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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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거문도 술비소리

거문도 술비소리
1979.12.23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새 울음소리)

물새가 한 마리 날아온다. 어디서 이 바다를 건너온 것인가.

눈이 시도록 바라보아도 땅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무심한 파도만 쉼 없이 밀려오고 바위벽을 두들기며 다시 밀려가는데

종일 기다려도 오는 이 없고 가는 이 없으니 여기가 과연 절해고도련가.

바람과 안개와 적막을 벗 삼으며 멀리 다도해 남쪽바다 한 가운데 외따로 떨어져 있는

바위의 섬, 거문도.

(새 울음소리)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이 시간에는 제20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문예진흥원장상을 받은 전라남도의 거문도

술비소리를 보내 드립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거문도 하면은, 한마디로 남해상의 아주 절해고도로서 경치가 참 훌륭한 곳입니다.

본도, 동도, 서도. 그래서 흔히 삼산도라고도 합니다. 거문도는 여수에서 뱃길로 48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아주 외딴 섬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들으시는 이 거문도의 술비소리는

배에서 쓰는 큰 밧줄을 꼬을 때 부르는 민요입니다. 칡넝쿨이나 짚으로 밧줄을 꼬면서 부르는

이 노동욥니다. 한 가닥의 줄을 꼬는 데는 에이야 술비소리가 있고 이렇게 해서 완성된

한 가닥 한 가닥의 줄을 다시 삼합, 사합으로 합쳐서 꼬는 데에는 에헤야 술비소리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완성된 줄을 옮기면서 부르는 썰소리, 다시 이어서 부르는 이영차 소리.

이렇게 4,5단계로 바뀌면서 짜여지는 노래가 바로 거문도의 술비소리입니다. 』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줄을 만드는 과정에서 첫 번째로 불리는 노래. 여러 사람이 틀을 돌리고 다른 사람들은

칡이나 짚을 길게 이어주면서 부르는 에이야 술비소리입니다.

(전통음악-거문도 에이야 술비소리)

이렇게 꼰 밧줄은 닻줄에 쓰이고 배와 육지를 연결하는 갓보릿줄, 또는 통나무를 태워 넘겨지게 해서

통나무배를 만드는 데 쓰이는가 하면 바람에 날리지 않게 지붕을 엮는 데에도 쓰인다.

(전통음악-거문도 에이야 술비소리)

그뿐이랴. 정월대보름날 유일한 놀이인 줄다리기에도 쓰이니. 그러길래 수십일 혹은 수개월 동안

바다에서 살아야 하는 섬사람들에겐 줄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두 사람은 줄을 뽑고

두 사람은 조절하며 여섯 사람은 한 가닥 한 가닥 조심해서 간격을 맞추니 볏짚 여섯 가닥이

마침내 굵은 줄로 변하는구나. 이때 부르는 에헤야 술비소리가 이어집니다.

(전통음악-거문도 에헤야 술비소리)

(바람 소리 및 파도 소리)

- 아니, 말짱했던 날이 왜 갑자기 이런뎌, 이거? 아, 우리가 고깃배를 잘못 띄웠는가.

- 어어? 영감님! 어이, 저것 좀 보쇼!! 저 물살!

- 아이구!! 아니, 이거 폭풍이여! 폭풍! 아, 돛을 내려! 얼른!!

(바람 소리)

- 야!! 그쪽 잡아댕기라구!!

- 에, 그쪽 먼저 풀었냐?!!

- 이 녀석들아! 빨리 혀!! 뭣들 하는 거여?!!

- 자, 갑니다잉!! 당긴다! 꽉 잡아라이잉!!

- 이이, 저저, 줄이!!

- 아이고아이고! 아이고아이고!

-으휴으휴, 아이고!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이여?!! 왜 배가 엎어져 부렸는가!!

- 아이, 돛들이 톡 부러징게 그 바람에 물살을 된통으로 맞아갖구 옛잖여!!

- 아이고, 이거 배가 엎어지네!! 괴기 잡기는 다 틀렸네!

- 아이, 이 녀석들아, 괴기고 뭐고 살아나갈 방도나 챙겨!!

- 아따! 나, 헤엄이야 깨구락지고잉 저저 섬이 보이는디 느가 빠져 죽을랑껴?

- 느가 꽉 잡고 셋이 물장구를 쳐서 섬으로 끌고 갑시다잉!!

- 으이구, 으이구!!

- 으이구, 으이구!!

- 잘 잡어 , 손 놓지 말구!!

- 염려 마쇼!

- 아니, 그런데 어제 돛줄을 새로 갈았는데 왜 줄이 끊어졌지!!

- 참내, 잡아당기께로 기냥 툭 안 끊어지요?!

- 아니, 누가 저 줄 꼬았냐?!!

- 이, 지가요!

