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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사월초파일

사월초파일
1980.05.25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범패)

4월이라 맹하드니 입하소만 절기로다.

비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아하다.

떡갈잎 퍼질 때 뻐꾹새 자러 울고 보리 이삭 피어나니

꾀꼬리 소리 한다.

만물이 약동하고 녹음이 더해가는 음력 4월은 농가에선 어지간히 바쁜 계절이다.

허나 바쁘디 바쁜 농사 중에도 결코 그냥 넘겨버릴 수 없는 세시풍속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으니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실로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500여 년. 삼국시대로부터 불교가 한참 융성하던

고려시대는 물론이고 척불숭유라 해서 불교를 배척하고 유교를 숭상하던

이조시대조차 사월초파일은 빼놓을 수 없는 우리의 세시명절의 하나로

제법 다채로운 행사들을 이어왔다.

(전통음악-범패)

올해는 부처님 오신 지 2524주년이 되는 해.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이후로 변함없이 이어온 행사 가운데

우린 관등놀이와 범패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관등놀이는 부처님이 오신 것을 봉축하기 위한

불자들의 행사요. 범패는 부처님을 찬양하는 스님들의 음악이다.

(전통음악-범패)

먼저 관등놀이와 범패에 대한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사월초파일에 풍물을 찾자면, 본디는 부처님의 탄신을 기리는 찬불의 음악과 춤이 주축이 되겠지만

불교가 민중생활에 깊이 뿌리하게 되면서 민속연회까지도 함께 놀아지게 됐습니다. 연등이라고도 하고

또 관등이라고 합니다마는 이 관등은 어두운 밤을 등불로 밝힌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나 비단 밤뿐만이

아니라 어두운 세상도 밝게 비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히려 불교 이전부터 있음직한 풍속이었겠지만

오늘날의 관등놀이는 신라의 팔관회 이후 불교의식에 바탕한 세시풍속으로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범패를 말씀 드리죠. 한마디로 불교의식에 따른 음악이자 무용을 말합니다. 외래의 종교음악 가운데

우리나라로 들어와서 가장 심층으로 불교가 토착화하면서 오히려 우리의 민속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그 격식이나 창법이 너무 어려워서 일반화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 하겠습니다. 』

(전통음악-범패)

- 아하하하, 어머님이 달아놓으셔서 그런지 더 밝은 것 같애.

- 아하하, 어머님께서는 등을 달면서 무슨 소원을 말씀하시던가요?

- 응, 먼저 저 세상에 가신 아버님 왕생극락 하라시더군.

- 자, 이제 당신 등을 달 차례예요.

- 응, 그 등을 이리 주구려.

- 아, 여기 있어요. 아하, 당신은 무슨 소원을 말씀하시겠어요?

-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어머님 무병장수 하옵소서.

- 아하하, 자, 이젠 제 등을 달 차례예요.

- 응, 여기다 매달구려.

- 아... 됐어요.

- 당신도 소원을 얘기해야지?

- 부부간에 화목하고 가내 태평케 해주시옵소서.

- 아하하하하.

- 아하하하하.

- 이제 다 됐구려. 자, 들어갑시다.

- 어머, 아니에요. 등이 하나 또 있잖아요.

- 어? 정말. 아니, 그건 누구 등이지? 우리 집안 식구대로 하나씩 다 달았는데.

- 아이, 참. 당신도. 다음 달에는 우리 아기가 태어나잖아요. 아하. 이건 우리 아기 등이에요.

- 으응? 어허허허허. 아,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 등을 달아?

- 아이 참. 당신은 벌써 애기 이름까지 지어 놓으시구선.

- 아하하하하하.

- 오호호호호호.

- 기왕 만들었으니 매달아 놓읍시다. 아하하하하하.

(전통음악-범패)

관등놀이는 신라시대 때부터 시작돼 고려시대 때 가장 번성했다 한다. 이때는 관등놀이가 1년에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음력 2월 보름이요. 또 한 번은 사월초파일이었는데 이조시대에 들어오면서 민간에 전승된

관등놀이는 사월초파일 한 번이 됐다고 한다. 고려시대의 관등놀이는 어찌나 크고 호화로웠는지

고려 공민왕 때 요승 신돈은 자기 집에 백만 개의 등을 달고 왕을 맞이했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 와서 관등놀이는 그저 제등행렬이나 하고 불자가 한 가정에 한 개의 등을 만드는 정도지만

이조시대만 해도 가족 수대로 등을 만들어 소원을 빌었고 등의 모양도 연꽃, 마늘, 수박 같은

식물모양에서 학, 잉어, 거북, 자라 같은 동물 모양. 병, 항아리 같은 그런 모양. 그리고 글씨 모양을

한 등까지 다채롭고 화려했다고 하니 당시엔 정말 대단한 풍속이요 풍물이 아닐 수 없었다.

(전통음악-범패)

또한 초파일에는 불자들이 관등놀이와 함께 절을 찾아가 제를 올리는데 이 제를 올릴 때 스님이 부르는

불교음악이 바로 범패로 현재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까지 돼있다. 범패는 리듬과 화성이 없는

단성선율의 의식음악으로 8세기경에 이미 우리나라에 와 있었고 그 후 진감대사가 9세기 초에

당나라에 가서 범패를 배워다가 많은 제자들한테 가르쳤다고 하는데. 송림사의 일응스님은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범패)

범패에는 안채비소리와 겉채비소리가 부르는 홋소리와 짓소리가 있고 이밖에도 축언하는

화청이나 회심곡 등이 있는데 초파일에는 화려한 영산대법회를 갖는 것이 원칙이라고 일응스님은

이렇게 얘기를 잇는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범패)

범패의 사설은 거의 범어로 된 정형시로 제를 올릴 때 사용하는 음악은 대부분 홋소리고

짓소리는 홋소리를 다 배운 범패승이 배우게 된다. 허나 짓소리는 부르기 힘들기 때문에

승려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현재 거의 원형을 보존하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고 한다.

(음성 녹음)

홋소리니 짓소리니 하는 것은 발성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에 성격을 얘기하는 것이다.

(전통음악-범패)

(음성 녹음)

(전통음악-범패)

심우성 씨는 범패의 민속적 가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현재 범패의 예능보유자는 전국적으로 찾아봐도 연로한 스님 몇 분에 불과합니다.

그마만큼 그의 전승도 어려운 벽에 부딪치고 있습니다. 불교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후

그 의식에 있어도 기존의 토착종교인 무속, 그러니까 무교와 많은 부분 습합을 했듯이

범패도 역시 민속예술과 많은 출입이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러기에 오늘날의

이 땅의 범패는 어딘지 모르게 우리 민족 특유의 음율과 율동을 받아들이면서 전승되고 있다

믿어집니다.』

(전통음악-범패)

또 일응스님은 범패를 배우는 승려가 적고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범패)

절에서 제를 올리는 것이나 범패나 물론 모든 불교의 종파를 초월해서 같이 행해지는 의식은 아니다.

다만 어느 한 종파에 의해 이어지고 지켜져 오는 불교의식이지만 15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 불교가 민중 속으로 스며드는 동안 숨쉬고 이어져온 우리의 숨결이라는 되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영원히 보존되고 전승돼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전통음악-범패)

다음주 이 시간에는 진도민속놀이보존회 편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범패)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범패)

(입력일 : 20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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