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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일요방문
- 이대기숙사를 찾아서

이대기숙사를 찾아서
1971.10.17 방송
(음악)

일요방문.

(음악)

- 일요일 아침, 즐거운 얘기와 화사한 웃음을 배달해드리는 일요방문 시간입니다.

오늘은 그 여덟 번째 순서로서 우리나라 여성교육의 요람인 이화여자대학교 기숙사를 찾아와봤습니다.

(박수소리)

- 오늘 재미있는 얘기와 웃음의 꽃다발을 엮어주실 분은 기숙사 사무과장이신 신낙균 씨,

그리고 1학년 의류직물과에 재학 중인 박영선, 2학년에, 국문학과 2학년에 박순옥 씨, 또 식품영양학과

3학년에 김윤상, 또 수학과 3학년에 이옥희, 아, 그리고 비서학과 1학년에 김덕희 양. 이렇게 여러분 모셨습니다.

일요일 아침인데 이렇게 저희 때문에 어디 좋은 계획도 포기하시고 모여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 남성금지구역이자 또 남자대학생이나 총각들의 관심이 대단히 있는 이런 곳인데 궁금한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아, 신낙균 사무과장께서 저 얘기 좀 해주세요.

- 이화학당 시절부터 기숙사는 있었다고 그래요.

- 네.

- 그러니까 그 당시에는 학교이자 곧 기숙사, 그렇게 분리할 수 없게-.

- 아.

- 그렇게 돼있다고 그래요. 그러니까 역사가 굉장히 깊죠. 그런데 현재에 있는 신관, 구관은 최근에 건데요.

1935년에 구관, 진선미관은 지어졌다고 그래요. 그 당시에는 돌집에다가 샤워장도 갖추고 그래서 그 당시에는 아주

좋은 건물로서. 지금은 아주 낡은 건물이지만. 그래서 굉장히 좋은 기숙사로서 진선미관이 세워졌고 또-.

- 근데 지금 학생들 수가 대략 수용인원이 몇 명 정도 됩니까?

- 지금 현재로 팔백 명이 조금 넘고 있어요. 팔백...

- 팔백서른한 명-.

- 아. 정확한데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저보다 난데요. 저 사람이 가정학과인데-.

(사람들의 웃음소리)

- 어떻습니까? 제가 아까 들어오면서 보니까 말이죠. 낙엽도 떨어져 있고 들어오는데 너무너무 멋있던데 말이죠.

여기 계신 분들 참 행복하시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운치 있는 곳에서-.

- 네, 저희도 생각하는데요. 아마 어느 집에서 생활을 해도요. 이렇게 정원이랄까.

- 그렇죠.

- 이렇게 넓은 곳에서 생활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 어저께 말이죠. 그, 요즘 그 좀 시국이 불안하잖아요. 데모성토대회를 열었었다고 그러는데.

- 네.

- 어떻습니까? 그 느낌이라고 하나요?

- 음.. 질서를 파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저희가 어떤 의사라든가 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어요.

- 아... 그렇군요.

- 네,

- 뭐 이런 거창한 얘기에서 화제를 돌려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 일요일, 토요일 하면 말이죠. 주말병이라고 그래서 그 기숙사에서는 그런 게 있다고 그러던데

어떻습니까? 주말만 되면 좀 술렁거리죠?

- 음, 주말이면 미리 나간다는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자기네들이 나갈 데가 없어도 다른 애들 모두

가방 들고 나가니깐 덩달아 나가게 돼요.

- 그래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마 1,2학년 땐 그렇구요. 3, 4학년이 되면 그것도 만성이 돼서 괜찮은 것 같아요.

- 그래요?

- 그게 좋기도 하면서 기숙사가 가지는 약점의 하나가 그거예요. 차분히 앉아서 생각하고 책이나 읽고 싶은 사람도

분위기에 휩쓸리고 그러다 보면 자꾸 아카데믹한 분위기를 잃어갈 수도 있고 항상 그, 파티 분위기 같은-.

- 아...

- 그게 기숙사를 다스리는 사람에게도 고충의 하나이기도 해요.

- 아, 그래요?

- 네, 저희 방 1학년은 지금 반 학기가 지났는데도요. 항상 수학여행 온 기분이래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래서 내가 항상 타이르려고 그러는데 아마 그것도 1,2년 지나면 괜찮을 거예요.

