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일요방문 - 이진섭·박기원
일요방문
이진섭·박기원
1972.02.06 방송
(음악)

일요방문.

(음악)

-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2월 들어서 첫 번째로 맞이하는 휴일입니다.

매주 일요일 화목한 가정을 찾아서 즐겁고 명랑한 화제를 나누는 일요방문.

오늘은 그 스물네 번째 시간으로 작가 이진섭 씨와 박기원 씨 댁을 찾아서

즐거운 대화를 나눠보겠습니다.

- 안녕하십니까?

- 안녕하세요.

- 제가 들어서는데 개가 굉장히 심하게 짓는 것 같아요. 개가 좀 여러 마린가 보죠?

- 아니, 원래 여러 마리 있었는데 한 마리는 그만 잊어버리고.

- 예.

- 지금 저 있는 건 피터라고 10살입니다.

- 네...

- 아주 나이가 먹은 거죠. 개로서는.

- 전 개가 굉장히 무서워서 말이죠.

- 네, 험상궂어요.

- 네.

- 여섯 명의 가족이 모이시고 앉아 있는 응접실에는 골동품들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게 누구의 취민지 모르겠어요.

- 글쎄...

- 그게 제 취미라기보담도 저 사람 취미예요.

- 아... 저 사람이 사모아 들인 겁니다.

- 네.

- 뭐... 원래 값진 거는 없구요.

- 네.

- 한 10년 동안 저기 주어다 모은 건데 장롱이 많아요.

- 네. 아하하하.

- 그래도 여기 있는 요 탁자, 요거는 200, 거의 300년 된 거예요.

- 네...

- 요게 귀중한 겁니다. 조금. 고 옆에 있는 자개장도 저게 한 200년. 고 둘은 값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네, 자그마한 응접실에 올망졸망 있는 게 참 눈에 띠는데요. 기빈 양이 소개 좀 해줄까요? 식구들 소개 좀?

- 아빠는 뭐 다 아시겠구요. 엄마도 그렇구요. 음...

- 자기는, 기빈 양은 어디...

- 저, 서울예술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이에요.

- 1학년.

- 그런데 굉장히 커요. 키가 그냥. 아빠보다 더 큰 것 같아요.

- 동생이 더 커요.

- 그래요?

- 네. 어... 동생 기영이는?

- 기영이는 지금 중2.

- 중2. 같이?

- 네, 예원중학교.

- 또 그리고?

- 국민학교 5학년. 이제 6학년 될 거예요.

- 6학년 될 거고.

- 네. 기광이.

- 막내 기민이.

- 기민이. 기민이는 몇 학년?

- 3학년이요.

- 이익, 저는 지금 고1이라고 그래서 깜짝 놀랬어요. 대학생쯤 된 줄 알았어요. 하도 크고 성숙하고 해서...

- 보통 때는 교복만 벗으면은 그 둘이 그, 뭡니까? 의상전람회를 가끔 합니다. 여기서.

- 아.

- 그래가지고 대학생인 척하고 다니죠.

- 어머나.

- 아하하하.

- 예술 계통하실 텐데, 뭐해요?

- 지금 오보에 전공하고 있어요.

- 그래요?

- 네.

- 기...영이.

- 클라리넷이요.

- 그러면 악기 다루는 집안이 되겠는데요. 좀 시끄럽겠어요.

- 네, 시끄러워요. 어쩌다보니까 피리쟁이가 다 되고 그랬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모두가 쟁이지. 글쟁이, 피리쟁이, 쟁이 집안이 돼버렸지.

- 어떠세요. 두 분 다 어떻게 글 쓰는 부부인데요.

- 네.

- 요즘 작품 활동 어떻습니까?

- 저는 지금 뭐 외국여행을 좀 갔다 와가지고 뭐 좀 전작물을 기획하고 있어요.

- 네.

- 전작물을. 텔레비전 극도 하고 앉아 있고. 저 사람은 모릅니다. 우리 같이 글쓰더래도요. 일체 거기에 대해서는

아주 간섭을 안 하기로 돼있어요.

- 역시 집필을 따로...

- 네, 뭘 어떻게 쓰고, 일체 저 사람의 작품 활동은 그 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일체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안 합니다.

- 네. 여행을 다녀오셨다고 그러는데 아마 두 분이 같이 다녀오신 모양이죠?

- 예, 작년에 제가 먼저 나갔죠. 어.. 그... 50주년 펜 대회를 더블린에서 있었어요. 우리는 더블린에서 한 10마일 떨어진 더니골이라고. 거기서 인제

일행과 함께 대표로 나갔었습니다.

