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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진도 민요

진도 민요
1979.08.26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태평양화학 제공.

(광고)

(전통음악-진도민요)

민요란 원래 어느 개인의 감정이나 원래 어느 개인의 감정이나 시상에서 우러난 것이 아니고

민중들의 한결같은 마음과 호응에서만 불리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물방울이 모여서 비가 되고

빗물이 흘러 내가 되고 내는 다시 강으로 또 강물은 서로 모여 바다가 되듯 여러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공통심이 한데 뭉쳐 마침내 탄생하는 민요. 그렇기 때문에 어느 민족의 민요를 들어보면 그 민족의 가치관과

생활, 풍습, 사고방식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어느 지방의 민요는 바로 그 지방의

특색이라든가 생활풍습을 집약적으로 표현해놓은 것이기도 하다. 전남지방은 예로부터 농사의 고장,

민요의 고장으로서 많은 농요가 불리어 왔고 더욱이 진도의 경우는 섬사람들만이 갖고 있는 특수한 개성이

농요 속에 스며들어 다른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유의 가사 내용과 다양한 가락을 지니게 됐으며

이 또한 이 지방의 독특한 풍물이 아닐 수 없다.

(전통음악-진도민요)

이 시간에는 우리 민족의 보물섬이나 다름없는 진도의 민요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진도민요에 대한 설명입니다.

- 『에, 우리나라 민요를 크게 네 부류로 나눌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경체류의 중부지방의 민요가 있겠고

영체류의 경상도 민요를 들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가 하면은 서도소리계의 서도민요가 있죠. 그런데 민요하면은

뭐니뭐니해도 호남지방에 전승되고 있는 이른바 시나위류 민요를 꼽게 됩니다. 이 시나위류 민요 가운데서도

진도의 민요는 아주 특출한 것입니다. 진도 민요의 종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마는 조금 전에 들으신

진도아리랑을 비롯해서 술비소리, 노 젓는 소리, 이러한 소리는 모두 바다에 임해 있는 진도지방에 전하고 있는 바로 고기잡이 노랩니다.

그런가 하면 마당밟기라든가 달구질이라든가 이러한 육지에서 부르는 노래도 함께 전승되고 있습니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다시래기라는 민요도 있습니다. 다시 낳는다는, 다시 태어난다는 그러한 뜻의 민욥니다. 무속에서 전래하고 있는 민요죠.

진도민요는 무속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전통음악-진도민요)

진도주민들의 주업은 세습적으로 농업이건만,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섬이고 보면 자연히 고기잡이도

하나의 엄연한 생활수단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이 바다에서 부르는 노래는 이미 선천적으로 몸에 밴 농요의 가락이나

장단에서 비롯된 탓일까. 다른 지방 어부들한테서는 느끼기 어려운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는 걸 쉽게 알 수가 있다.

이것은 노 젓는 소리뿐만 아니라 그물을 실을 때나 끌어당길 때 부르는 술비노래에서도 마찬가지다.

(전통음악-진도민요 술비노래)

(바람소리)

- 머구리배가 풍랑이 쓸려갔다! 배가 풍랑에서 쓸려갔어!!

- 아니, 뭐여?! 뭐여?! 아유, 하느님, 일을 어쩜 좋다요?! 흐흑!! 머구리배가 풍랑에 몰려갔다는구만요!!

- 아이고!! 아이고!! 일을 어쩐다냐?!! 아니, 우리 영감은 어떻게 됐다냐?!

- 누구 할 것 없이 몽땅 파도가 삼켜버렸대요!!! 아이고...!!!

- 아이고!! 이런 변이 세상에 어디 있다냐?!! 아이고!! 영감!! 나를 버리고 영감만 가다니

될 말인가요?!! 아아아! 아이고! 바다가 웬수여!! 바다가 웬수!!

(전통음악-진도민요)

인생은 덧없는 것. 누구나 한 번 태어나 한 번 죽는 것. 먼저 간다고 서러워 마라. 이승에서의 온갖 고생을 극락세계에서

편히 쉬거라. 비록 육신은 이 세상에서 떠나지만 넋은 살아서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의 환생설을 믿고 있는 이들이기에

그들은 곧 슬픔을 잊고 다시 되기로서 아픈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다시 되기는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다.

