풍기는 멋이죠.

- 풍기는 멋. 참 아까 구자헌씨의 멋은 어떤 멋입니까.

- 그건 맛이구요. 맛.

- 그럼 양주동씨 께서는 어떻게 채점 하시겠습니까.

- 아까 내가 맞았죠. 맛은 양성적이구요 멋은 음성적이라고. 음성적인것이 역시 함축은 있습니다. 슬슬 웃으면서 그게.. 맞았죠.

- 그러니까 맛이라는건 양성모음이고 멋이라는건 음성모음이다. 역시 음성모음쪽인 그 멋이라는게 좋은거다 이렇게 보시는거죠?

- 네. 네. 깡충깡충 하는거 보다는 겅충겅충...

- 깡충깡충 보다는 겅충겅충.
네. 저 가끔가다 유쾌한 응접실에서 이서구씨께도 때로는 결례가 될 것 같은 그 선까지 가서 제가 어떤 질문을 드릴 때가 있는데 늘 그 뭉긋한 사랑얘길 잘 해주십니다.
근데 이서구씨 께서는 그 내외분께서 생활하실 때에 서로 그 멋있다고 느끼실 때는 언제가 될런지요.

- 뭐 아마 제 아내는 절 아마 훌륭한 멋쟁이를 얻어서 과만하다 생각할지 모릅니다만은, 제가 아내에게 멋을 느낀다는것은 극히 드뭅니다.
아내는 처음에 연애할 땐 멋쟁이로 다 뵈요. 연애할 적에 멋쟁이로 다 뵈면 그건 하나의 과대평가 한거니까 그거는 실질적인 채점은 안됩니다.

결혼한 뒤부터는 남자는 제멋대로 전 또 명색이 예술한답시고는 그러니까 멋을 부린답시고 나서는데. 살림하는 아내는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는 집안 아내들이 제일 멋있을 땐 요새 그 멋을 느껴봤는데요. 오늘 아침에도 그랬는데 손자를 낳아가지고요 돌이 지나서 한참 할머닐 따릅니다.
근데 이거를 업구설랑은 제가 자는 방을 들어와서 손자 얼굴을 좀 만져보랄적에 그 때 그 얼굴을 보니까는 `아, 내 아내가 벌써 손자를 봐가지고 저렇게 내 집안에 아주 이제 완전한 여주인이 됐구나.` 이러다보면 그 내 아내의 손자를 안은 얼굴이 연애하던 시대의 얼굴보다 더 어여뻐 뵈는게 거기서 멋이 있지 않을까요?

- 저, 박재란씨 아직 노래는 안하고 있습니다만은. 박재란씨는 보기에요 사람의 그 얼굴도 다 관계 되겠지만은 체격만 놓고 우리가 생각한다면은 뚱뚱한 편이 멋이 있습니까 호리호리한 편이 멋이 있습니까.

- 저의 경우요?

- 네. 남자가.

- 좀 이렇게 몸이 이렇게 풍신하고 뚱뚱하신 분이 좋아요.

- 박재란씨 고맙습니다.

- 저는 박재란씨가 얘기하는 거는 옆에 앉아계신 유기천씨 한테 얘기하는거 같은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몇발치 멀찌감치 앉아계신 이서구씨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하시니.

- 아니, 먼데서 하면 일찍 신청해 둬야죠.

- 그렇지 않아도 우리 애들이 가끔 테레비를 박재란씨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박재란씨 박재란파다 하는 이런 얘길 가끔 하는걸 들었습니다.

- 아버지의 마음은 어느 팝니까.

- 역시 오늘 이 자리에 나와서 박재란씰 만나게 됐는데 역시 마음이 흐뭇하는 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 네. 그러면서도 어느 파라는 얘기는 안하시는군요. 상당히 간접적이신 멋이있는 분이십니다.
그러면 저희 최희준씨에게 이번에 노래를 하나 청하겠는데요. 노래가 상당히 그 생각해야 할건데 사실은 뭐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최희준씨에게 `엄처 시하`라는 노래를 하나 청해보겠습니다. 여러분 박수로 호응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엄처 시하 - 최희준

- 최희준씨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최희준씨 옆에 앉아있는 성재희씨는요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합니까.