- 그 방에 선배가 좋아서, 선배도 같이 그러면-.

- 아니, 그런데 말이죠. 토요일 같은 날 만약에, 그, 뭐라고 할까요? 데이트 약속이 있는 사람은 괜찮지만은

없는 사람은 인제 같이 덩달아서 들떠가지고 나가야 되지 않아요?

- 네.

- 그거 회의 좀 느끼실 것 같아요. 1학년으로 들어오신 박영선 양이 좀 얘기 좀 해주시겠어요?

- 글쎄, 인제 부모님 곁을 갓 떠나서요.

- 네.

- 처음 시작한 대학생활이 기숙사생활로부터 인제 시작됐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큰 대학이라는 테두리 안에

기숙사 생활이라는 그 너무나 큰 무게를 가지고 저를 누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맨 처음에요.

그런데 인제 집에 있으면은 아버지 들어오시기 전에 빨리 들어가야 되고 귀가시간 같은 것도 자기가 생각해서

동생들한테 신경을 좀 써야 하고 그러니까 자기 행동에 참 제약을 많이 하는데 여기 들어오니깐 너무나, 물론 사감선생님도

다 계시고 기숙사 점오시간, 귀가시간이 다 정해 있지만 너무나 자유가 나에게 많이 주어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굉장히 이 자유를 어떻게 다 소화시키나 하고 당황을 했었는데 인제 한 학기 지나고 나니까

어느 정도 안정도 되고 학과에도 충실해질 수 있게 돼서 이제 좀 많이 안정된 그런 느낌이에요.

- 그래요? 지금 저, 귀가시간 얘기가 나왔는데 귀가시간이 여기 한 몇 시죠?

- 10시요.

- 10시죠. 10시가 어때요? 너무 좀 빠르다고 하나, 이런 생각 안 들어요?

- 딱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 적합해요?

- 그러나 집에 있을 때는 10시라는 시간이 굉장히 늦은 시간이잖아요.

- 그렇죠.

- 근데 여기에서는 어떤 때 보면은 11시, 11시, 먼젓번엔 11시에 점오가 있었어요. 금요일하고 토요일하고.

- 아, 11시에...

- 그때 생각해보면은 집에서 이런 시간에 들어간다면은 부모님이 굉장히 걱정하실 시간인데 우리는 그래도 이렇게 다니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아하하하하.

- 아무래도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밖에 나간다기 보다는 약간 차분해지는 게 있긴 있는 것 같아요.

- 그럼요. 지금 화제를 또 바꿔서 기숙사라고 하면은 신고라는 제도가 많다고 그래요.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그런데 각종 신고가 많을 텐데 그 신고의 종류에 대해서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박순옥 씨가 좀 해주시죠.

- 먼저, 집에, 제일 먼저 들어야 하는 게 면회지. 면회가 제일 기쁘니까.

(사람들의 웃음소리)

- 면회, 그 다음 전화.

- 네.

- 그 다음 시외전화.

- 네.

- 그 다음에 편지 같은 거.

- 오, 편지. 고 네 가지가 있는데 면회 왔다 갈 때가 제일 기쁘고.

- 근데 말이죠. 여기 면회시간이 몇 시부터 몇 시죠?

- 오후 5시부터 밤 8시까지. 일요일은 3시에서 6시.

- 그 시간이 하여튼 정말 금남의 집에 그 뭐랄까요? 화기가 도는 시간일 텐데 말이죠.

- 그 시간이 되면 모두 귀를 스피커에 딱 모으고 앉아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것도 자기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 경험자 좀 얘기해주세요. 박영선 씨의 경우는 첫 면회자가 누구였습니까?

- 첫 면회자요? 인제 아빠 친구였어요. 그래서 인제-.

- 아빠 친구.

- 맨 처음에 면회라고 그러길래 굉장히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갔었는데 아빠 친구가 계시더군요.

- 조금 실망...

- 조금 실망하고 또 한편 굉장히 기쁘기고 하고 그래서 그때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갖고 한 1주일도

채 안 됐을 때였어요. 그래서 그 아버지 친구 분, 교문 앞까지 전송을 해드리는데 그때 오면서 그 이대 올라오는

그 후유길을 올라오면서 어떻게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 네.

- 그 길만 걸어가면 그때 생각이 나요.

