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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0시에 만난 사람
정인섭(중대 대학원장) - 어릴때 잠이 많았어요
정인섭(중대 대학원장)
어릴때 잠이 많았어요
1966.11.02 방송
(음악)

0시에 만난 사람. 오늘 0시에는 중앙대학교 대학원장 정인섭씨를 모셨습니다.

- 정박사님 안녕하셨어요?

- 네네, 안녕하세요.

- 네, 선생님 바쁜 강의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시간에 정박사님 모셨다고 하면은 선생님과 친한 청취자 여러분들은 오늘은 어떤 재미난 말씀을 많이 해주실까 기대를 하겠는데요. 요즘 학교에 중앙대학교 캠퍼스내에는 단풍이 아름답지 않은가? 생각이 드네요.

- 그럼요. 단풍이 아름다운데.

- 네.

- 그 단풍이 그냥 그대로 있어주었으면 좋겠는데 단풍이라는건 떨어지는거 아닙니까?

- 아, 그렇지요.

- 마음이 서글프지요.

- 네. 낙엽져서.

- 네네. 인생도 왜 영원히 살지 못하고 떨어지느냐? 그런 생각을 제가 머리가 하얗게 이래 될때에 말이지요, 거울을 들여다 보고 한숨 짓는 때가 있어요. 제가.

- 헤헤.

- 그러나 이 백발이 말이지요.

- 어릴때 철없는 꿈이 많은.

- 네.

- 그때부터 시작되었지요.

- 선생님은 훌륭한 강의로 훌륭한 제자를 키워놓으셨고요. 좋은 글을 남기시고 하니까 낙엽처럼 허무하게 져가는것만도 아니잖아요. 뭐, 위로라고 하는건 아니지만요, 선생님께서의 그 생활에 남는 뒷일 그런것이 뭐 보람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 예. 그 제가 막 0시에 곡 읽어갈때에 어두워서 라는 시인이요.

- 네.

- 자기가 어릴때에는 그 하늘에 무지개를 보고 괜히 마음이 뛰어 놀았거든요.

- 음.

- 그리고 이제 크게 되니까 여전히 그렇다. 마음이 무지개 보면은 기분이 좋다. 늙어도 무지개 보면은 마음이 뛰어 놀도록 그렇게 천진하게 되었으면 하는 그런 시가 있습니다.

- 네.

- 그런데 또다른 시를 보면 그 사람이 어릴때 보던 산천과 아름다운 이 자연이 말이지요. 왜 예전에 보이던게 다 안보이냐고요. 그렇게 자기가 하소연한 유명한 그 시가 있는데. 그건 어릴때요, 기억에서 생각나는 영원불멸한 그 추억이라고 하는 긴 시입니다.

- 네.

- 그 속에 나중에 처음에는 어릴때 천진하던 그 기억이 나이 먹어가니까 왜 변해가느냐? 자연히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니 자기 마음에 추억이 있거든. 어릴때 폼 그 천진하던 그 기쁨. 순진하던 그 마음에 행복. 그것을 잊을수가 영원히 잊을수가 없다는겁니다.

- 아하, 네.

- 그것만 생각하니까 또 자기가 더 젊어진거 같고.

- 그렇지요.

- 인생은 기쁘고 말이에요.

- 네.

- 그래서 그 때에 시 가운데 이런 말했잖아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 하는 말은 어릴때에 그 천진한 인간성. 그것을 이 스웨터에 이 먼지묻은 어른들은 말이야. 다시 배워서 그 천진한 아동심에 돌아가라 하는 그 뜻이 거기에서 이제 그 말 있어요. 잘 되게해서 봐 가도록 만든 그런 말이 있잖아요.

- 네.

- 그런 말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0시에 만난다. 그런 얘기 하라고 하는거 아니겠어요?

- 네네.

- 그래서 이 0시라는건 0자는 인간에 비하면 역시 철 없을때.

- 음.

- 철없는때가 0시입니다.

- 네.

- 인간이. 그러나 시간을 보면은 이게 밤 뭐 12시이지요?

- 네, 자정이지요.

- 네, 자정이지요. 그런 그때에 여러가지 기억 말이지요.

- 네.

