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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제2회 - 브라질로 떠나는 이민가족
제2회
브라질로 떠나는 이민가족
1963.09.15 방송
(음악)

일요방문.

(음악)

가을색도 짙어져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찬기가 감도는 계절입니다.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낙엽에 왜 그런지 아쉬움을 느껴보는 이 시간에는

이번에 두 번째로 고국을 떠나는 브라질 이민 가운데 정명숙 씨의 가족을 보내는

엄용기 씨 댁을 창신동 687에 18호로 김남호 아나운서가 찾아갔습니다.

(음악)

- 이번 제2차 브라질 이민으로 고국을 떠나시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왔습니다.

우선 먼 여행이 모쪼록 편안하시기를 빌고 또 수만리 바다 건너 이국땅에서 행복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에, 떠날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 네.

- 네. 저, 짐 같은 것도 다 붙이시구요?

- 네.

- 네, 떠나는 분은 어느 분, 어느 분이신지요?

- 그러니깐 저의 시아버지 한 분하구요-

- 네.

- 제가 사람 있습니다. 아들 삼형제, 딸 하나. 그리고 저, 여섯 식구가 이번에 떠나게 됐습니다.

- 그런데 차례대로 이름을 한 번 대줘볼까요? 너, 이름 뭐지?

- 주영민.

- 주영민, 너는?

- 주영하.

- 그리고 너는?

- 주영준이요.

- 저, 끝-.

- 주영은이는 지금 자고 있어요.

- 네, 그렇습니까? 브라질에 먼저 가 계신 분은, 그러니까 바깥어른이 되시나요?

- 네.

- 네, 거기서 지금 뭘 하고-.

- 글쎄, 지금 뭐 병원에 나가고 있습니다.

- 네. 떠나시게 된 동기야 우선 주인어른이 그곳에 가계시기 때문에 뭐 그렇긴 하겠습니다마는요.

또 고국을 떠나는 다른 동기가 있다면은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글쎄, 다른 동기라면 뭐 별 거 아니고 저희 그저 남편이 갔으니까 따라가는 것뿐이죠.

- 네네.

- 저, 요번에 수속하기 상당히 복잡하지 않으셨어요?

- 네, 애로가 많았습니다.

- 네, 짐은 대개 얼마나 가져가셨습니까?

- 짐은 뭐 한계가 없다고 그래서 그저 있는 대로 살림살이, 이왕 이사하는 거니까

쓰던 살림살이 다 가져가고 있습니다.

- 에, 오늘 열차 편으로 해서 서울을 떠나셔서 부산에서 이틀을 묵으시다가 아주 우리나라를 떠나신다구요.

- 네.

- 그야말로 석별의 정이야 짐작이 갑니다만 어떻습니까?

- 아이, 그저 뭐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어요. 말로다 표현을 못하겠어요.

- 네.

- 이제 뭐 애기아빠는 가 있으니까는 그저 가고 싶은 마음도 반이구요. 정작 가는 날짜가

닥쳐오니까는 가야는 되겠고

가자니 그야말로 부모 형제를 떠나서 간다는 것도 그렇게 수월한 일이 아니에요. 닥치고 보니까.

- 네, 그러니까 저, 서울에서는 오늘이 마지막이고 그러기 때문에 가족이 다 모이시고

친척들이 다 모이셨는데 옆에 계신 분이...

- 저희 어머님이십니다.

- 네, 어떻습니까. 저... 참, 세상 몇 십 년을 살아가시다가 말이죠. 따님을 잘 키우셔가지고

또 결혼까지 해서 잘 사시는 걸 보시다가 이제 아주 뭐, 멀리멀리 먼 나라로 떠나가게 됐는데

뭐, 그야말로 참 슬프신 감정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습니다마는-

- 떠나면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 이루 다 할 수 없죠. 하지만 자기 남편 따라가는 걸 어쩌겠어요?

- 특히 또 저, 귀여운 손자들이 다 떠나게 되는데 또 감회야 참 이루 말할 수 없겠고, 저쪽에 앉아계신 분이

저 그러니까 이 꼬마들의 외할아버지가 되십니까? 연세가 참 지긋하시고 그래서 뭐, 더군다나 여러 가지로

느끼시는 바가 많으실 것으로 믿습니다.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 그야 뭐 사위가 먼저 가 있고, 지 아내 되는 사람은 자기 남편 따라가서 뒷바라지 해야겠지만 아비 된 마음 섭섭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 네.

- 요는, 그저 부탁은 에, 천리에 온전히 멀리 가서 몸 성히 잘 있기를 소원하고 있습니다.

- 네. 저, 여기 계신 분은 저, 그러니까 언니가 되시나요?

