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제10회 - 소설가 정비석
제10회
소설가 정비석
1964.03.22 방송
(두꺼비 울음소리)

두꺼비의 일요방문.

(음악)

휴일을 즐기시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이 시간에는 만화가 안의섭 씨가

우리들이 알고 싶은 가정, 궁금한 여러분의 가정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 여러분,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안의섭입니다. 엊그제만 해도 진눈깨비가 날리고 해서

우중충하더니 오늘은 퍽 날씨가 좋을 듯합니다. 오늘 가정 탐방은 이... 소설가 정비석 선생 댁을

한번 찾아볼까 이렇게 합니다. 네, 정비석 씨 댁이요. 그럼 저, 후암동 쪽으로 가보십시다.

(차 경적 소리 및 차 달리는 소리)

- 선생님, 오래간만입니다.

- 아, 네. 오래간만이요.

- 아니, 늘 이렇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요?

- 네, 뭐, 오늘 아침 오신다고 해서 더 빨리 일어났습니다.

- 그러셨어요? 네네, 아주 이제 뭔가 방도 깨끗하게 청소도 다 해놓으시고 해서...

- 아, 그건 워낙에 깨끗하죠.

- 그래요? 오늘 아마 유난히 깨끗하게 해놓으신 모양입니다.

잠바를 입으시고, 파란 잠바를 입고 계신 걸 보니까 퍽 젊어 보이십니다. 아주.

- 감사합니다. 아침에 이렇게 좋은 말씀들을 해주셔서.

- 저, 안의섭입니다. 사모님 되시죠.

- 네, 처음 뵙겠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 네, 일단 가족이 지금... 아드님.

- 예, 얘가 둘째앱니다.

- 근데 둘째아드님은 아버님하고 좀, 양상을 달리하고.

- 저보다 낫게 생겼죠.

- 그러고 또 이마가 넓고 이 양반은

- 네...

- 몇 쨉니까?

- 셋째요.

- 아.

- 아들로서 셋쨉니다.

- 네, 그러니깐 3형제.

- 아들로 3형젭니다.

- 네네. 또 이 따님은 어떻게 됩니까? 어머님.

- 둘쨉니다.

- 둘째따님. 네. 지금 그러니까 학교-.

- 지금 이화대학 영문과를 나오구요.

- 네.

- 지금 은행에 한 2년 동안 있다가 지금 집에 있습니다.

- 네. 출가할 준비...

- 네네, 그렇습니다.

- 또, 뭐, 수도 놓고...

- 네네.

- 네. 그럼...?

- 딸이 4형젭니다.

- 아, 따님이요?

- 네.

- 어, 그럼 3남 4녀.

- 예, 3남 4녑니다.

- 예. 선생님도 좀 바쁘시게 되셨습니다.

- 아, 부자죠.

- 네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럼 이, 저, 따님은 어떻게 출가한 따님이...

- 예, 저, 어제 서독 가 있어요. 출가한 딸이...

- 출가한 따님이...

- 예.

- 벌써 그런 따님이 계시군요.

- 네.

- 네, 전 사모님 뵙기에는 아직도 그렇지 못한가 그런 얘기를...

- 아, 애를 일찍 낳아서요.

- 네에, 그러니깐 이제 뭐, 할아버지 소리 좀 듣게 되셨구만요.

- 네.

- 네네, 이, 저, 따님이, 둘째 따님이 인제, 아버님 여러 가지 또 인제 준비를 또, 어머님이

하셔야 되시겠구만요.

- 네.

- 어떻게 좋은 곳이 지금 얘기가 진행 중...

- 뭐 여러 군데 얘기 있어도 좋은 곳이 없습니다.

- 여러 군데 얘기가 있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본인은 중매를 몇 군데쯤 했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 글쎄, 그거 전 모르겠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하시는 일이니까.

- 그러니까 요새는 그, 무슨 이, 편지나 이런 거를 어머니나 아버지가 검열을 하십니까요?

