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0시에 만난 사람
피천득 - 편지에 관한 이야기
피천득
편지에 관한 이야기
1966.08.19 방송
0시에 만난사람. 밝은 새벽을 행해서 밤은 소리없이 깊어갑니다. 흔히들 외롭고 호젓한 밤이라고 하지만은 여기 즐길 수 있는 감미로운 음악과 정겨운 얘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음악)

0시에 만난 사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검은 비단결같은 어두움이 적막이 온누리를 덮고, 별이 총총한 하늘아래 달빛마냥 피어나는 정다운 얘기가 오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서울대학교 영문학 교수 피천득씨를 모시고 보내드리겠습니다.

- 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 오늘부터는 피 선생님과 한 밤에 얘기 오랫동안 나누게 되겠는데요, 앞으로 좋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요?

- 네.

-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지요?

- 네, 오늘부터는 좀 선선해졌습니다.

- 네. 입추 말복 부터 훨씬 지나고 나니까 아마 무더위도 이제 맹위를 떨치지 못하나봐요?

- 네.

- 그런데 이 가을이라 하면은 우선 등불 생각이 나고요.

- 네.

- 이렇게 깊은 밤에는 등불아래 뭔가 편지를 쓰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 네.

- 선생님, 그러고 보니까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의 시 가운데요.

- 네.

- 편지라는 시 잘 선생님 알고 계시겠지요?

- 네네.

- 물론, 기억나는데로 제가 한번, 그 시가 여섯줄밖에 안되지요?

- 네.

- 아주 짧은 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애송을 한 시로 알고 있는데요. 그 시 한번 낭송해 주시겠어요?

- 뭐, 제가 낭송하겠습니까? 흐흐흐.

- 제가 기억나는데로. 뭐 아마 이렇게 시작되지요.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결에 던졌어요.]

- 맞습니까?

- 네네.

- 네.

- 지금 생각하면은 부끄럽습니다. 이게. 헤헤

- 아니 참 좋은 시라고 생각해서 애송했는데요.

- 이 편지라는 시를 읽으면은 뭔가 부칠 곳 없는 편지를 쓴 심정.

- 네.

- 흐르는 물결에 던졌다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할 때의 그 때의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 그 때에 한 열아홉이나 그 때쯤 되었을거에요. 스물이나.

- 아.

- 네. 그런 뭐 그런 심정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때 지요.

- 네.

- 특히 여자들이야 말로.

- 소녀들이.

- 네. 그 때 아마 무슨 공통적인 걸 같다가 표현을 했기 때문에 아마 조바심이.

- 네, 그 때 선생님의 마음 참 외로우셨다던가?

- 네네. 그건 저희 때의 생활은 외로울 때이고, 그 때 이제 뭐 이 참 아직 예민할 때이고, 우리가 뭐 7살때에 아버님이 돌아가고.

- 네.

- 10살 때에 어머님이 돌아가고 그리고 형제가 없고.

- 네.

- 그래서 아마 보통 사람들보다도 환경은 더 외로운 환경에 어려웠을거에요.

- 네, 그러셨겠네요?

- 그러고 이제 글쎄 남의 말에 의하면 약간 조숙했다고 하고.

- 흠흠.

- 그래서 아마 그건 좀 쓸쓸한 걸 더 느꼈는지도 몰랐을겁니다.

- 네, 그런데 선생님 편지 쓰시는거 좋아하세요? 많이 쓰셨나보지요?

- 그런데 젊었을 때는 편지를 많이 썼는데요, 요즘은 별로 쓰지를 않습니다. 게을러진 탓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지금 받기를 더 좋아하고는 그러하지만. 헤헤.

- 쓰기보다는 오히려 받는것이 좋은?

- 네네.

- 네. 그런데 이 편지라는 이 시에서 그 쓰기는 했지만 부칠 곳 없다는.

- 네네.

- 귀절이요.

- 네네.

- 그런데 어디 보냈을 곳이 정말 없으셨어요?

- 그거야 마음으로는 무슨 동경적인 그러니까 그 이제 미지의 이성화 한 여성이나 그런거겠지요?

- 네.

- 그렇게 보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 네.