- 네, 맏언니입니다.

- 맏언니, 아까서부터 상당히 침울한 표정이신데요. 자, 한 말씀 해주시죠.

- 거, 저, 절대 조카들이 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눈에 계속 밟힐 것 같아요. 저는 그냥 남편따라서 가니까 되지만

흐흐흑, 무엇보다도 조카들 보고 싶어서... 조카들 눈에 밟히고 그렇구요... 흐흑... 아아.

- 네, 이제 헤어지는 마당에 있어서 뭐, 모두 눈물들을 흘리고 계시는데요. 저 한 말씀해주시죠.

그러니까 저, 이모부가 되시는...

- 네.

- 그저 참 이렇게 한 가족같이 지내다가 수만리 바깥, 그 타향살이를 모두 떠나보내는 심정은

이루 참 말씀을 할 수가 없습니다. 여하튼 저도 앞날을 위해서 가는 마당에 아무쪼록 참 분투노력해서

앞으로 성공하길 빌 뿐입니다.

- 에, 갑자기 저 아주 분위기가 그냥 침울해졌습니다. 모두 눈물들을 흘리고 계시는데요.

저, 그동안에 가장, 저 이민관계로 애를 쓰셨다는...

- 애썼다기 보다도 저희 교회에 참, 믿음의 자매님이 떠나는 데 있어서 아,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을 같이 뛰어다니면서 좀 도와드렸습니다마는 떠나는 데 있어서 기왕 참, 자기

남편을 따라, 자기 아버지를 찾아가는 게 부인과 어린애들의 앞길을 참 편안한 길로 무사히 가서

기쁨으로 만나기를 바라는 동시에 또한 믿음의 식구들로서의 하나님의 축복과 인도하시는 마음 끝까지 같이 하기를

비는 맘 간절합니다.

- 요번에 떠나시게 되면 그야말로 고국에 찾아오시는 날이 언제일 런지 기약할 수가 없겠군요.

- 글쎄요... 흑... 글쎄 저희들이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하나님의 세계를 같이 구하기 때문에

하나님한테 그저 일임하고 그저 하나님 안에서 저희들이 그저 영적으로 교통할 수 있으니까...

- 네.

- 한껏 위로가 되긴 됩니다. 또 마지막 부탁은 우리들은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그저 저희들이 떠나나 나머지 계신 분들, 저희 형님들이나 또 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아직 교회에 나가지 않고 계세요. 마지막으로 제발 내가 떠나더래도 그저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

그저 교회 나가서 예수 믿게 해주십쇼 하는 게 그저 저희 부모들한테 부탁드리는 말씀이에요.

- 자, 앞으로 브라질에 가셔서 제일 문젯거리는 이, 저 꼬마들. 지금 나이가 뭐, 열 살 미만인 것 같은데

모두 말이죠. 이 교육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을 가지셔야겠습니다.

- 글쎄, 교육.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저희들이 생각을 지금 굉장히 하고 있는데요.

- 네.

- 그거는 어떻게, 그 쪽 형편이 어떻게 되는지 확실히 몰라서 요기서 이렇게 저렇게 장담은 못하겠어요.

그저 저희들이 가더래도 우리나라의 모국어를 될 수 있는 대로 잊지 않고서 집에서라도

좀 가르켜 줄 그런 생각입니다.

- 국사 같은 거-.

- 그렇죠. 국사도.

- 그러니까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어디까지 우리 한국 사람은 한국의 역사, 한국의 말,

그리고 우리나라의 정신을 길이 받들 수 있도록 가정교육을 철저히 하셔야겠다 그 말씀이시로군요?

- 네, 그렇죠.

- 너 이리 와봐. 너 이름이 뭐니?

- 주영민.

- 주영민, 몇 살?

- 여섯 살이요.

- 여섯 살.

- 아버지 꽤 보고 싶었지?

- 네.

- 아, 아버지한테 편지가 왔었나?

- 네.

- 아버지, 얼마나 보고 싶어? 응? 얼만큼이나 보고 싶어? 어? 어?

- 요만큼요.

- 요만큼?! 아하하하하.

- 그런데 여기서 떠나시는 분, 꼬마들, 또 같이 계신 분들이 저, 고향의 봄이라는 거 있지 않습니까?

- 예.

- 그것 좀 모두 합창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하하.

- 야, 저 우리 노래하자.

- 나의 살던 고향의 집, 그것부터.

- 못 하는 어린이는 가만히 있구.

(모두)

-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동네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늘은 고국을 뒤로 하고 이억만리 브라질로 이민가는 정명숙 씨의 가족을 찾아

여러분과 같이 석별의 정을 나누어봤습니다. 일요방문을 마치겠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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