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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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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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방문 - 제22회 박화성
일요방문
제22회 박화성
1964.06.14 방송
(음악)

삼일제약 제공. 두꺼비의 일요방문.

(음악)

(광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두꺼비 안의섭입니다. 오늘은 이 하월곡동에 살고 계시는 박화성 여사 댁을

찾아 왔습니다. 요 며칠 전에 환갑을 맞이한 박 선생님이 지금 제 오른편에 앉아 계시고 그리고 지금 마침 잔치에

참석했던 따님, 그리고 아드님들이 지금 제 앞에 같이 앉아 있습니다.

- 박 선생님, 먼저 만수무강하십사 하고 인사 말씀 올리겠습니다.

- 아이, 황송합니다. 여기까지 멀리 찾아주셔서.

- 네, 그동안, 며칠 동안 많이 좀 시달림을 좀 받으신 것 같습니다. 박 선생님.

- 아이, 그래서 참 많이 아파요.

- 네.

- 어떻게- 신문사에서 그냥, 아주 그냥 방송국에서 모두들 오셔서, 귀찮게 하셔서 아주 혼났습니다.

- 아, 그러세요? 아하하하. 근데 저, 이 선생님 그동안에 다 정말 쌓아올려 놓으신 그런 걸 좀, 보다 널리 좀

다 서로 알리자고 그래서 이렇게 괴로움을 끼친 모양입니다만 선생님 일부러 아마 괴롭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닐 성 싶습니다.

- 글쎄말입니다. 이번에 아주 정말 너무 여러분의 사랑을 받아서요. 해놓은 것은 없는데 받기는 그 몇 백 배나 받아서

너무나 그냥 황송하고 앞으로 그냥 더 책임이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

- 아, 네네.

- 이사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요. 집도 정리되지도 못하고 그랬는데 흉이나 잡히겠습니다.

- 근데 오셔서 손도 무척 많이 대신 것 같습니다? 선생님.

- 네, 좀 부엌도 만들고 방도 좀 더 만들고 또 선룸을 베란다에 방으로 만들고 그랬습니다.

- 네.

- 요새는요.

- 네.

- 아주 그냥, 어떻게 밤늦게까지 밤새도록 그, 저, 뻐꾹새가 울어요.

- 아, 네네.

- 낮에는 꾀꼬리가 울고.

- 아.

- 그리고 또 아주 그냥 기기묘묘한 새소리가 들려요.

- 이름 모를 새들이요?

- 네.

- 그래서 정말 점점 더 애착이 깊어지는구만요. 이 집이.

- 아, 네. 근데 이렇게 넓으신데 지금 가족은...? 지금 이 아드님이 몇 째 분 아드님입니까?

- 네, 제가 맨 끝입니다.

- 아, 끝이. 그러니깐 지금 형제분이 세 분인가요?

- 그러니깐 형이 둘이구요.

- 네.

- 누이는 지금 옆에 계신 누이 한 분.

- 네.

- 전부 사남맨데.

- 네.

- 큰 형 둘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

- 아, 네.

- 큰 형은 지금 군대에 가셔가지고 이번 8월에 제대하시구요.

- 아, 네.

- 작은 형은 지금 서대문에 나가 계시고.

- 네네.

- 저 혼자 어머니하고 같이 있는 겁니다.

- 아... 네네. 이 따님은 지금은, 출가를 하신 지는...

- 6년 됐어요.

- 아, 이번에 어머니 환갑 때문에...

- 네, 그래서 수원에서 올라왔죠.

- 아, 네... 어떠세요? 이번에 어머님 환갑 맞이하신 소감이?

-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저는 환갑잔치라고 그럴까, 그런 거를
당해보질 않았어요. 아직.

아버님도 몇 년 전에 돌아가시고 그래서.

- 네.

- 정말 뭐라고 말할 수 없어 정말 감개무량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그랬어요. 사실은.

- 아버님 환갑잔치와 더불어 아주 한꺼번에 그냥 다 쏟아 넣으셨고.

- 제가 남자였으면요. 장남으로서 정말 내 온갖 정성을 다해서 더 성대하게

해드렸었어야 될 텐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 이번에는 그러니깐 어머님 환갑에는 형제분들도 다 오셨댔고.

- 네, 인제 형은 왔다가요. 나왔다가 다시, 부대에 다시 들어갔고.

- 아, 네네... 그러면 이 따님은 출가하셨고, 막둥 아드님하고 두 분이 계십니까?

- 네, 큰 아이가 토요일이면 나옵니다.

- 아, 네.

- 그래서 월요일 새벽에 들어가고. 그리고 얘는 인제 지금 저... 평택이 있다가요.

- 아, 네.

