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0시에 만난 사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검은 비단결같은 어두움이 적막이 온누리를 덮고, 별이 총총한 하늘아래 달빛마냥 피어나는 정다운 얘기가 오늘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서울대학교 영문학 교수 피천득씨를 모시고 보내드리겠습니다.
- 피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십니까?
- 오늘부터는 피 선생님과 한 밤에 얘기 오랫동안 나누게 되겠는데요, 앞으로 좋은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요?
- 네.
-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지요?
- 네, 오늘부터는 좀 선선해졌습니다.
- 네. 입추 말복 부터 훨씬 지나고 나니까 아마 무더위도 이제 맹위를 떨치지 못하나봐요?
- 네.
- 그런데 이 가을이라 하면은 우선 등불 생각이 나고요.
- 네.
- 이렇게 깊은 밤에는 등불아래 뭔가 편지를 쓰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 네.
- 선생님, 그러고 보니까 제가 기억하는 선생님의 시 가운데요.
- 네.
- 편지라는 시 잘 선생님 알고 계시겠지요?
- 네네.
- 물론, 기억나는데로 제가 한번, 그 시가 여섯줄밖에 안되지요?
- 네.
- 아주 짧은 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애송을 한 시로 알고 있는데요. 그 시 한번 낭송해 주시겠어요?
- 뭐, 제가 낭송하겠습니까? 흐흐흐.
- 제가 기억나는데로. 뭐 아마 이렇게 시작되지요.
[오늘도 강물에 띄웠어요. 쓰기는 했건만, 부칠 곳 없어 흐르는 물결에 던졌어요.]
- 맞습니까?
- 네네.
- 네.
- 지금 생각하면은 부끄럽습니다. 이게. 헤헤
- 아니 참 좋은 시라고 생각해서 애송했는데요.
- 이 편지라는 시를 읽으면은 뭔가 부칠 곳 없는 편지를 쓴 심정.
- 네.
- 흐르는 물결에 던졌다는 선생님의 마음을 알고 싶어 할 때의 그 때의 연세가 어떻게 되셨어요?
- 그 때에 한 열아홉이나 그 때쯤 되었을거에요. 스물이나.
- 아.
- 네. 그런 뭐 그런 심정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을 때 지요.
- 네.
- 특히 여자들이야 말로.
- 소녀들이.
- 네. 그 때 아마 무슨 공통적인 걸 같다가 표현을 했기 때문에 아마 조바심이.
- 네, 그 때 선생님의 마음 참 외로우셨다던가?
- 네네. 그건 저희 때의 생활은 외로울 때이고, 그 때 이제 뭐 이 참 아직 예민할 때이고, 우리가 뭐 7살때에 아버님이 돌아가고.
- 네.
- 10살 때에 어머님이 돌아가고 그리고 형제가 없고.
- 네.
- 그래서 아마 보통 사람들보다도 환경은 더 외로운 환경에 어려웠을거에요.
- 네, 그러셨겠네요?
- 그러고 이제 글쎄 남의 말에 의하면 약간 조숙했다고 하고.
- 흠흠.
- 그래서 아마 그건 좀 쓸쓸한 걸 더 느꼈는지도 몰랐을겁니다.
- 네, 그런데 선생님 편지 쓰시는거 좋아하세요? 많이 쓰셨나보지요?
- 그런데 젊었을 때는 편지를 많이 썼는데요, 요즘은 별로 쓰지를 않습니다. 게을러진 탓이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지금 받기를 더 좋아하고는 그러하지만. 헤헤.
- 쓰기보다는 오히려 받는것이 좋은?
- 네네.
- 네. 그런데 이 편지라는 이 시에서 그 쓰기는 했지만 부칠 곳 없다는.
- 네네.
- 귀절이요.
- 네네.
- 그런데 어디 보냈을 곳이 정말 없으셨어요?
- 그거야 마음으로는 무슨 동경적인 그러니까 그 이제 미지의 이성화 한 여성이나 그런거겠지요?
- 네.
- 그렇게 보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 네.
(음악)
- 피 선생님께서 편지 많이 썼던 시절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때에 그러니 누구에게 편지를 많이 하셨어요? 하하, 웃으시는데.