- 물론 노래를 하니까 가수라고 해요.

- 직업을요. 근데 지금 이 직업말고 멋있는 직업을 하나 택해 보시오 그러면은 어떤 직업을 택하겠습니까.

- 멋있는 직업하면은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 멋있는 직업이겠죠. 근데 저는 요근래에 만족을 느끼고 있으니까 멋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 멋있는 직업이 현재 직업이다.

- 제가 생각하기에도 멋있는 직업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음악과 관련이 있는데. 제가 다시 태어난다면 작곡가가 되고 싶어요. 그게 멋있는 직업일거 같아요.
다른 직업은 하다가 말면은 아무것도 안돼고 마는데 작곡은 하다가 말아도 미완성 교향곡. 괜찮습니다.

- 근데 제멋으로 하는 걸텐데 우리가 보기에는 가관인것도 많을 것 같습니다.
네. 구자헌씨 혹시 그런거 생각해 보셨는지요. 자기 멋인데 우리가 보기엔 가관인것.

- 이 멋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 제멋대로 산다 그래서 아까 잠깐 제가 실례의 말씀을 숙녀한테 드렸는데 실상 가끔 우리가 종로를 지나가다가 미인이 하나 지나갈 때 `야, 멋있다. 한번 같이 포옹이라도 하고 싶다.` 하는걸 느낄 때가 많은데.
만일 그 멋데로 살아보면 어떻겠느냐. 실지로 종로 바닥에서 그렇게 부둥켜 안고 해봤자 상대방에게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리는...

그러다 보면은 망신이나 당하고 마는건데 유치장 살이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상당히 몰매를 맞거나 그러는건데 제멋대로 사는것도 어느정도 한도가 있지 않겠느냐. 사회 통념에 비춘다던지 사회 규범이라든지 율법에 비추어서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이런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아까 제가 그 생각이 났던것은 지금 상당히 그 율법에 비추어서 억제를 하고 있는 겁니다.

- 네. 그렇죠. 사실은 그 자유라는것도 방종을 의미하는건 아니니깐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유기...네.

- 자기는 멋있어서 하는데 남이 봐서 우스운거 있죠. 우리나라의 해방 후에 특히 그런거. 말할 때 외국어 많이 섞는거요. 자기말에. 우리말 반 정도에 영어, 일본말, 독일어, 불어 이렇게 다 섞어가면서 하는 사람 있죠. 고 길 코너에서 고 티룸에 들어갔더니 말이야 미스터 리의 리라고 그러죠. 미스터 리의 피앙새가 앉아 있잖아. 그래서 왠일이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뭐 피앙새하고 뭐 인게이지먼트가 있다고 그래서 나왔다고.

그래서 나 레지한테 메모지 한장 달라고 그래서 볼펜달라고 그래서 다시 그럼 만난다 그러고 좀 기다리라고 그러고서 그러고 나왔다고. 우리말 써도 될텐데 자꾸 그런 그 영어 불란서어 또 그런 사람 일수록 그러말 잘 모르는 사람 입니다.
그래 잘못해서 그 사람 스케일이 큰 사람이다 할때, 그 사람 스케쥴이 큰 사람이다... 많이 들어요.

- 정말 말을 제대로 활용해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자기 딴에는 그게 멋일겁니다. 확실히.

- 자기는 멋으로 쓰는데 그렇게 되는...

- 그럼 그냥 멋으로 봐주시지 그걸 왜 꼬집으십니까.

- 그거는 또 꼬집어야 될 경우가 있습니다. 버스간 같은데서 여자들 자기 멋으로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데. 그 자기 멋이죠. 그런데 남에게 피해가 가거든요.
저 같은사람 그 발잔등이 좀 높은데요. 또 보신분은 아시지만 좀 말라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밟히면 굉장히 아파요 거. 그런경우에 한마디 미안합니다 라도 해주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고 당연한 것처럼 지나가는 여자가 있어요.
그럴 때 홱 돌아보고 한대 갈길라 그랬다가도 그저 얼굴 예쁘면 그만두고 그러는데.

