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일요방문 - 제15회 장준하
일요방문
제15회 장준하
1964.04.19 방송
(음악)

삼일제약 제공. 두꺼비의 일요방문.

(음악)

(광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두꺼비 안의섭입니다. 오늘은 4월 19일, 오늘은 특별히

이, 사상계사 사장으로 계시는 장준하 선생 댁을 찾아... 왔습니다. 바로 옆에 장준하 선생,

그리고 또 제 왼쪽에 지금 그 부인 되시는 분, 그리고 그 앞에 지금, 이, 꼬마들이 나란히들 지금 앉아 있습니다.

- 선생님, 늘 그저 이렇게 곤색 양복 입으신 것만 늘 그저 이렇게 뵙네요. 선생님 유니폼 되십니까?

- 글쎄, 제일 편해서 입는데요. 뭐, 어차피 다른 색깔보단 편한 것 같더만요.

- 뭐, 젊어 보이시기도 하고.

- 네, 자꾸 나이 먹어 가니까 좀 젊어 보이려고 하구요.

- 선생님이 아마 1915년생이시지, 아마?

- 에, 1919년입니다.

- 19년이 되나요? 네.

- 네.

- 네.

- 바로 3.1운동 나던 해.

- 아, 네.

- 그래서 그렇게 항일정신이 투철... 아하하하하.

- 네, 아... 선생님, 평북이시죠? 아마?

- 네, 평북입니다.

- 이쪽으로 나온... 그러니까...

- 제가 여기에 온 것은 에, 물론 해방 후죠.

- 해방 후에?

- 해방 후에... 에, 고향은 못 가봤구요.

- 네.

- 중국에서 곧장 나왔으니깐요.

- 아, 학병 나가셨다가... 네.

- 학병 나갔다가, 저쪽 우리 임시정부에 가 있다가- .

- 비서로 아마...

- 네, 김구 선생. 이렇게 국내 돌아올 때는 김구선생 비서로 같이 따라 들어왔었죠.

- 네, 그럼 뭐, 저, 학병에 나가셨다 얼마 동안 계셨나요?

- 학도병으로서 나가가지고는 다섯 달 만에 도망을 쳤나요?

- 곧 도망치셨구만.

- 예, 다섯 달 만에, 저, 중국 쪽으로 탈출을 해서 넘어갔었죠.

- 네...

- 가 가지고 중국군관학교에서 훈련도 좀 받구요.

- 네... 결혼을 그러니깐 여기 오셔서...

- 음, 아닙니다. 이북에서 제가 바로 학교 나오던 해죠. 에, 결혼 하고서 일주일 만에 학병 나가셨어요.

- 아, 결혼을 하구서 학도병을 나가셨구만.

- 그런 일이 많았습니다.

- 그때는 왜정 때 처녀들 잡아가지 않았습니까?

- 네.

- 보급대로요.

- 네네.

-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다 잡아갔어요.

- 잡혀가시지 않으려고 결혼하셨구만.

- 아하하하, 그런가 봅니다. 결혼하고 1주일 만에 학병 나가셨다가-.

- 1주일 만에 나가셨어요? 네...

- 그래서 만 2년 만에 돌아오셨죠. 그래서 서울로 오시고 전 38선을 넘었습니다. 네.

- 네네. 38선을 넘으시고 개성부터 열차를 타셨겠구만요.

- 네, 개성부터 탔어요.

- 아, 주제가 말씀이 아니셨겠구만요.

- 아하하. 신랑 만나니까 개성에서 잘 단장을 했죠. 아하하하하.

- 네, 손도 좀 빠르시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래가지고서 오시니 장 선생님은 뭘 하고 계셨어요?

- 뭐, 특별히 무서운 것도 없었고 임시정부 나가시더군요. 지금 축점 중이고 옛날.

- 아, 딱 만날 때 말씀입니다.

- 네. 아마 글쎄요. 아하하하. 초조하셨겠죠, 뭐. 아하하하하하.

- 뭘 하고 계세요?

- 아무것도 안 하세요. 그냥 꿈만 같애요.

- 네...

- 일본 군대에 가서 두 달.... 두 달 동안은 편지가 있구요.

- 네.

- 그 다음에는 편지가 없었어요.

- 네.

- 그 다음에 일본 헌병대가 자꾸 조사 오더군요.

- 아, 그 후에요? 네...

- 그래서...

- 그러니까 아마 도망친 연후가 되겠죠?

- 그렇죠. 마지막 편지에 야곱이 돌베개 베는 것 같이 나도 돌베개 벤다고 그랬었어요.

- 네...

- 그래서 아마 어디 정말 도망가셨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었죠.

- 네...

- 그 다음에 헌병이 자꾸 오길래 확실한 걸 알았었어요.

- 아, 네네네.

- 이 댁에 오신 진, 집에 사신 진 얼마나 되셨어요?

- 이 집에 살은 지가... 한... 여섯 달...?쯤 됩니다.

- 그러세요?

(개 짖는 소리)

- 오, 그 전엔 어디...

- 신촌에 있었어요.

- 네...

