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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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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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 박경리
제29회
박경리
1965.08.22 방송
- 안녕하십니까. 동아방송국에서 나왔습니다.

- 네, 안녕하세요.

- 에, 마침 이렇게 와 뵈니까 참 조용하기가 이를 때가 없군요. 아주 무슨 깊은 산장에 찾아온 기분입니다.

- 네, 조용하기는 조용해요.

- 네.

- 근데 어떻게 가끔가다가 너무 자극이 없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 네. 아, 네. 아주 가족들도 단촐한 것 같고 그런데요. 옆에 따님 되시나요? 좀 소개 좀 해주시죠. 스스로.

- 아... 기, 김영주입니다.

- 어디 학교에 나가십니까?

- 연세대학교요.

- 아, 몇 학년?

- 2학년.

- 전공 뭐?

- 사학관데 아직 모르겠어요.

- 네네, 아주 참 단촐하군요.

- 네.

- 저, 이렇게 조용한 데서 글 쓰시기에는 참 좋지 않을까 문외한인 저희들도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막 와서 보니깐 집필 도중이신 것 같아서 상당히, 갑자기 찾아 뵌 것이 좀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 아이, 집필 도중이라 낮잠을 잤어요.

- 그러세요? 아하하하하. 네. 저... 듣기로는 고향이 경상남도...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 네. 저, 지금 충무죠. 전에는 통영이라고 그랬어요.

- 네네. 저, 박경리 씨가 이 문학에 뜻을 두신 것은 역시 학교 다니실 때였는지요?

- 글쎄, 뭐, 우리 학교 다닐 때는 일제시대니까요.

- 네.

- 거의 한글을 몰랐어요. 그러니까 일본말로 이렇게... 뚜렷하게 문학 하겠다는 생각은 없지만

그저 공부를 못하니까 만날 소설 읽었죠.

- 아이, 참. 아하하하하.

- 으흠.

- 아주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뭐, 모든 힘을 기울이셨을 때는 어느 때셨는지요?

- 그러니까 지가 6.25 때요.

- 네.

- 6.25 때 그, 어떻게 마, 괴로운 일, 여러 가지 다 겪었으니까 답답할 때 감정 발산이라는 그런 형식으로요.

- 네네.

- 시 같은 걸 좀 써봤어요.

- 아, 네.

- 뭐 뚜렷하게 문단에 뭐 나가겠다는 생각은 없구요.

- 네.

- 한두 해 가지고 요런 기회에 뭐 친구 소개로요. 저, 김동리 선생님을 알았어요.

- 네.

- 그래, 그 선생님한테 처음에는 시 지도를 받았는데 선생님이 소설 써보는 게 어떠냐고,

그러면서 처음에 ‘계산?? 추천 받은 거요.

- 아, 그러니까 현대문학이었습니까?

- 네. 현대문학이요. 그걸 썼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한 여덟 번 정도 고쳤어요.

- 아, 그러세요?

- 그러니까 뭐 그게 계기가 된 거죠.

- 아, 네네. 그 후에도 여러 작품이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만 박경리 씨 스스로가 뭐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또 뭐가 되겠습니까?

- 글쎄요? 거, 뭐, 으... 현대문학에 처음 장편 연재한 게 표류도도 있습니다.

- 아, 표류도.

- 지금 보면은 뭐, 미숙하고 이렇지만 그 당시로 봐서는 하여간 지가 총력을 기울이고 열심히 썼으니까요.

- 예.

- 마, 그거 하고 이번에 시장과 전장. 마, 시장과 전장은 붓 놓는, 하여간에 붓 놓는 그 순간까지 제가 최선을 다했습니다.

- 네네, 그밖에 또 작품으로는 내 마음은 호수라는 것도 있고...

- 네. 가을에 온 여인, 노을진 들녘, 파시, 승녀와 마녀, 아, 성녀와 마녀겠죠.

- 또 김약국의 딸들.

- 네, 김약국의 딸들. 여러 작품이 있는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어떻게 따님. 저, 어머님의

작품 읽어보셨습니까? 물론 읽어보셨겠죠? 네?

- 저...

- 예, 어때요? 다른 분이 쓰신 작품을 읽을 때와 어머님이 직접 쓰신 작품을 읽을 때의 느낌 같은 거...

- 저는 딸이니까 그런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아하, 참 영리한 말씀이신데요? 아하하하, 네. 아주 영리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 뭐, 걔는 어떤 때 초고 안 읽습니까? 원고 읽는 걸 아주 싫어해요.

- 그래요? 네에~~ 저, 이, 뭐라고 할까요? 어, 시장과 전장. 거 평가돼야 할 점이 여러 가지 있다고 그러고

또 불만점을 작가 스스로가 갖고 계시다고 그러시는데 고 점에 대해서 얘길 듣고 싶습니다.

- 네. 그, 인제 전장과 시장, 시장과 전장 말이에요.