(음악)

- 피 선생님께서 편지 많이 썼던 시절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때에 그러니 누구에게 편지를 많이 하셨어요? 하하, 웃으시는데.

- 그런 건 편지가 많이 할 때가 뭐든지 한번은 있었을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아 그러니까 연정을 담은 편지였나 보지요?

- 그런것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것도 있습니다.

- 네.

- 전 글쎄 그 이 약간은 그 시에서는 편지를 보낼 상대가 없는 편지를 갔다가 썼는데, 이상화해서 제가 대학다닐 때일거에요.

음, 그 글 읽었던 여성을 그것도 만나지 않은 여성을 이성화 한적이 있어요.

- 네.

- 그래서, 그 이한테 편지를 쓰기 시작을 했는데, 어떻게 되서 일기 쓰는거 같이 매일 써서 부치게 되었어요.

- 네.

- 그래서 편지를 한 100장 쓴 기억이 있습니다.

- 어어.

- 네, 요즘에는 편지를 잘 쓰지는 않지만은.

- 네.

- 그게.

- 그러니 처음에는 그렇게 해서 편지가 시작되었군요? 선생님께서.

- 네네.

- 그 분의 글을 읽고?

- 네.

- 처음에는 팬레터같은 기분이셨겠지요?

- 뭐, 그렇겠지요.

- 네.

- 네네. 그러니까 보니까 편지가 계속이 자꾸 되었지요.

- 회를 거듭할수록.

- 네네.

- 점점 다른 감정을.

- 네네.

- 품게 되시고?

- 뭐 글쎄 다른 감정이랄거 까지야. 음. 그런데 그 얘기. 편지 100장이 서로 만나기 전입니다.

- 네.

- 그래가지고는 그걸 편지로 시작이 되서.

- 어떻게?

- 편지로 끝났습니다.

- 네.

- 헤헤. 그런데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가요? 그 분이 여기 그때 거기까지 말씀 드려도 좋겠지? 이대에 다녔는데.

- 네.

- 에 그때는 이화전문학교이지. 시골 방학에 내려가면, 이제 그 집 주소를 내가 알았어. 내가 다 부쳤는데.

어떨 때에는 그 우체국에 편지 부치는 시간이 늦는 때가 있거든요. 매일 하나씩 했으니깐은.

- 네.

- 그러면 정거장에 나가서 서울역에 나가서 입장권을 사가지고 들어가서 그 우편차가 있잖아요? 거기에다가 부쳤어요.

- 아하.

- 그래서 100일동안을 하루도 빠진 적이 없었어요.

- 네, 정성이 대단하시군요?

- 흐흐.

- 그 분이 누구신가? 행복의 분이 누구신가 궁금한데요?

- 네, 뭐.

- 지금 살아계십니까?

- 뭐, 그렇게까지 뭐 누구될거까지 말씀 드릴 수가 없고.

- 아, 네

- 뭐 그런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흐흐

- 혹시 거북하시는 모양인데요, 밝히시지를 않는데요. 그 분 살아는 계시겠지요? 지금?

- 네, 지금은 소식을 난 모릅니다.

- 네, 전부 다 퀘스쳔 마크를 던지시는데.

- 흐흐.

- 그리고나서는 편지 오랫동안 많이 쓰신 적은 없으셨어요?

- 그러고는 아주 잠시 지난 후에요, 제가 미국 가서 한 일년있는 동안에 저희 딸한테 편지를 했다가, 대양국민학교 2학년 때인데.

- 네.

- 그것도 일년동안 한 100장 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세번 부쩍했지요.

- 네, 아하 그 때 따님이 국민학교 5학년 따님이?

- 2학년.

- 2학년?

- 네.

- 아.

- 그러니까 그 애 한테서 이제 많은 비슷한것을 본 후에 답장이 왔겠지요. 하하

- 그런데 피 선생님은 따님을 사랑하시는 아버님으로서요, 모든 분들이 잘 알고 계시고 강연을 가실 적마다 따님얘기가 등장되고,

글을 쓰실 때에도 따님이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 흐흐.

- 그렇게 따님을 사랑하시는 특별한 까닭이라도 있으신가 모르겠어요?

