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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전남 민속예술의 원형

전남 민속예술의 원형
1980.06.29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전통음악)

옛부터 인심 좋은 땅, 정겨운 사투리가 있고 맛깔스러운 음식이 있고 푸짐한 인정이 넘치는 고장,

민중이 있고, 민중의 소리가 있고, 민중의 한이 있고, 민중의 신바람이 있고, 민중의 풍류가 있는 곳.

(전통음악)

삼천리 방방곡곡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 머무는 곳마다 민중의 가락 없는 곳이 없건만 그 중에서도

전라남도는 한층 빼어난 풍류와 멋의 고장이다. 명인 명창을 수없이 배출한 점에서도 갖가지 향토문화와

민속예술의 꽃을 피우고 맥을 이어온 끈기로 봐서도 전라남도는 민속예술의 보물창고라고 해서

결코 지나친 찬사가 아닐 것이다.

(전통음악)

오늘 이 시간에는 지난 76년부터 전남지방의 민속예술 실태를 조사해온 문화재연구소 조사결과를 살펴보고

전남지방의 민속예술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습니다.

(전통음악)

먼저 전남 민속예술 실태 조사팀으로 참가했던 이보형 문화재전문위원으로부터 전남지방의 민속예술의 특성을 들어본다.

(음성 녹음)

또한 민속학자 심우성 씨로부터 전남지방의 민속학적 가치를 들어보자.

- 『에, 호남지방 하면은 에, 우리나라 각 지방 가운데에서 가장 옛날의 흥취와 풍물이 오늘에 숨쉬고 있는 곳입니다.

에, 이른바 남방계 문화와 북방계 문화유산이 교차했던 곳이 이 호남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해봅니다.

한편, 백제문화권으로 해석을 하고도 있습니다. 여기서 좀 성급한 가늠을 해보겠습니다. 서도의 풍물가락이

창울청청하다면 중부지방의 풍물은 교교낭낭하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남도의 풍물가락은 은은처절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애환의 표현이 아주 짙은 고장이 전라남도라 하겠습니다.

(전통음악)

민속놀이, 민요, 판소리, 농악 등 모든 민속예술은 한 개인의 창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민속엔 각기 그것이 생성되기까지 그 시대, 그 사회, 그 민중들의 공감이 깃들어져 한 호흡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전해져온 민속예술의 원형을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 귀중한 민족의 재산이 아닌가.

그러나 사람은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든가. 세월이 흐르면 사람은 늙고 병든다. 그 좋던 목청, 그 구성지던 가락,

그렇게 기운차던 육신도 세월이 흐르면은 사라져간다. 예능을 보유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그 사람과 함께

그 사람의 민속예술도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는 것이다.

(전통음악)

전남지방 민속예술 보유자들의 실태에 대한 이보형 문화재전문위원의 말.

(음성 녹음)

(전통음악)

사라져가는 소리의 원형을 찾아 녹음테이프와 악보로 남겨두기 위해 문화재연구소의 전남민속예술조사 발굴팀은

4년에 걸쳐 전남지방 4개 22개 군에서 모두 백예순네 건의 민속예술의 원형을 찾아냈다. 이 중에는 민요가 일흔 일곱 건.

판소리 스물여덟 건, 농악이 스물여섯 건, 무속음악 열한 건, 시조 일곱 건, 산조가 다섯 건, 삼현육각 두 건, 시나위가 두 건이다.

(전통음악)

지금 우리가 듣고 있는 농악이 곡성지방의 농악이다.

다시 이보형 위원의 곡성농악 설명을 들어보자.

(음성 녹음)

(전통음악)

모찌기소리, 모심기소리, 긴소리, 절사소리, 들내기소리로 이어지는 농요. 나주군 다시면 청림마을 주민들의 나주들노래다.

(전통음악)

(음성 녹음)

(전통음악)

광주에 사는 원광호 씨의 거문고 산조.

(전통음악)

조사팀의 작업은 수월하지 않았다. 노래 잘하고 장구 잘 치는 사람이 어디 사느냐고 묻고 물어 부락마다 사랑방마다

노인정마다 찾아다녔다.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명인 명창이 이미 연로해서 혹은 병이 깊어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가슴 아픈 순간들이었다. 그러다가 어쩌다 만나게 되는 원형 보유자들은 피곤에 지친 조사팀의 얼굴에 보람의 꽃을 피워주었다.

(전통음악)

장흥의 김녹주 씨가 판소리 심청가 중에서 화투타령을 부르고 있다.

(전통음악)

전남지방 민속예술 중에서 이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진도들노래, 해남의 강강술래. 두 가지가 있다.

또 문화재연구소가 실태 파악에 착수한 후 광주의 한애순, 박춘정, 공대일 씨 등의 판소리와 함평 천학실 씨의 민요 등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전통음악)

이보형 문화재조사위원은 실태 조사의 성과를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긴 세월 동안 궂은 날, 좋은 날,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의 속에서만 간신히 살아남은

민속예술.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것, 관능을 찌르는 기교 없는 것이지만 그냥 흐뭇한 우리의 숨결.

토장국 같은 맛과 삼베 옷자락 같은 감촉. 뒤꼍 감자밭 같은 냄새를 가진 것. 그러나 오늘은 살아가는

우리에겐 너무도 멀어져 있는 것. 그 이름이 민속예술이 아닐까.

(전통음악)

심우성 씨에게 민속이란 무엇인가, 소박한 질문을 던져본다.

- 『아주 쉬우면서도 또한 어려운 질문입니다. 흔히 민중의 습속에서 민과 소리의 준말이 민속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민속하면은 오늘에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옛날의 고속으로 해석하는 것이 통념으로 돼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민속이란

오늘에까지 전승이 되는 것이 민속이지, 전승력이 없어졌을 때는 그것은 고속이지 민속이라 할 수 없습니다.

민속의 범주를 보면 전통적인 의식이라든가 예컨대 관혼상제,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많이 듣고 있는 음악, 또는 무용,

연극, 민속놀이에 이르기까지 서민의 의지에 의해서 창출된 습속을 민속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에 살아 있는 민속,

우리는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아니됩니다. 그러니까 민속은 한마디로 민중의 생활규범, 또는 민중생활의 슬기를

민속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전통음악)

소멸돼가는 민중의 가락을 찾고 찾은 조상의 유산을 갈고닦아 물려주고자 하는 노력이 소수의 전문연구인의 작업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 주엔 부산지방의 농청놀이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번 주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

(입력일 : 201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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