- 아니에요. 뭐, 우리 애도 중매로 할 테니깐요.

- 아... 네. 중매꾼이 왔다갔다...

- 본인들이 그렇게 해달라고 미리...

- 네.

- 부탁을 했죠. 뭘...

- 그러니까 맏사위님은 지금 직업이 뭐...

- 공과...

- 엔지니어예요.

- 아, 엔지니어. 기술 계통에...

- 네, 기술 계통에-.

- 네네, 그것도 중매로.

- 네, 중매로 했습니다.

- 아, 네. 그러니깐 인제 또 둘째사위님은 어떤 분으로...

- 글쎄...

- 네.

- 둘째 사위는 의사가 얻고 싶은데요.

- 아, 그래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의사요?

- 네.

- 좋죠. 네... 지금 신청이 지금 들어간 게-.

(사람들의 웃음소리)

- 뭐, 괜찮습니다. 또 이, 저, 뭔가-.

- 그러지 마세요. 괜히 나중에 정말인 줄 알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 아이고, 그럼 기밀에서 써오는 건데 왜 자꾸 남의 기밀을...

- 정 선생님이야 뭐 저하고 기밀로 해서 할 얘기가 뭐 있겠습니까.

- 아, 이건 공개가 돼서-. 우리 둘이 합시다. 나중에.

- 제가 이 얘기를 딴 데 가서 또 할 얘기도 아니구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다른 방송에서 얘기는 안 하고-.

- 그럼요. 이렇게 얘기하고 끝나는 거니까요. 그래서 지금 뭔가 합의가 무르익었습니까?

- 뭐, 아직 그렇지도 않습니다.

- 네... 한번 꼭 이렇게 전부 댁도 무척 넓고 한데 나와서 시험을 한번 쳐보는 게 어떻습니까?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그러면 어디, 은행은 어디 은행?

- 상업은행 외국부에 있었어요.

- 외국부에?

- 네.

- 아, 영문과 전공이니까, 음... 네. 차남은 아직 장가 갈려면 아직 멀었겠구만요.

- 네.

- 그렇죠?

- 네.

- 그러니깐 몇 학년이죠, 지금?

- 공대 3학년.

- 인제 3학년, 여기서 공대 통학을 하려면 참 멀겠구만요.

- 버스 두 번 타면 됩니다.

- 두 번, 한 두어 잠자면 가겠구만. 아하하하, 거기까지 가려면은. 네... 제가 아침에 좀 일찍

달려오느라고 졸리는데 차 한 잔 좀 주셨으면 좋겠어요.

- 네.

- 차 한 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그렇지 않아도 차를 가져올라고 그랬는데 이렇게 남을-.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제가 평소에 성격이 급해놔서 그래서 그렇습니다. 선생님, 보통 댁에서 소설집필 하시는 것 외에 뭘 늘 취미로

삼고 계세요?

- 집필하시는 것 외엔 그저 나가서 목욕도 하시구요. 그냥 집에 오시면 밖으로 나갑니다.

- 네.

- 나가세요.

- 네, 목욕이 취미구만요.

- 네.

- 목욕이 취미는 아마 저기...

- 목욕하고 바둑이나 뛰시구요. 나가셔서-.

- 네, 그 멋진 바둑을...

-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목욕이 취미는 전 아직 처음 들어봤습니다. 아하하하하.

- 아하하하하, 날마다 가서 목욕하세요.

- 네네, 어떻게 목욕을 이렇게 취미로 삼으시게 된 그 무슨 특별한 동기라도 있으십니까? 선생님.

- 네. 피로할 때는...

- 네네.

- 목욕을 하면 아주 기분이 상쾌해져요.

- 네...

- 그래서 그 참... 가끔 가게 되죠.

- 네.

- 근데 아직도 안의섭 씨는 그런 좋은 취미를 모르시는군.

- 저요?

- 네.

