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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예천 통명농요

예천 통명농요
1979.12.02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예천 통명농요)

『논밭을 갈마들이여, 삼사차 돌려 묄 제 그 중에 금화 밭은 인공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 밭도 북돋워 매갖구서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접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정한 후에 반찬이야

있고 없고 줄인 창자 메인 후에 청풍에 취포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음악-예천 통명농요)

『농가의 어느 한철, 안 바쁜 때 있으랴만 모내기철은 바쁘고 즐겁고 수확을 기대하는 부푼 꿈으로

가득하니 이 고을, 저 고을, 이이랑 저이랑에 노랫소리 질펀한 건 단연코 당연한 일.』

(음악-예천 통명농요)

동으로 영주, 남으로 안동, 서쪽으로 문경, 상주에 둘러싸인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 통명부락.

이 고을 또한 모내기철이면 들판에 퍼지는 노랫소리 예외 없건만, 이곳 통명농요는 그 활기찬 장단과 가락,

그리고 빼어난 춤사위와 짜임새로 금년 제20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첫 출연을 해서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았다.

(음성 녹음-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 대통령상 발표)

(음악-예천 통명농요)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예천 통명농요에 대한 설명입니다.

-『예천 통명농요는 민요부분에 출전을 해서 대통령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희로애락, 민중의 애환을

노래하는 것이 넓은 뜻의 민요라 한다면은 농요는 농사꾼의 노래라 하겠습니다. 예천 농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소리고장입니다. 경상도에서 이처럼 훌륭한 농요가 나올 수 있을까. 모두 깜짝 놀랬습니다.

예천 농요의 짜임새는 역시 다른 고장의 농요나 마찬가지로 처음 모를 심을 때부터 에, 논을 마지막 맬 때까지

애벌매고, 두벌매고, 세벌 맬 때까지 그 일의 순서를 그대로 따라서 노래를 하는 것입니다. 엄격히 다시

분류를 한다면 논에서 하는 농요와 밖에서 하는 농요, 그밖에 산에서 나무꾼들이 하는 여러 가지 농요가 있습니다.

이번 예천 농요는 예천읍에서 과히 떨어지지 않은 3,4킬로 떨어진 통명이라는 마을, 과히 크지도

적지도 않은 아담한 마을에 옛부터 전하는 아주 전통적인 경상도 중부지방의 농욥니다.

이 예천 농요의 구성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심기노래로 시작이 돼서 모를 다 심고 논에서 나오면서 부르는

아주 환희에 찬 빠른 장단의 노래, 그리고 논매기소리, 논매기는 애벌, 그리고 재벌, 삼벌을 매기도

합니다만 대개 한 두어 번 매는 데까지 이처럼 흥겨운 농요가 뒤따르게 되는 것입니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 으아, 점심이 옵니다. 점심이 옵니다!

- 아이고, 어찌 이리 때맞춰 오노?! 아하하하하.

- 아하하하하, 아이고. 옥자야, 고생이 많데이~

- 찬은 없지만서두예 많이들 드시소.

- 아하하하하하하하!

- 아이고, 마음 심란해 죽겠데이. 야야, 옥자야. 우째 니는 점점 더 이뻐지노?!

- 오마!! 이 손 놓으시소!!

- 아따!! 이 사람은 밥그릇이 안 짚고 옥자 손목 잡는데이!!

- 아이고, 총각이 어여쁜 가시나 손잡는 건 당연한 일 아닌교?!

(사람들의 웃음소리)

- 옥자야.

- 와 이라예?!

- 아하하하하! 옥자 얼굴 좀 보소!! 홍당무하고 똑같지 않는겨?!

- 오호호!

(사람들의 웃음소리)

- 뭐 홍당무라도 난 좋데이~

- 아이구미, 참말로 와 이라는겨?!

- 아이고, 옥자야!

- 내는 몰라예~~!!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이고, 헌데 이, 낭패가 아닌교?!

- 와, 예?!

- 옥자가 수저를 몽땅 들고 뛰어가지 않았는교?! 아이고, 밥을 뭐로 먹지?

아, 손가락으로 먹나?

(사람들의 웃음소리)

(음악-예천 통명농요)

『아부래이순아, 아부래이순아 이이도 어이 수여. 에헤 한 톨 종자 싹이 터서 만곱쟁이 열매 맺는

신기로운 이 농사는 하늘땅의 조화로다, 아부래이순아.』

모를 심을 때 부르는 이 노래는 두 사람이 서로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쌍을 일컬어 아부래이순아라고 한다.

그러나 어부랑쇄이라고도 하며 뒷소리의 이도 어이수여의 뜻은 확실히 알 길이 없다.