- 근데 저 박재란씨의 경우는 어때요. 박재란씨가 남성을 볼 때 말이죠. 그 남성이 무척 그 멋을 부리는것 같은데 박재란씨 눈에는 그 가관으로 느끼실 때 그런 때 있지 않겠습니까 혹시.

- 네. 근데요. 저는 무대 생활을 하니깐요. 무대 계통에 있는 분들을 얘기 하겠는데요. 인제 그 얼굴이 굉장히 검은 사람들이 있어요.
근데 이제 나가야 될텐데 화장은 해야 되겠거든요. 그러니까 그 어울리지 않게 말이죠 거기다가 분을 많이 바르구요. 그럴 땐 얼굴이 푸르죽죽하구요. 또 그냥 기름을 덩어리로 바르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걸 보면 멋이아니고 가관이라고 생각해요.

- 그게 뭐 무대 화장이니깐 그럴 수 있겠죠. 최희준씨는 대게 무대화장은 어떻게 합니까.

- 제가 노래부르기 시작한지가 꼭 10년 됐는데요. 아직 분도 안 발라봤고 화장을 한 번도 안해봤어요.

- 네. 근데 최희준씨는 꼭 그렇게 머리를 짧게만 깎는데 그 이유는 어디있습니까.

- 뭐 이유 특별한 거 없구요. 우선 이발소에 자주 안가게 되구요. 또 기름을 안 바르니까 퍽 경제적이고 벼갯잎이 더럽지 않으니까 집사람한테 칭찬을 받게 되구요.
여러가지 이유로 머리를 짧게 깎습니다.

- 그리고 최희준씨 넥타이를 흔히 매지 않는 이유는 어디있습니까.

- 넥타이를 매면요 넥타이를 매면 아주 그 꼭 필요한 경우 외에는 제가 매지 않는데요. 넥타이를 매면 노래할 적에 목이 큰소리를 지르거나 할 적에 커지거든요. 그럴적에 굉장히 불편해요.

- 네.

- 그리고 자꾸 타이를 매면 앞으로 신경이 쓰여서요. 뭐라고 할까요. 왜그런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넥타이 매는건 별로 좋아하질 않아요.

- 네. 이서구씨 께서는 그런 점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 그 뭐 제가 그런거 안다고 나온일이 없는데 자꾸만 물어보시니까.
지금 최희준씨 말씀하신것은 그건 진짜 멋쟁이 소린데요. 이 멋이라는 것은요. 애써 내려고 애쓸수록 그건 감점 받습니다.
아주 결혼식장 나가는 새신랑같이 나가요. 그 결혼식장 나가는 새신랑은 멋쟁이 아니라 인형입니다. 신랑의 모형 그대로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걸 남편으로 알고 살진 않아요. 그걸 벗어버리고 수수한 옷 입고 머리 더부룩하고 구수한 소리를 하고 그냥 떠드는 그런 사내를 아마 부인들은 좋아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멋이라는 것은요. 돈이 많아도 멋쟁이가 안돼는 것이구요. 뭐 교육을 많이 받아도 멋쟁이가 안돼요. 몸에서 우러나는 풍겨나는 멋이 있어야 합니다.

헌누더기를 입었어도 멋쟁이는 멋쟁이로 보입니다. 그렇지만은 아무리 신흥재벌이 바짝 누르고 쌩쌩하고 다녀도 에이 촌놈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그럼 내가 훨씬 멋쟁이 같은 생각이 들어서 우쭐하는데요. 이거는 멋쟁가 아니면 느끼지 못하는 하나의 특권 입니다.

