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머리맡에 졸던 한 밤의 램프도 다시 밝은 불꽃을 보여주는 아늑하고 다정한 밤한 때를 맞이 했습니다. 감미로운 음악에 따라서 더욱더 정겨워 지는 0시에 만난 사람. 오늘 부터는 윤극영씨를 모시고, 여러가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윤 선생님, 감사합니다.
- 네. 안녕하세요.
- 네. 오늘 부터는 윤 선생님 모시고, 여러가지 얘기 듣게 되겠는데요. 윤 선생님은 지금
직함을 소개할 때, 그런거 상관없지 않느냐고 말씀 하셨는데요.
- 네.
- 그러한 데서도 윤 선생님 인품을 엿볼 수 있다고 전 느꼈습니다.
- 아, 그런데요.
- 네.
- 윤극영이 석자만 해도 무거운데, 그 위에다 뭘 더 놓습니까.
- 아, 네. 윤 선생님 하면은 반달, 푸른하늘 은하수라는 곡으로 부터 제비 남매니,
나란히 나란히등 너무나 너무나 많이 알려진 선생님이시기 때문에 굳이 저도 뭐
앞에 선생님께서 말씀, 사양하시기 때문에요. 그런 거는 멘트에 넣지 않았습니다만은
윤 선생님께서는 일생, 선생님의 일생을.
- 네.
- 단적으로 표현해서 어떻게 말씀 하시겠어요?
- 그런데, 나는 결국 60년 이상을 살아왔기 때문에 잘 아시겠지만, 그만한 체력이라고
하면은 그저 누더기가 됐는지 얼룩이 됐는지 모르는 가슴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피력하자.
- 네.
- 네. 또 내 행로가 생활행로라고 하는 것이 어느 사람은 극히 낭만적이었다고 하고,
또 내 자신이 생각하면, 고이 백한 성질로서 움직여 나왔던 사람이었기도 해요.
그런데, 단적으로 말씀드린다고 하면은, 뭐라 그럴까. 좀 좋은 뜻으로 뼈다귀가 센
낭만가라고 그럴까?
- 하하.
- 하하하.
- 네. 아주 재미있게 표현해 주셨는데요. 그러고 보니까 윤 선생님의 60년 이상의 일생.
아마 이 시간에 마음껏 펼쳐 지리라고 저도 믿고, 청취자 여러분들도 기대하게 되겠습니다.
- 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음악)
- 네. 지금 선생님께서 곡을 붙이신 반달. 청취자 여러분도 새로운 마음으로 들으셨겠고,
저도 또 잘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곡을 지으실 때요.
- 네.
- 그 때에는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 스물 하나에요.
- 스물 한 살. 네.
- 그런데 말이야. 전 지금 말씀과 같이 반달, 반달, 푸른하늘 그런 말씀이 있고, 또
나 아는 분, 혹은 모르는 분들도 말이지. 반달이다. 혹은 아무개다 정도는 아는 거 같은데.
- 네.
- 그러고 보면은 반달 아래 윤극영이가 규제품 같애.
- 아. 하하.
- 인간 윤극영이를 말하고 싶은데.
- 네. 좋습니다.
- 어떻하면 좋지? 하하하.
- 앞으로 오랜 동안의 시간이 있으니까요. 마음껏 속 마음을 펼쳐 주시기 바랍니다.
- 네. 그래서 그 푸른하늘 은하수도 내 작품은 작품이고, 또 역사물이 아니겠어요?
지금은 역사물이 됐을꺼야.
- 그렇죠.
- 그렇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나는 살아 있지만 말이지.
- 그렇죠.
- 그런데, 그런 말이 있죠. 역사는 밤에 이루어 진다?
- 네.
- 그런 말이 있죠. 이제 역시 푸른 하늘 은하수라는 그 노래가 말이야. 역사물이라고
본다고 본다면 새로운 걸 뭘 탄생할 수 있는 기념비 적인 매력이라고 할까, 마력이라고
할까. 저력이라고 할까. 그런걸 갖추고 있을까, 어쩔까.
- 네.
- 거기서 윤극영이가 인간을 도로 하는데서 뭔가 잡힐 수 있다면 다행이겠어요. 예.
- 네.
- 그리고 더욱이 참 0시에 만난 사람이라. 응? 이것은 오전두 0시고, 자정도 0시인데
말이야. 하필이면 자정, 별빛아래서 우리 같이 얘기 하자. 말이지.
- 네.
- 그럼 당신하고 나하고 이런 고요한 시간에 해후. 이것은 모종의 역사를 태동하는 것이
아니냐.
