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고성농요

고성농요
1979.07.01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태평양화학 제공.

(광고)

(전통음악-고성농요)

바야흐로 농번기. 팔도강산 어느 농촌이건 일손 안 바쁜 곳이 있으랴마는

경상남도의 끄트머리, 기름진 고성평야의 일손이 한결 더 바빠 보이는 것은

이 고장이 이름난 곡창이기 때문인가. 또한 농부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씻어주고

농사의 힘겨움을 달래주는 흥겨운 가락이 어느 지방엔들 없겠냐마는 고성들판의 농요는

그 다양한 가락이나 독특한 창법, 그리고 농민의 생활상을 거침없이 노래한 그

풍요한 가사 내용 등으로 해서 이 고장의 뛰어난 풍물이 아닐 수 없다.

(전통음악-고성농요)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고성농요에 대한 설명입니다.

『에, 농요라고 하면은 한마디로 에, 농사짓는 곳의 일노랩니다. 에, 수월힌 노작을 위해서

이러한 농요는 옛부터 전승이 되고 있죠. 한마디로 해서 노동음악이라는 얘길 드리겠습니다.

에, 흔히 우리가 무거운 돌을 옮길 때 목도꾼들이 부르는 목도꾼 노래를 연상하게 됩니다.

목도꾼 소리에는 가사가 있을 수 없습니다. 너무도 무거우니까 낑낑낑 하는 소리가

바로 목도꾼의 소리가 되는 것입니다. 잠시 들으셨듯이 이러한 농요 가운데에는 아주 애절한 애환,

가락과 곡조가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절차를 보면은 아주 완벽한 한 해 동안의 농사와 길쌈과

그리고 그것을 통한 환희의 모습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전라도의 농요가 시나위조라고 한다면

경상도 농요는 메나리조로 비유가 되고 있습니다. 에, 그리고 한 가지 고성농요의 각 과장과

구성을 살펴 보면은 처음에 모내기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도리깨 타작, 이것은 에, 보리타작이 되겠죠.

다음에 삼삼기, 삼삼기는 길쌈을 위한 삼을 삼는 그러한 소리. 다음에 논매기. 그리고 겨울철에 있는 물레질.

이처럼 각 과장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도 훨씬 많은 과장에 농요로서 한해의 농사가

수월하게 치러지는 것입니다.』

(전통음악-고성농요)

경남지방 민요의 본고장이라고까지 불리 우는 고성의 농요는 그 다양함을 모판에서 모를 찌을 때부터

여지없이 드러낸다. 작업이 바쁘지 않을 때는 지루함을 달래주는 긴 등지, 작업이 바쁠 때는 일손을 재촉하는

짧은 등지를 부른다.

(전통음악-고성농요)

고성에서 이와 같은 농요가 언제부터 불러지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한 기원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조중엽, 당파싸움에 밀려난 선비들이 이 지방으로 유배돼오거나 또는 피신을 와서

농민들과 생활을 같이 했기 때문에 가사 내용이 풍부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보면 제법

오래전부터 불려 졌던 것이 틀림없다.

(전통음악-고성농요)

(말발굽 소리)

- 여봐라, 행렬을 잠시 멈추어라.

- 여봐라, 행렬을 잠시 멈추랍신다.

(전통음악-고성농요)

- 오호, 기막힌 소리로다. 난생 처음 듣는 기막힌 소리로다.

- 소인이 알고 있기로는 이 지방의 독특한 농요올습니다.

- 오호, 저 가락하며 창법하고 모두가 특이하구나.

- 지금 저 농부들이 부르는 소리는 긴 등지라고 해서 모 심을 때 힘겨움을 이기려는 소리옵니다.

(전통음악-고성농요)

점심때가 가까온 즉, 모심기를 재촉하는 짧은 등지를 부르고 있사옵니다.

- 오호라, 오호라.

(전통음악-고성농요)

- 바로 저것이 짧은 등지이옵니다.

(전통음악-고성농요)

- 여봐라.

- 네네.

- 내 이곳에서 하룻밤을 유숙하니 저 소리들을 모두 다시 한 번 들어볼 것이니 그렇게 알라.

- 하오나 사또, 갈 길이 멀었사옵니다.

- 아니다, 내 저 소리를 못 다 듣고 가면 평생을 후회할 것인 즉, 하루쯤 지체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느냐.

(전통음악-고성농요)

이조말엽, 통영으로 가던 경남감사가 고성 들판을 지나다가 등지소리에 도취돼

촌가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노래를 들었고 후한 상까지 내렸다는 옛 얘기가 있듯이

하루의 작업 중에서도 아침, 점심, 저녁의 노래 가락이 모두 다른 고성농요.

그것은 하루 일을 마무리 지으며 부르는 해걸음 등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보리 타작이나 콩 타작의 힘든 작업을 격려하는 도리깨 타작도 있다.