- 그런 건 편지가 많이 할 때가 뭐든지 한번은 있었을려는지는 모르겠지만요.
- 아 그러니까 연정을 담은 편지였나 보지요?
- 그런것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것도 있습니다.
- 네.
- 전 글쎄 그 이 약간은 그 시에서는 편지를 보낼 상대가 없는 편지를 갔다가 썼는데, 이상화해서 제가 대학다닐 때일거에요.
음, 그 글 읽었던 여성을 그것도 만나지 않은 여성을 이성화 한적이 있어요.
- 네.
- 그래서, 그 이한테 편지를 쓰기 시작을 했는데, 어떻게 되서 일기 쓰는거 같이 매일 써서 부치게 되었어요.
- 네.
- 그래서 편지를 한 100장 쓴 기억이 있습니다.
- 어어.
- 네, 요즘에는 편지를 잘 쓰지는 않지만은.
- 네.
- 그게.
- 그러니 처음에는 그렇게 해서 편지가 시작되었군요? 선생님께서.
- 네네.
- 그 분의 글을 읽고?
- 네.
- 처음에는 팬레터같은 기분이셨겠지요?
- 뭐, 그렇겠지요.
- 네.
- 네네. 그러니까 보니까 편지가 계속이 자꾸 되었지요.
- 회를 거듭할수록.
- 네네.
- 점점 다른 감정을.
- 네네.
- 품게 되시고?
- 뭐 글쎄 다른 감정이랄거 까지야. 음. 그런데 그 얘기. 편지 100장이 서로 만나기 전입니다.
- 네.
- 그래가지고는 그걸 편지로 시작이 되서.
- 어떻게?
- 편지로 끝났습니다.
- 네.
- 헤헤. 그런데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가요? 그 분이 여기 그때 거기까지 말씀 드려도 좋겠지? 이대에 다녔는데.
- 네.
- 에 그때는 이화전문학교이지. 시골 방학에 내려가면, 이제 그 집 주소를 내가 알았어. 내가 다 부쳤는데.
어떨 때에는 그 우체국에 편지 부치는 시간이 늦는 때가 있거든요. 매일 하나씩 했으니깐은.
- 네.
- 그러면 정거장에 나가서 서울역에 나가서 입장권을 사가지고 들어가서 그 우편차가 있잖아요? 거기에다가 부쳤어요.
- 아하.
- 그래서 100일동안을 하루도 빠진 적이 없었어요.
- 네, 정성이 대단하시군요?
- 흐흐.
- 그 분이 누구신가? 행복의 분이 누구신가 궁금한데요?
- 네, 뭐.
- 지금 살아계십니까?
- 뭐, 그렇게까지 뭐 누구될거까지 말씀 드릴 수가 없고.
- 아, 네
- 뭐 그런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흐흐
- 혹시 거북하시는 모양인데요, 밝히시지를 않는데요. 그 분 살아는 계시겠지요? 지금?
- 네, 지금은 소식을 난 모릅니다.
- 네, 전부 다 퀘스쳔 마크를 던지시는데.
- 흐흐.
- 그리고나서는 편지 오랫동안 많이 쓰신 적은 없으셨어요?
- 그러고는 아주 잠시 지난 후에요, 제가 미국 가서 한 일년있는 동안에 저희 딸한테 편지를 했다가, 대양국민학교 2학년 때인데.
- 네.
- 그것도 일년동안 한 100장 했습니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세번 부쩍했지요.
- 네, 아하 그 때 따님이 국민학교 5학년 따님이?
- 2학년.
- 2학년?
- 네.
- 아.
- 그러니까 그 애 한테서 이제 많은 비슷한것을 본 후에 답장이 왔겠지요. 하하
- 그런데 피 선생님은 따님을 사랑하시는 아버님으로서요, 모든 분들이 잘 알고 계시고 강연을 가실 적마다 따님얘기가 등장되고,
글을 쓰실 때에도 따님이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 흐흐.
- 그렇게 따님을 사랑하시는 특별한 까닭이라도 있으신가 모르겠어요?