- 전 뭐 취미라는 것을-.

- 하긴 뭐 1년에 한두 번 하세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요즘 또 한참 터키탕이 또 말썽이 되고 해서-.

- 아니, 그건, 그건 아니구요. 말씀드린 터키탕은 아니고, 뭐, 뭐라고 하나. 이 저, 가서 목욕하고 눕고.

- 네?

- 누워서 그, 저, 신문도 보고 그런 거 있죠.

- 아이, 그, 저, 휴식 취하려 간다는 곳, 휴게실이요.

- 휴게실, 휴게실, 그 목욕을 합니다.

- 아, 그렇게 구상을 하시면서도 목욕대금만 내시고 마는 거죠.

- 네, 그렇죠. 그러니깐-.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그런 방법도 하나 있구만요. 이제 보니깐.

- 이거 드시면서-.

- 제가 정말 청을 해서 차를 마시고- 네네.

(차 마시는 소리)

- 근데 아주 이, 선생님. 소설만 이렇게 쓰신 줄 알았더니 방마다 그림이 잔뜩잔뜩 걸려 있는데

퍽 이, 저희 집보다도 많은 것 같습니다.

- 많을 거예요. 아마, 대장장이 있는 덴 식칼이 없다고 그림쟁이네 집은 그림이 아마 없겠죠, 뭐.

- 저거는 김영주...

- 네, 김영주 씨.

- 아, 그렇죠.

- 네네.

- 저게 아마 자유부인 할 때-.

- 거기 사과의 하나를 특별히 저렇게 참 채색해서 그렸었습니다.

- 네, 공상의 인물이 아주 늘 이렇게 선생님을 뵙고 이렇게 있구만요.

- 네. 저도 역시 늘 바라보고 있는 중입니다.

- 네, 아, 그러면 사모님이 뭐...

- 그림이니까 괜찮겠죠.

- 아하하하하, 네네. 대개 저, 이, 구상하시고 쓰시는 거는 어느 때쯤-.

- 주로 아침에서부터 오전 중에 뭐, 언제나 글 쓰는 시간으로 정해놨습니다.

- 아, 오전 중.

- 네.

- 네네.

- 그리고 바쁘면은 오후에도 쓰고, 그렇지 않으면 오후엔 좀 쉬고.

- 네, 그리고 6시 이후는 인제 막 쉬시고...

- 어, 뭘 막 쉬어요...

- 아하하하하.

- 그건 저 안의섭 씨 자신의 처지를 보고 하는 얘긴데-.

- 저도 그랬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오전 중에 저걸 하시는구만요.

- 네.

- 네... 사모님은... 아마 뭐 제가 이렇게 뵈오니까 뭐 역시 중매결혼...

- 예, 올해 몇이죠? 네, 중매결혼입니다.

- 네네...

- 그러고 보니까요. 3년이나 걸렸대요.

- 3년... 그러니깐...

- 땡기지는 않아서 처음에는 말이 있다가 그 다음에...

- 그 다음에 또 끊어졌다가

- 끊어졌다가-

- 그 다음에 나중에 어머니, 이전 문과 들어가시고 나서 그때서부터 다시 아마 얘기가 있어가지고-.

- 이전, 이전 들어간 다음에 아버지가 다시 마음에 좀 따라서... 아...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러니깐 벌써 그게 뭐 몇 년...

- 그렇죠. 인제 한 30년... 30년 넘었습니다.

- 네네, 네...

- 인제 그러고 보니까 참 할아버지, 할머니 다 된 셈이죠.

- 아드님이 결혼하셨죠, 네.

- 일요일 날 가족들이 전부 이렇게, 뭐, 같이 놀러나갈 계획이...

- 뭐, 저기 동생들이 많고 그러니깐요. 한번 모일려면 어떻게나 힘이 든지 몰라요.

- 아...