- 네.

- 그런데 마침 또 공교롭게도 저 사람은 워싱턴에서 그, 여류작가 및 신문인 대회가 있었어요. 워싱턴에서. 근데 저 사람은 미국으로 가고

나는 구라파로 가고 그러는데 저희들은 떠났거든요? 나중에 제 친구라든가, 저 사람 친구라든가. 주위에서 극성을 떨어가지고.

- 네.

- 난데없이 파리로 날아들어 왔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게 경유하게 돼버렸어요.

- 그때 그 기분 좀 얘기해주세요. 어땠어요?

- 글쎄, 뭐, 저는 제주도도 안 가봤던 사람이 처음 그렇게 인제 멀리 가는 에어프랑스를 타고 말이죠.

그러고 파리로 직행을 했는데 너무 처음엔 두렵고 말이죠.

- 네.

- 무서워서 어떻게 갔는지 모르는데 하여튼 뭐, 동경에서 갈아타고 불란서 가는 직행비행기니깐 도착지가 파리니까

거기서 내려주겠지 하고.

- 아하하하.

- 그래서 새벽 6시 50분에 닿으니까 오를리공항에 나와 있더군요.

- 그때의 그 감격.

(사람들의 웃음소리)

- 뭐, 별로 감격 없었어요.

- 근데 그게... 사실 저는 걱정을 했습니다. 아주 그때는 시즌이라서 이, 호텔 잡기 어렵습니다.

- 네.

- 그래도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에, 몽마르트언덕 올라가는 데 아래, 굉장히 성황하는 데

그 근처에 카멜리아라고 그게 호텔인데 아시다시피 춘희의 집...

- 아...

- 춘희의 집이죠. 거기서 춘희의 집을 잡아놓고. 이 사람 배웅하러 아침 새벽같이 나갔죠.

- 그, 그때의 그 기분은 춘희의 집이라는 곳에 갔을 때.

- 네. 근데 그, 공항에서 봤을 때, 그 전에 어떻게 또 한잔 하셨는지 얼근하게 술이... 붉게 마중을 나왔어요.

그래서 그 호텔이 조금... 그런 일류호텔이에요.

- 네.

- 그래서 신혼여행...

- 신혼여행-.

- 구혼여행이죠.

- 신혼여행을 안 갔었더랬어요. 우리가.

- 아... 정말 그야말로 신혼여행 기분이셨겠군요.

- 연애중일 때 친구들이 놀리지마는 솔직한 얘기가 저는 재미없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 뭐라고 그러냐면은, 전 그랬어요.

- 네.

- 기가 막힌 불란서, 그, 레스토랑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온 격이 돼버렸다고.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렇잖아요?

- 네.

- 저는 영 형편없죠. 모른 척하고 그냥 좋다 좋다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다니는 거죠.

- 네. 그 여행에서 있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두 분이 같이 다녔으니까 재밌는 점도 많았을 텐데.

- 상당히 파리를 많이 안다고 자청했던 사람인데 몰랐던 게 많이 있어요.

- 네.

- 첫째는 뭐냐면은 검소하다는 거.

- 네.

- 그리고 히피도 많고 굉장히 그, 아주 자유분방하고 뭐라고 그럴까. 그, 아주 그, 연파들이 많이 있는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히피가 뭐예요. 히피는 여름철에 대학생들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 오를리공항에서, 그 나라에서 명령을 내렸는데

한 300명이 내렸는데. 뭐라고 그랬냐고 할 것 같으면 사회질서를 문란시킨다. 다 머리를 깎고, 보이면 깎아라.

- 네.

- 그리니깐 데모를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옳다구나, 잘됐다하고 몽둥이로 후두두 갈겨서. 아주 에어프랑스 비행기로 각국마다 추방을 해버렸습니다. 그만큼 아주 엄격해요.

그리고 백화점 가서 참 놀랐는데요. 에... 유치원생부터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회초리 1습을 팔아요.

- 아하하하하.

- 말 안 들으면 때립니다.

- 네.

- 그게 듀티엘에선 굉장히 강해요. 야, 역시 다르구나. 참 검소합니다. 어디를 그렇게... 뭐... 쇼트버스, 미니... 맥시...

구경 못해요. 대학생들이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림도 없습니다. 저녁 7시가 지나서 집에서 내보내지를 않습니다. 절대로 없어요.