- 그리고 아주 가장 첫 면회에 대해서 실망을 느꼈던 사람 있으면 여기서 좀 발표 좀 해주시죠.

- 아, 저는, 제 경우는 아닌데요.

- 네.

- 딴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깐 조금, 기다릴, 기다리고 있었대요. 올 법한 사람이 있어서.

- 있어서.

- 그랬는데 마침 면회를 하길래 쫓아 내려갔더니만, 옷도 좀 단정하게 입고.

- 입고.

- 그랬더니만 월부 책을 샀대요. 월부. 그래서 너무 실망했다고-.

- 월부 책장사군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당시 딱 내려갔을 때 그 사람을 봤는데 약간 현기증을 느꼈대요.

- 아...

- 아니, 우리가 그렇더군요. 면회가, 면회라고 부르잖아요. 그렇게 내려갈 때 방 식구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어머, 축하한다, 너는 행운이 있구나, 내보내는데 딱 갖다오면 월부 책장사라든가 그래서 아주 풀이 팍

죽어서 올라와서-.

(사람들의 웃음소리)

- 편지의 경우도 참 재밌는 게 많을 것 같은데.

- 네, 편지 오면 5원, 면회 오면 10원, 성공하면 30원, 이런 게 불문율같이 있었어요. 해가지고 그걸 인제

한 달 동안 모아갖고 마지막 날에는 방식구 파티, 다과회를 한다든가. 아니면 뭐 신입생들 왔다고 해서

신입생 입사파티, 나간다고 뭐 퇴거파티 이러다 보면은 평균 한두 달에 한 번씩은 조촐한 파티가 돼요.

- 내가 보기엔 매일 밤 하는 거 같아.

(사람들의 웃음소리)

- 저, 부모님도 옆에 안 계시고. 상의할 사람이 없는데 되레 고민이 생긴다고 할 경우엔 누구한테 의논합니까?

박순옥 씨는?

- 네, 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한테 얘기하고.

- 네.

- 어떤 문제는 친구한테도 얘기하기 싫은 때가 있잖아요.

- 그렇죠.

- 그땐 저 혼자 감수하죠. 일기를 막 쓴다든지, 낙서를 한다든지. 저는 주로 낙서를 많이 해요.

- 아,

- 낙서를. 혼자 감수하는 경우가 제일 많아요.

- 이옥희 씨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 아마 제일 좋은 게 친한 친구한테 터놓고 얘기하는 거구요. 친한 친구라도 1,2학년 때는 굉장히

많이 있었는데 3, 4학년이 되니까 퇴사를 참 많이 했어요. 그래가지고 지금은 혼자 남았는데요.

자꾸자꾸 크다보니깐 혼자서 해결할 능력이 생기는 것 같구요. 저는 화가 나면 혼자서 막 먹고 난 후에 자는 걸로 해소를 시켜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될 수 있으면은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내가 하는 방법치고는 괜찮은 것 같아요.

- 작은 방법을 다들 자기 나름대로 다시 만들게 되는군요. 참 이상한 건 욕구불만이라든지, 그날 좀 기분이

나쁜 일이 있으면, 그게 기숙사 학생에 한한 것도 모르겠지만요. 꼭 먹는 걸로 해소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확실히 그게 나뿐만 아니구나.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근데요. 그달 가계부를 보잖아요. 그럼 군것질이 참 많이 지출된 날은, 그 달은 아마 욕구불만도 많고 정신적으로,

정신위생학적으로 좀 나빴던 것 같구요. 지출 면으로 봐서 인제 먹는 거 지출이 없었던 달은 아, 그래도 참 그달만큼은 뭔가

기분 좋은 달이었다-.

- 기분 좋은 달이었다.

- 기분 좋은 달이었구나 그걸 생각하게 됩니다.

- 네.

- 그래도 있잖아요. 먹는 거 그 음식물 대상보다도 그 파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도도 꽤 높은 것 같아요.

- 왜 그렇죠? 아하하하.

- 학교 앞에 혹시 다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오징어 장사 한 분 계시는데-.

- 미남이에요? 아하하하.

- 예, 저, 애들이 다 모여 갖고 그 사람이 총각이냐 아니냐-.

(사람들의 웃음소리)

- 온갖 억측을 다 갖다가 붙여가지고 마음대로 미화시켜갖고 있죠. 얘기를 했어요.

- 그 총각 멀지 않아 갑부 되시겠습니다.