- 그러게 뭐야. 누구든지 자기 아이는 사랑한다는 거 밖에 있을테구요.

- 네.

- 또 난 내내 혹 좀 더 남보다 더 사랑하는거 같이 보인다면 제가 감정에 이런걸 같다가,

저도 딸 밖에 없어서 더 집중적으로서 쏟는지도 모르겠지요. 하하.

- 아버님은 따님 사랑하시고요, 어머님은 또 아드님을 사랑하는 웨디스 포 컴플렉스라는거 있지요?

그거하고는 좀 다르신거 같아요.

- 뭐 심리학을 보면은 그런것도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이거 다들 자기 아이 자랑하는 건 못난일이라 하지만,

그 자식들 자기하고 맘이 통해 더 사랑하게 되고.

- 그렇지요.

- 헤헤.

- 역시 또 따님 자랑, 행복하신 분이십니다.

- 하하.

(음악)

- 많은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이 편지를 받는다는 즐거움이 있을 수가 있을텐데요.

- 네.

- 그것이 특히 그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기다리는 분, 좋은 분의 편지였을 경우에는 더하겠지요.

- 그렇습니다.

- 기쁨이.

- 선생님도 지금까지 사시는 동안에 많은 편지를 받으셨겠는데요.

- 네.

- 기억에 남으시는 편지라고 할까요?

- 네.

- 어떤 편지가 있으신지?

- 글쎄요, 그 제 또 딸 얘기가 나옵니다만은. 걔 한테서 받은 편지가 일상에서 제일 반가웠구요.

- 네.

- 그리고 뭐 지명인사로 지금 안계시니까 춘원 선생한테서 편지를 가끔 받았는데요.

- 네.

- 그 일반적으로 뭐 알려드릴것은 없지만 기억에 남는 구절이 지금.

- 네.

- 여러분에게도 혹 참고가 되실려는지. 이 그 이가 어떤 편지중에 내가 그이한테 받은 마지막 편지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구절이 있어요. 그 때에.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할 것이나.

- 네.

- 슬픈 일이 있으면 슬퍼할거니와 기쁜일이 있더라도 그다지 기뻐 할것이 없고, 슬픈일이 있더라도 또 그다지 슬퍼할게 없다. 그리고 인생을 갔다가 푼수같이 지내고, 광풍제월 같이 이 보낼거라.

- 네.

- 뭐 이런 구절이 있는데 그게 자기가 인생에 대해서 환멸 느껴서 그랬는지, 또 좋게 얘기하면은 달관을 하셔서 그런건지 아무튼 나한테 교훈적인 말을 썼었는데.

- 네.

- 그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 아하, 정말 좋은 편지 귀절이군요.

- 음음.

- 아직도 기억하고 계셔서요.

- 네네.

- 그런데 이 좋은 편지 귀절이라고 하셨지만은요, 어떤 편지가 좋은 편지인지?

- 네.

- 특히, 멋이라는 편지인지요?

- 네.

- 그것이 궁금하군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글쎄요, 전 그 보통 뭐 기계적으로 또는 그 관습적으로 쓰는 그런 편지는 그건 일종의 상용 편지나 다름이 없다고 보고요.

- 그렇죠. 네.

- 뭐 정말 안타까운 심정을 같다가 글자로 옮겨놓는다.

- 네.

- 또 그 말이 이 세련된 감정에 이 표현이다. 이런 것들이 내 그렇기 때문에 그 왜 배우들 이런분들이 팬레터를 많이 받고.

- 네.

- 또 신문, 연대 소설, 작자도 그걸 읽는 걸 많이 받습니다만은. 그 많이 받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중에서도 그 몇 장이 정말 편지 가치가 있는건지.

- 네.

- 그래서 저는 그런 편지를 받는걸 그다지 부러워한적은 없습니다만은.

- 으흠.

- 그 문학사상 같은데 보면은요, 영국에 길트라는 신이 있는데. 그 신이 자기 애인한테 하고 받은 편지 이 패니 브로운이라는 여자인데, 근데 여담입니다만은. 패니 브로운이라는 여자를 제가 지금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뭐 대담스럽지 않은 여자인데.