- 사전에도 보니깐 멋이라고 하는건 첫째, 방종한 기상이더군요. 둘째는 풍치있는 맛, 셋째는 사물의 진미. 그런건데 그게 지나치면 기한과 기별 기특한 행실과 이상한 야릇한 버릇. 수박에 간장도 쳐 먹고. 난 수박에 간장을 쳐 먹어도 찬성편입니다. 제 취미에 살면 그만이니까. 또 넥타이도 뒤에서 매고.

- 진짜 멋쟁이는 목욕탕에가서 막걸리를 먹는 사람일거 같군요. 지금 말씀 다 들어보니까 아무것도 없이 그저.

- 그정도로 얘기를 해서 지금.

- 근데요. 아까 멋에대한 분류가 나왔는데요. 멋과 맛을 이렇게 분류했는데 맛은 양성적이고 멋은 음성적이다 이렇게 하셨는데 전 이설이 있습니다.
맛은 음식 맛이 맛이고, 멋 중에 양성적인게 있고 음성적인게 있는거 같애요. 근데 이 우리 참 존경하는 양주동 박사 같은 분은 분류하자면 양성적인 멋에 속하는거 같애요.

근데 저같은 사람은 음성적인 멋에 속하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어째서 그러냐 물론 옆에 어떻게 다행히 미녀가 한 분 오셨으니까 잠깐 느껴본 것 뿐이고, 사실 그 행동을 보면은 자의 반 타이 반으로다가 좋은 자리 다 내 놓고서 정말 국물도 없는데 와서 3년동안 백묵가루 마셔가면서 이렇게 강태공이가 옛날에 곧은 낚시를 당궈 놓고서 재능과 웅지를 갖다가 발견해서 문주왕이 주문왕인가요? 참 등용할 때를 기다리듯이 이렇게 참고 기다리는 이 멋.

- 이건 음성적인 은은한 멋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근데 유독 다른 그 재밌는 얘기도 있을텐데 방청하시는 여러분께서는 지금 구자헌씨의 그 얘기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시는 까닭은 어디에 있습니까.
뭐 대략 짐작이 갑니다만은. 이번에 박재란양의 노래를 여러분이 박수와 함께 청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재란양이 불러줄 노래는 `진주 조개` 입니다.

♬ 진주 조개 - 박재란

- 박재란씨의 노래 `진주 조개` 였습니다. 이번에 박재란양에게 은근히 `추억의 남촌강`을 청해 보겠습니다.

♬ 추억의 남촌강 - 박재란

- 박재란씨의 노래를 여러분이 들으셨습니다.
모두가 다 제멋에 사는것이 우리들 인생인데도 불구하고 가끔가다 보면은 뜻하지 아니한 그 굴레를 우리가 쓸 때가 있습니다.
유기찬씨 그러니까 금년이 병오년이니깐은 말띠 해겠죠.

- 네. 금년이 말띠해 입니다.

- 그래서 금년에 따님을 보게 될 분들은 좀 과히 그렇게 좋게 생각을 안하시는것 같더군요.

- 대체로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 네. 근데 말띠면 어떻다는 얘깁니까. 여자가.

- 대게 뭐 말띠게 되면 고조 팔자가 사납다...

- 아마 대게 여자도 말띠일 경우에는 고조 팔자가 아마 사납게 되는 그런수가 많은 모양이죠?

- 네. 그런 모양입니다.

-네.

- 근데 그것은 하나의 옛날 나온 얘기고, 오늘날에 와서 말띠라고 해서 팔자가 사납다고 하는것은 말에 어패가 있지 않느냐 이렇게 생각 돼는군요.

- 남자가 말띠일 경우엔 어떻것 같습니까.

- 남자 말띠는 좋다고 하는거 아니겠어요? 옛날...

- 네. 유기천씨의 띠는 어떻게 됩니까.

- 제 띠는 토끼띱니다. 죄송합니다.

