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태평양화학 제공.
(광고)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농자천하지대본이오. 농사를 하늘이 내려주신 천생의 업으로 알아온 우리 민족에게는
농가의 노래나 춤이 많기도 하다. 동틀 녘부터 해질 때까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구슬땀을 흘려가며 허리가 휘도록 일해 온 농민들이 그 고된 농사일 사이사이에 피로를 덜고
기운을 돋우기 위해 노래와 잔치를 벌였으니 호미걸이도 바로 그 중에 하나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 『에, 호미걸이소리란 그야말로 노동요의 대표 격이 되는 것입니다. 이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듯이
잠시 호미를 걸어놓고 쉴 수 있는 참에 부르는 소리를 호미걸이소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호미걸이소리는
호미걸이놀이라는 이름으로 농촌에서 옛부터 전해오는 아주 뜻이 밝은 놀이입니다. 일은 한 다음에 놀 때에 부르는
노래이기 때문에 일하는 순서가 이 노래 속에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열 가지로 엮어지는 호미걸이소리의 내용을
보면은 긴소리로부터 시작이 돼서 사두여, 양산도, 방아타령, 놀놀이, 자진방아타령, 상사도야, 자진놀놀이,
몸돌이, 그리고 훨훨로서 끝이 납니다. 지금 이 호미걸이소리는 주로 경기도 일원에서 전승이 되고 있지만
요즘은 에, 사람의 손으로 농사를 짓는 거 보다는 많이 기계화돼가고 있기 때문에 노래도 자연히 소멸돼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이 호미걸이 놀이는 용머리와 꿩 털로 장식한 농기가 세워지고 순박하고 우직한 두렁쇠장단이 쇠, 징, 북, 장고, 날라리로
울려지는 가운데 먼저 가래질로부터 시작된다. 다섯 명이 한조가 되어 두 개조가 나오는데 한패는 가래질을 하고
논두렁을 고치면 다른 패는 삽으로 그 뒷손질을 해준다. 이때 모가비가 흥겹게 소리를 뽑으면 농군들이 뒤를 받아 주는 것이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호미걸이소리의 두 번째 소리, 사두여.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사두여)
호미걸이에는 또 이런 매력도 곁들여 있다.
- 주인마님, 일 끝내고 돌아왔습니다요.
- 에, 수고했다. 호미는 몽땅 다 걷어왔느냐?
- 그럼닙쇼 이제 우리 논에서 호미일은 끝났습니다요. 아유.
- 그래, 그, 광에 넣어 두거라. 그리고 넌 일꾼들을 데리고 주막에 가서 술이나 한잔 하거라.
- 아하하하, 이, 고맙습니다요. 허허허허.
그런데 그날 밤.
- 이, 광 쪽에서 이게 무슨 소리냐? 뭐가 달그락거리는 것 같은데. 가만 있자...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누구냐? 게 누구냐?!
-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요? 주인마님.
- 그래, 그 이상하다...
- 어? 어이구?! 주인마님! 제가 호미를 한 짐 여기다 뿌려놨는데 한 개도 안 보이는뎁쇼?
- 응?!
- 몽땅 없어졌습니다요!
- 아니, 여기 있던 그 많은 호미가 다 어디로 갔단 말이냐?!
- 으이! 이놈!!
- 으응?! 윽?! 아잇!! 누구냐?! 아니, 이, 어디서 나는 소리냐?!
- 네 이놈들! 너희들은 일하고 나서 네놈들의 손발을 깨끗이 씻을 줄만 알지 호미 씻어놓을 줄은 몰랐더냐?!
- 아이고, 아이고, 신령님이시다!
- 호미는 제 몸이 다 닳도록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거늘, 너희들은 어찌 그 숨은 은공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단 말이냐?!
- 윽! 아아아... 요, 용, 용서해주시옵소서!! 신령님!!
- 농사는 신성한 것이로다, 내 너희들을 괘씸하게 여겨 호미를 모두 뺏어가 버림은 물론이고 마음가짐이 되먹지 못한
놈들에겐 금년 농사를 모두 망쳐놓고 말리라!!
