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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수영농청

수영농청
1980.07.06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수영농청)

『양운폭포 이른구름, 해운 모아 돌아드니

온정리는 명승지요. 가인재사 놀던데요.

동백섬 해운대는 고운선생 놀던데요.

장산 최고봉은 흑운 찾어 솟아 있고

가마산하 절영도는 창해뼈가 놀아 있다.

감포진 최영문에 해마다 봄이 오고

포이만호 전선터에 임자 없는 빈 배들이

달만 가득 실어 있다.

석양 비낀 양창로로 신선대 찾아가니

신선이 양재호로 빈대홀로 뿐이로다.』

오륙도 곁에 두고 경치 찾아 내려간다.

부산시 남구 수영동. 비록 뛰어난 경개를 자랑하던 수영팔경은 그대로 있다고 하나

도시화바람, 현대화바람에 지금은 별달리 특색이 눈에 띄는 곳이 아니지만

그 옛날에는 진정으로 대단했던 고장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경상도 수군본영이 있어

수많은 군인들과 아전, 인속, 상인, 하인들이 들끓었고 수리와 지리가 편리해

물산교류가 빈번했음은 물론 이에 따라 갖가지 전통민속예술이 번성했으니

그 대표적인 것이 수영야유, 좌수영어방놀이. 그리고 수영농청의 농악과 풀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전통음악-수영농청)

오늘 이 시간에는 수영지방의 독특한 집단농사형식이었던 수영농청과 그들이 즐기던

농악. 그리고 이 고장에서는 풀노래라고 불리우는 농가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수영농청에 대한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옛날 이 고장에는 수사영이 있던 곳입니다. 여기에 있던 수군조직을 본 따서

조직된 것이 수영의 농청입니다. 그러나 조선왕조 말엽에 이르러서 수사영이 없어지면서

농청도 하부 관조직의 하나에서 민간주도형으로 발전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불려오는

농요. 즉, 풀노래에는 경상도의 대표적인, 또는 특성 있는 가락인 메나리조가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한편, 농청 농악은 농청의 행군음악, 노동음악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굿거리 4박의 신명진 장단을

주축으로 하고 있어서 활달하고 구성집니다. 그야말로 경상도 남단에 노동요.

즉, 일노래의 대표 격이라 하겠습니다. 』

(전통음악-수영농청)

- 아... 아유...

- 잉? 아, 아이구. 새색시, 어디가 아픈가잉?

- 아, 아유! 잘 모르겠심니더.

- 아이구, 아이, 마저 안 되겠데이. 따수한 방에 가서 좀 쉬어야겠데이.

- 아... 으어...!

- 아이구, 저, 김 서방! 김 서방!

- 와 그라시는겨?

- 아이구, 저, 이리 퍼뜩 온나! 새댁 쓰러진데이!

- 뭐라고예?!

- 아아...아아..!

- 아이고, 거 열심히 일하드만.

- 봐라, 봐라! 와 그러는겨?

- 아이, 아이!! 죽겠심니데이...

- 아이고마!! 꿈지럭대지 말고 퍼뜩 등에 업고 가거래이!!

- 아이고, 자, 자, 퍼뜩 업히거라!

(전통음악-수영농청)

- 아하하하하하, 하하하.

- 아니? 아프다더니. 갑자기 웃기는 와 웃노?

- 아하하하, 아프다는 건 거짓말이라예.

- 뭐라꼬?!

- 아하하, 아이고 참. 신접살림인데 남편하고 온종일 떨어져 있으니까네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예. 우흐흐흠.

- 요 깜찍한 가시나 봐라. 어이구, 말짱한 사람 잡겠다.

- 에헤헤헤헤.

- 아하하하하하, 아이고. 서방님도 힘든 일 잠시 쉬고 좋지 않은겨?

- 에헤헤헤헤헤, 이러다가 곤장 맞는 거 아닌지 모르겄다. 에헤헤헤헤헤.

(전통음악-수영농청 모찌기노래)

수영농청의 대표적 특징은 농청원과 내방청원은 언제나 같이 농장에 나가서 각자 맡은 일을

하고 함께 귀가하게 함으로서 개인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규율에

위배되는 일이 있으면은 곤장으로 징벌하거나 심한 경우에는 다른 곳으로 추방까지 했다.

