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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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제18회 - 전창근
제18회
전창근
1964.03.15 방송
(음악)

두꺼비의 일요방문.

(음악)

휴일을 즐기시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이 시간에는 만화가 안의섭 씨가

우리들이 알고 싶은 가정, 궁금한 여러분의 가정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 두꺼비 안의섭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저, 이, 우리나라에

영화계, 또 감독의 최원로급 되시는 전창근 씨 댁을 한번 찾아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러분 다 아시다시피 그 댁은 영화인의 가족, 이렇게 부를 수 있겠죠? 네, 좋으시죠? 네.

돈암동 쪽으로 가십시다.

(차 달리는 소리)

-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렇게 아침에 일찍이 찾아왔습니다.

- 아이고, 너무나 의욉니다. 안 선생님.

- 오늘만 특별히 일찍 일어나신 거 아니십니까.

- 하여간 일찍 일어나고 싶은 무슨 예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아, 일어났더니 역시-.

- 네.

- 참 빨리 일어난 걸 내 참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 역시 저, 이, 감독의 귀신이 되시니까 서서히 저... 점도 좀 치실 줄 아마 아시는 모양이에요.

- 감독의 귀신이라지만 인젠 마, 그동안에 인생을 오래 살았으니까-.

- 네.

- 약간 관상도 보구요.

- 네.

- 약간 사주도 볼까...한 이런, 바로 직전이올습니다. 아하하하하.

- 문패가 커다랗게 전.창.근. 이렇게 문패가 아주 크군요.

- 그냥 지나가다 보면 김.창.근 아닌가요?

- 아하하하하.

- 죄송합니다. 선생님. 근데 문패는 적절하죠.

- 아하하하하.

- 아하하하하하.

- 근데 어떻게 저... 유 여사님은 어디에...?

- 모처럼 참 안 선생님 오셨는데 이거 참 죄송합니다.

- 또 이 향이 양이 또...

- 아, 걔들은 지금 저쪽 방에 있으니깐요.

- 네네.

- 부르면 곧 올 겝니다.

- 기왕 저도 왔으니까 얼굴 좀 보고 가게-.

- 아유, 그건 뭐. 안 선생님 말씀 안 해도 제가 오히려 이렇게 뵈어 올려야 되는 것이 제 의무 아닌가 생각하고요.

- 감사합니다.

- 재밌지 않을까요?

- 네네, 좀 불러주십쇼.

- 네네.

- 어떻게 좀 다들 불러주세요.

(문 여닫는 소리)

- 얘얘얘얘, 야, 향이야! 향. 이~~~~ 향이야!!

- 이렇게 저 부르시는 폼이 꼭 무슨 뭐... 옛날에 임금님이-.

(문 여닫는 소리)

- 예, 대개, 대개 시대극을 약간 해본 버릇이 있어서-. 여기 향이 대령했습니다.

- 네.

- 안 선생님이야. 인사해라.

- 처음 뵙겠습니다. 방송으로 많이 들었어요. 아하하하하.

- 인사드립니다. 네. 난 그때 저 뭔가, 이 상한 갈대를 꺾지 말라, 그때 보고

오늘 이, 저, 실물이라고 그래도 관계없겠죠?

- 실물-.

- 예, 실물.

- 바로 실물이올시다. 바로 실물.

- 실물로 처음 뵙겠는데 그때보다 많이 키가 퍽 크군요.

(문 여닫는 소리)

- 안 선생님, 또 대령했습니다. 내 큰 딸 전향아.

- 네, 네네.

- 안 선생님, 인사 여쭈어, 인사 여쭈어.

- 네.

- 안의섭입니다.

- 네.

- 아, 키가 무척. 언니 되시는 분이 아마 키가 조금 더...

- 아하하하하.

- 키가 거꾸로 됐어요.

- 네.

- 대단히 죄송합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네.

- 생산능력이 좀 부족해서 그런지 첫애가 크지 못한 게 여러 가지로 죄송합니다.

- 네네. 선생님. 요즘도 약주를 많이 하시는 건지 코가 좀 빨갛...

- 아하하하하.

- 아주 트레이드마크로 아주 세상이 다 아는 바입니다.

- 아하하하하하.

- 한국... 아마 당수쯤 될 겝니다.

- 네네.

- 요즘 선생님은 작품 만드시는 게...

- 한 가지 지금 할려는 것은 우리민족이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 네네.

- 여태까지는 그 개념을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마는 우리 민족이라는 게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느냐, 그래서 대개는 우리, 여태까지 우리 강토 안에서의 민족을 생각했는데요. 보담도 우린 세계에 있어서의

우리 민족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떻게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될 것이며, 무엇을 행동해야 될 것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참, 거창한 건 아닙니다마는 그 다음 문제를 조금 더 파고들어가서 민족의 세계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무슨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거기에 대해서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 네, 연설을 끝마치신 거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 연설! 아하하하하하! 네.

- 제가 저, 이, 제가 혹시 잘못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옛날에 권투를 하셨다는 말씀을

들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약간 했습니다.

- 아, 사실 하셨습니까?

- 사실 했는데요.