- 거기서 있다가 집을 다 팔아먹고 이건 지금 전셋집입니다.

- 이거 전셉니까요? 네...

- 15만 원짜리 전셋집입니다.

- 네...

- 저쪽에 보니까 나보다 네 살 더 먹은 집입니다.

- 이 집이요?

- 네.

- 네, 아주 오래된 집입니다.

- 참 약 한 50년 됐죠?

- 네.

-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 철학적이죠? 집이.

(사람들의 웃음소리)

- 각 방, 각 기둥들이 그저... 사상이 전부 달라 팀워크를 깨고 놀고 있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저 장농이... 저것도 아마 한 50년 거의 됐겠는데요?

- 네.

- 저건 어떻게 됩니까?

- 네, 한 20년 넘었습니다. 칠을 아마 한 댓 번 했는가 봅니다. 하다하다 못해 이번에는 꺼먼 칠을 했어요. 아하하하.

- 색이 아주 떨어져서요?

- 네, 너무 흠이 많아서요. 아하하하.

- 시꺼먼 칠은 어떻게... 장 선생님이 하셨습니까?

- 아니에요. 제가 사무실에 나가 있다가 하루 저녁에 집에 들어와 보니까 칠을 해놨더라구요.

- 아마...

- 저분은 진한 색으로 칠하는 거 모르세요.

- 모르시는구만. 그래서 직접 하셨구만요.

- 네, 그렇습니다. 지가 조금 자랑 같습니다만 가마도 잘 몰구요. 장판도 잘하고 그래요. 아하하하하.

폐백도 잘하고 그렇습니다. 근데 폐백값은 안 남습니다. 어떻게 되면 제가 또 합니다만. 아하하하하.

- 네... 그럼 전부 다 하셨겠구만요.

- 네, 그렇습니다.

- 오... 그럼 뭐.

- 집살림이야 뭐 집사람한테 다 맡기고 있으니까 저는 와서 간섭할 필요는 없는 거니깐요.

- 하숙을 하고 있구만요.

- 네. 아마 그렇게 된... 그런 것 같애요.

- 하숙비를.. 굉장히 많이 내셔야 할 것 같은데요...

- 하숙비를, 글쎄 하숙비를 제대로 못 내서 가끔 좀 곤란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만.

- 하숙집 아주머니한테-.

(사람들의 웃음소리)

- 우리 미국 학생을 제가 하나 데리고 있는데요.

- 네?

- 미국 학생입니다.

- 아, 진짜 하숙생이 또 있어요?

- 네, 있습니다. 아하하하.

- 오...

- 하버드 대학 나오고 아... 그러니까 1960년도에 나와서요.

- 네.

- 저희 집에 있는 게 4년 됐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이 집에 올 때도, 고생할 때도 같이 따라다니며 고생을 하구요.

아주 별 친구에요.

- 4년을 같이 있었어요?

- 네, 4년을 같이 했습니다. 그래서 집안 식구 같습니다.

- 그러면 밥 그대로 같이 먹고-.

- 네, 밥 그대로 먹구요. 뭐 하나도 거리낌 없이 전부 그대로 한국 사람이랑 똑같이 합니다.

- 네...

- 감기 들리면 뭐, 감기 들리면 한약 다려먹는대요. 아하하하하하.

-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 네?

- 어떻게 알았어요?

- 네? 그 저, 저희 회사에 부대표로 계신 김준엽 교수가 하버드에 가서 한 1년 반 동안 계시는 동안에 그, 그 학생을 발견을 했어요.

- 네.

- 한국 연구를 할려고 하고 있는 학생을 발견을 해가지고 저한테 편지를 했더만요. 이런 한국에 관해서 특별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있는데 우리가 데려다가 키웠으면 좋겠다고.

- 네.

-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저희가 그, 재정보증을 해가지고 데려왔죠.

- 네.

- 이 친구가 한국에 올 때는 한국말을 별로 신통하게 못했는데 그래서 사상계사에다 그냥 갖다 놔두고서,

조사부 일을 시키면서 2년 동안 꼬박 지났죠.

- 아...

- 2년 동안이 지나니깐 우리말을 배우면서 제대로 말을 하기 시작하더만요.

- 오...

- 그러니까 학교에서 정식으로 시험 쳐서 들어갔습니다. 대학원, 서울대학교.

- 오, 서울대학교. 아, 네. 그래요?

- 정식 학생입니다.

- 무슨 과 전공이죠?

- 국문학과, 국어국문학과죠.

- 우리나라

- 우리나라 말.

- 네...

- 그래서 뭐, 용비어천가가 어떻고, 월인석보가 어떻고, 뭐-.

- 예...

- 거 고...뭐, 우리보다 훨씬 잘합니다.

- 네. 뭐, 사모님도 이, 저, 영어회화를 곁들여서 많이 배우시겠네요.

- 글쎄, 많이 배우면 좋겠는데 학생이 어떻게나 깍쟁이고 욕심쟁인지요. 집에 들어오면 뭐, 자기 말 하나도 안 합니다.