(전통음악-진도민요)

허나 이들의 농요는 한결 밝고 건강하다. 이미 이 시간에 남도들노래를 통해 소개했지만 진도의 민요 가운데에서도

농요는 바탕가락이 판소리가락과 같은 연관성을 맺고 있어서 힘이 있고 구수하다 .

(전통음악-진도민요)

논매기의 마지막인 세벌매기가 끝나면 그 마을에서 제일 농사가 잘된 집을 골라 농사장원을 축하하고

그 집 머슴의 사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 불리는 길꼬넹이는 온 마을의 축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전통음악-진도민요 길꼬넹이)

(흐느껴 우는 소리)

- 워메?! 야, 봐라! 야, 점순아!! 너 어째서 뒤뜰에 숨어서 훌쩍거리냐?!

- 이제 난 뭐여?! 나는 뭐냔 말여?!

- 아이, 대체 뭔 소리여?! 야, 점순아. 너희 집 농사가 장원을 해서 지금 만길이를 소 잔등에 태우고

온통 야단인디 어찌 훌쩍거리는 거여? 너무 좋아서 그런다냐?!

- 나는 이제 망해뿌렸어!! 흐흐흑!!!

- 망하다니?! 그게 뭔 소리냐?!

- 올해 농사장원하면 만길이를 장가보낸다고 그랬단 말여!!

- 주인마님이 그러드냐?!

- 그렇단 말여!! 아랫마을 순덕이하고 혼인시킨다고 했단 말여!! 흐흐흑!!

- 오오라, 그랑께 점순이 니가 만길이를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는데 말짱 헛거가 돼버렸단 얘기구마니잉?

(흐느껴 우는 소리)

- 약올리지 말어이잉?!!!

- 야야, 그건 그렇고 이러고 있다간 주인아줌마한테 혼난다잉. 저 사람들 밤새도록 풍물을 놓을 것인디

싸게싸게 닭죽도 끓이고 술도 장만해야 할 것 아니여?!

- 야야!!! 나가 지금 닭죽 끓이게 생겼냐?!!

- 아이고메?! 아이고, 귀청이야!!

(전통음악-진도민요)

물론 진도민요의 내용은 다른 지방이나 마찬가지로 님의 대한 동경과 원망, 충효심, 인생무상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특유의 가사내용과 다양한 가락을 갖고 있다.

민속학자 심우성 씨는 진도민요의 가치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

- 『에, 잘 아시다시피 진도는 우리나라 최 서남단의 아주 큰 섬입니다. 아주 멋 고을로 이름이 나 있죠. 그런데 이곳에

전승되고 있는 민요는 비교적 민속의 현장을 아직 갖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겠습니다. 다른 지방에서는 대개

그 지방 특유의 민요가 보존되지 않고 있는데 특히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라는 곳에 많은 연로하신 분들은

진도민요를 익히 부르고 계십니다. 이미 이 시간을 통해서 소개한 바 있듯이 정선아리랑이라든가 진도민요와 같이

지역적인 특성을 지닌 우리 민요는 하루속히 무형문화재로 지정돼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진도민요의 보존과 전승에 대해서 박병천 씨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진도민요)

우리 고유의 모든 풍물들이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특히 형태가 없는 무형문화재의

경우는 기능보유자의 타계와 함께 자칫하면 영원히 잃어버리기 쉽다. 더욱이 민요의 경우는 어떤 시대상이나

민중의식을 반영하는 만큼 시대의 변천에 따라 가장 변질되기 쉬운 우리의 민속재산이다. 비단 진도뿐만 아니라

모든 우리민요의 원형보존과 번성은 결코 몇몇의 뜻있는 사람들로서만은 벅차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전통음악-진도민요)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서도소리 중에서 난봉가 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광고)

(전통음악-진도민요)

풍물삼천리, 태평양화학 제공이었습니다.

(전통음악-진도민요)

(입력일 : 201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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