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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경기 무악

경기 무악
1980.05.04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경기무악)

인간의 힘이란 실로 미약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불과 하루 뒤에 닥쳐올

재앙을 짐작하지 못하며 자신의 죽음이나 질병에 대해선 속수무책이 아닌가.

또한 돌변하는 자연의 횡포를 뻔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당해야만 하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따라서 인간이 그들이 하나의 공동사회를 이룩하면서부터 그들 능력 이상의

절대자를 필요로 했으니 온갖 종교와 미신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절대자를 숭상하고 그에게 의지하려는 노력은 까다로운 의식과 절차를 스스로

만들어 하나의 질서를 가졌으니 음악의 기원이 여기에서 비롯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민족이나 종족이 그들의 의식에 사용한 음악은 곧 그 민족이나

종족이 갖고 있는 음악에 뿌리가 되는 것이니. 우리의 경우, 흔히 굿이라고 불리는

무속의식에 쓰이는 음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전통음악-경기무악)

이처럼 토속신앙에서 쓰인 소리나 춤은 그들 민속의 원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외면당하고 버림받아온 것은 무속의 성격이 예술로서보다는 샤머니즘의 색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허나 요즘에 이르면서 샤머니즘은 삭제하고 무속이 갖고 있는

예술적 측면이 점차 부각됨에 따라 그동안 그늘 속에서 외롭게 민속을 지켜온 사람들이

차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김숙자 씨도 바로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전통음악-경기무악)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무속예술보존회 회장 김숙자 씨, 그가 원형을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당굿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무악과 경기도당굿에 대한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네, 무악이라는 것은 우리 민족의 토착신앙인 무속신앙의 한 반주음악, 종교음악을

얘기하는 게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제껏 무속을 우리가 우리의 토착신앙으로

대접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 아주 뿌리 깊이 살고 있으면서도

그것은 한갓 무꾸리이거나 에, 또는 요행을 바라는, 그러한 좋지 않은 풍속으로

우리가 대접을 해서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민족예술을 도외시한 그러한 경향이 있었습니다.

에, 이런 것은 점차 고쳐지고 있죠. 그런데 이 무속음악 가운데에는 우리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판소리의 모체가 있습니다. 어정 속에 판소리의 모체가 있죠. 그리고 모든 기악의 효시가 되는

해금, 젓대, 모든 악기가 이 속에 살고 있습니다. 한편 민속연극의 온상이기도 합니다.

경기도당굿은 처음에 마을회의의 기능을 했다가 무속의식을 보여주고 뒷전이라 해서

뒤에서는 모든 마을사람들이 한 번에 어울려 노는 민속놀이의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

(전통음악-경기도당굿)

풍류의 고장인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올해로 쉰다섯이 되는 김숙자 씨는 세습 만신의 집안인 탓도 있지만

일곱 살 때부터 무악을 배우기 시작해서 열여섯 살 때는 도당굿에 나섰으며 열아홉 살 때부터는 제자들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통음악-경기도당굿)

- 아유, 아이고, 저것 좀 봐! 아니, 아이 아니야, 아이?!

- 어머, 정말 각시무당일세!

- 아유, 어쩜 저렇게 능청스럽게 잘하지?!

- 신들렸어, 신.

- 신이 들리지 않고서야 저렇게 깜찍하게 잘할 수가 있나.

- 오정도 오정이지만 춤이 보통이 아니네.

- 아유, 도살풀이, 저렇게 신들린 도살풀이 봤어? 아, 아이고? 이 여편네,

왜 눈물은 찔끔거리고 야단이야?!

- 아아, 글쎄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아, 왜 괜히 콧마루가 찡하고 눈물이 핑 돌지?

- 아하하하, 아이고, 참. 별일 다 있네.

(훌쩍 거리는 소리)

- 아유유, 나는 그렇다 치고 자긴 또 왜 훌쩍거리누?!

- 아유, 내가? 아유, 굿판에서 눈물 흘리기는 또 처음이네. 하하, 내가 그렇다니까. 아하.

(전통음악-경기도당굿)

김숙자 씨는 도살풀이를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온몸에 한이 서려 자신도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경기도당굿)

도당굿은 말하자면 마을 전체의 복을 비는 부락 전체의 행사요 일종의 연례적인 부락제이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보름씩 계속됐다고 한다.