- 앗! 이 머저리 같은 놈!! 임마, 어떻게 꽈갖고 새 줄이 다 끊어진다냐!! 잉?! 아이, 손가락이 하나 없냐?!!

- 아, 글씨. 잘했는데 이상혀요.

- 이 녀석, 너 땅에 올라가면 솜바가지 콱 뿌릴 줄 알어?!! 아이, 줄 하나 못 꼬는 자식이 우리 섬에 살았네! 응?

- 야, 그러지 말어. 니 재주도 별거 없응께.

- 뭐 어쩌? 이 탁, 그냥!! 씨이!!

- 아이고, 아이고, 기어!!

- 야야야, 이놈들아. 아니 그 물에 빠져 있는 것들이 물속에서 뭘 잘했다고 싸움질이여, 싸움질이!!

- 아아아.

- 아아아.

- 이놈들, 모두 똑같응께. 오늘밤에 밧줄 서른 줄 꽈라! 알았어?!

- 젠장, 땅에 올라가봐야 고생이 훤한디, 물속에 그냥 있는 게 낫겄네!

- 으이구, 으이구.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완성된 줄을 배에다 연결시키면서 부르는 썰소리가 이어집니다.

(전통음악 거문도 술비소리 中 썰소리)

섬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칡넝쿨을 베어온다. 집집마다 짚을 모아 갯가에서 밧줄을 꼬며

흥겹게 부르는 이 노래는 섬사람들의 협동심을 길러줄 뿐 아니라 외로움과 고달픔을 달래주었고

바다를 두려워하면서도 도전하는 끈질긴 의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中 썰소리)

배를 땅으로 끌어올리는 노래, 이영차가 이어집니다.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中 이영차 술비소리)

논 한 떼기 밭 한 떼기 변변치 않은 바위의 섬, 거문도. 그래서 그들에게는 바다가 곧

삶의 터전이었고 또 설움의 터전이었다. 심우성 씨의 얘깁니다.

『네, 거문도는 고기가 많이 잡히는 우리나라 남단 어업의 전진기집니다. 고기가 많이 잡히는 만큼

뱃노래를 비롯한 바다를 소재로 한 민요가 아주 많습니다. 술비소리는 이처럼 풍요한 거문도 민요 가운데

뱃사람의 의지와 애환이 그대로 서린 노동요의 하납니다. 아직도 비교적 전승의 현장에서, 그러니까

민속의 현장에서 민요가 잘 보존되고 있는 곳이 거문도라 하겠습니다. 창파를 해치고 망망대해를

마치 앞마당인 양 그물질을 하는 거문도민의 용맹스러움이 바로 이 술비소리에서도 살아 있다

하겠습니다.』

- 아이고, 오랜만에 왔네 그려잉.

- 울릉도까지 갖다 왔구만요.

- 아하하하하.

- 아이고, 목재도 참 좋은 걸로 많이 해갖고 왔네.

- 아이, 장가라고 갔는디 집 한 칸 없어갖고 어디 살갔습뎌? 이왕 짓을라면

좋게 짓자고.

- 아, 그 목재 참 탐나는구먼. 그 전부 집을 지을려구?

- 그럼요. 아, 우리 섬에서 제일 좋게 짓어볼라요. 이 목재를 구할려고 1년을 헤맸는디요?!

- 아하하하. 저, 그런디-.

- 아우, 참. 내 마누라 안 보이네? 아, 어디 갔다요? 밭밭, 밭에 갔나?

- 아니여.

- 자, 불러주쇼. 집도 없이 움막에서 산다고 항상 불평이었는디. 마, 이걸 딱 보여줘야지.

- 아이고, 이보더라고. 자네 새 각시는 가부렸다네.

- 에? 가다뇨?!!

- 아, 이 섬에 사는 것도 징글징글하고 또 자네도 배타고 나간 지 하도 오래

소식이 없응께.

- 고깃배 타고 땅으로 도망가 버렸단 말씨.

- 아이고, 이 소갈머리 없는 것이!!

- 아아아, 아니, 어디 간당가?

- 내 새 각시 찾으러 갈라요! 찾아갖고 올랑께 잘들 계시소!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술비노래를 부른 거문도 주민과 이 노래를 발굴, 지도해온 전남대학교 지춘상 교수의 얘기를 잠깐 들어본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외로운 섬, 거문도. 여수에서 뱃길로 여덟 시간. 이미 파시의 흥청도 사라지고 고기도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감탄할 만큼 아름다운 바다와 부근의 절경으로 인해 거문도는 차츰 관광지로서 각광을

받아가고 있다. 1885년 영국군이 이 섬을 2년 간 점령했던 사건도 역사 속에서 거문도를 잘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술비의 가락이 흐르는 거문도. 투지와 협동으로 뭉쳐진 주민들이 살던 곳으로서

거문도는 우리 가슴에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다음 주 이 시간에는 북청사자놀이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거문도 술비소리)

(입력일 :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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