- 아, 네.
- 또한 무슨 여명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냐 말이지.
- 네.
- 거기에 새로운 반가움을 느낍니다.
- 정말 그렇습니다.
- 응.
- 네.
- 그런데, 불행할까. 당신하고 나하고 사이에는 한 50년이라는 역사가 가로막고 있어.
- 하하.
- 하하하하. 그렇지만, 그렇지만 당신은 나의 버젓한 장래에요. 또 그렇다고 하면은
당신으로 봐서는 아마 내가 당신의 과거일 겁니다.
- 네.
- 그러면 현실, 현재라고 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가 한데 고여 있는 현실이다.
- 네.
- 이렇게 볼 때에 이렇게도 엄숙한 현실은 또 없으리라는 감이 드는 군요.
- 아, 네.
- 그러니, 우리 한번 참 내일을 위해서 들춰내는 듯 나만 자꾸 폭로 시키지 말고.
- 네.
- 당신도 좀 내놔요.
- 아하하.
- 하하하하하. 그러고 얘기 한 번 해보잔 말이야.
- 네. 그래요. 선생님. 지금 마음껏 피력하시고, 마음껏 토로하시고, 여러가지 뭐 쌓였던
얘기 하셨는데, 전 너무 때로는 선생님들 모시고 0시에 만난 사람 하는 동안에 제자신이
너무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요.
- 왜?
- 너무 제가 살아온 인생의 무게가 가볍기 때문인거 같아요.
- 아니죠. 가벼운 건 나래지. 날개야 날개. 우리는 후진해서요. 처지거든. 그러나,
당신네들을 보면 내가 날개다 싶은 생각이 나거든. 그러기 때문에 내 상상의 왕자, 공상의
왕자, 하늘. 이것은 당신이 가진 사람이야. 당신이 가졌어요. 그러기 때문에 나는
당신하고 얘기 하는 이자리에서.
- 네.
- 내일의 여명을 얘기 한다고 하는 것도 원컨데 당신의 나래를 나한테 들어주소서.
그런 의미가 내포됐을꺼야.
- 아, 네.
- 하하하하.
- 오늘 정말 제가 나래가 될 수 있다면 그러한 영광은 일생에 또 한번 지니게 될지
모르겠어요.
- 그건 내가 영광이 더 클껄.
- 하하.
- 하하하하.
(음악)
- 네. 선생님께서 우리 밝은 여명에 관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음악도 아주 밝고요.
경쾌한 곡인거 같아요. 지금 들은 곡이.
- 그래요.
-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일생을 단 적으로 표현하실 때요. 뼈다귀가 센 낭만가라고
하셨는데요. 또 곁에 계신 분들 선생님께서 풍운아적인 기질이 많으시다고요. 그동안에
풍운아적인 멋진 일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라는 얘기 하셨는데, 선생님은
해외에도 여러번 이곳저곳 다니셨죠?
- 그저 해외라고 해야, 그저 일본 가 있었고, 그리고 만주에도 좀 가 있었고.
- 네.
- 그 정도죠. 내 행동 반경이라는 건 뭐 그리 넓지는 못한데, 가을 떠서 돌아다녔지.
얼른 얘기 하면.
- 아.
- 그러기 때문에 멋쟁이 운운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아마 그 땐, 겉멋쟁이 일거야.
지금은 조금 속이 찼지.
- 네.
- 하하하하.
- 진정한 멋쟁이는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세요.
- 나 같은 사람 일거야. 하하하하.
- 네.
- 그런데.
- 예.
- 그건 농담이고, 역시 알찬 사람이래야. 응? 교양이라던가 물론 지식, 교양, 인격,
이런 것을 구비하면서 구비하면서 그 풍모에 나타내고, 움직여 주는 사람?
- 네.
- 이런 사람이 아마 알찬 멋쟁이가 아닐까요?
- 네.
- 서툴은 멋쟁이라는 것은 의복실의나 하고 얼굴에 개칠이나 하겠지만은 그거 가지고는
안될꺼에요. 진정 멋이라고 하는 것은 풍겨나오는 속에서 내면세계에서 풍겨나오는 그 빛깔.
그 음성, 그 태, 그걸 겁니다.
- 네.
- 네.
- 진정한 멋쟁이의 개념, 정말 노력이 필요하겠죠.
- 그러믄요.
-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요.
- 노력, 인내, 그런 노력과 인내가 없는데, 그러면 비약을 못하는 거 아니에요.
- 네.
