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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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제16회 - 한운사
제16회
한운사
1964.04.26 방송
(음악)

삼일제약 제공. 두꺼비의 일요방문.

(음악)

(광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두꺼비 안의섭입니다.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실은 어제가 동아방송의 1주년이 되죠.

이 오늘은 이... 방송극작가 이... 한운사, 네. 아... 바로 그 양반입니다. 한운사 씨 댁을

찾아뵙기로 해서 제가 지금 그 안방에 와서 앉아 있습니다.

- 선생님, 참 오래간만입니다.

- 오래간만입니다. 아하하하.

- 어제 뭔가, 우리 동아방송 1주년에서, 어제 나오셨댔죠? 아마?

- 예, 고역을 좀 당했었죠.

- 1년 전에 아마 한 선생님이 그때 연속방송을 해서... 제목이 뭐였죠...?

- 아, 개국 때 오월의 꿈, 그걸-.

- 아마 동아방송이 맨 처음 시작할 적에 한 선생님이 해주셨죠, 아마?

- 해주셨죠.

- 해주셨어요.

- 아니, 동아방송국에서-.

(웃음소리)

- 여기가 성북동이 됩니까요?

- 그렇습니다.

- 네. 전 서울을 오래 살아도 여기, 여기도 서울특별시에 들긴 드는 거죠?

- 산속이지만 들죠.

- 네.

- 허허.

- 네, 오다보니까 소나무가 많고, 느티나무, 아주 울창한데 호랑이 같은 건 안 나옵니까?

- 이... 그건 몇 십 년 전에 나왔던 거였는데 지금은 토끼 정도-.

- 요즘은 그건 없구요.

- 그건 없고-.

- 여름엔 뭐, 굉장히 시원하시겠어요.

- 에, 시원해서 여름에 손님이 많습니다.

- 네.

- 밤중까지들 안 가서 아주 우리가 피해를 많이 보는데요.

- 아, 피서지구만요?

- 아, 옛날에는 별장지대였죠.

- 여기가요?

- 그러니깐 가족은 두 분하고 이 친구가 제일 처음 큰 아드님이...

- 네.

- 지금 학교-.

- 2학년입니다.

- 2학년이요?

- 네.

- 너 이름 뭐야?

- 한만원이요.

- 한만원. 아, 고 다음에 여긴 둘쨉니까?

- 한동훈.

- 네. 그래서-.

- 고게 쌍둥입니다.

- 아, 네. 그래요?

- 이번에 2학년 둘이 들어갔죠.

- 아, 들어올 때 한 번 봤는데 방에 또 들어와 있으니 이놈 참, 동작 빠르다고 생각했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그렇게 3남...

- 4남이죠.

- 아, 또 밑에?

- 네.

- 거의 뭐 아들부자시구만요. 한 선생님은.

- 거긴 딸부자라는 내, 소문을, 두꺼비 집은 딸부자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렇게 참... 믹스가 됐으면 참 좋겠는데.

- 그렇지.

- 이렇게 딱 갈라졌습니다. 그냥. 근데 벽에 이, 웬 낙서를 이렇게 쭉쭉 해놨습니까? 뭐, 뭡니까? 저게.

- 에, 패트롤카, 꿈이 흐르는 땅, 시유지척과 친구, 또 뭐 이기주의자?

- 아하하하...

- 숄리의 모, 모험입니까?

- 모험.

- 아, 모험. 또 이쪽에 잔뜩 있구만요.

- 깍두기, 진상, 그대 조국은, 애수의 눈동자, 형제, 너의 시대는 갔다. 워커힐, 의무... 저건 뭡니까?

- 의무진,

- 아, 의무진.

- 의가 한정이 없이...

- 동창생, 아, 이쪽에 또 있군요. 약속의 땅, 나를 따르라, 이 뭡니까? 참.

- 허, 그거... 두꺼비 선생한테 들켜서 참 저긴데... 저긴 내 밑천입니다.

- 밑천이라구요?

- 이것은 ‘현해탄은 알고 있다??도 저렇게 낙서한 데서 제목이 나왔고-.

- 아, 네. 그러니깐 지금 이렇게 해서 이 중에서 고르시는군요.

- 자꾸 봐서 싫지 않은 거.

- 아...

- 또 여기 오는 친구들이 야, 이 제목은 괜찮다. 결국은 여기 저, 어깨를 펴라 하는 게 있는데.

- 네.

- 어깨를 펴라. 어깨를 펴라 말이지.

- 펴라.