- 네.

- 키즈라는 젊어서 죽은 시인하고 연애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지요. 그런데 그 사람하고 연애를 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기억을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 아, 네.

- 패니 브로운이라는 이름을. 이 그런 편지 또 그 아베라드 한테 한 에로이드의 편지라는게 유명하지요.

- 네.

- 그런 편지라든지, 또 예츠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 예츠요?

- 네, 그 시인이 그 애인이 모드 고흔이라는 애인인데요.

- 네.

- 그 두사람의 편지가 또 아주 좋은 편지들이 있어요.

- 네.

- 그리고 최근으로는 그 저 랭스필드라고 있어요. 여류 작가요.

- 네.

- 또 그 사람들도 폐로 일찍 죽었는데. 랭스필드가 자기 남편한테 한 편지가 있는데. 그거 폐병으로 불란서의 요양가서 남편한테 한 편지들이 아주 구절구절히 아주 명언같은것 들이 아주 많아요.

- 네.

- 그게 공개되서 우리까지 읽는데 나한테온 편지는 아니더라도.

- 네.

- 그, 그렇게 즐겁게 읽어집니다.

- 네, 기억나시는대로?

- 글쎄요, 그건 뭐 하하. 하나는 이런것이 있어요.

- 네.

- 오늘은 내가 쓴 제일 사의 편지입니다.

- 네.

- 다른 석장은 찢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칠 작정입니다.

- 아하.

- 이 편지도 쉬 받으실지는 또 모릅니다. 왜 그러니, 저번 편지 답장이 오기 전에는 이 편지를 부치지 않을테니까요.

- 아하.

- 배달부는 거북이에요. 아주 느리니까요.

- 안타까웠던 모양이에요.

- 아주 느린 거북이에요. 그리고 내 돈을 다 털어서 이 편지 대신 전보 치고 싶습니다.

- 그렇습니다. 에 아주 묘한 것들이 많아요.

- 아주 사랑스러운 아내의 마음이 담겨져 있군요.

- 네.

(음악)

- 피 선생님께서 그 좋은 편지, 멋이 담긴 그 편지. 결국은 선생님 자신이 받고싶은 편지가 되겠지요?

- 그렇습니다. 네.

- 이런 여성에게는.

- 네.

- 받고 싶다 하는 그런 편지 내용이 되겠는데요. 그러니까 아베라드 한테 한 에로이드의 편지라던가. 예츠에게 보낸 그 모드 고흔의 편지라던가?

- 네.

- 모두 선생님이 동경하는 여성의 편지가 되겠는데요.

- 네네.

- 결국은 이들은 형식적은 편지가 아닐거에요?

- 네.

- 만약에 편지를 써야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좋은지요?

- 네. 뭐, 둘이서 만나서.

- 네.

- 얘기하는거 같은.

- 대화?

- 대화하는거 같은 그런 편지. 가령, 어제밤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잤습니다. 공기가 과실같이 달콤합니다 라던지.

- 네.

- 뭐 오늘은 하루종일 어떤 책을 읽었다던지, 이 또 지금 뭘 하고 싶다던지.

- 네.

- 이제 그런 것들인데, 그런 편지의 내가 주인공이 아니래도, 영화를 볼 때에 주인공을 보면은 자기가 주인공이 된 듯이.

- 네.

- 기쁘듯이 여간 기쁘지가 않습니다.

- 하하.

- 그럴 때에는.

- 네. 결국 그녀만이 풍길수 있는 독특한 그 개성이 풍부한.

- 그렇지요, 남이 쓰는 말을 그대로 옮겨쓴다던지, 또 뭐 없는 걸 갔다가 있는거 같이 허위를 갔다가 늘어놓는다던지.

- 네, 좋은 또 명시를 베끼거나 하면 안되겠군요.

- 하하.

- 이 밤 편지를 쓰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히 계십시오.

(음악)

깊어가는 이 밤. 오늘은 서울대학교 영문학 교수 피천득씨를 모시고 보내드렸습니다.

0시에 만난사람. 아나운서에 최춘자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입력일 : 2009.05.19)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