- 처지면 처질수록의 비약하는 의욕이 강해질것이고, 또 비약할 때에는 더 한층 올라가려고
또 노력을 해야하고 신고해야 할거 아닙니까.
- 예.
- 네.
- 그러자면 또한 시간도 필요하게 되겠고요.
- 그렇죠.
- 네. 그런데, 좀 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반달이요.
- 응.
- 푸른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이곳은 대개 산에서 들에서 강에서 혹은 그 집 안뜰에서
밤하늘에 별들을 바라보면서요.
- 네.
- 모두들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합창하는 경우가 참 많은데요.
- 응.
- 이 곡을 작곡하셨을 때에 연세가 제가 지금 생각하기에는 상당히 젊으셨을 때,
어리다고 표현해야 되겠죠.
- 그렇죠. 스물 하나 니까.
- 네. 그런데 그 때에는 서울에 계셨어요?
- 서울에 있었어요.
- 네. 그럼 도쿄에는 언제 가셨습니까?
- 도쿄는 그러니까는 갔다가, 갔다가 열 아홉살 때에 아마 도쿄를 갔을 겁니다.
그래가지고, 거기 음악학교도 좀 방랑을 했고,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 네.
- 또 개인교습도 받아보기도 했고, 그 때에 인상적으로 또 더욱이 내 기억권내에서
사라지지 않는 거 그거는 방소파야.
- 네.
- 방소파가 그 때, 색동회를 조직하기 위해서 한국 어린아이들에게는 노래가 없단 말이지,
기본이란 말이지.
- 네.
- 그러니까, 그 때에 일본이 한참 동요운동을 전개했을 때이거든요? 그러니깐 어린이의
노래라는 거. 그 정서에 맞는 노래라고 하는 것을 그 감정에 맞는 노래라는 것을 지어보자.
그런 운동을 활발했었어.
- 네.
- 그것이 계기가 됐었는지, 쇼크를 받아가지고 말이지. 방소파 자신도 한국에서도 동요
클럽을 하나, 연구클럽을 지어야 겠다. 만들어야 겠다. 단, 동요만을 국한할 것이 아니라
동화가 되든, 또한 훈화가 되던지 또한 그 이외에 생활지도 전면적인 것을 조성하는 한
단체를 조성해야 겠다.
- 네.
- 그래서 동경서 방소파가 그걸 중심이 되어가지고 만들었거든요. 그 때 사람들을
말하면은 우선 지금 여기 교대 학장으로 있는 조재호씨, 또 중앙대학 원장일 거에요.
정인섭씨.
- 네네. 대학원장 이시죠.
- 원장이시죠. 아마.
- 네.
- 정인섭씨, 또 이헌구씨는 아마 그만 뒀죠?
- 네.
- 이대에 계셨는데.
- 물리대학장이시다가.
- 네. 그 분. 또 해송씨.
- 네.
- 그리고 그 이후에 손진태 그 분도 있었지만도 그 분은 지금 납치되고, 그 그렇게 이제
진장섭씨, 참. 여러분, 열 명이던가 아홉 명 이던가. 모여가지고 뭘 만들었었어요.
- 네.
- 지금 남은 사람은 여기 5,6명 밖에 안되는데, 근데 그 사람들을 방소파가 취입해서,
조성했죠. 그걸 이름을 색동회라 했고, 근데 그 자극에서 소파가 내게 밤을 새며 나하고
물속에가 같이 얘길 했어. 근데, 그 분의 얘기가 그 거에요. 노래가 없다 말이야.
너는 노래를 부르는데, 애쓰지 말고, 또 커다란 기구가 되려고 애쓰지 말고, 우선 당면한
문제가 우리 한국어린이에게 노래를 공급해라 말이야. 그런 일을 하는데, 움직이면 어떠냐.
- 네.
- 근데, 거기에 자극을 받았고, 공간이 커서.
- 네.
- 그래서 동요작곡이라는 걸 시작했거든요?
- 네.
- 그 때 아마 동경서 만든 것도 한 두가지 있을거에요.
- 네.
- 아마 까막 재낏이니 뭐 하는지 모르겠는데.
- 네.
- 하여간 습작시라고 할련지 모르지. 좀 만들어 썼죠. 그래가지고 서울 와서 반달이
된거에요.
- 네. 정말 애들 많이 쓰셨군요. 우리 어린이들에게 부를 노래가 있는 한, 슬픔도
없을거에요. 항상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요. 그런데, 그 때 동요나 노래가 많지.