공휴일 날, 목요일 날 같은 날에 그런 게 참 재밌는데. 재밌죠? 그런 거. 목요일 날 왜 부모가 일부러 애들 데리고

그, 저, 학교를 안 보낸대요. 목요일 날은. 국민학교는 정서일이라고.

- 그러니까 그림 공부하는 애는 그림공부를 집에서 하고, 개인레슨같이 음악을 하는 애는 음악을 하고, 그날은 학교를

안 보내고 집에서 모든 건 가르쳐요. 가보니까 주부들이 그렇게 부지런할 수가 없어요.

- 네.

- 우리가 아침에 몽마르뜨 언덕을 올라가서 인제 사크레-쾨르라는 사원이 있어요. 거기 가는데 길 가는 도중에

어떤 20대 주분데 아침에 엎드려서 대문 고리를 닦고 있어요.

- 네.

- 그만큼 아주 귀족이나 부호 아니면 일하는 사람이 없고 그... 하여튼 모든 게 알뜰하고 그리고 조그만 자기 생활.

뭐 크게, 야심을 안 갖는 것 같아요. 학생들도 어, 내가 뭐 장차 대통령이 되겠다든가, 또 무슨 장관이 되겠다든가

그런 포부보다는 선량한, 정직한 한 시민이 된다는 데 대해서 긍지를 갖고 있고 또 그런 교육제도 말이죠.

- 인제 그게 뭐냐면은 어린애들 야단칠 적에 불란서 사람들의 특징이 있어요. 눈으로는 웃으면서.

- 네.

- 얼굴은 엄하게 다스려라. 그거예요. 거참 어려운 연긴데. 따지고 보자면. 상당히 중요한 얘깁니다.

그러니까 얘네들이 자라나는 데 어디 마음 한구석이라도 응어리지는 데가 없이 자연스럽게

자기 있는 그대로 발휘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걸 절실히 느꼈어요.

- 엄마 아빠가 둘 다 나가계셨는데. 그때 가장 속상했던 일, 뭐... 정말 힘들었던 일... 그런 경험 없어요?

- 아... 그런 건 별로 없었구요. 엄마, 아빠가 있을 때는, 이런 말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남자동생들이 엄마한테

어리광 비슷하게 싸움을 많이 했거든요.

- 아...

- 괜히 엄마한테 응석 부릴려고 싸움도 많이 하구요. 그랬는데요. 떠나고 나니깐 어른스럽구요. 애들이.

집안일도 도와서 하구요.

- 아하...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정말이야?

- 네.

(사람들의 웃음소리)

- 힘들다는 거 느꼈죠?

- 아하하하.

- 며칠 동안 재밌고 그랬는데 고 다음부턴 지겨웠어요.

- 지겹죠.

- 시장도 나가고 그랬어?

- 네. 재밌었어요. 그래도.

- 근데 얘가 우리집에서 작은 시어머니예요. 별명이.

- 아...

- 그래서 사내동생들도 어떤 때는 나보다 이 누나를 더 무서워해요.

- 그래요?

- 그렇지, 기광아?

- 어머니, 아버님은 어떠세요? 이렇게 위로 따님이 둘이 있고, 아래로 둘이 있는데.

- 네, 뭐, 첫딸 나서 섭섭하다고 그러지만요. 위로 딸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뭐, 인제 커가니까 서로

친구같이 얘기도 할 수 있고 또, 뭐, 내 옷 하나 고르고 맞추는 것도 다 색깔이나 디자인이나 다, 눈을 믿을 만해요.

색깔이나 뭐 그런 걸 나보다도 어떤 때는 잘 고르고. 그리고 또 말동무도 돼요. 그리고 인제 엄마 아빠 이해할려고

그러고 그냥. 지금 같아서는 괜찮은데 두고 봐야죠.

- 아하하하.

- 술 잘하시는 편이에요?

- 어... 잘한다는 것보다 요샛말로 도사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 도사, 지금 맏따님이 도사라고 얘길 하시는데.

- 그리고 속된 말로 도사시구요.

- 네.

- 아빠 평소에는 성격이 뭐라고 그럴까 굉장히 세밀하시구요. 함부로 막 이렇게 안 하시고, 아빠 성격이 굉장히 좋으신데요.

아... 좀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근데 술 조금 들어가시면 굉장히 우리랑 대화가 잘되구요.

- 아... 그러니까는 술이 들어가시면 굉장히 기분이 좋아지시고 따님들하고 아드님들하고 대화가 많으시군요.