- 추억이 그럭저럭 있고만요.

- 많으시겠지요?

- 네네. 그게 있기 때문에 역시 나는 인생이 과거에 있었다. 그런 추억이 없으면 내가 여태까지 이렇게 살았다는 뭐 증거도 없거든요.

- 아하, 그렇지요.

- 물건도 다 변하잖아요.

- 네.

- 물건도 다 변하지만은 마음 가운데 있는 그 추억.

- 그래서 하나 빚은 오늘 이 얘기는요. 그 어린 시절에

- 어린 시절에 얘기로 돌아가겠군요?

- 그때 그 0시에 만난 사람.

- 네.

- 그래서 그 얘기를 하고, 이 다음 이제 내가 두번째즘 되면 말이에요. 커서 대학 이렇게 되면 마음 가운데 그 이상한 청춘이 이제 울 일도 없거든요?

- 네.

- 그러면 자연히 이성에 대한 생각 이런 로맨스, 그것은 시간을 모르지 않습니까?

- 네.

- 그러니까 밤 0시에 또 만날 사람이 있을수도 있잖아요. 그런 얘기는 이 다음에 하겠고만요.

- 네네. 그러면 음악듣고.

- 네네.

- 하나하나 재미난 말씀 부탁 드려보겠습니다.

- 네네, 그렇게 하지요.

- 그러니까 이제부터 얘기는 선생님의 어린시절로 돌아가야 되겠는데요. 0시까지 그렇게 밤늦게까지 주무시지 않을 정도로 밤잠이 많지 않으셨나 모르겠어요?

- 그럴수가 있습니까? 지금 청취자 여러분들 가운데는요, 잠이 와서 못 견뎌서 억지로 졸음이 와서 아마 내 얘기 들을려고 잠을 안자고, 귀를 아마 이렇게 기울이고 있는 분도 있을련지 몰라요. 그러나 무슨 번민이 있어서 혹 잠이 안 올때에 저희와 같은 이 조용한 얘기를 들으시고 어린시절에 그 그리운 첫째 애인이라는게 있습니다.

- 아하, 네.

- 첫째는 어머니이겠지요. 어머니하고 누나.

- 음.

- 우리가 이성이라는게 여러가지 있습니다만은. 어린시절에 애인은 누나와 어머니에요. 얼마나 그립고 물론 커서는 이제 낭만의 이성이라는라는게 있지만은 또 늙어서는 애인이란 것은 영원한 신이라고 할까요? 영원한 신앙에 대상.

- 네.

- 신앙에 대해서 이렇게 되는데 내가 지금 말씀드릴것은 저도 어릴때 잠이 많았지요.

- 네.

- 그야, 뭐 어디서 잠이 옵니까? 하늘에서 무슨 그 눈이 함박눈이 쏟아지듯이 자꾸 뭐 오는거에요. 은과같은.

- 네.

- 눈이 막 쏟아지는거에요, 그 언젠가 어릴때 섣달 그믐날 얘기입니다. 섣달 그믐날 애기인데, 밤중이 되는데 그렇게 제사 지내고 이제 그 이튿날 아침에 뭐 이쁜 옷을 입고 이제 세배돈도 얻을려고 하니까 마음이 기쁘잖아요.

- 네.

- 잠을 안자고 이렇게 놀고있는 판인데. 아, 우리 누님이 한분이요. 너 밤중에 자면은 오늘 저녁에 자면은 눈썹이 씌여진다고.

- 아, 씌인다고요?

- 눈썹이 하얗게 진다고, 늙은이 된다고. 그 말 듣고는 겁이 나서 안잘려고 애를 썼어요. 가령 부릅 눈을 뜨고 이렇게. 아, 그러더니 언제 그 무슨 새가 날아갔다가 날아가서 푹 안아주는듯이.

- 네.

- 눈썹이 팍 감기는게 꿈나라 들어가더라구요.

- 아하, 주무셨군요?

- 네, 그래가지고 잠이 들었어요. 그 밤중에 이제 할머니가 깨운다는 말이에요. 얘야. 그때는 인섭이가 아니고 뭐래, 또택이라 그랬던가요?

- 네.

- 또택이 우리 형님이 택자거든요.

