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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추석 특집 ‘북도’

추석 특집 ‘북도’
1979.10.07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판소리)

8월이라 한가위에 백곡이 풍성한건만,

낙엽이 가을을 알리고 덧없는 명절은 해마다 돌아오네.

여기저기 곳곳마다 부처님께 꽃 바쳐도

서산에 지는 해, 무성한 소나무 숲 바라보며

흐르는 이 눈물은 어디다 견줄 건가.

슬프도다. 우리 부모. 추석인 줄 모르시나.

사친가든가, 이름도 없는 어느 시인은 이렇게 부모와 헤어져 추석을 맞는 외로움을 노래했건만

지금 우리 주위엔 고향을 북에 두고 부모와 헤어져 갈 곳 잃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전통음악-판소리)

이 시간엔 추석 특집으로 우리나라 북도지방의 풍물과 함께 망향의 애달픔을 더듬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북도지방 한가위 풍물에 대한 설명입니다.

- 『예, 엊그저께가 한가위, 추석이었습니다. 참 달도 밝았습니다. 남쪽에서나 북쪽에서나 달은 한달을 봤습니다.

그런데 서로 정이 오고가지를 못했습니다. 휴전선 칠백 리라고 합니다. 이름 없는 잡초가 수북이 쌓였는데

철새들은 남북을 오고가건만 이 한가위에 우리의 남북의 정이 오고가지를 못했습니다. 북도지방의 한가위도

남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은 농사를 지었습니다. 농경민족에게 있어서 8월 한가위는 서양 사람들의

추수감사제와 맞먹는 것입니다. 작년이든가, 함경북도, 또 평안도에서 한가위놀이라는 민속놀이를 가지고

바로 이맘 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나와서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평안도의 한가위놀이. 그리고

황해도의 한가위놀이. 모두가 그 고장의 민요와 함께 펼쳐졌던 것입니다. 함경도의 한가위놀이 가운데

북청사자놀음의 애원성소리도 역시 애절한 것입니다. 특히 소리의 고장으로 일러오는 황해도의

몽금포타령은 한가위의 한 표상입니다.

(전통음악-몽금포타령)

장산곶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도 상봉해 임 만나보겠네.

갈 길은 멀고요. 행선은 더디니 늦바람 불라고 성황님 조른다.

임도 보고요. 술도 마시며 몽금이 개암포 들렸다 가게나.

몽금포타령, 그 멋진 풍류도 지금은 갈 수 없는 곳.

산 너무 바다 건너 멀리 손에 잡힐 듯이 보여도 갈 수 없는 곳.

무엇이 부모형제를 갈라놓았으며 무엇이 갈 길을 막는 건가.

철없는 어린 것들, 명절이라 신명나고 오순도순 가족이 다 모인 이웃은 달 기우는 줄 모르며

흥에 젖어 있건만 저 달이야 고향에도 똑같이 비추겠지.

울숲에 기대서서 고향 계신 부모님, 눈 감아도 떠오르는 고향 산천 그리며

흘러대는 눈물을 두 소매를 닦아댄들 무심한 저 달이 고향 소식 전해올까.

(전통음악-몽금포 타령)

- 할아버지.

- 와?

- 다른 집은 모두 성묘 간다고 야단들이란 말이야.

- 음... 그렇캈치...

- 우리는 성묘 갈 무덤도 없는 거지?

- 순이야이~

- 어머?

- 할아버지래, 살아생전에 고향에 못 가더래두 이다음에 남북통일이 되면은 순이는

아빠, 엄마 뫼시고 꼭 할아버지 고향에 가서 성묘를 해야 하는 기야. 알았디?

- 응. 알았어.

- 순이야.

- 어?

- 너도 다른 애들처럼 부모님 따라서 성묘 가고 싶디?!

- 아니, 괜찮아.

- 어허허허허허허허, 귀여운 것. 에, 이 할아버지래 옛날에 살던 고향 얘기해줄까?

- 응, 그래.