- 그럼 좀 실례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지금 앞으로 말의 실수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 아하하하하하.

- 보시다시피 몸이 좀 약합니다.

- 아하하하하하.

- 에이구, 안 선생님. 걱정 마십쇼. 제가 노쇠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옛날을 회상해서 지금

힘이 안 날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하하!

- 그럼 어떻게 망명...하실 그 시기인가요?

- 예, 상해에 있을 땝니다.

- 예, 상해에서.

- 네네.

- 그럼 최고 몇 회까지 한번 이렇게...?

- 제가 엎은 게임이었니깐요.

- 엎은 게임.

- 6회진까지 했습니다.

- 아, 6회전.

- 네네.

- 물론 지셨겠지만.

(사람들의 웃음소리)

- 자꾸 그렇게 미리 짐작하시면 어떡합니까? 아이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래도 20대 때는 이기셨대요.

- 그때 받을 사람이요. 먹을 수도 없고 잘 데도 변변치 않아서요. 그렇다고 우리 상해에서 취직이 되지도 않구요.

그래서 얻을 방법은 힘밖에 없다.

- 네네.

- 그래서 권투 하면요. 그때 백 원 벌었어요. 어, 어, 엎은 게임두요.

- 네네.

- 이긴... 사람이 60%-.

- 육십 원.

- 아, 육십 원. 져도 사십 원. 사십 원입니다.

- 선생님은 사십 원이셨군요.

- 예, 언제든 사십 원. 아유, 또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근데 역시 사십 원 번 시간, 수가 많았다는 건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합니다.

- 요즘 같으면 파고다 하나 사고 못 남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 전엔요. 그 돈 가지면 한두 어 달 먹습니다.

- 안 선생님, 차 드세요.

- 네.

- 차 드시죠.

- 안 선생님, 차.

- 네. 근데 제가 뭐 주인처럼 차 드세요 하고.

- 주객이 전도돼도 좋습니다. 우린 그런 친한 사이니깐요. 안 선생님.

- 전 양은 요새... 출연하고 있는 영화가...

- 아, 전 요새요. 학교만 다니고 있어요.

- 아...

- 학교에서 아마 출연하는 걸 좀 고려해달라고 해서 한 1년 동안 쉬고 있죠. 아마 졸업하고 난 다음에.

- 아직 학교 나가고 있나요?

- 예.

- 오.

- 내가 그 말씀 약간-.

- 네.

- 내가 상한 갈대 할 때 몇 부 나왔더니요.

- 네네.

- 이화대학에서 불러요. 저를.

- 그럼-.

- 그럼요. 향이가 출연하니깐 말이죠.

- 그러니깐 본인에 대한 얘기죠.

- 네.

- 아버님,

- 전 감독. 제가 언권이 없으니까 불리하네요. 야, 네가 잘 말씀 드려.

- 그래서요? 아...

- 그래서 여태까지 쭉 못했죠. 그래서 아마 졸업하고 나서야 할 것 같아요.

- 그러니깐 지금 무슨 과?

- 불문과에 다닙니다.

- 아, 불문과. 네. 그러니까 금년... 내년이?

- 네, 올해 12월에 졸업이죠.

- 올해? 네, 그러고 인제 영화에 막-.

- 네, 그러면 자유로울 수 있을 거예요.

- 막 기지개를 켜고 나갈-.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저, 어떻게 언니-.

- 우리 언니도-.

- 저도 이대 불문과 이번에 졸업하구요. 직장에 나가고 있어요.

- 아니, 무슨 이렇게 불란서하고 인연이-.

- 요새 가장 말썽거리가 드골, 코쟁이. 저는 빨갛습니다만 그 사람은 코가 유난히 크기 때문에

그래서 미리 알고 선견지명이 있어서 전부 불문과 다닌 것 같애. 야, 너, 드골한테는 말하지 말고

니 자신의 신변에 관한 말씀을 안 선생님한테 적절히 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이, 저, 언니는?

- 동양시멘트요.

- 어... 시멘트.

- 네.

- 아... 거 요새 그렇게 힘들다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그렇고. 어머님은 저, 어떻게 늦게 나가시고 늦게 들어오시고 뭐, 그렇게 배울 데가-.

- 네, 일이 있으실 때는 나가시구요. 일이 없으실 때는 가정을 돌보시죠.

- 난 아직 어머님을 직접 봬온 일이 없고 해서 오늘 일찍 오면 뵈오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되십니까? 저... 이... 일요일이나 또는 이 뭐해서...

- 아유.

- 아니?!

- 아, 지금 막 들어왔습니다!

- 인제 막 들어오셨군요.

- 제 아내요.

- 네. 지금 말씀을 한창 지금...

- 여보.

- 하고 있었습니다.

- 여보, 동아방송에서 말이야.

- 네.

- 이렇게 우리집을 먼저 찾아오셨어.

- 아침에 찾아오셨어.

- 네. 저, 안의섭입니다.

- 안 선생님 인사하십쇼.

- 처음 뵙겠습니다.

- 제 집사람이올습니다.

