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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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서도소리(난봉가)

서도소리(난봉가)
1979.09.02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서도소리)

일생 일장춘몽이요 세상공명이 꿈밖으로구나.

사람은 태어났다가 반드시 죽는 것이며 그 누가 죽음을 모를 리 있겠냐마는

어찌 그리 죽음은 슬프기만 하단 말인가. 진정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짓거리가 봄날의 꿈처럼 부질없는 것이런가. 살아생전 부귀영화와

출세공명이 죽어서 무슨 소용이 있으런가. 덧없이 살다보니 문 앞의 돌길은

어느새 모래로 변했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임의 모습이 더더욱 그리워

아, 나 어이할 거나. 강산은 변함없고 봄은 다시 오겠지만 한번 가신 임은

다시 올 리 만무하니 인생무상이 어찌 남의 소리인가.

(전통음악-서도소리)

이 시간에는 서도소리를 중심으로 수심가를 비롯한 서도민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서도소리에 대한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서도소리는 망향의 민요입니다. 이미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에 의해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돼있습니다. 서도, 즉 평안도와 황해도의 민요입니다. 흐느끼는 듯하면서도 끈질기고

처지는 듯하면서도 매듭이 확실한 것이 서도소리의 특징입니다. 그것은 바로 서도사람의

심성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목 쓰는 법이 어렵고 장단, 가락이 남도에 비해서

절도가 있고 높은 기교를 요구합니다. 서도소리는 우리 민요 가운데 가장 예술성이 높은 것 중의 하나입니다.』

(전통음악-서도소리)

북망산천아, 말 물어보자. 역대제왕과 영웅열사가 모두 다 네게로 가더란 말인가.

백세를 살아도 죽기가 싫다고 일러 왔건만 마침내 한줌 흙으로 돌아가는 부질없는 인생을

역발산의 힘으로 막을쏘냐. 공자님의 도덕으로 막을쏘냐.

(전통음악-서도소리)

- 으이구, 으이구...

- 아유, 아버님.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아요. 아버지. 흐흐흑...

- 에이구, 얘야, 난 이제 3년밖에 못사는구나. 에이구, 내가 3년밖에 못 살다니.

- 아유, 아버지!

- 에...에이구...

- 흐으윽... 아휴우...

- 아이구, 뭐야... 3년 고개에서 넘어졌다구?

- 네, 아저씨. 아버님이 3년 고개에서 넘어지셨단 말이에요!

- 여보게. 이제 난 3년밖에 더 못 사네. 이를 어떡하면 좋단 말인가.

- 거거거, 염려할 거 하나 없네.

- 염려할 거 없다니? 자네, 날 놀리는 건가?

- 에헤헤헤, 아, 이 사람아. 그 내 말 좀 들어보게.

- 아저씨, 무슨 방법이 있나요?

- 아암, 있고말고. 저, 이것 보라구. 3년 고개에서 한 번 넘어지면은 3년밖에 못 살지?

- 그렇죠.

- 그럼 두 번 넘어지면은 몇 년을 살 수 있지?

- 6년...이요.

- 어허허허허허, 세 번이면은?

- 9년.

- 바로 그거 아닌가?! 이 사람아!

- 옳거니.

- 맞았어요. 아버지. 빨리 일어나세요. 3년 고개로 가서-.

- 그래그래. 수백 번, 수천 번, 떼굴떼굴 굴러보자꾸나.

(전통음악-서도소리)

삼천갑자 동방삭의 얘기야 짧기 만한 인생이 아쉬워서 인간들이 꾸며낸 얘기겠고

엮음수심가의 한 구절은 우리 콧마루를 찡하게 만든다.

이별 별자 내었거든 생각 사자 내지 말고 생각 사자 내었거든 떠날 이자를 내지 말지.

이별 별자, 생각 사자, 떠날 이자 낸 사람이 원수로구나. 진시황이 만권시서를

불사를제 이별 두 글자를 왜 불태우지 못했나. 천하장사 항우한테 철퇴라도 주어서

이별이라는 두 글자를 깨트려버렸으면 좋으련만.

(전통음악-서도소리)

(돌 두드리고 다듬는 소리)

- 어떻게 오셨습니까?

- 비석을 하나 부탁드리려구요.

- 어떤 비석이죠?

- 아버님 묘에다 쓸 비석입니다.

- 아, 네. 우선 이 종이에다가 비석에 쓸 글귀를 적어주십쇼. 고인의 본관, 존함, 망년월일.

- 아... 그런 게 필요 없습니다.

- 예?!

- 구름이나 한 송이 잘 새겨주시면 됩니다.

- 아이, 구름이라뇨?!

- 하늘의 뭉게구름 모르십니까?

- 아니, 비석에다 누가 구름을...?!

- 아버님 유언이신 걸요. 빈손으로 와서 부질없이 살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한 송이 뜬구름에 불과하지 않느냐구요. 이름 석 자도 남기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전통음악-서도소리)

북망산천아, 물어보자. 영웅호걸 죽은 무덤이 몇몇이나 되며 절대가인 죽은 무덤 몇몇이려나.

서산낙조 떨어지는 해는 내일 아침이면 다시 돋건마는 황천길은 얼마나 먼지 한번 가면

영영 다시 오지 못하네. 이팔청춘 소년님네 백발보고 웃지 마라. 나도 엊그저께 청소년이었으니

오늘 백발이 더욱 설다. 수심가, 엮음수심가가 그렇더니 산염불 또한 이렇게 인생무상과

이별을 아파하고 있다.

(전통음악-서도소리)

심우성 씨는 우리 민요의 인생무상과 임과 이별을 내용으로 한 민요가 유달리 많은 것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무상과 이별은 결국 이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숙명 중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민요

가운데에서 인생의 무상과 이별의 슬픈 내력을 곰곰이 찾아보면 무상도 이별도 그대로 슬프게

끝나는 것만은 아닙니다. 불교에서의 윤회에 비길까. 결국 무상은 유상으로 통하는 길이며

이별도 만남의 문턱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민요가 갖는

독창적인 형식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음악-서도소리)

허나 인생이 어찌 덧없고 부질없는 것뿐이랴.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석가여래 공덕 받고

어머님 전 살을 밀고 아버님 전 뼈를 박고 일곱 칠석님 전의 명을 받고 제석님 전에 복을 빌어

석 달 만에 피를 모으고 여섯 달 만에 육신이 생겨 열 달 십 사흘을 고이 채서 이내 육신이 탄생을 하니

그 부모가 우릴 길러낼 제 어떤 공력 들였을까. 진자리는 인자하신 어머님이 누우시고

마른자리는 아길 울리며 음식이라도 맛을 보고 쓰디쓴 것은 어머님이 잡수시고 달디 단 것은

아기를 먹여가며 온갖 시름 다 잊고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은을 주면 너를 사랴.

애지중지 기른 정을 사람마다 부모 은공 생각하면 어찌 세상이 덧없으며

어찌 세상이 부질없다 하겠는가.

(전통음악-서도소리)

숱한 인연이 있어 이 세상에 나왔거늘 부모 은공 생각하며 인생을 짧다 말고

효도하고 보람된 일 찾아 충실히 살아가세.

(전통음악-서도소리)

하기야 이건 불가의 회심곡이지만 우리 민요가 전부 인생의 무상을 노래한 것만은

아니니라.

(전통음악-서도소리)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이은관의 배뱅이굿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서도소리)

(입력일 :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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