- 네.

- 또 둘째아들 낳아서 또택이거든요.

- 네.

- 야, 또택아 또택아 일어나, 일어나는데 밤중에 무슨 도깨비가 뭐 사람깨우는 얘기도 있는데 겁이 나서 벌떡 막 일어나서 보니까 아, 우리 누님이 야단났다고 일어나라고. 지금 이제 제사가 지내져야하는데 너 큰일났다고. 너 눈썹이 하얗게 되어졌다고.

- 네.

- 눈썹이 이래졌으니 이거 큰일 났다고, 어떡하느냐고. 아 거울을 갖다 봐요, 거울을. 거울을 보니까 아닌가 아니라 요새 같으면 말이야

산타크로스를 내가 알았다면야.

- 아하.

- 야 내가 산타크로스 대신 내가 부자가 되었구나 하고 동네 아이들 말이야, 복이나 나눠줄 생각을 했지만은 어떻게 그때야 그런 산타크로스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벌써 몇십년전 얘기에요. 4,50년전. 그러니까 아이고 겁이 벌컥 났단 말이에요. 이제 큰일났습니다. 그래 거울보고서 엉엉웁니다.

- 네.

- 누나보고. 그랬더니 어머니가 와서 또 이게 어쩐일이냐고 와서는 어머니가 칼칼칼 웃지 않습니까?

- 네.

- 그래 이제 이게 첫째 그 0시에 생각난거고, 새로 해가 새로된 0시중에 또 0시요, 큰 0시이지요.

- 네.

- 그때에 누님이 나를 놀리려고 잠 못자게 하는 수단으로 말씀하셨지요.

- 밀가루를 아마 바르셨단 모양이셨지요?

- 그렇지요.

- 분가루아니면?

- 밀가루인지, 분가루인지 뭐 그때에 옳은것도 있지만은 분도 있기는 있었지요.

- 네.

- 하여튼 밀가루이겠지요.

- 그래서 한번은 그렇게 나를 선의에.

- 네.

- 선의에 기만이라고 할까?

- 네.

- 네, 철없이 속았지요.

- 참 재미있는 누님이셨나봐요?

- 네네, 어머니께서는 칼칼 웃고 나를 위로해주고 그러지마라 물에 씻으라고 그랬습니다.

- 네. 정말 어렸을때를 다시 돌이켜 생각하면은 즐거운 추억이 되시겠어요? 다정한 분들의 마음이 생각나시겠지요. 그러니까 섣달 그믐날이 되면요. 그런 재미난 일이 많이 벌어지는데, 눈썹이 씌니까 일찍 자지 말라던가, 귀신이 내려와서 신발을 신어보면은 병이 난다고요? 신발을 모두 안에 들여다 감추던 풍속들. 우리나라 그 민가 사가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재미난 풍속이라고 생각할수가 있는데, 선생님이 그러니까 태어나신곳은 어디셨어요?

- 저, 경상도요.

- 네.

- 동네 울산 담바쿠라고 있잖아요.

- 담바쿠요?

- 담바쿠라는 말이 담배라는 말이에요. 처음에 담배가 거기서 들어오는걸 담바쿠라고 해요. 담배인데 그 발음상 담바쿠 미음을 붙여야 탁음이 나거든요. 그래서 담바쿠 그 울산입니다. 울산인데 산골 은양이라고 해요. 지금은 울주라고 해요.

- 네.

- 울주군 은양면. 울주군 은양면. 우리 고향서 이 방송 들으시는분도 내 고향 얘기를 하니까요, 잘 들으세요.

- 그렇지요, 서울에서 사시는 분들은 고향분들은 들으시겠지요. 그런데 선생님의 아버님 되시는 분의.

- 네.

- 인자하셨나? 아니면 엄하셨나? 궁금한데요.

- 글쎄요, 애 원래 누나는 어머니는 여성으로서 영원한 자비성 모성으로서 그야 명주실과 같이 부드럽잖아요.

- 네.

- 그런데 아버지라는건 좀 이상하지요.

- 하하.

- 그 밤중에 아버님에게 내가 매맞은 얘기를 하나 해드릴께요.

- 네.

- 정말 그것도 12시입니다. 0시에요.