(전통음악-민요)

신바람이 절로 나는 고향, 평안도의 한가위를 손녀한테 들려준들 무엇하며 코 흘릴 적 고향의

산과 들을 뛰어다는 얘기를 한다고 해서 그리움이 잊혀지나. 하기야, 평안도의 한가위놀이, 황해도의

한가위놀이, 함경도의 추석풍물, 그 어느 하나 즐겁지 않은 것이 어디 있나. 더욱이 북청사자놀이야

빼어난 풍물 중에 풍물이었지.

(전통음악-북청사자놀음)

- 오마니.

- 와이?

- 올 추석에도 차례를 안 지낼 겁니까?

- 아이 지낸다.

- 애들이 차례를 지내고 싶어 해서요.

- 그렇다고 산 사람한테 제사 지내는 거 봤슴메?

- 오마니, 이젠 그만 잊어버리기요.

- 아... 잊을 게 따로 있다이...

- 참, 오마님도...

- 멀쩡한 사람과 생이별을 했는데 어더러케 잊으란 말임메?

- 아바이 이제 돌아가셨을 기라요.

- 그럴 리 없다이... 처자와 생이별을 한 사람이 어더러케 눈을 감는단 말이지비.

- 하지만 벌써 30년 전 일이야요. 오마님.

- 30년이 아니라, 300년이 됐어도 그렇다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진 너희 아버지를 못 잊는다이...

3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꿈에 보이는 너희 아버지를 어떻게 잊으란 말임메...?!

(전통음악-판소리)

이제사 남북통일이 돼서 고향에 찾아간들 고향이 옛 고향 그대로일 리 만무하고 고향을 떠날 때

생이별하던 부모, 형제, 이웃. 그리고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 그대로 있을 리 만무하건만

고향을 그리는 실향민들의 마음이 30년을 흘러도 변함이 없건만 어쩌면 이것은 동물적인 본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때로 향수를 잊기 위해 타향에서나마 고향의 그 고유한 풍물을 즐기는 이들도 있건만

그런다고 그들의 마음이 흡족해질 리 있겠는가. 민속학자 심우성 씨는 북도 추석풍물의 특색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우리 민족은 한 핏줄입니다. 남과 북이 한가위 풍속이 다를 리가 없습니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한가위 날은

햇곡식과 햇과일로서 먼저 천지신명과 조상께 감사를 드립니다. 다만 이 한가위 축제에 있는 민요의 장단,

가락이 다를 뿐입니다. 함경도의 애원성과 평안도, 그리고 황해도의 수신가가 북쪽의 한가위를 한껏 즐겁게 해주었습니다.

오늘날 남북은 분단되어서 이 민요 역시 남쪽에 몇 분 남은 인간문화재에 의해서 전수되고 있습니다.

하루 속히 통일이 돼서 내년 한가위 또 다른 한가위 날은 모두 민요를 한고장, 한자리에서 불렀으면 하는

그런 생각 간절합니다.

(전통음악-판소리)

8월이라 한가위는 추석가절이 아니냐. 백곡 풍덩 무르익어 한포 고복 좋을시고.

얼씨구절씨구 멋이로다. 저 달이 지도록 놀아보자.

1년 중에 달구경은 추석날 밤 제일 좋고 가슴 깊이 서린 정을 이 달 보며 풀어볼까.

달아달아 밝은 달아, 온 누리를 비추는 달아.

저 달 맞아 노래하며 밤새도록 즐겨볼까. 달도 밝다 달도 밝다.

천중명월 잡아매고 장침가로 즐겨볼까.

(전통음악-판소리)

추석은 예로부터 우리의 가장 즐거운 명절의 하나다. 허나 고향을 북에 두고 온 실향민들에게

이제 추석은 잊었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슴 아픈 날이 아니겠는가. 과연 그 많은 실향민들이

고향을 찾아갈 날은 그 언제일까.

(전통음악-판소리)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영산재 취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판소리)

추석특집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판소리)

(입력일 : 201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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