(음성 녹음)

대개 음력 정월이나 10월에 갖게 되는 이 도당굿은 모두 열두 거리로 짜여 있고 복잡 다양한 장단으로

엮어져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우리 민속 고유의 장단이나 가락이 모두 등장한다고 해도 틀림이 없다.

따라서 현재 김숙자 씨 밑에서 무속무용을 배우고 있는 전수생 이애경 씨는 도당굿을 종합예술이라고 말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경기도당굿)

경기도당굿 열두 거리의 내용을 김숙자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음성 녹음)

그 중에서도 일품은 역시 마지막의 도살풀이다. 국악평론가 진봉규 씨는

도살풀이를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경기도당굿)

- 저는 그만두겠어요.

- 어허 참, 왜 이러십니까?

- 왜 이러다니요? 저를 어떻게 보고 하시는 말씀이에요.

- 어떻게 보다니요?

- 여보세요! 저는 이래봬도 예술가예요. 어떻게 무당하고 같이 공연을 하란 말이에요?!

- 어허, 그 이 여사께서 조금 착각을 하고 계신 겁니다. 굿, 그 목적이야 미신일지 몰라도

굿판의 춤, 장단, 가락은 그대로 우리의 민속예술입니다. 바로 우리 민속예술의 뿌리라니까요!

-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도 마세요!

- 아하, 이 여사. 이 여사께서 춘 춤도 원형은 바로 굿에서 나온 거 아닙니까.

- 그렇다고 해도 나는 무당하고 같이 공연을 못해요. 아니, 나뿐 아니라 모두 그럴 거예요.

(전통음악-경기도당굿)

김숙자, 그는 무속생활 48년 동안 설움도 많이 받고 그늘에서 고생도 많았다. 무당으로 천시하는 바람에

그는 그 자신이 천시 받는 것보다 우리 민속예술의 원형과 뿌리가 외면당하는 것이 한없이 가슴 아팠다.

하지만 김숙자는 언젠가는 무속의 참다운 가치를 인정해줄 날이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오늘날까지

외롭게 버텨왔으며 실상 근간에 와서 차츰 그 진가를 모두 한결같이 인정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 민속예술, 민속놀이의 대부분이 무속에서 연유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민속학자 심우성 씨는

무속의 가치를 이렇게 얘기한다.

『에, 지금 무속예술이 과연 예술이냐, 그렇지 않으면은 옛날 신앙 속에 있는 한낮 그저 보잘것없는

형태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의 가치가 없이 됐습니다. 이제. 우리의 전통적인 예술을 찾는 데는

무속예술을 주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우리 문화의 핵심을 찾을 수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김숙자 씨 하면은 이제 한국무속예술보존회의 회장으로만 알려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이처럼 인멸되어가는, 산재해 있는 우리의 무속예술을 찾아서 그 원형을 보존하는,

아주 힘든 일을 하는 역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분의 일이 되도록이면 성과를 거두어서

하루속히 우리 문화의 실체를 찾는 지름길이 돼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전통음악-경기도당굿)

무엇보다도 경기도당굿은 다른 지방의 굿들이 원형을 잃었거나 그 일부밖에 원형이 보존되지

않았으나 경기도당굿만은 무려 6시간 동안이나 이어지는 그 전체가 하나도 빠짐없이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데 큰 가치가 있다. 또한 우리 민속예술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용어가

통일돼있지 않아서 발전에 큰 지장이 있는데 경기도당굿은 모든 용어가 일사분란하게 통일돼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전통음악-경기도당굿)

비단 경기도당굿만이 아니라 김숙자 씨를 중심으로 한국무속예술보존회가 결성돼있어

우리 민속예술의 원형인 무속예술을 보존코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하지만 아직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운영에는 난관이 하나둘이 아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경기도당굿)

과학의 발달과 지적수준의 향상으로 이제 우리 주변에서 굿판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다.

어쩌면 바람직한 일이면서도 한편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우리 민속예술의 뿌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전통예술의 기예를 온전하게 익히고 있는 몇몇 사람만이라도 우리가

주의 깊게 보살펴서 그 원형만큼은 오래도록 보존해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통음악-경기도당굿)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양주별산대 놀이 보존회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경기도 당굿)

(입력일 : 201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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