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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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제8회 - 김원규 선생
제8회
김원규 선생
1964.02.23 방송
(두꺼비 울음소리)

두꺼비의 일요방문.

(음악)

휴일을 즐기시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이 시간에는 만화가 안의섭 씨가

우리들이 알고 싶은 가정, 궁금한 여러분의 가정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 두꺼비 안의섭입니다. 요즘 시험, 시험해서 1차, 2차, 이렇게 시험이 막 거의 다 끝난 것 같습니다.

댁의 자제분은 어떻게 치셨어요? 네, 우리집도 야단났습니다. 또. 입학금 준비하느라고.

예, 오늘은 때가 때이니만치 해서 이번에 교육감으로 취임하신, 예, 김원규 선생 댁을

한번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명륜동 쪽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차 달리는 소리 및 차 경적 소리)

- 처음 뵙겠습니다. 저, 안의섭입니다.

- 네, 김원규입니다.

- 네네, 이쪽으로 앉으시죠.

- 네.

- 뭐, 주사 맞으신다고요?

- 네. 아하하하하하.

- 아하하하하, 근데 저, 사진 이렇게, 전 선생님을 처음 뵙고-.

- 네.

- 사진으로만 뵈었었는데 퍽, 이렇게 뵈니깐 더욱 이, 저, 페스탈로치를 방불케...

(사람들의 웃음소리)

- 페스탈로치보다 저, 잘생겨서 배우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 아, 그러고 보니깐 게리쿠퍼 비슷한 점도-. 아하하하, 키도 크시고-. 네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제 선생님이 참, 이 교육감이라는 의자에 앉으시게 되신 것이 아마, 이럴 때

여기 아마, 이, 적격이라는 술어를 쓰는 것이 적절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까지요. 일선의 향수를 느끼고 있습니다.

건방진 얘기 같지만은 중고등학교 교장을 하라면-.

- 네.

- 누구한테도 지지 않겠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교육감으로 당선이 되고 취임한 것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적격자가 아닌 줄로-.

- 네네.

-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 뭐, 정말 ‘노병은 죽지 않는다’ 거 참, 이념 등등 저도 참 배울 바가 많다고 생각합니다마는

저는 선생님한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욕심이 과하십니다.

- 네네. 그렇지 않아도요. 어... 아주 무욕이 대욕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늘 제가

서울이나 경기에 있을 적에 내가 아무 욕심도 없다, 내가 맡은 학교를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학교를 만드는 그, 그 생각밖엔 없다보니까 친구들이라는 사람이 ‘그보담 큰 욕심이

어디 있느냐?’그랬는데 안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까-.

- 아하하하하, 네, 저도 그럼 이제 이, 저, 슬슬 관상을 좀 보고서 돌아 다녀야겠습니다. 이제는. 그게 아마 좋을 것 같습니다.

- 네.

- 근데 어떻게, 이, 저, 자제분들이 다, 아직들-.

- 네.

- 일어났겠죠? 다들.

- 네.

- 일어났으면요. 어디, 얼굴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 네. 그런데 아주... 우린 무식해서 요새처럼 가정교육을 못하기 때문에 가족교육인가요, 가정교육인가요.

그런데 에... 애들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 네.

- 여덟인데요. 딸이 다섯이고 아들이 셋입니다.

- 그럼 아홉이 되나요?

- 여덟-.

- 여덟이죠.

- 한참 세야 되겠네.

- 그런데 요새는 뭐 아들 둘, 딸 둘을 데리고 있습니다.

- 네... 그러면 지금 현재로 보시면은 어떻게 가족계획은 억지로, 억지로 합격이네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러면 지금 남은 걸로 보면 아주 뭐.. 둘, 둘이니까 이상적이죠.

- 근데 얼굴을 참... 아, 지금 차를 가지고 들어온... 이 몇 쨉니까요?

- 얘가 넷째 딸인데요.

- 아, 어물어물 하시는구만요. 누군지 잘 모르시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경기여고를 하고 이화여대 영문과를 하고 지금 상명여학교 영어선생을 합니다.

- 영어선생이에요? 지금?

-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너무 어려보이죠?

- 근데 단발머리를 하고 있어요.

- 하하하하하하, 어린 선생이에요.

- 네.

- 요새 재클린 케네디 머리가 유행이잖아요.

- 아하하하. 네?

- 요새 재클린 머리가 유행이잖아요?

- 아, 그렇게 하니까 덧니도 아마 재클린 케네디가...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 뭐뭐, 선생님 댁은 전부 배우 가족 뭐, 이렇게 됩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또또 그 다음엔?

- 저, 영민아.

- 영민이 나와 봐.

- 영민아.

- 진주부대가 전부...