- 네.

- 그게 농촌 얘기인데 농부하고 관계된 얘기입니다. 그 유명한 그 저 만종이라고 요새 통금시간이라 하면 커퓨라고 그러잖아요?

- 네.

- 영화에 보면은 통금시간도 커퓨라고 그러지만은 이 저녁때 해가 넘어간다 할때에 그 왜 그 밀레의 만종 그림이 있지 않습니까?

- 네네.

- 그 역시 커퓨얘기인데 그것도 커퓨라고 그래요. 그래서 토마스 그렐이라는 사람의 시에 유명한 그 밀레의 만종을 가장 그린거 같은 그런 시가 있어요. 만종은 그 해질때 교회당에서 종소리 들리는걸 만종이라고 합니다.

- 네.

- 그 만종은 넘어가는 그 날을 작별하고 또 커퓨 톨로 넬로파 등대 영어로 아는 분들은 아는척해서 들어 보시라고요.

- 아하.

- 그 말은 만종하는 그 날은 작별하고, 농부는 피곤하여 걸음을 집으로 향하였다. 소들은 느린듯 논두렁 길을 걸을때 세상은 오독 나홀로 남아있네 하는 그런.

- 아하하.

- 뭐 그런 첫절입니다만은요.

- 네.

- 그 농촌에 그러니까 자라나는 나로서 집에서도 그 농사를 했거든요.

- 네.

- 그 이제 그 머슴들이 3,4인 있었습니다. 큰 머슴, 작은 애, 심부름꾼. 그 옆에는 먼 방이라고 머슴방이라고 있고, 그 옆에는 복습방이라고 해서 국민학교 공부하는 동무들이 와서 혼자 공부하면 잘 안하니까.

- 네.

- 동무들이 와서 같이 공부를 하지요. 우리 형님하고 하루는 공부를 하고 동무들은 다 자기 집에 가고, 그리고는 밤 늦게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런데 그 옆에 그 뭐니하나 나를 불 밝히게 해주는 모험인데. 밤중에 흔히들 그 얘기책을 읽지요 호롱불 밑에.

- 네, 그렇지요.

- 각설이 내 요청열이 뭐 어떡하냐.

- 하하.

- 떠득떠득 한쪽에는 새끼를 꼬고 말이에요, 그 한쪽에는 땀냄새가 나지만은 또 구수한 겨울방 그 따뜻하지요.

- 따뜻하지요.

- 네, 그런데 잠을 안자고 뭐 야단들으란 말이야.

- 그 왜 잠을 안자고 가만 보니까 화투를 한다는 말이에요, 화투 알지요?

- 네네.

- 화투를 하고 지구땡이라고. 그 때 동네 머슴이 와서 한참 끌어왔다는 말이에요. 그 우리 평생에 처음 봤어요, 그게 뭔가 해서요.

- 아하.

- 그래 옆에서 이제 우리 형님하고 둘이 떡하니 구경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밤 중에 꼭 한번 주무시기전에 농가니까 등불을 가지고 돌아다 보시고.

- 집을 돌아보시는군요?

- 네, 집을 돌아다보시고 문을 잠글건 잠그고 이제 주의할거는 하고 불끄고는 공부할거는 했느냐 안했냐, 그러나 우리 방에는 불이 컴컴하게 다 꺼졌고, 옆방에는 뭔 방에 불이 훤한데 뭐 말소리가 들리고, 문 고리앞에 가만히 들었단 보셨던 모양이신지라. 보니까 형님하고 나하고 이제 화투구경을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그 옆에.

- 아하, 네.

- 그래서 아마 야단맞는 모양이지요. 그리고 이제 조금 있으니까 어머니께서 얘야 아버님이 부르신다. 오너라, 왜 안자고 뭐하느냐고 그래 갔지요. 그래갔더니 아버님께서 벌써 매초리를 매말입니다.

- 네.

- 매를 한 두개 떡 해놓고는 밤중에 일어나셔서 이놈들 뭐라고 하시지요.

- 네, 헤헤헤. 호령을 내리셨군요?