모심기를 마치고 논둑으로 나올 때는 도움소, 도움소, 에헤이라, 도움소 하는데 도움소는 돕새, 돕자의 뜻으로

협동정신, 상부상조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노래가 된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허나 옛 전통농요의 가장 흥겨운 대목은 논 두벌매기 때, 이때는 지게도등과 입장구 등을 하면서 오리 삼신이라 하여

우르르 몰려다니며 흙탕물만 지우게 된다. 또한 이 예천 통명농요를 모두가 흥겹게 부르는 요령 가운데는 앞소리꾼 옆에

항상 꼴뚜가 서서 앞소리꾼 사설을 빨리 하지 못하거나 잃어버렸을 때는 이 꼴뚜가 눈치 채고 첫소리를 내주어

신명이 그치지 않게 하고 있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논을 다 매고 논둑으로 나올 때는 이와 같이 흥겨운 장단으로 농사의 피로를 잊고 모두가 신명나게 춤을 추도록 하니

다른 어느 지방 농요보다도 흥겹고 신바람 나는 것이 바로 예천 통명농요가 아니겠는가.

(음악-예천 통명농요)

- 아하하하, 오늘 하루 참말로 수고 많이 했데이! 우리집에 닭 몇 마리 잡고 술 장만해 놨으니께 모두 빠지지 말더라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그런데, 어르신네요.

- 오, 와?!

- 마, 오늘 소리 하느라고 고생 제일 많이 한 앞소리꾼 하고 또 일하느라고 애쓴 상머슴한테는 무슨 특별대우가

있어야 할 거 아닌교?!

- 오호, 하하하하하! 그야 마, 자네가 걱정 안 해도 다 준비했데이!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아, 어르신네요. 고것이 무엇인지 공개할 순 없는교?

- 아아아아암, 공개할 수 있지. 앞소리꾼한테는 백미 서 말, 그라고 우리 상머슴은 올 가을에 마,

내가 책임지고 장가들이기로 안 했나?!

(사람들의 환호성)

(음악-예천 통명농요)

고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상머슴을 소에다 거꾸로 태운 후 또 삿갓을 거꾸로 씌운다.

그 다음 풍장을 올리면서 마을 사람 모두가 흥겹게 노래와 춤을 추며 돌아오는 모습은 예천 통명농요의

장관 가운데 장관이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허나 예천 통명농요는 가난한 소농일 경우에는 인원이 적어서 농요를 부르지 않는 것이 상례였다고 한다.

대개 부농들이 생활의 넉넉함을 과시하기 위해 많은 농부를 청해다가 하루를 즐기게 했고 노래를 부르게 했으니

이 보편성이 적은 것이 예천 통명농요의 단 하나 흠이라고 할까. 아니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지난 10월 대구 공설운동장에 개최된 제20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가해서 이 농요를 불렀던 예천읍 통명부락 농부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또한 민속학자 심우성 씨는 예천 통명농요가 이번 제20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타게 된

이유와 예천 농요의 민속적 가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 『에, 20회면은 이제 사람 나이로 쳐도 성인입니다. 금년에는 모두 16개 시도, 스물 세 개 팀이 대구의 시민운동장에

모였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참 규모가 큰 민요도 많았고 민속놀이도 있었고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에, 그 가운데에서 통명농요가 대통령상을 타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 첫째로 확실하고도 그리고 현재

생존하신 연로한 구술자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한봉준 옹이 생존해 있으셔서 아주 훌륭한 가사와, 그리고 그 노래를

모두 전수시키실 수가 있었다는 사실. 두 번째는 꾸밈새 없는 어떤 일판을 재현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면서 잡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는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바로 이것이 에, 물이 있고

또 모를 심는 논판이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운동장에 나오셨던 분이 아주 열심히 뛰셨고 또 아주

열심히 실제 일을 하셨습니다. 손톱에 흙이 잔뜩 들어갈 만큼 일하는 모습을 재현해 주셨습니다.

바로 노동요의 재구, 그것이 운동장일망정, 이처럼 실제 일하는 모습을 재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꾸밈새가 없었다는 것. 이것도 대통령상을 타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겠습니다. 민속적인 가치를 말씀드린다면은

이러한 농요라든가 모든 노동요는 실제 꾸밈없이 일판을 재현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명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 전승되고 있는 농요, 모두 이렇게 다듬어서 새로이 우리나라 농요로

승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옛 전통 통명농요는 다른 농요와 달리 순수한 노동요로서 협동과 상부상조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 특징의 하나다.

또한 예천 특유의 민요 속에 흥겨운 가락과 장단, 신바람 나는 춤사위로 엮어진 것도 특징이요 예천 농요만이 지닌 특출한 자랑거리가 된다.

1950년대 이후 한동안 끊겼던 예천 통명농요가 이제 되살아났고 영예의 대통령상 수상으로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게

되었으니 이제 예천 통명농요를 이어가는 것은 예천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 아니겠는가.

(음악-예천 통명농요)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충남 보부상 놀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이번 주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음악-예천 통명농요)

(입력일 :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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