지금 요즘은 뭐 명랑한 어린이가 부를 노래가 적다. 그래서 흔히들 대중가요, 어린이
답지 않게 그거를 부르는 모습들을 보고 참 개탄하는 모습들도 많으신데요.
- 네.
- 요즘은 정말 건전한 노래가 아쉽다는 말이 참 많이 나오는데.
- 네.
- 요즘 교과서에 실려있는 음악 교과서에요.
- 응.
- 노래가 대부분이 윤 선생님이 곡을 붙이신 곡도 참 많고요. 그 때의 시대의 노래가
참 많은 거 같아요.
- 그 때 시대의 노래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 말씀에 그런 대중가요. 건실치 못하다,
건전성을 상실했다. 그런 면으로 아이들의 정서가 미끄러진다는 말이지.
- 네.
- 그걸 어떻게 구출하겠느냐. 하는 문제로 내가 들려오는데, 사실 그런 면이 없지도
않아요. 그렇지만 지금 텔레비전, 혹은 라디오 말이야. 이게 각 가정에서 어른의 향락을
주로 해가지고 연출되는 건 사실이거든.
- 네.
- 그러면은 모방성이 가장 강한 아이들이 그거를 보고 어른들이 울때, 같이 울고.
- 네.
- 어른이 뛸때, 같이 뛰고 싶을 거란 말이요. 그리고 뛰어지는 거야. 잘하거든 그거를.
- 하하. 네.
- 그러니까 그거를 정서타락이니 뭐니 이렇게 생각하는 것 보다도 창작적인 생각의 각도를
달리해서 관찰의 각도도 달리해서 어떻게 해서 건전한 가사에다가 더 매력있는 멜로디를
붙여서 아이들을 유도해 나올까 말이지.
- 네.
- 여기 아마 치중적인 노력이 가사를 짓는 사람이나, 혹은 곡조를 짓는 사람에게 있어야
할 것이 아니냐. 그렇게 난 판단 합니다.
- 네네. 선생님의 곡 가운데 또 햇빛은 쨍쨍이라는 곡이 있죠.
- 기억이 안나네.
- 네. 햇빛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모래알로 떡해놓고.
- 아, 그거는 저 가사만 가지고 얘기 하는 거 아니야?
- 소반지어. 네네.
- 응?
- 네.
- 그 가사 내가 지은 거 아닐껄?
- 곡을 지으시지 않으셨어요?
- 곡을 내가 지었나? 이젠 내가 곡을 지어놓고 잊어버리는게 꽤 많아.
- 너무 많으시니까.
- 많다고 하기 보다는 그 망각의 미덕을 가진 사람이 되서. 하하하.
- 멋진 변이십니다. 선생님의 곡이에요. 분명히.
- 응?
- 선생님이 곡을 붙이신 거라고요.
- 그래요.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하하하.
- 그 때는 정말 순수한 동심에 젖게 하는 그런 곡도 참 많았는데요. 아마 이 시간에 한 곡,
한 곡도 펼쳐지게 될 거에요.
- 근데, 그것이 결국은 이제 그 지금 말씀과 마찬가지로 펼쳐진단 말씀 하셨는데 말이야.
- 네.
- 여기서 펼쳐지는 것도 말이지, 결국엔 펼쳐지는 것도 우리가 항상 상념하는 세계의 것과
결부 될지 안될지 말이야. 응?
- 네.
- 그런 것을 내가 한 번 묻고 싶은데. 가령, 당신하고 나하고 얘기를 한다. 저기 들립니까?
우리 얘기 하는게.
- 그럼요. 스튜디오 밖에 계신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 그럼 그쪽 양반들의 센스가 우리보다 나은지 한 번 보자는 말이야.
- 네.
- 어떤 노래 나오나. 하하하.
- 네.
(음악)
- 별을 하늘 아래. 아주 지금 나오는 음성이 말이야. 말하자면 방울 굴러가는 소리가
아니야. 저건.
- 네.
- 응? 방울이라고 친다고하면 은방울일 거고, 그것 보다도 이끼를 쓰다듬어 내리는 물줄기.
- 네.
- 고요한 물줄기. 이게 하늘의 별이 거기 비췄다면 말이지. 어떻게 할 테야.
- 하하.
- 말 못하지. 뭐. 그런 감회라네요.
- 네.
- 우리 졌어요. 하하하.
- 네. 참 좋은 곡이었습니다.
- 네. 참 좋은데.
- 사랑하다고 말해다오. 이러한 곡인데요.
- 음.
- ○○○○.
- 오.
- 참 좋죠.
- 좋아요.