- 아이고, 신령님! 신령님!! 신령님!!!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양산도입니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양산도)
어쩌면 호미걸이는 호미를 아껴 간직하려는 농민들의 순박한 염원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이 호미걸이놀이에는 보통 한 마을 사람 사십여 명이 나와 춤을 추고 소리를 받는다. 그러나
구경꾼은 천 명이 넘을 때도 있었다고 하니 그 위세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첫 번째 가래질이 끝나면 덕석을 뒤집어쓴 소의 탈이 나오고 그 뒤로 쟁기질하는 농군이 따르면서
써레질을 하고 볍씨를 뿌리고 질탕하게 춤을 추니 농군들은 두 패로 나뉘어 한 패는 모가비의 소리를 받고
한 패는 일을 하는데 흥이 절로 넘치는 가락이 사방 마을을 뒤흔든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방아타령입니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방아타령)
이 호미걸이는 아무 데서나 했던 것은 아니고 농사를 많이 짓는 부촌에서만 있어왔다. 이 날이 되면
인근 사방에서 고운 옷 차려입고 수많은 주민들이 다 모여든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 모가비 아저씨, 소리 하느라 목이 아프실 텐데 잠시 이 꿀물 좀 드세요.
- 응? 아이, 고맙구나. 아, 아이구, 시원하고 좋다! 꼬마야, 너 기특하구나. 아하하하, 고맙다.
- 아니에요. 이히히, 전 누나 심부름을 왔을 뿐이에요.
- 누나 심부름? 아, 누나가 누구냐?!
- 저기 있잖아요. 저기 버드나무 아래요.
- 오오... 지금 막 돌아서는?
- 네.
- 내가 가서 인사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눈들이 많고 남녀가 유별한데... 연이 있으면 만날 것이라고 전해줘라.
- 네, 언제 또 우리 마을에 오시나요?
- 기약이 없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버드나무 아래 숨어 있는 저 아가씨도 한숨을 깊게 쉬려니와 초여름 가을을 휘감아 도는 모가비의 구성진 가락에
마을 처녀들 가슴이 설레였던 것이 또 몇 번이었던가. 그러나 모가비는 아는지 모르는지 구성진 가락을 뽑아낼 뿐이다.
호미걸이 여섯 번째 소리 자진방아타령.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자진방아타령)
호미걸이소리의 형식과 전승문제에 대해서 심우성 씨는 이렇게 말한다.
- 『에, 우리나라 어딜 가나 민요가 없던 곳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경기도 일원에 전승되고
있는 호미걸이소리라는 민요는 바로 이 경기지방의 전문적인 민요인 선소리산타령의 고형이라 볼 수가 있겠습니다.
선소리산타령이라고 하면은 이 전문적인 창자에 의해서 불러지는 민욥니다. 그래서 인간문화재이신 선소리산타령의
예능보유자 이창배 선생은 바로 이 호미걸이소리를 당신들이 부르고 계선 선소리의 어머니 격이 된다는
말씀을 합니다. 호미걸이소리의 전승문제는 좀 어두운 편입니다. 왜냐하면 지난 시대에 바로 일판에서 불렀던
일노래들이 지금은 별로 필요가 없이 되어가는 그러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날, 가난을 이겼던 공동체의식의
함양의 한 방법으로서 이 호미걸이소리는 불러졌습니다마는 요즘은 별로 볼 수가 없습니다. 또한 고달픔을 이겼던
풍류로서 이 호미걸이소리는 지금 연약하게, 바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변두리 농촌에 아주 가냘프게 전승되고 있습니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호미걸이는 말하자면 노래 반, 춤 반의 형식이니 농요로서 흥을 돋우기에 더 한층 알맞다. 상사도야에 이어서 이번엔 짤막한 몸돌이.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몸돌이)
삼복더위 뜨거운 햇볕에 푸른 배가 무럭무럭 자라면 구성진 모가비의 선창에 농부들의 일손엔 힘이 절로 솟구치기만 한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벼가 누렇게 익으면 새를 쫓는다는, 마지막 소리 훨훨.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훨훨)
호미걸이 소리의 유일한 예능보유자인 김현규 씨는 이 소리로서 지난 1977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개인최고상을 받았다.
8대째 내려오는 도편수의 집안이기도 한 김현규 씨는 14세부터 백부와 부친으로부터 기능과 예능을 전수받았지만
모가비소리를 중단한 지 20년 가까이 된다고 하니 우리네 들판에서 이제 다시는 호미걸이를 들을 수 없게 될 것인가.
(전통음악-호미걸이 소리)
다음 주 이 시간에는 도편수 김현규 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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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풍물삼천리, 태평양화학 제공이었습니다.
(전통음악-호미걸이소리)
(입력일 : 201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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