- 네. 쟤는 저... 아들로는 둘짼데요.

- 예.

- 서울고등학교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전기공학과 댕깁니다.

- 네네, 아. 또... 이 친구가...

- 이놈은 영한이라고요.

- 네.

- 저, 경기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 네. 경기여학교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경기고등학교 1학년이요.

- 또-.

- 쟤는 막내딸인데요.

- 막내구만.

- 네, 이화여중 1학년입니다.

- 아주 그 얼굴이 막내 같게 생겼어요.

- 네. 아하, 쟨 부산내깁니다.

- 부산내기요...? 네... 이미 뭐, 저, 김부산 이렇게...

- 아, 예. 아하하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거 아침에 일찍 와서 부산을 떨어서 미안합니다. 사모님.

- 고맙습니다.

- 이, 선생님 댁에 오는 데는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왔습니다.

- 네.

- 그건 아마 어떤 관심을 가지고 왔느냐 하는 건 에, 선생님은 암만 머리가 좋으시지만 아마

짐작을-. 암만 머리가 좋으시지만 지금은 아마 짐작을 못하실 거예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알겠습니다. 뭐냐면요. 선생님은 다소 이, 참, 특별한 교육, 다시 말해서 좀 스파르타적인

어떤 것이 있으시고-. 그 점 저도 좋아한다는 거 보다도 하도 문란된 하나의 이 자유교육의 어떤,

이런, 뭘 볼 적에는 그때는 정말 그런 걸 느끼게 되지 않습니까?

- 네.

- 그런다면은 가정에서의, 에, 자제분 교육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스파르타적인 것이 들어가 있는가-

- 네.

- 그 점을 선생님이 말씀하실 게 아니고 사모님이, 또 자제분들의 말씀을 제가 들어봐야죠.

- 네.

- 선생님은 거기서 잠자고 계십쇼.

- 네.

- 저희들이 간 다음에-.

- 네.

- 그건 집안싸움이라 그건 우린 모릅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에, 이런 거 일화라고 할까요? 제가 하나 들은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 네.

- 소변을 본다든지 큰일을 보고 단추를 나가면서 채운다.

- 네.

- ‘너, 도대체 뭐가 그렇게 바쁘냐???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는 걸 돌아 돌아서 들은 걸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 네.

- 제가 기억력이 좋죠. 아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

- 선생님이 집안에서 이런 자제교육에 대해서 특별나시다고 느끼신 점이 뭐, 뭐 있으세요?

- 아하하하하, 글쎄요. 그냥, 아무래도 좀 엄하시죠. 그냥 여자애들이 좀 그냥 늦게 댕겨도

뭐, 엄마까지 벼락이 나구요. 아하하하, 또 그래도 그만하면 제 생각에는 그래도 다 좋은 학교도 들고

또 제 생각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도 더 욕심이 많으셔서요. 네.

- 욕심이 더럭더럭 하시는군요.

-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쵸, 아하하, 그러고 그렇게 무서운 분이 어떻게 딸들을 미국에 보냈냐고 저를 가끔 만나면 그래요.

그러는데 저흰 여기서 여학교 보낸 것보단 아이들이 거기서 장학금을 한 2500불씩, 1년에

받고 그래서 둘을 미국에 보냈는데, 여기서 보낸 것보담 싸게 들었습니다. 아하하하, 네.

- 그러니까 이, 저, 집에서는 현재로선 맏따님이 되겠네요. 맏딸이 되는데.

- 네.

- 그러니깐 왕초가 되셨군요.

- 네.

- 아하하하하.

- 몇 년 만에 처음이죠.

- 아하하하, 몇 년 만에 처음이에요.

- 언니들도 시집가고 미국 간 덕분에-.

- 네.

- 왕초 되셨네.

- 네. 아하하하.

- 이, 아버님을 집에서-.

- 네.

- 조그맣게 말하자. 아버님 안 듣게, 별명을 뭐라고 부르지?

- 네.

- 아버지 별명이요? 아하하하하. 남들은 다 호랭이라고 부르죠. 우린 호랭이라고 부르지 않아요.

- 저기, 표범이라고 부르나?

(사람들의 웃음소리)

- 호랭이보다 표범이 역시 허리가 길고 그렇지?

- 아하하하하하.

- 그런데 저기 이, 저, 쟤 이, 막둥이, 이리 가까이 좀 와요. 막둥이는 아마 아버지 무섭다고 생각 안 할 거야.

어? 이리 가까이 와봐. 어때, 막둥이 혹시 무섭지 않지? 아버님.

- 안 무서워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막둥이한텐 역시 제일 친절히 해주는 모양이죠, 아마? 에... 특별히 군자금도 주고 아마...