- 갑부.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안 오면 굉장히 섭섭해 하고 그래요. 왜 결석하셨느냐고 물어보고.

- 장사수법이 무척이나 좋은, 그리고 간판도 좋고.

- 그분이 경상도 출신인 것 같아요.

-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마산이라고 그래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군것질이 많은데 용돈문제에 대해서 제가 좀 여쭤보겠습니다. 한 달에 용돈이 어떻게 됩니까?

- 한 번 소개해드릴까요?

- 인제 제가 처음 1학년 땐가요? 기숙사비가 4500원이었을 때요. 집에서 만원 받았어요. 그때는 그걸로도

충분했었는데요. 지금 기숙사비가 7200원 아니에요?

- 네.

- 근데도 이만 원 받는데요. 물론 뭐 피아노다 영어회화다 지출되는 게 있긴 하지만요. 항상 좀-.

- 모자라세요?

- 항상 모자란 느낌을-.

- 박영선 씨, 1학년인데 1학년의 경우는 용돈이 어느 정도 됩니까? 좀 줄어들지 않나요?

- 그렇지도 않은데요.

- 언니들은 이만 원 가지고도 좀 모자란다고 했는데.

- 제가 인제 처음에 엄마하고 약속을 하기는요.

- 네.

- 한 달에 이만 원 이상 안 받겠다고. 그게 약속이 돼있어요. 근데 엄마가 인제 항상 돈 부쳐주시는 거 보면은

이만 원에서 항상 오천 원이라든지, 만원이라든지, 더 붙어 와요.

- 오...

- 그러니까 이만오천 원 내기 삼만 원이죠.

- 네.

- 근데 그걸 내가 엄마 앞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괜찮다고 말을 하면서도 굉장히 흐뭇하죠. 엄마가 날 생각해주는가 보다 그래서-.

근데 인제 엄마 마음을 좀 이해할 수가 있어요. 괜히 나와서, 모자라서 고생이나 하지 않는가 싶어서, 엄마, 부모님들 마음은 안 그렇겠죠.

-그래도 이만 원씩 받는다고 해도요. 그달엔 무슨 옷을 한다든가 이달은 뭐가 있다 그러면 그달은 돈을 따로 받는 것 같아요.

- 따로 받아요. 이만 원은 잡비죠. 그리고 꽃을 한다면 거기서 더 추가되는 거죠.

- 그래서 만원을 받으면 한 칠천 원짜리 옷을 하구요. 삼천 원은 잡비로...

- 얼마 전에 추석도 지냈고 그러지 않습니까? 생일이나 명절 때 정말 좀 뭐랄까... 쓸쓸하거나 슬퍼지고 그럴 때는 어떻게-.

- 그래도 기숙사에서 한 달에 한 번 날을 잡아가지고요. 생일파티라고 하거든요.

- 한 달에 한 번씩 그래가지고 그 달에 생일 있는 사람은 고 전 날은 꽃을 한 송이씩 준다 돌려줘요. 그러니까 그거 받는 사람은

아무래도 그 정도 생각해주니까.

- 조촐한 대로.

- 네, 그리고 추석 같은 때는 추석 전날 송편 빚기 대회 같은 걸 하구요. 같이 집에 내려가는 사람들은 다 내려가고 나머지

사람은 식당에 모여앉아가지고 같이 그런 것도 하고 그러니까 그런 대로 괜찮은 것 같아요.

- 그러고 기숙사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보는 이대생하고 우리 기숙사하고 조금 분위기가 달라요.

- 네.

- 전부 지방학생들만 모였다는 점 때문인지 아니면 숙식을 같이 하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다져진 그 분위기 때문인지

그래서 일반학생보다 좀 온순한 편이에요.

- 네, 그럼 말이죠. 기숙사 생활에서 자기가 느낀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든지 뭐랄까 기억 남는 일 한 가지씩

소개 좀 해주실까요? 그럼 먼저 박영선 씨부터 차례로...

- 저, 저는 5월 1일 날요. 우리 기숙사에서 인제 환경미화 심사가 있었어요.

- 네.

- 그때 인제 각 층마다 등수를 정했었는데 우리 방이 그때 1등을 했어요.

- 아. 몇 호실입니까?