듣고 있는 모찌기노래는 다소 애수적인 분위기에 작업의 고달픔과 작업의 재촉. 그리고

남자들의 방자함을 탓하는 내용으로 단조롭게 앞소리, 뒷소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또한 수영농청 농악은 일반적인 흥취나 놀이를 위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농사의 축원과

노작의 수단이요 단합의 상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악은 단순히 남녀가 농장으로 갈 때

행진농악. 그리고 농장에 도착해서 그날의 원하는 농사를 비는 기세배 사방곡신에 고사하는 농악.

또 작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 그날의 무사를 감사드리는 농악뿐이지 다른 곳과 같이 두레굿이나

농기 싸움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전통음악-수영농청 모내기노래)

듣고 있는 모내기노래는 모두 열일곱 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찌기노래와 같은 곡조로서

도읍여자들에 대한 동경, 남녀관계의 희화, 노동의 고달픔, 음식에 대한 것, 남자의 횡포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통음악-수영농청 모내기노래)

모가 자라기 시작하면 한 농사철에 서너 번 논에 김을 매야 한다. 모가 자랄수록 잎이 날카로워

몸에 상처를 입기 쉽고 또한 물 논에는 어려운 일들이 많다. 이런 일을 무릅쓰고 힘든 일을 하는 데

부르는 노래가 김매기노래다. 먼저 농꾼들이 논 앞에 일 열로 정리를 한 후 북을 세 번 울리면은

일제히 큰소리로 에이, 에이 두 번을 하고 김매기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김매기노래의 내용은 수영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하다가 끝에는 작업을 독촉하는 내용이 된다.

(전통음악-수영농청 김매기노래)

수영농청의 또 한 가지 특이하고 재미있는 것은 모든 행동을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통 땡각이라고 부르는 연각을 사용해서 신호를 하는데 집합신호는 연각을 동서남북을 향해서

한 번씩 길게 불고, 작업 시작은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 두 번을 부른다. 점심이나 휴식은 짧게 세 번을 두 차례.

작업을 끝낼 때는 짧게 한 번, 길게 한 번을 두 차례. 비상을 알릴 때는 길게 한 번 불고 짧게 세 번을 부른다.

(전통음악-수영농청)

- 할아버지요.

- 오예...? 그래, 가봤는가?

- 야, 댕겨 왔습니데이.

- 어째 논밭을 모두 밀어버린다는겨.

- 비행장을 만든다 캅니다예.

- 비행장?

- 야.

- 아이고 마... 이젠 농사도 다 지었구마이.

- 그라믄 농청도 없어지는 게 아닙니까?

- 그랗게... 되겠지.

- 그라믄 지는 모기청에 안 나가도 되는 게 아닙니까?

- 그랗게... 되겠지. 농청이 없어지면 내방청도 당연히 없어지고 모기청도 없어지겄지.

오랜 전통 갖고 재밌게 농사짓던 수영농청도 이제 그만이겠구마...

(전통음악-수영농청)

일찍이 수영절도사영과 더불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수영절도사영이 파영된 뒤에도

꾸준히 이어져온 수영농청. 그러나 개화와 함께 강하게 밀어닥친 현대화바람, 도시화바람은

이겨내기에 벅찼는지도 모른다. 한때 남북농촌이 합쳐 하나의 농청으로 전통을 이어가더니

이제는 수영고적민속보존회에 의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심우성 씨는 수영농청의 민속적 가치를 이렇게 얘기한다.

『지난 시일 집단공동노작 형태인 두레조직을 살피는 데 있어서 수영농청의 존재는 소중한 보기가 되겠습니다.

지금은 도시화되고 또 서구화되는 물결 속에서 농청의 형태나 여기에서 전승되던 노래, 춤 등은 없어져가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세심히 수합하고 정리를 해서 농촌을 기반으로 창출되었던 민속예능의 한 보고로서 수영농청은

다시금 확인돼야 하겠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식으로 큰 도시의 주변에도 이처럼 민속예능의 뿌리가 잔존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로 봐야 하겠습니다. 』

(전통음악-수영농청)

농촌에 밀어닥친 현대화바람은 원시적인 집단농업을 그냥 두지 않고 농사 역시 기계화시켜 아무리 광활한

농토라 할지라도 많지 않은 인력으로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게 했다. 하기야 바람직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농촌을 떠나는 숱한 농부들, 그리고 날카로운 기계소리에 불과 몇 명의 농부가 농요를 부른 흥인들 나겠으며

아니, 농요를 부를 필요조차 있겠는가. 강렬한 현대화바람에 값진 우리 풍물을 앗아가는 일은 오늘날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어서 비록 생활은 풍요하다 할지라도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전통음악-수영농청)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송파산대놀이 보존회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수영농청)

(입력일 : 20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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