- 말띠 여성이 나쁘다면 여성 자체가 나쁘다는것 보다도 그런 아내를 얻지 않는다 여기서 이제 말썽거리가 나온 모양인데 그래서 이조 오백년 소년보래기라고 27대왕 중에 그런 말띠 부인네를 얻지 않은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리가 없다. 다 안얻었을거다 이런 생각으로 소년보래기라고 우리나라 오백년 이조의 족보책을 뒤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무려 다섯분이 말띠에요. 그 만일 그것이 우리나라에서 말띠 여성이 시집가면 헤롭다고 그랬으면 왕이 맘대로 자기 백성들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여잘 자기 멋대로 골라서 데리고 사는판인데 왜 하필 말띠를 얻습니까.

이것이 일본에서 온것이 확증이 거기서 드러났어요. 더군다나 산 증거로는 지금 저기 창덕궁 안 낙선재에 계신 승종황제의 황후 되시는 윤씨요. 윤태경씨의 따님이시죠. 지금 칠순 노령에 계시지만 그 어른도 말띠십니다.
그러니까는 왜 나라에서 말띠 여성이 나쁘다면 왜 나라왕이 다섯분씩이나 이조 오백년에 27대왕 중에 다섯분이 말띠인 여성으로 봐서는 이건 분명히 일본에서 온 것이고 이걸 충성하는건 요새말로 정말 일인에게 아부하는거요 저자세요 굴욕적입니다.

- 듣던 말중에도 저 님의 말씀은 정말 아주 굉장히 사길로 빠집니다. 근데 고증까지 하셔가지고 양박사도 소년보래까지는 자세히 조사 못했는데 소년보래를 다 조사하다니...

- 고것만 모르셨죠 고것만.

- 근데 대게 멋에대한 얘길 하면서 좋은 얘기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저희 김두희씨 께서는 좀 날카롭지 않은 편이 아니시기 때문에 저.. 그 꼴불견이라고 그럴까요? 자기는 멋있는지 어떨런지 모르겠습니다만은 그런걸 좀 한번 열거해 주셨으면.

가령 그 여름철 같은 때 여관에 투숙하고 계신분이 담배를 좀 누구에게 부탁해서 사올 수도 있건만 잠옷 바람에 거기서 한 50미터까지 100여미터까지 나가서 사가지고 온 경우라던가 이런건 그 멋이라곤 볼수 없지 않겠어요?

- 지금 파자마 잠옷 얘기가 나왔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보면 잠옷 입고서 여름에는 개 끌고 산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게 본래 잠옷이라는건 잘 때 입는건데 우리나란 정작 잘 땐 벗고 자거든요. 그것도. 그래서 그거 참 이... 잠옷 바람으로 거리에 그 산보하고 목욕탕까지 가는건 좀 자기 멋있어서 나도 파자마 가지고 있다 하는 자랑으로 하는지는 몰라도 거 좀 삼가해 줬으면 좋겠어요.

- 네. 아주 이왕 옷 얘기가 나왔으니까 내가 좀 세치길 좀 해야되겠어요. 안빈낙도 낙천주의도.. 제일 스스로 자랑하는건 옷에 무관심이에요. 까짓거 뭐 모시적삼 입고서 아무 관청에도 다 들어가고... 한가지 얘길하죠.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아까 그 박재란씨께서 어떤 남성이 좋으냐 제가 얘길 할께요. 멋진 남성인가 박재란씨가 좀 비판은 좀 해주세요.

1926년쯤 됩니다. `문주반생기`라는 책의 유명한 일절 입니다. 돈이 떨어졌어요. 동경으로 유학을 갔는데요. 돈 한푼 없어요. 어느 신문사에서 돈을 30원을 원고료로 미리 받아가지고 차표를 사가지고 동경까지 갔는데 시모노세키 하관가서 차표를 잊어버렸어요 고만. 만져보니깐 돈 50전밖에 없어요. 지금 같으면 주저앉았지만 그 때는 50전 가지구서 영화를 쓱 구경했죠.