- 네.

- 그게 제일 제가 불만하고 있는 게 평론가들도 그런 말씀을 하고 계시는데 마, 평론가가 말씀하시기 전에

제자신이 느낀 건데요. 거기서 인제 현재진행형, 현재진행형 하고 또 간결체, 이거 논의의 대상이 되는데요.

- 네.

- 그거 제자신도 왜 그런 그 수법을 취했는가? 이건 제가 처음에는 새로운 수법, 이런 의도도 있었으나

어쩔 수 없이 취한 지 자신의 좀, 곤란한 입장에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에... 작가에게 있어서 체험이 바탕이 안 되는 게

거의 없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이 전쟁소설이라는 게 어떻게 가공의 상상력 가지고는 할 수가 없고.

- 네.

- 자연히 이렇게 자기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데요. 그럴 때 여기서 대체적으로 지영이가 작가가 겪은 면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 네네.

- 그런데 그럴 때가 정리를 할 때 어떤 주관적인 수법이라든지 과거 진행형이라든지 이런 걸 할 때는 작가의 감정이

너무 노출될 것 같아서요.

- 아하, 네.

- 너무, 뭐, 뭐라고 할까요. 홍수처럼 확 쏟아져 나와서 정리를 못하고 어떤 그 객관성을 취할 수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 네네.

- 그래서 제가 제자신을 가누는 뜻에서 그런 수법을 썼고,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객관화 하는데 성공하지 않았나.

- 네.

- 그렇지만 어떤 중량적인거나 이런 걸 볼 때는 어, 약간 제자신이 불만이고 독자들이 스피디한, 읽을 맛은 좋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뭐라 할까요. 거, 좀, 읽기는 거북하지마는 더 두고두고 생각하는 그런 면에 있어서 아, 지가 그 작품에 있어서

약간 불만, 약간 불만이 아니라 아주 불만입니다.

- 네네.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 책, 백모 씨가 서평에서 아마, 하신 말씀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 예, 그게요. 그게 지나간 일이니까 우습게 됐습니다만 제가 애당초에 불만이 아니라 내용을 가졌죠. 그 작품에 있어서 그, 마, 그 평론가가요.

- 네.

- 불성실했다는 거, 거기에 제가 화가 난 거예요.

- 그러니까는 인제 박경리 씨 작품에 대해서?

- 아니, 그 글을 읽는 자세가.

- 글을 읽는 자세에 대해서?

- 왜냐하면요. 작품 하나를 쓸 때 불성실한 태도로 쓰지 않습니다.

- 네.

(개 짖는 소리)

- 그러니까 적어도 평론가께서 성실하게 비평을 해달라는 얘기예요.

- 네.

- 그러니까 물론 그 쓸 때는 지가 부분적인 거를 그랬지마는, 부분적으로 들어가면 제가 감정의 절제를 알아요.

- 네.

- 아는데, 여기서 중요한 거는 그 작품을 오독했다는 겁니다.

- 네.

- 왜냐면 여기서 기훈이라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그, 저, 귀순을 안 합니다.

- 네.

- 귀순할 생각도 안 갖고 붙들려 가가지고 도로 산으로 탈출해 가거든요.

- 그렇죠.

- 마지막 장면이.

- 네네.

- 그런데도 불구하고 귀순할 생각을 가졌다면 이거는 이 작품에서 전혀 차질이 생겨요.

- 큰 차질이로군요. 네.

- 큰 차질이죠. 근데 그 후로는 그분이 마지막이니까, 마지막 장면이 그러니까 아마 뒤에서 읽었던 것 같애요. 그리고 딴 전문가도 지적을 하고 있는데.

그거는 큰 그분의 잘못이에요.

- 아, 네.

- 근데 여기서 사소하긴 하지만 그 작품 전체의 성격을 좌우하거든요.

- 그렇겠군요.

- 거기서 제가 화가 나구요.

- 아,

-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어, 가다가 도중에 말이에요. 그분이 놓친 게 있는데요. 작가 자신이 저류인 듯한 것을 외친다, 이랬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여기에서 그야말로 작가가 처음부터 이걸 기록이라고 했든지, 또는 고변문학이든지 이렇게 던져놓고 하면은

그런 말은 있을 수도 있어요.

- 네.

- 그렇지만 아무리 작가의 체험이 들어갔다 하더래도 그걸 다시 재창조한 거거든요. 거기에 있어서는 그분이 제자신의

사정을 안다 하더라도요. 그 평론하는 태도에 있어서 폭발해서 그런 거를 채운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거거든요.

- 네.

- 불성실한 태도가 싫다는 거예요.

- 그러니까 그 자세 자체가-.

- 네, 그 자세가 싫어요.

- 네.

- 그래서 그런지 숙명에 항거하는 고독한 여인상을 주로 잘 그려진다는 등 그 주인공 바로 작가 박경리 씨라는 등

그런 얘기가 좀 떠돈 것 같아요.