- 이렇게 움츠리고 사는 시대 같은데 어깨를 펴라, 저는 오늘 하나 쓰겠어요.

- 거 참, 거, 맨 처음에 어깨를 펴라, 듣는데 참 이... 좋군요.

- 좋아요?

- 어깨를 웅크려라 하는 것보단 확실히-.

(사람들의 웃음소리)

- 기운을 내라 그 말이에요.

- 사모님도 여기 어떻게... 많이... 사모님이 적으신 거 뭡니까?

- 저는 아무것도 적은 것이 없습니다.

- 덧붙이기만 하셨나요?

- 붙이는 것도 본인이 붙이구요.

- 네. 남과 북, 최저의 조건,

- 아하하하.

- 나는 나다. 무진의죠? 저건?

- 무진의., 의가 끝이 없다.

- 네네.

- 신문소설 제목이죠.

- 네네네네. 어머니의 신...

- 기도.

- 아, 기도구나.

- 요즘에 젊은 친구들이 많이 죽지 않습니까? 뭐... 4.19 때도 죽고 뭐 여러 가지가 있는데, 4.19 때

자식을 잃은 분이 날 찾아왔어요.

- 아...

- 얘기를 하는데 참 눈물 겨웁디다.

- 네.

- 요즘 시대상이 이러니까 지금은 안 쓰겠는데 이... 우리... 실증이 안 날 시기에 가면 내가 쓰겄는데

아주 이, 저, 사람 그 간장을 녹이는 애절한 얘기에요.

- 네네.

- 4.19 때 죽었습니다. 그 자식이.

- 네네.

- 죽었는데 그 어머니가 와서 눈물을 흘리면서 호소한 얘기가 있어요.

- 아, 네...

- 한 1년 됐지만 아직 그 시기가 아니다 생각해서 쓰진 않고 있는데 어머니의 기도를 언젠가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전화벨 소리)

- 네, 오.

- 선생님은 이... 보통 취미생활을... 어떤 걸 가지고 계세요?

- 글쎄요. 바둑을 두는 거 하구요. 뒷산에 자주 올라가는 거 하고 강아지를 귀여워하는 거 하고. 그게 있죠.

- 아, 세 가지가 있구만요.

- 뭐, 다 철저하다고는 볼 수 없어도

- 네...

- 좋아하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 네, 바둑은 몇 급 정도 되시는 거 같습니까?

- 저는 바둑을 모르니까 몇 급을 두는지는 모르겠어요.

- 네.

- 집에 볼 일이 있어도 밤낮 빠져 나가서 두고 그러니까 아마 좋아하나 보다 그러고 있죠.

- 네. 뭐, 바쁘신 중에 바둑을 두실 사이가 있으세요?

- 아, 이게 이렇습니다. 저, 내 그동안 한 3개월 쉬면서 신문소설 써라, 뭐, 방송 써라 그럴 때도

쓰고는 싶은데 역시 머리 정리를 해야겠고 신진대사죠. 또 영양 섭취를 해야지, 뭐 자꾸 나올 수 있는 게지.

- 그렇죠.

- 자꾸 작품 생각만 하다보니까 독서할 시간이 거의 없어지고-.

- 네.

- 우리 젊은 사람들한테 저 자식, 기성이라고 영양섭취도 안 하고 뭘 자꾸 울궈먹느냐 그런 기분이

많을 텐데 사실 그렇습니다.

- 뭐, 인제 두 분이 결혼하신 지 한...

- 10년.

- 10년. 네. 그러면 사모님은 결혼하실 때는 한 선생님하고 히데코하고의 관계는 모르시고...

- 아하하하하, 물론 몰랐죠. 손해 보는 결혼을 했죠.

- 아하하하하, 어떤 점에서 손해되는-?

- 저는 결혼생활도 역시 손해 보는 생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그러세요? 아...

- 네.

- 이, 한 선생님, 다시 뵈어야 되겠습니다.

- 일에 대해서는 다 양보하는 것 같아두요.

- 네.

- 자기 문제라든가, 자기 시간문제라든가, 이런 데는 절대 양보를 안 하니까 섭섭할 때가 많이 있어요.

- 저기 제목 하나 있는 게 나는 나다, 바로 그거군요.

- 바로 그거예요.

- 요번에는 저 제목을 하나 따서 뭘 하는 게 좋겠습니다. 나는 나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글쎄, 그래도 제가 이렇게 불만을 얘기하면요. 딴 사람들은 내가 극성스러워서 그러는 것처럼 이렇게들 계산하고 그래서-.