(사람들의 웃음소리)

- 얘 없으면 아마 정말 퍽 심심할 것 같다고 그러세요. 그리고 아주 아버지 친굽니다.

- 네, 아, 친구예요?

- 네, 아하하하하. 근데 여학교엘 들어가서요. 그냥 회화 같은 거 좀 따로 시간 있을 땐

가리키기도 하시고 그래서 쟤 학교에서 1학년 전체에서 1등을 했어요. 영어는...

- 네네.

- 그게 자랑입니다. 어디 가시나 그냥 막내 앨 자랑하셔서요. 모두 웃음거리예요.

- 네. 과연 웃음거리죠. 자식 자랑한다는 건 뭐, 팔불출의 하나라고... 아하하하하.

(사람들의 웃음소리)

- 선생님이 팔불출의 하나가 되십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하하하, 유명하신데요. 뭐.

- 아니, 근데 저, 이, 왕초께서는 그야말로 재클린 고대로 왔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한국의 재클린이야, 아주.

- 재클린은 미인은 아닌데요.

- 어?

- 재클린은 미인은 아닌데요.

- 어려운 말은 모르고 턱 나온 건 똑같은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맨 처음에 들어가서 단발머리 했고 또 그렇게 이 저, 아버님을 닮지 않았어, 키도 크지 않았어?

- 네.

- 어떻게 막둥이가 그렇게 뭐... 학교 선생님을 하신다구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 댁에... 여기 살고 계신 지 오래되십니까? 어떻게 되십니까?

- 네.

- 여기, 뭐... 한 30년 됐죠.

- 30년 더 됐죠.

- 네, 우리 결혼한 다음에 곧, 이거 내가 함흥, 저 일본 가서 광도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구요. 함흥농업학교에 가서 3년 있었습니다. 그때 혼인하지 않고 기숙사에 사감을

하면서 3년, 그때 월급이 100원인데요. 3년 저금을 해서 지은 집입니다.

- 네. 아주 철두철미 축재를 못하셨구만.

- 네. 아하하하하. 그거는 뭐 제가 안 하는데-. 제가 자질구레해서 할려면 할 수 있는데요.

전 비유에 맞지 않기 때문에 보시다시피 이런 누추한 집에 삽니다. 그래, 방이 3개밖엔

없어서요. 제 방에 저긴 응접실도 되고, 식당도 되고, 침실도 되고 해서 손님들이 오셔도

모실 데도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손님들이 빨리 가시는 데는 대단히 편리합니다.

- 그러니깐 절 보고 빨리 가란 말씀이시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하하하하, 선생님은 오래 계셔서 좋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러니깐 저, 그렇지 않아도 난 딸들만 좋아한다고 우리집 애들은, 여기는 어, 여남이라고 불평을 하는데

우리 아들들한테도 좀 얘길 시켜주세요. 아하하하하.

- 불평 좀 물어보세요.

- 어?

- 불평 좀 물어보세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어디, 영한이 뭐 얘기하고 싶은 거 있으면 선생님 앞에서 얘기해봐.

- 아니, 저 지금 저.

- 노랠 잘하지.

- 누나가 불평을 좀 한번 여기서 대표로 말씀하라고 그러셨는데... 에헤헤헤, 서슴지 말고 어디 한번...

- 뭐, 불평 그런 거 없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특별한 게 없단 거지?

- 전 모르겠어요. 우리집에서 제가 제일 말썽꾸러기거든요.

- 아...

(사람들의 웃음소리)

- 어느 집이나 차남이 다 그렇잖아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래도 저한텐 이제 뭐 그렇게 말도 안 하시구요.

- 아, 제쳐놨구만.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주 편하게 됐네. 어.

- 그러면 전 저 하고 싶은 대로 그렇게 하는 거죠. 뭐.

- 어... 근데 이거 얘기가 좀 달라졌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니, 이렇게 엄한 가정에도 치외법권이 있습니까?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하하하하.

- 집에서는 자유입니다. 아하하하하.

- 학교에서도 뭐 괜히 소문만 그렇게 낫지, 무섭다 그러지만요. 정말 제일 난 마음이 착한 사람이라고

반성들 하라고 얘기해요.

- 자축.

(사람들의 웃음소리)

- 오해가 많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 다른 사람은 뭐라고 그래도 저 하나는 그렇게 믿겠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네에에, 안의섭 씨만 믿어주시면 괜찮을 거예요.

- 아침에 정말 부산을 떨고 근데 저는 돈 안 들이고 희랍에, 아테네에 왔다가는 기분으로...

(사람들의 웃음소리)

- 가보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네.

- 가보겠습니다.

- 네.

- 교육감 김원규 씨 댁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러면 내주 이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쇼.

(음악)

두꺼비의 일요방문을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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