- 지금 그러지 않아도 시방, 이, 저, 말씀을 지금 하고 있던 중이었었습니다.

오늘은 무슨 녹음을 하고 오셨습니까?

- 내가 설 땅은 어디냐, 녹음했습니다.

- 내가 설 땅은 어디냐, 네네.

- 근데 영화에 나오는 것보다 아주 퍽, 젊으십니다.

- 난 더 늙고요.

- 그런데 뭐 이렇게 같이 다니시면 큰 따님-.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러지 마세요! 안 선생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설 땅이 어딨습니까?! 아이구, 갈 데도 없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봄도 되고 해서 봄과 관계된 얘기 좀 여쭤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네.

- 다름이 아니고 어떻게, 어떻게 두 분이 만나게 되셨는가.

- 네.

- 어떻게 되셨어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어떻게 돼서, 네.

- 네. 저...

- 이참에 솔직하게 얘기해봐.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제가 어렸을 때 있죠.

- 네.

- 어렸을 때 결혼하셨나요?

- 네.

- 복지만리란 영화 할 때요.

- 네.

- 제가 열여덟 살 땝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때는 향이 양보다 더 이쁘시고.

- 아하하하하, 물론이죠.

- 열여덟 살 적에 어떻게 하신 겁니까?

- 예? 그 영화를 하다가 그냥... 네에에에.

- 그러니까 전 선생님은 그때 같이 출연을...

- 아니오, 감독하셨죠.

- 그때도?

- 네, 상해에서 나오셔서 그때 감독하시고 전 첫 번 출연하구요. 아하하.

- 고때 그러니깐 선생님이 누가 먼저 침을 찍으셨나-.

(사람들의 웃음소리)

- 물론 아버지 쪽이시겠죠.

- 아니, 근데 이걸 말하면-.

- 사실 말하면 제 아내 되는 사람한테 쓱 보니깐요.

- 네.

- 눈이 갈수록 호리호리하고 그래서 눈이 가는 여자가-.

- 네.

- 지키기를 잘 지킨다.

- 네. 아...

- 이런 게 있습니다.

- 아름다운 가정을 꾸밀 수 있다 이거죠.

- 그렇다고 눈 큰 여성들을 비난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건 제-.

- 네네.

- 자신의 얘기니까요. 그래서 아주 탁 침을-.

- 찍었죠.

- 찍었습니다.

- 네.

- 네. 그렇게 말씀드려야 시원하시겠죠?

-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무척무척 시원한 게-.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자, 그런데 이 또, 이, 우리 아리따운 선생님의 따님, 두 분. 언니는 언제쯤 결혼을?

- 지금이라도 좋은 사람 있으면 하겠습니다.

- 아, 예.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런 말씀 지금 아버님 아마 처음 들으실 걸요?

- 나도 깜짝 놀랐습니다.

- 깜짝 놀랐죠?

- 약간 혈압이 올라가는데요.

- 아, 네네네. 조금 진정하시고. 진정제 좀 우선 드리시죠. 네.

- 나 지금 냉수 좀 마시고 있어요. 거 본인한테 조금도 물어보지 않네.

- 자, 그래서 좋습니다. 그러면 어떤 분?

- 뭐 어떤 남자라고 할 게 있어요.

- 예를 들기 힘들면 저를 정의해도 좋습니다. 네. 아하하하.

- 네.

- 직업은-.

- 아무런 사람이라도 좋아요. 하여튼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면-.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 그렇지. 거기에 모든 말이 다 적용이 되는군요.

그럼 또, 이, 향이 양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 저도 물론 결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죠.

- 네.

- 뭐...

- 요새 늘 그것만 생각합니까.

- 아니, 저도 늘 그런 아니지만 뭐 여자나 남자나 그게 일생의 가장 중대한 문제가 아니겠어요?

- 그렇죠. 네.

- 아하하하, 그렇다고 꿈은 없는 건 아니에요. 아하하하, 꿈도 있으면서 현실에 살아야죠.

- 점점 더 복잡해지네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점점 복잡해지는데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래서 대학 보낸 게 여기서 나오지 뭐야.

(사람들의 웃음소리)

- 예...

- 막대한 금전을 투입했습니다. 겨우 이 말을 듣기 위해서. 아이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 네. 어디 저... 부모님으로서는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이, 저...

- 글쎄요. 뭐, 자기네들 자유의사에 맡겨야죠 뭐.

- 네.

- 아하하하하. 어쨌든 좋은 데 결혼해서 잘 살길 바라죠.

- 네.

- 영화에서 하시는 그 모든 저거하고는 아주 딴판이십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따님들에 대해서 아주 무섭게 하실 줄 알았더니... 네네. 역시 이렇게 직접 뵙고 보니깐

정말, 네... 에... 작은 따님 전향이 양, 앞으로 많은 이 꿈을 꼭 성취되기를 저는 정말 꼭 빕니다.

-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보겠어요.

- 그럼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안 선생님.

(두꺼비 울음소리)

이렇게 오늘은 영화가족 전창근 씨 댁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럼 여러분, 내주 이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쇼.

(음악)

두꺼비의 일요방문을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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