- 저도 뭐 이 시간까지 계산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제가 불만이 있어도 입을 봉하고 있죠.

- 사모님한테는 이, 저, 혹시... 뭔가 히데코가 아니냐는... 그런 말을 들으시는 적은 없으십니까요?

- 그런 질문을 받았을 적이 있어요. 그래도 제가 히데코에 대해서는 작품 중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거

이외에는 모르니까.

- 선생님이 거기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으셨죠?

- 네.

- 없었지만 저한테 속이지는 못할 거예요.

- 예...

- 왜 그러냐 하면 그 당시 일기라든가.

- 네네.

- 뭐, 저이한테 묻기 이전에 그 일기장이 지금도 있으니까요.

- 아, 그래요?

- 쭉 읽어보면 손도 못 만져보고 어쩌고 했다고 그러지만 저한테는 아마 못 속일 거예요. 아하하하.

제가 일기장을 읽어봤으니까.

- 아이, 저 난 거짓말 안 했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 후의 생활을 가지고 아마 얘기할 거예요.

- 아니요. 그러니까 저... 손을 만져보지 않았다는 거는 사실이래두요. 정신적으로 그 이상의 것을

범했다는 거, 그거야 피하지 못하겠죠.

- 그렇죠. 뭐, 이거 무슨 가정 재판하러 온 건지...

(사람들의 웃음소리)

- 두꺼비 선생이 집안 저기를...

(사람들의 웃음소리)

- 오늘처럼 이렇게 일요일이 되면은 어떻게 두 분 좋은 스케줄이라도 계십니까?

- 일요일이면 저한테는 더 큰 불만이 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일요일에요?

- 네, 동네 부인네들이라고 할까요. 그 사람들은 일요일이라고 나들이를 하는데요.

- 쌍쌍이요?

- 네. 저이는 가만히 보면 문을 닫아걸고 들어 앉아 있거든요? 책을 보는지, 원고를 쓰는지,

잠을 자는지. 들여다도 못 보겠고.

- 네.

- 하튼 나만 대접을 못 받는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 그러고 보니 저이 문의 고리가...

- 두 개죠.

- 둘이나 있구만요. 네.

- 모두 거짓말입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일요일만 빼놓곤 매 전부 일요일이거든.

- 일요일만 빼놓고... 그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 뭐, 난 항상 무직이니까.

- 이 문을 닫아거는 그런... 벽이 좀 계시는군요.

- 아이들 때문에 그래요.

- 아...

- 아이가 있을 때 이거 참 동정해줘야 돼요.

- 네...

- 현해탄 쓰고 뭐할 때 여기 책상 놓고 쓰면 아, 이놈들이 뭐 와서, 아빠 문 열으라고 발길로 차고 말이지.

- 머슴아들이니 더욱이나...

- 그러니 저 꼬투리 해놓은 게 탁 풀리고 와악 밀려오거든.

- 아... 일제히-.

- 그러면 한참 싸우면서 난 시간이 촉박하니까 쓰면서 말이야.

- 네.

- 지 엄마는 걔들 끌고 가면서 말이야.

- 아...

- 이 전투장이에요.

- 마치 쟤네들은 데모구... 아하하하하.

- 일종의 만화지.

- 아하하하하, 네.

- 두꺼비 선생 댁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만.

- 아, 이거 뭐, 참. 어두운... 그런 노래도 있습니다만. 어두운 일요일이 사모님께서는 되시겠습니다.

- 아, 그렇지 않아요. 내 이 저, 이따금 서비스를 하니까 드라이브도 하고 뭐 저기 하니까 저 친구 조금

평소에 내가 봉사하는 건 전부 잊어버리고 얘기하는 거예요.

- 예... 오늘은 저 뭔가.. 한 선생님, 제발 문은 잠그시지 마시고. 아하하하하하. 저, 제가 오늘 왔다가고 이랬으니깐

기념사로 저를 좀 대우해주시는 뜻에서 오늘 같이 이렇게 좀, 동반해서 날씨도 화창하고 하니까 같이 좀 나가주십쇼. 좀.

-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럼 저 두 분이 빨리 좀 준비를 하시고 가시게 하기 위해서 전 그만 물러가볼 생각입니다.

오늘 괜히 와서 폐만 너무 끼치고 가는 것 같습니다.

- 아이, 감사합니다.

-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안녕히 가세요.

이렇게 오늘은 작가 한운사 선생 댁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럼 여러분, 내주 이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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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두꺼비의 일요방문. 삼일제약 제공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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