- 네.
- 그 말에 대한 것은 모르겠고.
- 네.
- 그 멜로디가 벌써, 말 이상으로 표시하는데 뭘, 하하하.
- 하하하. 음악의 센스가 깊은 선생님이니까, 또 특히 감명깊게 느끼신 모양인데요.
선생님.
- 음.
- 그 동경시대 때의 얘기 좀 더 해주시겠어요?
- 동경을 내가 2차에 걸쳐서 갔다 왔는데, 열 아홉살에도 도쿄를 갔고.
- 네.
- 그리고 서른 다섯살 적에 갔었어요. 1차 도쿄라는 데는 유학시대고, 2차는 그 밥을
벌어 먹으려 갔었죠. 근데 거기는 뭐 좋게 얘기하면 청운해 질꺼야. 응? 제 1차 얘기를
하지.
- 네.
- 동경을 열 아홉살에 가게 됐는데, 그 때가 내가 여기 경기를 나왔거든요? 근데, 경기가
4년제 였었어.
- 음.
- 그러니까 4년 졸업해가지고서는 열 여덟이나 열 아홉, 그 때가 되거든요?
- 네.
- 그래, 아버지께서 좀 완고하셨다고 했는지, 법학을 연구해라 말이야. 그래서 법전.
지금 법대입니다.
- 네.
- 법학 전문학교라고 그랬어요. 그래 거기를 가라고, 그래서 부득이 명령인지라 할 수 없이
거기를 가지 않았어요? 입학시험에 떨어질 줄 알았더니, 불행히 붙었단 말이야.
- 아유, 불행히 라니요.
- 하하하하.
- 네.
- 그래서 들어갔거든.
- 네.
- 들어가서 이럭저럭 하는데, 그런데 아무렇게도 안되겠어. 응? 그 이전에 경기중학 때에
음악 선생이 동경 음악 출신인데, 그 사람이 말하길 너는 그런 방향으로 진출하는게
좋을거란 말이지. 그리고 노래를 하던지, 참 기악을 하던지 간에 음악을 전공하라고,
그런데다가 내가 좋았고, 그 선생이 또 그야말로 그러한 식으로 유도를 해왔고 말이지.
그러니, 가정이 문제가 아니더군.
- 네.
- 기어이 가겠다 하고는 뼈저린 결심은 생겼는데, 아 이양반이 법학전문학교를 들어가라니까
할 수 없이 가긴 갔단 말이야. 가 가지고 법률 공부 하나요? 다른 거 그저 소위 아버지 말씀
깡깽인데. 두고 봐야 할 일이지.
- 아하.
- 그걸 뒤로, 굴뚝 뒤에서도 하고, 아버지 어디 출입만 하시면은 끝장을 보려고 어딜
가신단 말이야. 근데, 거기서 제일 곤경에 처해있던 건 어머니야.
- 네.
- 어머니는 무식해요. 공부한 사람이 못 되는데, 그 내가 독자거든요. 그리고 또 귀여운
자식이 그걸 하려고 하는 걸 보니까는 그저 뒷배를 좀 봐주려고, 애를 쓰다가 심지어는
그 바이올린을 가지고선 굴뚝 뒤에서 막 이러고 저러고 하는데, 아버지께서 출입하셨다가
들어오셨단 말이야. 그 소리가 들리자 마자 굴뚝 뒤로 돌아와서 바이올린을 뺏아가지고
깨질 정도로 매다 치셨어요. 그러다가 급기야에 아버지도 지시더군. 응?
- 네.
- 내가 기어이 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하고 가진 전술을 다 펴고 말이야. 먹지 않고, 그저
이불 쓰고 들어눕고 이러니깐 아버지 부득이 그럼.
- 네.
- 소원을 해서, 내가 원 가난한 사람이었어.
- 네.
- 돈이 있나, 그 때에 돌아가신 윤치호씨, 또 윤덕영씨, 그 분들이 조금씩 출자를 해서,
그래가지고 날 동경을 보내게 됐는데.
- 그래서 동경을 가시게 됐군요.
- 그렇지.
- 선생님, 시간이 거의 다 된거 같은데, 내일도 계속해서 그 얘기 좀 들려주십시오.
- 아, 벌써 시간이 가면 어떻게 하오.
- 아하. 하하.
- 응?
- 내일 계속해서.
- 이런, 얘기를 좀 해야 하겠는데.
- 네. 감사합니다.
윤극영씨를 모시고 보내드린 0시에 만난 사람.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아나운서에 최춘자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입력일 : 200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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