- 다 제각기 좀 큰 애들은, 좀 자기 볼일 있다고 싹싹 빠져나가고 어떤 때 아버지는 요새 또 그냥

그 저기, 아버지 친구 분 되는 분들이요. 좀 늙으신 분들 합해가지고 그냥 다 자기네들끼리만 살짝 산으로 따라가시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

- 매 일요일이면요. 아주 산으로 다니시는 게 일이에요.

- 등산을 그렇게 좋아하시는구만요?

- 뭐, 역시 등산 갔다오면은.

- 네.

- 집에서 그냥 일요일 날도 궁싯거리는 것보담 갔다 오니까 오히려 능률이 나요.

- 네.

- 그래서 대개 일요일 날은 뭐 등산하자는 전화 와요.

- 네, 그러세요? 네.

- 일요일 날은 놀러 산으로 떠납니다.

- 네네.

- 안의섭 씨도 술이 있거든 좀 한 병 가지고 오면 특별히 참가시켜 드리죠.

- 네네. 감사합니다. 술이 필요합니까?

(사람들의 웃음소리)

- 새로 가입하는 사람이니까 술을 가져가야 합니다.

- 술을 가져가야 합니까? 네. 갔다 오시면 뭔가 밤새도록 뭐

앓음 소리가 진동하지 않습니까?

- 괜찮습니다. 목욕을 하시고 들어오시기 때문에-.

- 목욕 얘기 또 나오는구만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그저 뭐 이래 목욕, 저래 목욕이구만요. 네네.

- 그만큼 바쁘셨다는 증거 아니에요.

- 네...

- 그낭 자꾸만 쉬고만 싶어 하시니깐-.

- 저 이, 아주 목욕탕을 이렇게 해놓고 늘 거기서 앉아계시면-.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목욕하면 확실히 몸도 풀리고요. 또 마음도 상쾌하신가 봐요.

- 네네.

- 등산하고 피로하시면 목욕나가시고 -.

- 네, 보통 이, 저, 등산을 뭐 한 3년 이상 저걸 하시는데 나가실 적에 점심 가지고 나가시죠?

- 네, 도시락

- 도시락 가지고 나가실 적에 뭘 늘 맛있는 걸 싸드리세요?

- 아버지 저기는요. 닭고기예요.

- 아, 닭고기... 아...

- 아니, 그래서 어디 가든지요. 한번 그때 놀러갈 때 따라 가봤더니요. 반찬을 쑥 내놨더니

닭고기 하면은 아버지로 다 통하게 되네요.

- 닭- 어, 별명이 닭고기로구만요. 네, 아, 그렇게 돼있어요? 네... 닭고기 선생님. 저, 이...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이, 듣게 된 소리 중 닭고기는-.

- 아니, 그렇게 닭고기를 좋아하세요? 네...

- 그때는 인제 닭고기를 줄여서- 닭고기, 엄만가요? 닭의 알로 줄어들었죠.

- 어, 닭의 알로...

(문 여닫는 소리)

- 이제 정말 편히 쉬실 걸 찾아와서 폐를 아마 많이 끼친 것 같습니다.

- 아아, 참, 감사합니다.

- 오늘도 좀 이제 등산 나가시겠네요.

- 네.

- 약속도 하셨나요?

- 네네.

- 아, 이제 곧 출발하셔야 되겠네요?

- 네, 그래서 지금-.

- 오늘은 어느 방향으로 나가실려고-?

- 도봉산 방면에 가볼까 합니다.

- 도봉산... 네네, 아. 가만, 저도 봐서 여기서 아침 주시면은 먹고 그냥 같이 가면...

(사람들의 웃음소리)

- 미안합니다. 네네. 그만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예, 안녕히 가세요.

(두꺼비 울음소리)

- 오늘 아침에는 이렇게 정비석 선생 댁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럼 여러분, 내주 이 시간에 다시 뵙기로 하고 안녕히 계십쇼.

(음악)

두꺼비의 일요방문을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2.09)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