- 그러게 뭐야. 누구든지 자기 아이는 사랑한다는 거 밖에 있을테구요.
- 네.
- 또 난 내내 혹 좀 더 남보다 더 사랑하는거 같이 보인다면 제가 감정에 이런걸 같다가,
저도 딸 밖에 없어서 더 집중적으로서 쏟는지도 모르겠지요. 하하.
- 아버님은 따님 사랑하시고요, 어머님은 또 아드님을 사랑하는 웨디스 포 컴플렉스라는거 있지요?
그거하고는 좀 다르신거 같아요.
- 뭐 심리학을 보면은 그런것도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이거 다들 자기 아이 자랑하는 건 못난일이라 하지만,
그 자식들 자기하고 맘이 통해 더 사랑하게 되고.
- 그렇지요.
- 헤헤.
- 역시 또 따님 자랑, 행복하신 분이십니다.
- 하하.
(음악)
- 많은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이 편지를 받는다는 즐거움이 있을 수가 있을텐데요.
- 네.
- 그것이 특히 그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기다리는 분, 좋은 분의 편지였을 경우에는 더하겠지요.
- 그렇습니다.
- 기쁨이.
- 선생님도 지금까지 사시는 동안에 많은 편지를 받으셨겠는데요.
- 네.
- 기억에 남으시는 편지라고 할까요?
- 네.
- 어떤 편지가 있으신지?
- 글쎄요, 그 제 또 딸 얘기가 나옵니다만은. 걔 한테서 받은 편지가 일상에서 제일 반가웠구요.
- 네.
- 그리고 뭐 지명인사로 지금 안계시니까 춘원 선생한테서 편지를 가끔 받았는데요.
- 네.
- 그 일반적으로 뭐 알려드릴것은 없지만 기억에 남는 구절이 지금.
- 네.
- 여러분에게도 혹 참고가 되실려는지. 이 그 이가 어떤 편지중에 내가 그이한테 받은 마지막 편지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구절이 있어요. 그 때에. 기쁜 일이 있으면 기뻐할 것이나.
- 네.
- 슬픈 일이 있으면 슬퍼할거니와 기쁜일이 있더라도 그다지 기뻐 할것이 없고, 슬픈일이 있더라도 또 그다지 슬퍼할게 없다. 그리고 인생을 갔다가 푼수같이 지내고, 광풍제월 같이 이 보낼거라.
- 네.
- 뭐 이런 구절이 있는데 그게 자기가 인생에 대해서 환멸 느껴서 그랬는지, 또 좋게 얘기하면은 달관을 하셔서 그런건지 아무튼 나한테 교훈적인 말을 썼었는데.
- 네.
- 그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 아하, 정말 좋은 편지 귀절이군요.
- 음음.
- 아직도 기억하고 계셔서요.
- 네네.
- 그런데 이 좋은 편지 귀절이라고 하셨지만은요, 어떤 편지가 좋은 편지인지?
- 네.
- 특히, 멋이라는 편지인지요?
- 네.
- 그것이 궁금하군요.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글쎄요, 전 그 보통 뭐 기계적으로 또는 그 관습적으로 쓰는 그런 편지는 그건 일종의 상용 편지나 다름이 없다고 보고요.
- 그렇죠. 네.
- 뭐 정말 안타까운 심정을 같다가 글자로 옮겨놓는다.
- 네.
- 또 그 말이 이 세련된 감정에 이 표현이다. 이런 것들이 내 그렇기 때문에 그 왜 배우들 이런분들이 팬레터를 많이 받고.
- 네.
- 또 신문, 연대 소설, 작자도 그걸 읽는 걸 많이 받습니다만은. 그 많이 받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그중에서도 그 몇 장이 정말 편지 가치가 있는건지.
- 네.
- 그래서 저는 그런 편지를 받는걸 그다지 부러워한적은 없습니다만은.
- 으흠.
- 그 문학사상 같은데 보면은요, 영국에 길트라는 신이 있는데. 그 신이 자기 애인한테 하고 받은 편지 이 패니 브로운이라는 여자인데, 근데 여담입니다만은. 패니 브로운이라는 여자를 제가 지금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뭐 대담스럽지 않은 여자인데.
