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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별산 대놀이 -
별산 대놀이

1980.05.11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경기도 양주군 주내면 유양리. 양주의 사직골인 불곡산 계곡 입구. 비스듬한 산기슭이

영락없는 노천극장. 여기저기 모닥불이 이글거리고 군데군데 기름불이 주변을 밝힌다.

이윽고 사직당 아래 자리 잡은 제비들이 삼현육각을 놀리는가 싶더니 몇몇의 탈을 쓴 자들이

춤을 추며 나타난다. 어떻게 보면 울어대던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칠 지경으로 무시무시하고

또 어떻게 보면 춤은 진지하되, 그 세련되고 장난스러운 짓거리가 가히 구경꾼들한테 흥미를 주기

족하렸다. 이름 하여 양주 별산대놀이.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오늘 이 시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호로서 오직 이 고장에서만 전승돼오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대놀이인 양주 별산대놀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양주 별산대놀이에 대한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이 산대놀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탈놀음의 연원을 찾기는 참 어렵습니다. 산대놀이하면은 본디는 본 산대놀이가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있었다고 그럽니다. 별산대는 지금으로부터 150년에서 한 200년쯤 전에 양주에 사시던 이을축이라는

분이 서울 사직골 딱딱이 패로부터 산대놀이를 배워가서 양주에 속화시킨 데서 이름도 별산대놀이라 이렇게

불러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양주고을은 아주 큰 고장이어서 악사청이 있고 또 한량 놀음패들이 많이 있어서

이처럼 오늘과 같은 산대놀이는 아니었으되 이 마을의 자생적인 탈놀음은 있었지 않았겠느냐 하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산대놀이의 짜임새를 보면 처음에 길놀이를 하고 다음에 탈놀음에 들어가고 뒤에 마을사람

모두가 참여하는 뒷놀이로 이어집니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양주 별산대놀이는 연례행사로 대개 음력 4월초파일, 5월 단오, 8월 추석 등에 놀아졌다고 하는데

낮에는 주로 유지들의 집안을 돌며, 춤과 덕담을 베풀어 음식과 술을 대접받아 흥취를 돋구다가

밤중에 이르러서야 탈놀음을 시작한다. 선황대와 탈들을 앞세우고 풍물을 울리며 마을을

한 바퀴 돌아 구경꾼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고, 모닥불, 기름불이 사방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는 여리장쇠에

당도하면 곧 이어서 놀이 직전에 탈 고사를 지낸다. 양주 별산대놀이의 기능보유자 가운데 한 사람인

유경성 씨는 이렇게 얘기한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음성 녹음)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탈을 쓰면 탈이 난다. 탈 쓰는 사람은 제사도 못 지낸다. 온갖 시비와 괄시 속에서도 탈꾼들은

때로는 자신의 흥취를 위해 때로는 선조들이 물려준 이 값진 유산을 누군가가 지키고 이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꿋꿋하게 얼굴에 탈을 썼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 아...

- 아니, 아니, 넌 언제 왔냐?

-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집안엔 별일 없고요?

- 그나저나 웬일이야? 갑자기? 응? 김 서방하고 싸웠냐?

- 아... 어머니, 아무래도 저 시집 잘못 갔나 봐요.

-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야? 누가 구박이라도 하니?

- 아무래도 김 서방이 시원치가 않아요.

- 시원치 않다니? 뭐가?

- 아.. 도적질을 하는 모양이에요.

- 뭐? 도적질?!

- 예, 어머니. 밤이면 살며시 나갔다가 새벽녘에야 돌아오는구만요.

- 저런...

- 게다가 가끔 괴상망측한 탈바가지를 들고 다니는 거 보면 틀림없어요.

- 탈바가지?

- 예, 어머니. 도적질할 때 얼굴에 쓰는 것이 아니면 뭐겄어요?

- 아이구, 아이구. 그렇구나. 으응?! 우리 사위가 도적질을 하는 게 틀림없구나. 아유,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 어머니.