- 여기 이사와가지곤 너무나 집이 크고 좀 무서워요.

- 네.

- 그래서 얘가 본부로 왔죠. 그때부터.

- 본부라니?

- 공군본부요.

- 아, 공군본부? 공군에 복무하나요?

-네, 공군에 복무해요. 공군 소위로.

- 아...! 그러세요?!

- 네.

- 아, 그래요?

- 네, 아주 고참 소윕니다.

- 고참 소위?! 네...

- 네, 군대에 들어간 지 한 2년 3개월째 됐는데.

- 네, 2년 3개... 2년 3개월 소위구만.

- 네, 이제 한 달 있으면 중위가 됩니다.

- 아, 그래요? 아, 네... 아, 그럼 이, 저, 경사가 아주 겹쳐 나옵니다.

- 인제 우리 큰 애가요.

- 네.

- 9월에 제대를 해요.

- 네네.

- 그래야 그게 길사죠.

- 아...

- 제대를 해야.

- 진급이 커서 제대가 되겠습니까?

- 전 뭐, 제대할 거니까 진급은 뭐 과히 큰 문제가 안 됩니다.

- 그래요?

- 빨리 제대해야 할 텐데 한 2년 정도 남았습니다.

- 네... 진급이 좀 되면은 이, 저, 중대 제대할 적에 뭐, 돈도 좀 더 받는 거 아닙니까?

- 한 4년 이따가 나오게 되면 돈도 별로... 그저 그 정도죠.

- 아하하하하.

- 선생님은 뭐, 환갑을 맞이하셨지만 정말 실례가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어떠세요?

아드님, 저, 이, 환갑을 맞이한 어머님 같지는 않지 않습니까? 어떠세요?

- 이제 가끔 친구들이 놀러오면 그런 말을 많이 하죠. 한 오십, 오십 미만으로 보인다고

놀리고 그러죠.

- 네.

- 그런데 훨씬 젊으시긴 젊으세요. 제가 보기에도.

- 저도 저... 쉰하나, 쉰. 전 이렇게 보는 게 꼭 알맞지 않은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또 따님은 어떠세요?

- 왜, 엄마가요. 너무 젊으셔서요. 제가 이대 다닐 때, 이화대학 다닐 때부터 언니 같다고 그랬어요.

- 아.

- 친구 같다고 그러고 언니 같다고 그랬는데 이제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어머니라고는 좀

생각하기 어렵죠.

- 아...

- 언니라고 그러고 어쩔 때 심지어는 친어머니가 아니라고 그랬어요.

- 아...

- 너무 젊다고.

- 그래서 이, 저, 간혹 착각을 느껴서 따님이 언니, 뭐 이렇게 부른 적은 없으세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친구 같애요. 언니라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지금도 제가 나이를 먹었어도 그냥 엄마, 엄마 하고

친구 같애요.

- 네... 선생님은 이, 저, 흰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저, 염색을 하셨습니까? 이렇게.

- 때로는 염색도 조금씩 하죠, 뭐.

- 원래도 흰 머리카락이 없으시지 않아요?

- 약간 약간 있죠.

- 약간 있어요?

- 네, 약간 있으시지만.

- 아, 네...

- 뭐 가끔 염색도 하시고-.

- 가끔 있는 것을 염색하기는 더 힘들지 않겠요?

- 그렇죠. 흰 잔머리가 보기 싫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 네네네네.

- 또 효성을 발휘해서 뽑아드리기도 하죠.

- 아... 이, 참. 끝의 아드님이 제일 효성이 아마 지극하신 모양입니다.

- 네. 귀여운 만큼 사랑도 많이 받았거든요.

- 아... 아하하하하, 네. 당연한 말씀이란 말씀이군요. 아하하하, 네...

- 따님은 이번에 어머니 환갑을 기념해서 무엇을 해드렸었습니까.

- 전, 우선 먼저 그냥 돈으로 드렸어요.

- 큰 절 하시고?

- 네. 아이, 그렇죠.

- 아...

- 저, 내 욕심으로 말하면. 저, 상을 높이 고이구요. 가족끼리 오붓이 정말 환갑 기분을 냈으면 좋았을 텐데.

제 욕심은. 그랬었으면 좋았을 텐데. 여러분들이 그렇게 성대히 해주셔서 그거는 그만-.

- 그걸 외부인들한테 뺏기셨구만요.

- 그렇죠. 그래서 내년에는 우리 형제들이 오붓이, 오붓하게 놀고 더 기쁘게 해드리려구요.

- 저 먼저 몰래 좀 불러주세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저 먼저 몰래 불러주세요.