- 네.
- 키즈라는 젊어서 죽은 시인하고 연애를 하다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지요. 그런데 그 사람하고 연애를 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기억을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 아, 네.
- 패니 브로운이라는 이름을. 이 그런 편지 또 그 아베라드 한테 한 에로이드의 편지라는게 유명하지요.
- 네.
- 그런 편지라든지, 또 예츠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 예츠요?
- 네, 그 시인이 그 애인이 모드 고흔이라는 애인인데요.
- 네.
- 그 두사람의 편지가 또 아주 좋은 편지들이 있어요.
- 네.
- 그리고 최근으로는 그 저 랭스필드라고 있어요. 여류 작가요.
- 네.
- 또 그 사람들도 폐로 일찍 죽었는데. 랭스필드가 자기 남편한테 한 편지가 있는데. 그거 폐병으로 불란서의 요양가서 남편한테 한 편지들이 아주 구절구절히 아주 명언같은것 들이 아주 많아요.
- 네.
- 그게 공개되서 우리까지 읽는데 나한테온 편지는 아니더라도.
- 네.
- 그, 그렇게 즐겁게 읽어집니다.
- 네, 기억나시는대로?
- 글쎄요, 그건 뭐 하하. 하나는 이런것이 있어요.
- 네.
- 오늘은 내가 쓴 제일 사의 편지입니다.
- 네.
- 다른 석장은 찢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부칠 작정입니다.
- 아하.
- 이 편지도 쉬 받으실지는 또 모릅니다. 왜 그러니, 저번 편지 답장이 오기 전에는 이 편지를 부치지 않을테니까요.
- 아하.
- 배달부는 거북이에요. 아주 느리니까요.
- 안타까웠던 모양이에요.
- 아주 느린 거북이에요. 그리고 내 돈을 다 털어서 이 편지 대신 전보 치고 싶습니다.
- 그렇습니다. 에 아주 묘한 것들이 많아요.
- 아주 사랑스러운 아내의 마음이 담겨져 있군요.
- 네.
(음악)
- 피 선생님께서 그 좋은 편지, 멋이 담긴 그 편지. 결국은 선생님 자신이 받고싶은 편지가 되겠지요?
- 그렇습니다. 네.
- 이런 여성에게는.
- 네.
- 받고 싶다 하는 그런 편지 내용이 되겠는데요. 그러니까 아베라드 한테 한 에로이드의 편지라던가. 예츠에게 보낸 그 모드 고흔의 편지라던가?
- 네.
- 모두 선생님이 동경하는 여성의 편지가 되겠는데요.
- 네네.
- 결국은 이들은 형식적은 편지가 아닐거에요?
- 네.
- 만약에 편지를 써야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 좋은지요?
- 네. 뭐, 둘이서 만나서.
- 네.
- 얘기하는거 같은. - 대화?
- 대화하는거 같은 그런 편지. 가령, 어제밤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잤습니다. 공기가 과실같이 달콤합니다 라던지.
- 네.
- 뭐 오늘은 하루종일 어떤 책을 읽었다던지, 이 또 지금 뭘 하고 싶다던지.
- 네.
- 이제 그런 것들인데, 그런 편지의 내가 주인공이 아니래도, 영화를 볼 때에 주인공을 보면은 자기가 주인공이 된 듯이.
- 네.
- 기쁘듯이 여간 기쁘지가 않습니다.
- 하하.
- 그럴 때에는.
- 네. 결국 그녀만이 풍길수 있는 독특한 그 개성이 풍부한.
- 그렇지요, 남이 쓰는 말을 그대로 옮겨쓴다던지, 또 뭐 없는 걸 갔다가 있는거 같이 허위를 갔다가 늘어놓는다던지.
- 네, 좋은 또 명시를 베끼거나 하면 안되겠군요.
- 하하.
- 이 밤 편지를 쓰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히 계십시오.
(음악) 깊어가는 이 밤. 오늘은 서울대학교 영문학 교수 피천득씨를 모시고 보내드렸습니다.
0시에 만난사람. 아나운서에 최춘자였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입력일 : 2009.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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