- 아이구...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예전에 아녀자들은 바깥출입이 극히 제한돼있어 탈놀음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또 남정네가 아낙네한테

자기가 하는 일을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았으니 오해가 있을 법도 한 일이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탈놀음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공식적인 기획자인 판주가 관장의 양해 아래 인접한 고을에

놀이판을 알려 구경꾼을 모은다. 이윽고 연희 시간이 되면 길놀이에서부터 탈 고사까지 준비 절차를

끝내고 본격적인 놀이에 들어간다. 놀이는 모두 여덟 마당, 아홉 거리로 짜여 있는데 첫째 마당은

상좌마당으로 염불장단에 거드름춤을 추며 상좌들이 사방에 고하는 순서다. 둘째 마당은 옴중마당으로

옴중이 어린 상좌에게 희롱당하는 장면, 셋째 마당은 먹중마당으로 먹중들이 놀이판에서 옴중에게 매를 맞고

수선을 피우는 장면이다. 다음, 넷째 마당은 연잎 눈끔쩍이마당으로 연잎과 눈끔쩍이가 놀이판을 나왔다가

풍악을 듣고 어울려 춤추는 장면이 된다. 다음 다섯째 마당은 팔목중마당, 여섯째 마당은 노장마당이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다음 일곱째 마당은 샌님마당, 여덟째 마당은 신할아비 미얄할미마당으로 여덟 마당을 모두 노는 데는

서너 시간이 족하게 걸린다. 마침내 탈놀음이 끝나면 탈꾼과 구경꾼들이 한데 어울려 군무를 이루기도 했다.

허나 이 같은 양주 별산대놀이가 자칫하면 영원히 소멸돼버릴 위기를 맞은 적도 있었다.

바로 6.25사변 때다.

(바람 소리)

- 아이구? 형님, 살아오셨군요!

- 아니, 이게 누구야? 성복이 아니냐?!

- 아이, 예. 저희 집도 피난을 갔다가 어제 돌아왔어요. 형님.

- 아니, 헌데 마을이 어째 이 꼴이...?

- 말씀 마세요... 죄다 불탔어요.

- 탈... 탈들은 어떻게 됐어?

- 당집이 타버렸으니 남아났겠어요? 탈, 의상, 소도구 모두 타버렸어요.

- 뭐, 뭐야?!

- 에이그... 설령 탈이 남아 있으면 뭘 합니까? 형님.

- 뭘 하다니?

- 아, 사람이 있어야죠.

- 사람?

- 예. 학선이 아저씨, 기득이 아저씨. 우룡이 아저씨. 모두... 돌아가셨대요.

- 뭐야?! 아니, 그럼 산대놀이는 영영 없어지는 거 아니냐? 응?

- 그 어른들이 없으니 누가 산대놀이를 해나가겠어요? 수백 년 이어온 놀이가 우리한테 와서 끝나버리는 거죠.

- 안 돼! 그런 소리 마라! 무슨 일이 있어도 산대놀이만은 다시 이어가야 해.

- 아, 글쎄. 사람이 있어야죠. 형님.

-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지. 남은 사람,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어떻게 해서든지

산대놀이를 살려놔야 해!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양주군 주내면은 1000여 호에 이르는 대 부락이었으나 6.25 때 격전지여서 모두 불타버리고

불과 150여 호밖에 남지 않았다. 더욱 큰 손실은 많은 산대놀이의 명인들이 사변 통에 죽거나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허나 주내면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제일 먼저 걱정한 것이

바로 산대놀이였으며 모두가 사명감으로 이 놀이를 다시 살려놓았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심우성 씨는 양주 별산대놀이의 특징과 민속적 가치를 이렇게 얘기한다.

- 『양주 별산대놀이가 전승되고 있는 경기도 양주군 주내면 유양리에 가면 조그마한 유양국민학교가 있습니다.

점심시간에 어린이들이 놀이를 하는데 바로 이 양주 별산대놀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통적인 우리의

민속예능이 아주 이상적으로, 자생적으로 전승되고 있는 고장이 바로 양줍니다. 이러한 곳에서 전해지고 있는

우리의 탈놀음이기 때문에 민속성이 아주 짙습니다. 양주 탈을 보면은 흔히 봉산 탈과 에, 대비해서 우리가

생각하게 됩니다. 봉산 탈은 요철이 심합니다. 이 양주 탈은 기하학적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봉산 탈이 남성적이라면 양주 탈을 여성적인 탈이라고 합니다. 춤사위 역시 아주 섬세하게 분화,

발전돼 있습니다. 재담은 직설적이며 해학적입니다. 경기도에, 경기도 이내 어떤 그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 양주 별산대놀이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양주 별산대놀이의 춤사위는 우리나라 탈놀음 가운데 가장 세련되고 마디마디마다 멋이 깃들어 있으며

춤과 춤이 강하고, 약하고 대범하고 섬세하다. 각기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온갖 고난 속에서도 원형을 되살리는

양주군 주내면 사람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 다른 민속놀이보다 일찍이 1964년에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았고 현재 양주 별산대놀이 보존회가 40여 평에 이르는 널찍한 전수회관을 갖고 이 귀중한 문화유산의 전수에 힘을 쓰고 있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다음 주 이 시간에는 밀양 아랑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양주 별산대놀이)

(입력일 : 201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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