- 네, 뭐 그때 바지를 입었으니까 걷으라고 종아리 걷으라고. 그래, 이제 우리 형님부터 먼저 딱 일어서니까 이제 종아리를 걷어 올렸거든요. 그러면 이제 맨 다리가 나오잖아요.

- 맨살로?

- 맨살 척척 때리는데 우리 어머니도 참 왠만하면 말릴텐데 안말리고 워낙 우리가 잘못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빙그레 웃는듯 아니 웃는듯.

- 으흠.

- 그래서 아버님이 꾸지람이 굉장했었어요, 너희들이 그럴수가 있느냐? 그런데 이제 그러면 형님만하고 나는 책임이 없는줄 알았어요. 나 형님따라 가서 그랬다 세희라고 그래요.

- 헤헤.

- 시골말로 세희라고 우리 형이요.

- 네, 세희.

- 네, 그런데 그 벌써 눈물이 뚝뚝뚝 흐르고는 있는데 아버님이 너 차례야. 이놈 일어나, 걷어라 그랬어요.

- 아하.

- 그래가지고 이래 까지고 다 걷었더니, 착착 울던데 때리는데 상당히 아파요.

- 사정없이 때리시는군요?

- 네, 때리시는데 야단을 치면서 그래 내가 다시는 안그럴께요, 다시는 안 합니다. 다시는 안그래요 하고 그래서는 그렇게 엄살을 부렸어요.

- 아하.

- 엄살을 부리니까 아버지께서 다시 그러지 말라고 가서 잠자라고, 그런 그 어릴때에 얼마나 부모가 때릴때에 부모의 마음이 아팠을줄 알아요.

- 그렇지요, 아프지요.

- 우리가 아픈게 아니라 아마 아버지 마음이 아팠을거에요, 아버지 마음이.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를 아직도 내가 외국가서 가르치고 있는 동안에 돌아가셨어요. 두분 다 임종을 못했었어요.

- 네.

- 그렇게 뼈아픈 그걸 생각하니까 내가 도무지 그 뒤에 도박이라는걸 몰라요. 또 담배도 못 피우라고 했어요.

- 네.

- 그래서 못 피웠어요, 술도 못 먹었어요.

- 아, 그러셨어요?

- 네, 0시에 매맞은 부모님의 꾸지람. 지금도 이 몸에 사무칩니다.

- 네, 그게 미워서 때린것이 아니고 농사하기 때문에 잘 훌륭하게 키우시며 때렸기 때문에, 아직도 잊지를 못하시고요. 그 매로 인해서 오늘같이 훌륭한 선생님이 되셨는지도 모르겠어요.

- 그게 훌륭하게 되었는지, 훌륭치 못하게 되었는지 어떤때는 생각이 많이 다시 젊어지면 다시 젊어지면 어떠한 내 인생을 건설할까? 사람이라는게 이상한 그 환상있지 않습니까?

- 네.

- 네.

- 그러니까 그런 어린 시절에 일들은 모두 국민학교를 전후해서 일어난 일이겠어요?

- 그랬지요, 네 그랬습니다.

- 이제 선생님께서 다시 젊어지신다면은 이런일을 할텐데하고 여러가지 공상과 환상이 날개를 펼친다고 하셨는데요. 뭘 하시겠어요? 어떻게 지내실련지?

- 글쎄요, 내가 다시 어렸으면 어떡해 하겠느냐? 그런 생각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요. 내가 어릴때 다른 얘기를 또 하나 해야 되겠어요. 우리 여동생이 또 하나 있었는데.

- 네.

- 우리 누님이 아까 얘기 하나 했지 않았어요, 그 분이 누님이 다섯중에 하나입니다.

- 네, 형제분이 많으셨군요.

- 네, 다섯중에 하나에요. 그런데 이제 우리 여동생이 또 하나 있었는데 이 뭐 참 여성되시는 여러분은 듣기에 어떠하실지는 몰라도, 그 여성들이 참 옳은 시집을 잘 갔다. 그렇게 되면은 행복스러우실꺼 아니겠어요. 그런데 어째 우리 어머님도 가만 보면은 시집살이가 대단히 심했어요. 시집살이가 대단히 심해서 그러니까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런 사이에 농촌에서 며느리를 하는것이 요새 현대에 여성 입장에서 보면 그 고생아닙니까?