역장한테 부탁했죠. 내가 차표를 잃어버렸는데 줍거는 보관해 두라고. 떡 구경하고 나와서 물어봤죠. 차표 발견 되었느뇨. 네. 발견되었습니다. 암 그럴테지. 대단히 잊기 어려운 일이외다. 아리가따이라는 말이 잊기 어렵다는 말이죠. 대단히 잊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래서 동전 한 푼 없습니다. 차를 탔는데 삼양선을 타고 동경까지 가는데 처음엔 일본에다 뚱뚱보에다가 잔뜩 날치데요. 대단히 불쾌하더군요. 한잠 자고 일어나니까 그 여자는 내리고 광도 부근인데 왠 아름다운 여성 둘이 내 옆에 탔서요.

찻간은 좁은데 차 폭이 좁습니다. 내가 가운데 앉았죠. 근데 아주 미인이에요 둘다. 하나는 난초고 하나는 국화고 뭐 그렇데요. 뭐 좌부인 우부인 입니다. 내가 갑자기 아라비아 왕자나 될 모양으로 기분이 좋아서 차가 좁으니까 자연...끄네요. 그래서 좌켠 팔로 난초를 끼고, 우켠 팔로 국화를 끼고 지냈죠. 근데 그 다음날 아침에 화장실엘 갈려고 차가 좁은데 엎드리고서 기어가는데 모두 그 여자들이 날 보고 웃어요. 그러니까 내가 왜 미남자가 됐느냐 어째서 날 보고 웃느냐. 그 때 정말 내가... 초사에 중국 초사 글이 있습니다. 초사에 내가 평생 멋진글이 뭐라고 하는고 하니.

만당의 민읍에 당에 가득한 홀에 가득한 미인이 죽죽 앉았는데 홀도 요의 목성이로구나. 만당에 미인들이 수백명이 앉았는데 나와 문득 눈이 맞았대요. 목성이라 눈목자에 이룰성자. 하고 많은 여성들 가운데 그 여자가 날보고 눈이 맞았거든요. 이게 참 멋진일인데. 그 때의 그 멋진 취미를 그 때야 깨달았어요. 아 그 모든 여자들이 날보고 자꾸 웃거든요. 이게 왠일이냐. 내가 화장실에 가서 나오는길에 명경에서 들여다 봤죠. 아, 내가 입술이 잘생겨서 웃는가 왜 웃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까 얘길 간단히 하죠. 알고 보니까 내가 미남자가 돼어 웃는게 아니라 내가 골덴바지를 입었는데 속에 속옷을 안입었어요. 근데 그 좁은 찻간에 부비는 바람에 골덴바지의 뒤꽁무니가 전부 찢어져 내려갔어요. 엉덩이가 전부 노출이에요. 엎드리고 기어가니까 그게 전부 노출되거든요.

그래서 그 여자가 날 보고 웃는걸 난 미남자가 된줄알고... 그래서 동경역에 내리니까 가을 바람이 몹시 선선하더군요. 이만해서 멋진남자를 박재란씨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 그건 멋이 아니구요. 실례되는 말씀 같지만요. 그런건 가관이라고...

- 아니요. 박재란양도 문장을 하시는데요.
이번에 저 성재희씨에게 노래를 청해보겠습니다. 여러분 박수로 호응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가시돋힌 장미`를 불러주겠습니다.

♬ 가시돋힌 장미 - 성재희

- 네. 계속해서 한 곡 더 청하겠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앙콜이 아니고 구자헌씨 개인의 앙콜입니다. `노을이 타는데`

♬ 노을이 타는데 - 성재희

- 1966년 병오년을 맞아서 첫 공개방송으로 얘기와 노래를 들으면서 즐겨본 139회 유쾌한 응접실.
오늘은 장충동에 있는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제멋에 산다`는 화제를 가지고 진행했습니다.
얘기 손님에 이서구씨, 양주동씨, 김두희씨, 구자헌씨, 유기천씨.
노래 손님에 박재란씨, 최희준씨, 이미자씨, 김상국씨, 성재희씨.
사회에 전영우 였습니다.
신년 특집으로 마련한 유쾌한 응접실을 마치겠습니다.

‘여자’에 대한 이야기 ‘입’에 대한 이야기


(입력일 : 200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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