- 407호입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러고 또 한 번은 인제 407호니깐요. 4월 7일을 갖다가 우리 방 생일로 정했어요. 그래갖고 인제 우리 방에서 사라다도

만들고 다과 같은 걸 다 준비해갖고 다 같이 우리 사감선생님 방을 찾아가서 같이 막 나눠먹고 그랬어요.

- 네, 그리고 박, 박순옥 씨, 인상 깊었던 점.

- 딱 기숙사, 만약 제가 집에서 산다면 집 주위엔 막바로 집들이고 이래서 주위엔 가까운 산들이 없잖아요.

아침에 산보 나갈 수 있는 그걸 제일 보람으로 느끼고 있어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 산이 바로 붙어 있죠? 기숙사.

- 네네. 그리고 조금 나가면 뒷산이 있거든요.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안개가 자욱할 때, 그리고 또 맨발에 슬리퍼

신고 나가면 이슬에 발이 흠뻑 젖는 그 맛-.

- 운치가 있네요.

- 네네.

- 그걸 제일 자랑하고 싶어요.

- 이옥희 씨는 어떻습니까?

- 저는 방학 때 내려가면은요. 저희 방 출신 상급생 언니들을 꼭 찾아뵈어요.

- 오, 방학 동안에?

- 네, 그리고 또 그 선배 언니들이 서울을 오실 때는 꼭 저희 방을 찾구요.

- 네.

- 그래서 저희 방 선배 언니들이 두 분이 지금 취직을 하고 계시거든요.

- 졸업한 후에도 찾아뵙고...

- 네.

- 찾아 뵌다구요? 아...

- 제일 첫 월급을 탔을 때요. 저희들을, 서울까지 인제 오셔갖구요. 방식구들 다 인제 모여가지고

저녁을 사줘요.

- 첫 월급-.

- 네, 굉장히 뿌듯했어요. 나도 앞으로 이래야 되겠구나, 그런 책임감도 느끼구요. 정말 어쩌면 부산에서 여기까지

올라오셔갖고 저희를 잊지 않고, 물론 그게 조촐했긴 했지만요. 성의가 보통 성의가 아닌 것 같았어요.

- 방의 유대가 졸업 후에도 계속 되는군요.

- 네.

- 그런데 하나는 저희 방 언니 출신 중에서요. 결혼한 사람이 한 명도 없대요.


- 왜 그럴까요?

- 아, 우리 방 식구들은 항상 만원인가 보다-. 너무 집에서만 쫓아다니느라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웃음소리)

- 이옥희 씨도 집에서 밥을 먹는 모양이죠?

- 재밌는 일 하나는 우리 사감선생님 방이 학생들 방보다 중간에 있어요.

- 아, 그래요?

- 남학생들이 방으로 왔는데 사감선생님 방으로 왔죠.

- 아...!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래서 어땠습니까?

- 그래서 사감선생님은 다른 사감선생님한테, 사감선생님들끼리 모이면 학생들처럼 재밌는

뭐가 많아요.

- 그렇죠. 네.

- 다른 사감선생님들한테 굉장히 놀림도 받고 뭐 한턱 내라구요.

- 네. 근데 학생들도요. 미팅 가서 자꾸 방 번호를 묻잖아요. 그럴 때 굉장히 미운 학생이

물을 때는 사감선생님 방 번호를 알려줘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네.

- 처음에 올라올 때 미팅 가서 그렇게 얘기하라고 가르쳐주던데 선배 언니들이요. 그러고 저희 사감선생님 방이 몇 호니까

너 가가지고 방 번호 물으면 막 그거라고 말하면 그쪽으로 면회가 올 거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주 그 재밌는 얘기 여러 가지 들어봤습니다. 오늘 가을날 일요일이고 아주 좋은 날씬데 좋은 계획이라도 있습니까?

어디? 이 방송 끝난 다음에 등산이나 또는 데이트라도 가실 계획인지 모르겠습니다.

- 아마 다음 월요일부터 시험이라서 조금 제재가 될 것 같아요.

- 그렇죠. 시험공부 하시겠군요. 전부 다들.

- 네.

- 오늘 즐거운 일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이화여대 기숙사를 찾아서 기숙사생활에 얽힌 얘기 나눠봤습니다.

기술에 이요은, 프로듀서에 유명순, 아나운서에 이선미였습니다.

(박수소리)

(음악)

이화여자대학교 기숙사를 방문해본 일요방문. 오늘은 그 여덟 번째 순서를 마치겠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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