- 네.

- 그 뒤에 또 우리 누님이 첫째누님이 또 시집 가셨는데 부잣집에 가셨거든요. 갔지만도 우리 매부되는 분이 아주 나이 더 어렸어요.

- 아하, 옛날에는 그랬지요.

- 네, 아주 어려놓으니까 우리 누님이 그저 동생같이 이렇게 하니까, 현대적인 입장에 서서 그 또 행복스럽다고 볼수 없고요. 과히 그렇게 잘 대해주지 못했다고, 그게 둘째 누님은 또 시집을 갔더니 참 워낙 정직하고 착한 사람인데, 그러니까 첫째 우리 매형은 바람기 가졌어요.

- 요새 바람기라고 아시지요?

- 네.

- 그게 뭡니까? 바람기라고 하는건요?

- 아이.

- 네, 그래서 우리 여동생이 볼때에 너무 둘째 누님은 참 가난했어요. 정직한 사람을 만났더니 그렇게 생활이 꼬여졌단 말이에요.

- 네.

- 또 이제 우리 셋째 누님은 또 갔더니 남편이 병이나서 일찍이 돌아가셨거든.

- 네.

- 또 넷째 누님은 이제 시집을 갔더니 남편분이 외국에 그냥가고 벌이를 하고서는 오지도 않고, 그렇게 그러는 모두 여성이라기에 아주 팔자가 안되었단 말이에요. 그 우리 여동생은 시집을 안갈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한동안 많이 그 공부를 하려고 많이 애를 썼지요. 그러나 나중에 수녀로 들어갔어요.

- 아, 네.

- 그 혼자 그 부모님이 남긴 재산을 자기가 준것을 끝까지 지니고 종교적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내가 느낀것은 그 애가 죽을때 얘기입니다. 죽을때에.

- 누이 여동생이요?

- 네, 누이 여동생이 죽을때 얘기인데. 시골서 어머님을 제일 먼저 혼자 아버님이 먼저 돌아가시고 꼭 모시고, 자기는 뭐냐면 인생이라는것은 여러 인간 고생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뭐든것을 볼때에 차라리 자기는 모든 그 인간의 고민을 떠나서 홀로 자기 깨끗히 살다가 죽겠다.

- 네.

- 이런 그 환상이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애가 죽을때에 그 우리 형님이 선거에 나갔다가 실패를 했지요. 그 얘기를 듣고 그날밤에 참 밤중에 죽었어요.

- 네.

- 그래, 내가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고 유서를 내게 딱 자기가 옆에서 내가 유서를 썼어요. 자기 재산을 하느님께 바치라는것. 그리고 내가 지금 생각을 합니다. 인생이라는것이 우리가 생각해보면은 참 일평생에 고난도 많지만은 이것도 한길이고, 어떡해 생각하면은 다시 내가 젊어지면 말이요. 인생 고난은 한번도 겪지 아니하고, 아주 깨끗히 한번. 네?

- 네.

- 그렇게 살수 있는 길은 없는가.

- 아하.

- 그런 생각도 해봐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이 밤중에 0시에 대한것은 모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니까, 이 무엇에 의해서 자기 인생을 한번 다시 돌아본다. 그런것도 한번 생각을 해보는것입니다.

- 네. 고난을 극복하는 면에서의 그 기쁨이요, 또 인생에 사는 보람이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요. 너무 순탄하게만 산다면은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 그 기쁨이 좀 적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선생님 어떠세요?

-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엊그제 일요일에 내가 북한산에 올라갔어요.

- 네.

- 이 문수암이라는 절로 넘어갔어요.

- 네.

- 산중에 고독하게 사는 그 종교적인 신앙자라고 하는것은 또 역시 뜻이 있다는 말이에요. 그는 자연하고 같이.

- 네.

- 즐긴다는 그런 뜻도 있어요.

- 네, 오늘밤 여러가지 말씀 감사합니다. 내일 이시간에 또 부탁드리겠습니다.

(음악)

중앙대학교 대학원장 정인섭 박사를 모시고 보내드린 0시에 만난 사람. 대담에 최춘자였습니다. 여러분 내일 이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입력일 : 200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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