꼭 우리말만 한다고 그러구요. 제가 이따금 조금 얘기를 하면은 아주 아주머니가 영어를 하게 되면은 뭐라고 그러는지 아세요?

스타일 구긴대요. 뭐, 이런 얘길 하고-.

- 아, 우리말로?

- 네.

- 아, 지독한 욕심쟁이군요.

- 네. 그래서 우리 애들이 아주 아저씨 노랭이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 아, 그런데-.

- 아직. 아침 4시, 5시까지 공부를 하기 때문에요.

- 네...

- 아마 12시쯤 돼야 깨어날 겁니다. 아하하.

- 아, 낮이요?

- 네, 낮 12시 돼야-. 그래서-.

- 낮에 아침을 먹고 이렇게 돌아다니는군요.

- 그렇죠. 하루 2끼 먹는 적이 많아요.

- 네... 아하... 네.

- 그러다 보니까 사모님께선 진짜 하숙을-.

- 진짜 하숙을 하죠? 아하하하.

- 요새 저... 막사이사이상 타신 건 어디다 놓으셨습니까?

- 저 캐비닛 속에 있습니다.

- 아유? 어디 좀 걸어놓으시지 않고...

- 거 좀 꺼내십쇼.

- 이거 무거워요.

- 응?

- 무거워?

- 저기 사상계는 창간호부터 쭉 전부-.

- 네, 전부 다 있는 겁니다.

- 저도 집에서 쭉 모아놓고 있습니다.

- 네.

- 간혹 빌려가서 안 가져오는데 저도 거의 다 있습니다.

- 네.

- 네. 고맙습니다.

- 아, 요거구만요. 그러니깐 CCH는 무슨 약자입니까?

- 장준하.

- 아, 고거를, 거기서부터 그렇게?

- 네.

- 아, 네. 요게 무슨 나무입니까요?

- 이게 저, 필리핀 마호가니라고 하는 나무죠?

- 아주 이게 탐나는 모양이죠?

- 제일 단단한 나무죠.

- 네...

- 제일 비싼 나무고.

- 네. 아주 뭐, 무척 무거운데요?

- 돌 같은 나무예요.

- 네.

- 요것에... 한, 막사이사이의 흉상이 이렇게 들어가 있고, 이게 순금입니까?

- 순금이죠.

- 전 이렇게 큰 금덩어리를 평생 처음 만져봅니다. 이렇게 큰 금덩어리랑은 저도 아마 인연이 무척 먼 모양이죠?

장 선생님 댁에 온 보람이 아주... 있습니다.

- 네네. 차를 한 잔 드시면서 말씀하시죠.

- 네. 요새 아주 설탕 값이 하늘을 찌르는데 설탕 많이 넣어도 괜찮겠습니까?

- 네.

- 하도 비싸놔서. 딴 데 가서 설탕 많이 치기 좀 송구스러워서. 아하하하.

이, 오늘 4.19. 어디, 선생님 4.19 맞이해서 젊은이 학도들에게 오늘 정말 이 한마디, 한 말씀 좀...

- 에, 나이 좀 먹었다고 하는, 선배라고 하면 선배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우리들로서는 정말 그, 에...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아마 저희 이, 잡지사에 사시가 있다면은, 그 사시 또는 회사의 표어 같은 게 있다면은 못난 조상이 되지 말자, 그런 것이 표언데요.

- 네.

- 사실상 4.19를 통해가지고 그 젊은 학도들이, 우리 후배들이 그렇게 많이 참 죽었고, 부상을 당하고, 고생을 하고...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선배 되는 사람들이 똑똑하지 못해가지고 나라를 제대로 지키고 바로잡지 못했다고 하는데

부끄러운 것뿐이죠. 우리들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후배들에게 ‘당신들은 이런 부끄러움을 당하지 마시오’ 하는

그런 얘기를 한다는 게 쑥스럽지 짝이 없는 얘기지만 뭐, 부득이 암만 쑥스럽더라도 현실이 그렇게 돼있으니까

이 후배들에게는 제발 좀 우리같이 이런 못난 선배들이 되지 말아라 하는 그런 얘기를 다시 당부하고 싶구요.

그리고 4.19의 정신을 에, 선배들이 살려주기를 바랐을 텐데 선배들은 4.19 정신을 못 살렸으니 선구를

일으켰던 4.19, 4.19의 장본인들이 4.19의 정신을 이젠 살려줘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4.19의 주인들이 주인노릇을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겁니다.

- 네. 저도 그날 시청 앞에서 정말 총알을 피해가면서 저도 벌벌 한번 기어봤습니다. 이제 가면은 집에 가서

아침이나 먹고 오늘 아침 주일이고 하니 그 벌벌 기던 장소나 한번 오늘 좀 산책을 해볼까요.

이런, 저도 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졸지에 찾아와서 좀 편히 쉬실 걸 괜히 폐만 끼친 것 같습니다.

- 고맙습니다.

- 네.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가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 이렇게 오늘 이, 사상계사 사장 되시는 장준하 선생 댁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럼 여러분, 내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쇼.

(음악)

(광고)

두꺼비의 일요방문. 삼일제약 제공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1.13)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