- 아니, 그대로 이 동네에서 쫓겨나기 쉽죠. 왜냐면 인제 전축 크게 틀어놓고 오페라니 삼페라는 막 떠들어 대니까.

- 아하하하, 그렇군요.

- 경범죄에 안 걸리는 게 다행이에요. 인심이 좋아서.

- 아니, 제가 여기 오기 전에 소문 듣기로는 그 따님의 집에서의 술시중이 아주 뭐 원더풀이라는 얘기를...

- 친구가 가져오라면 가져오고 그러는데 질질 짠 얼굴을 하고 오는 게 둘째 애가...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귀여워요.

- 조금 먹게 하고, 고만 먹게 하고.

- 그래도 술시중은 제가 다 봐드리잖아요.

- 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예요?

- 아, 시중은 드는데 절제-. 이 이상은 드시면 안 되고 술병을 다락에다 싹 갖다가 감춰요. 그러고 저한테는 달라고

막 떼를 쓰시지만, 이 둘째 딸한테는 꼼짝 못해요. 그러니까 뭐 20년 가까이는 술시중이고 했는데 나한테 인계를

했어요.

- 술시중을요?

- 딸 이야기를 더 잘 듣고 그런 것 같아요.

- 그래요? 아하하하하.

- 다른 분은 어떠실지 모르지만요. 가끔 놀라고 그러실 때는 애기 같아요. 갓난 애기.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정말 갓난 애기 같아요.

- 할머니 보고 엄마, 엄마 그러고요.

- 어떨 땐 우리가 아주 배꼽 잡아요. 술 마시고 들어오시면요. 우리보다 더 할머니한테 어리광 부리고 말끝마다 엄마, 엄마 그러시고.

- 아하하하하.

- 할머니가 팔십 몇 세신데 우리가 어떨 때 보면 딱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주 애들 앞에서 스타일 구기시는군요.

- 그건 그 상태에서만 그렇고요. 거기서 조금만 더 잡수시면요. 좀 화를 내구요. 조금만 더 잡수시면 형아 돌아서...

형으로 돌아갔던 게 도로 풀리거든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거기에 인제 주정뱅이가 들어 가지구요. 거기서 또 한 번 잡수시면 행패가 인제-.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래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 나중에 기광이가 또 야단 맞을려고. 안 되겠는데.

- 사실이 그렇다니 도리 없죠.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 선생님이 좀 얼굴이 붉어지신 것 같은데요. 아하하, 근데 자녀들이 다 크고 여학생들은 사춘기, 학창시절 아닙니까.

고민 같은 거 얘기해오거나 그렇지 않아요? 어때요?

- 아이, 나는 받는다고 그래요. 무슨 고민 있으면 얘기해라, 그래서 해결할 수 있으면 해결하자. 큰 애는 나, 마이 보이프렌드가

생기면 어떡해, 몰래하지 말고 데리고 와라. 집으로 데리고 오면 되지 않느냐.

- 지금 같아선 그렇게 개방적으로 하고 있으니까는 그 대신 자기들이, 니들이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라 그러고 있어요.

그러니까 뭐, 아직 나이도 어리지만 믿고 있어요. 그리고 자기들도 하나도 거리낌 없이 무슨 사태든지 무슨 사건이든지

엄마, 아빠한테 꼭 털어놔야 된다는 거. 그러고 언제나 정직하라는 게 우리집 가훈의 모토입니다.

- 아, 그러세요.

- 다른 건 없어요. 근데 정직하라는 거 우선.

- 토요일 날은 고백일입니다. 우리. 일주일에 자리를 통해서 고백하라는...

- 아하하하, 고백일이요?

- 예.

- 일주일에 이런 자리를 통해서 고백하라고, 고백할 거 있냐고 그러면 녀석들도

고백할 게 있어요 라든지 꼭 이야기합니다. 얘기를 들어보고 그 정도면 괜찮아, 잘못한 거 알면 됐어-.

- 네.

- 고백일이에요.

- 아하하하, 대략 몇 시에 모여서 고백을 해요?

- 저녁 밥 먹고 난 뒤에... 그렇죠.

- 가장 심각한 고백을 해서 심각하게 생각해주신 적은...?

-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난... 잘 기억이 안 나요.

- 아직까진 없었어요.

- 이제부터 생기겠죠.

- 기광이, 고백한 적 있어?

- 기민이도 뭐 고백한 적이 있었어?