(전통음악-고성농요)

- 야, 거 소리 참 잘한다. 잘해!

- 아암, 잘하고말고. 힘이 마 저절로 나는 기라!

- 아이, 저 소리 잘하는 젊은이가 대체 누꼬?

- 자네 아직도 모르나? 이진찬이라 카는 젊은인데 저 노래 솜씨 따라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기라.

- 오야, 마 됐다. 됐어! 내 저 젊은이를 데려다가 내 사위를 삼아야겠네.

- 오하하이, 이 사람 이거 노래에 반해도 아주 크게 반했구마. 잉?!

- 저 소리 듣고 반하지 않으면 그게 사람이가? 목석이지! 목석이야!

(전통음악-고성농요)

전해오는 얘기에 의하면은 지금으로부터 한 60년 전, 이 고장에 등지를 기막히게 잘 부르는

이진찬이라는 총각이 있었는데 소리에 반한 행인이 데려가다 사위까지 삼았다고 한다.

고성농요는 다른 지방의 민요에 비해 그만큼 감동이 크다는 얘긴 것이다. 또한 해가 넘어간 후

부녀자들이 모여앉아 삼베를 삼으며 부르는 삼삼기 노래는 잘 짜여진 한 편의 아름다운 시나 다름이 없다.

(전통음악-고성농요)

심우성 씨는 고성농요에 담겨 있는 가사 내용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의 모든 농요의 가사를 보면은, 일상생활의 희로애락을 아주 그대로 직설적으로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대개 옛날 농민들의 생활을 어려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사 내용에서도 애환이 서려 있습니다. 고달픔을

이기는 공동체의식을 통한 일체감의 조성이라는 일노래가 갖는 바탕에 뜻이 있습니다마는 그 가사에서는

애절합니다. 그 곡은 애절한 가사를 일 장단에 맞춰가고 있는 것입니다. 모를 심는다든가 노를 맨다든가

또는 타작을 하는 그러한 속도는 빠른 것도 있지만 대개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애절한 가락에 아주 늦은 장단이고 보니 겉으로 듣기에 농요는 구슬픈 노래로 들려오는 것입니다.』

(전통음악-고성농요)

논농사에 있어서 논매기 작업을 빼놓을 수가 없다보면 여기에 또 구성진 가락이 안 따르겠는가.

뚜렷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대개 오전에는 상사디야를 부르고 오후에는 방아타령을 부른다.

(전통음악-고성농요)

힘겨운 서너 차례의 논매기 작업을 끝내고나면 일단 논농사는 한숨을 돌리고 오직 무사태평과

풍년을 기원하게 되는데.

(전통음악-고성농요)

- 야! 우리 마을 논매기는 아, 이제 모두 끝났데이. 모두 끝났는 기라.

- 하하하하, 자, 이젠 우리 모두 기분을 한번 내는 기라!

- 아하하하하! 가만 있자, 가만 있거래이. 아, 누구를 괭이자루에 태운다?

- 덕배를 태워라, 덕배를!

(사람들의 함성)

- 아유아유, 내를요?

- 자, 태우라, 태우라! 아하하하하!

- 어유어유어유유.

(사람들의 웃음소리)

(전통음악-고성농요)

- 마, 이제 덕배 들어가서 마, 낮잡고 막걸리 내오라고 조르는 기라. 자, 가자! 자!

(전통음악-고성농요)

하나의 멋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절정이라고 할까. 논매기 작업을 모두 끝내고 나면

큰 머슴을 붙들어 괭이자루 위에 태우고 치기나칭칭으로 한바탕 질펀하게 즐기는 것이다.

(전통음악-고성농요)

그런가 하면 농한기에 부녀자들이 따뜻한 방에 모여앉아 물레질을 하면서

그들의 고된 시집살이를 노래에 담고 있는 것도 고성농요의 운치라고나 할까.

(전통음악-고성농요)

고성농요는 현재 경남 무형문화재 4호로 지정돼있고 고성농요 전수회에 의해

비교적 잘 전수되고 있다. 고성농요 전수회 회장인 김석명 씨는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고성농요)

수많은 우리의 고유한 풍물들이 시대가 흐름에 따라 외래문화에 물들고 변질돼왔건만

원형이 그대로 전승된 고성농요야말로 우리의 참되고 값진 풍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고성농요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락과 독특한 창법은 이제부터라도 그 근원과 형성과정을

밝혀내는 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또 풍부한 가사 내용은 문학적인 측면에서 끊임없이

연구가 거듭돼 당시 우리 농민들의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통음악-고성농요)

다음 주 이 시간엔 경기12잡가를 소개하겠습니다.

(광고)

(전통음악-고성농요)

풍물삼천리. 태평양화학 제공이었습니다.

(전통음악-고성농요)

(입력일 : 2010.11.01)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