- 네, 그런 얘기도 떠돌기는, 떠도는데요. 번번이 제가 그런 얘기를 하죠. 표류도 말이에요. 그게 인제 나간 게 참 자세한 동기예요.

- 네.

- 제가 갈채 다음에 옛날에 그, 문인 멤버였는데-.

- 네.

- 멤버였을 때 제가 성질이 좀 괴팍해요. 그래서 농담 비슷하게 이렇게 하는데 거기서 욱해버렸어요. 제가.

- 아, 네.

- 그래서 그때는 욱했는데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영혼이 상처를 받았을 때 말 한마디라도 상처를 받았을 때

그 순간에 어떤 사리적인 노여움을 승화시킨다.

- 네.

- 이런 걸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아, 요런 심리적인 화두를 다루면 재밌는 단편이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시일 꽤 지났죠. 지나고 난 뒤에 고걸 찾아서 장편을 써보면 어떠냐 하는 걸로 발전이 됐어요.

- 아, 네.

- 그런데 어찌나 애독자들이 와가지고요. 선생님, 탈영했습니까? 형무소 들어갔습니까?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아이고, 현애는 선생님 자신이죠? 그럼 제가 뭐, 인제, 물론 그 현애, 정신적으로 구성된 거는 작가의 한 분신이라고, 작가 자신이고

그 상황을 가지고 작가에게 결부를 시킨다면 그 작가는 엉뚱한 사람이고.

- 네.

- 그렇게 따진다면 작중 인물치고 좋은 사람이건, 나쁜 사람이건, 여자건, 남자건 또는 노인이건 작가의 분신 아닌 게

어디 있겠는가?

- 아하하하하.

- 이래서 제가 어디서 작가의 모델이라는 얘기도 원칙적으로 그런 해석을 가진다면 전부가 모델이 있는 소설이고-.

- 네.

- 또, 어떤 제삼자를 거쳤다고 할 때는 원칙적으로 모델이 없다고 볼 수 있다고-.

- 네.

- 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너무 원시적으로 아주, 천여적인 것으로 얘기가 되어지는 것 같애요.

- 네. 아, 그래서 그런지 거기서 파생되는 얘기라고 할까, 그, 인간과 인간에 벽이 있다. 단절된 인간의 벽.

이런 얘기도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선 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인간과 인간에 벽이 있는 거는, 그거는 뭐,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니까요.

- 그렇죠? 네.

- 인간은 벽을 뚫어 볼려고 노력하지마는 거, 뭐,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이 세상에 산다는 의미가 없고.

- 네.

- 뚫어보려는 그 과정의 노력. 뭐, 참, 스티븐스의 신화가 그런 거 아닐까요?

- 네. 뭡니까? 여원사에서 영광스럽게 무슨 상을 받으셨다고요?

- 네. 여류문학상입니다.

- 네, 어떤 것을 계기로 해서 여원사에서 줬다고 얘기를 합니까?

- 그게... 아마, 시장과 전장, 그게 수상작품에 해당되고요.

- 아, 네. 어머님이 요번에 상을 타시는데 딸로서 느끼는 기분은? 말씀하세요.

- 글쎄요. 하하하. 그냥 상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

- 그 이유는 어디에 있죠? 아주 상당히 내용이 있는 듯한 얘긴데요. 네, 얘기 좀 해주시죠.

- 말로... 아주.. .그냥 그래서요.

- 저, 왜 그럴까요?

- 근데 그, 뭐라고 할까요? 아마 그, 우리 40대라고 할까요?

- 네.

- 그거에 대한 어떤 가엾음, 그게 싫은 거죠.

- 아하하하, 그렇습니까? 네.

- 제자신도요. 마, 참, 주시는 거 고맙게 받는데 그거에 대해서 바, 받, 받음으로서 그게 뭐... 뭐라고 할까요?

그 어떤 영향을 끼친다는, 자기 정신자세에. 영향을 끼친다면 마, 그 상이 그리 좋은 건 아니라고.

- 상에 영향 받으면 어떡하나-.

- 네. 받았다는 거는 말하자면 기분적으로-.

- 네.

- 순간 내가 이렇게 이걸 받았으니까 기쁘다, 여기서 그쳐야지요.

- 네네.

- 여기서 그쳐야지 이게 무슨, 이게 무슨 뭐, 말하자면 받았으니까 요렇게까지 정략적인 게 포함이 안 되니까

책이 잘 팔릴 거라는 등-.

- 네.

- 그래서 뭐 하나가, 이력이 하나 붙는다는 등.

- 이런 생각을 한다면 작가 자신의 정신을 타락시키는 것밖에 안 될 것 같아요.

- 네네.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거 좀 말씀해주셨으면-.

- 앞으로 그, 역시, 전작 쓸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앞으로 뜻하시는 대로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정말 인터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입력일 : 201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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