- 어렸을 때 한 번 있었어요.

- 뭐? 뭐라고 고백했지?

- 저기 아빠가 거기.. 시커먼 뒤뜰에 귀여운 걸 사오셨거든요.

- 어디, 어딨어?

- 저기, 시내에서요.

- 그거 아프리카 거야.

- 근데 그걸 아빠가 굉장히 귀엽다 자꾸 그러시고 아끼시는 건데 제가 그걸 목을 부러뜨렸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하하하, 그래서 고백을 했어? 토요일 날?

- 아니, 그걸 세면대 옆에 올려놨는데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속이는 게 됐으니까 고백할 게 있다고-.

- 근데 고백을 하니까 어때, 기분이?

- 기분이 후련해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 좋은 제도를 두셨는데요.

- 우리집에 부부싸움이라는 게 꼭 두 가집니다. 항상.

- 알고 보니 자기가 신이 나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 하나는 저 사람 가계부 때문에 싸움이고-.

- 네.

- 하나는 술 때문에 싸움이고. 꼭 두 가집니다.

- 네, 가계부와 술 때문에.

- 가계부와 술이에요. 항상. 가계부는 왜 그러냐 하면 말씀드렸다시피 글 쓰는 사람이 일정 수입이 들어오는 게 아니거든요.

- 네.

- 고걸 계획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데 계획이 안 된다 얘기를, 안 되는 걸 해라 하는 게 내 얘기야.

- 아하하하하.

- 그렇잖아요? 그걸 어떻게 쪼개서 오래 살았으니까 매달 어느 때 얼만큼 들어가고 얼만큼 들어가는지 다 알 거 아니에요?

- 네.

- 평균치가 있는데 그러니깐 애들도 있고 미리 준비해야지, 별안간 돈 없다고 할 것 같으면 날 왜 당황을 시키느냐, 이런 얘기를 인제-.

그럼 옷을 해 입었느냐, 뭘 했느냐 다 쓴 거 적었는데 적는 게 어떻게 가계부냐 해서 나하고-.

그리고 저는 당하는 거는 인제 술 먹고 아까 얘 말한 것처럼 정신 모르게... 바깥에서

기분 좋지 않은 일이 있다 싶으면 밤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가지고 혼자 몽유병자마냥 떠들고 뭐 이러는 게 있으니까 거기에 불의에

좋지 않은 일이 있을 거 아니겠어요?

- 네.

- 그것 때문에 아침에 난리가 나는데 난 멍하니...

- 아하하하, 미리 다 얘길 했죠.

- 그래서 내가 한 일주일 뭐라고 그러고 있어요.

- 아하하, 그 얘기겠죠. 물론.

- 네. 그렇죠. 뭐.

- 또 하나 저 사람이 내 얘기를 했지만 건망증이 심합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이젠 공방전-.

- 건망증인데 일례를 들면 그건 뭐 잡지에 쓰고, 저 사람도 내 욕을 막 했는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해도 괜찮다고. 뭐냐면은 겨울이 됐으니까 양복을 바꿔 입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겨울양복을 내놓으라니까 찾아도 없거든요.

도둑을 맞았다는 거예요. 하필 그걸 도둑을 맞았느냐. 그럴 리가 없다, 가만 잘 생각하니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세탁을 하잖아요? 그 세탁소에 분명히 갖다 줬는데 안 찾아 왔다는 거예요. 그게 언젠데 안 찾아왔느냐.

그래서 나가서 딴 옷으로 갈아입고 나가면서 그러지 말고 한번 가보쇼. 뭐 잊어버린 게 있으면 찾자, 좌우간.

그런데 나갔다 들어오니까 얼굴을 못 들어요. 일 년 동안 고대로 세탁소에... 근데 그 사람이 우리나라 터줏대감이기 때문에

다 잘 보관해줬죠. 얼마나 고마워요. 그 건망증이 할 수 없어서 인제... 막 잠그고 돌아다는데 잊어버리는 거, 반면 찾지.

근데 그런 거는 이제는 하나의 매력으로 인정을 해야지.

- 네.

- 또야, 알았다 하고-.

- 얘기가 참 무궁무진한 것 같고 끊일 새가 없는데 시간 다 된 것 같고 여기서 줄여야 될 것 같습니다.

- 재밌는 얘기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쇼.

(음악)

작가 이진섭 씨와 박기원 씨를 찾아서 즐거운 대화를 나눠본 일요방문. 그 스물네 번째 시간을 마치겠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8.10)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