- 그럼 그러겠어요. 그때는 내년이지만 음식을 많이 좀 해가지고, 먹고, 놀고 그럴려구요.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정말 이번에는 성대한 반면에 엄마 환갑날을 뺏긴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네. 이, 아드님들도 어떤 선물-.

- 그게 뭐 저도... 저도... 이... 돈을 좀 모아가지구요.

- 큰 거를?

- 네, 물론 큰 거라고. 그래서 인제 물건들이 들어오고 그래서 말이죠. 더 필요한 물건 같은 게 있으면

인제 곧 사시도록 말이죠. 그렇게 해야 되겠습니다.

- 네...

- 이제 아마 어머님이 좀 퍽 불편하신 것 같은데 좀 푹 쉬시게 하시는 것이 아마 앞으로는

아마 최대의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 네, 오늘-.

- 아하하하하.

- 오늘도 좀 푹 좀 쉬셔야 할 텐데 아침부터 일찍 오셔가지고-.

- 좀 죄송스럽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거 끝나면 어머니 좀 주무시게 해야겠습니다.

- 아니, 아니 이렇게 찾아온 걸 나무라주시니 아주 참, 아주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도 반갑습니다.

- 네.

- 아, 아주 귀한사람으로서 모셨습니다.

- 참말이십니까? 고맙습니다. 아하하하하하.

- 아하하하하하.

- 근데 이, 이제 선생님이 이, 예순 저, 다락 속에다가 넣어두시면은 이제 한 살이 되셨습니다. 그러시죠?

헤헤헤헤, 이, 저, 그것도 에, 참, 선생님의 진짜 작품이 이제부터 나오시게 될 텐데 앞으로... 더, 좀 보다

나은 작품을 또 써주실 텐데. 보다 많은 구상을 갖고 계시는지.

- 저, 한 7년 전부턴지, 아마 그 전부터일 겁니다. 내가 저, 고리끼의 어머니도 읽었고 또 이제 프로이드의 어머니도

읽었고, 또 일본 작가 쓰루미 유스케, 여자 작가의 작품. 또 이, 이기영 씨의 어머니도 읽었어요.

- 네.

- 근데 대강 읽으면서 내가 쓴다면 어떤 어머니를 쓸까. 재래의 어머니는 모두 다 유형이 다르더군요.

네 분 작가의 어머니들이 모두 다 다른데.

- 네.

- 내가 쓰는 어머니는 그야말로 한국적이면서 좀 더 혁명적인 어머니를 써야겠다. 그게 인제 무슨

의미냐 하면. 음, 정말 이때까지의 어머니는 언제든지 자식들에게 부덕이라든지 비윤리라든지.

- 네.

- 그런 것에는 엄격하게 못하게 했죠.

- 네.

- 근데 내가 쓰는 어머니는 그런 것에, 자식이 그런 것에 말려 들어가면 그걸로 갖다가 못하게 한다는 거

보다도 오히려 그런 데서 자기 자신이 희생을 하면서라도 순수한 어머니가 되는 것이 오히려 더 위대한

어머니가 되지 않을까 하는-.

- 네네.

- 그런 걸, 좌우간에 이때까지 어머니보다 더 다른 거룩한 어머니. 다른 이미지의 어머니를 창조해보고 싶어요.

- 말씀이 좀 돼있는 진보된 어머니. 이것도 되겠죠. 아마.

- 근데 진보된 어머니면서 어떤 의미에선 좀 더 희생적이고 좀 더 거룩한 어머니.

- 성스러운 어머니.

- 네. 근데 그 의미가, 성스럽다는 의미가, 일적이 아니라-.

- 네.

- 좀 어떻게 좀 다면적이고-.

- 행동적이고-.

- 네. 좀더 복잡하게 됐습니다.

- 네네네.

- 아직은 집필을 할 때까지 좀더 오랫동안 지켜봐야 되겠습니다.

- 네. 아직 한 살이시니깐 뭐. 아직, 아하하하하.

- 그 전에 실현해 봐야겠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 한 살치곤 말씀을 참 잘하십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휴, 우리 안 선생님 말씀에는 누가 감히 대항할 수가 없습니다.

- 좀 고단하실 텐데 편히 쉬실 걸 괜히 이렇게 찾아와서 괴로움을 많이 끼친 것 같습니다.

그러면 고만 편히 쉬시고 저흰 가보기로 하겠습니다.

- 네, 가시다가요. 거 솔밭을 지나가시면서 새벽공기가 실컷 마시고 들어가세요.

- 네,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 안녕히 계십쇼.

- 안녕히 계세요.

- 네, 안녕히 계세요.

- 네, 이렇게 오늘은 이, 요 며칠 전에 환갑을 맞이하신 소설가 박화성 선생님 댁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럼 여러분, 내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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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의 일요방문. 삼일제약 제공으로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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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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