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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선소리 산타령

선소리 산타령
1979.06.10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태평양화학 제공.

(광고)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산 좋고 물 좋아 금수강산이라고 했던가. 산 많고 물 많아 산 첩첩 물 겹겹이라고 했던가.

고개를 둘러 어느 한 곳 명산약수 아닌 곳이 없으니 어찌 고을마다 한가락쯤 산타령 물타령이 없겠는가.

허나 서울지방의 산타령은 유별난 가락이나 장단, 그리고 틀 잡힌 연창의 형태로 해서 이 고장의 당당한

풍물이 아닐 수 없다.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에, 한강은 서울의 젖줄입니다. 예로부터 한강 연안에 소리가 있었고 춤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맘때쯤 되면은 한강에서는 뱃놀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이 뱃놀이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선소리패의 구성진 노래입니다. 이 서울에는 예로부터 좌창이 있고 입창이 있습니다.

좌창하면은 긴 잡가라든가 휘몰이잡가, 또는 민요 등을 들 수가 있겠고 입창, 즉 선소리는

놀량, 앞산타령, 뒷산타령, 자진산타령, 또는 개구리타령 등 아주 해학적인 가사의 노래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이 돼서 정부로부터 보호되고 있는 선소리산타령의 인간문화재는 이창배 선생과

정득만 선생. 두 분이 계십니다. 옛날에는 한강 연안에 선소리가 없던 곳이 없기 때문에 많은 분이 이 노래를

부르셨지만 이제는 흘러간 노래가 되고 말았습니다. 패거리의 분포를 보면은 뚝섬패라든가, 왕십리패.

과천패, 호조다리패, 그리고 자문박패, 성북리패, 진고개패, 삼계패, 삼계는 용산삼계가 되겠습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예로부터 서울이 무서운 생원들이 과천부터 긴다고 그랬든지 과천패가 가장 드셌다고 그럽니다.』

선소리산타령의 예능보유자인 이창배 씨는 좀처럼 알아듣기 어려운 산타령의 내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선소리라고 하면 놀량. 놀량 하면 선소리를 연상케 할 만큼 선소리산타령의 첫 번째이자 대표적인 소리가

놀량이다. 사실 놀량은 사설 내용에 별 의미도 없고 문학적인 뜻도 없지만 많은 음악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 하아... 거 잘한다. 잘해.

- 아암, 거 잘하고말고. 역시 산타령은 말이야. 소문대로 뚝섬패가 제일이구만.

- 아암, 물론이지!

- 아이고, 좋다! 거.

- 저, 여보게.

- 왜?

- 그럴 게 아니라 거 우리도 산타령 한번 배워보세.

- 에이구, 이 사람아. 되지도 않을 소리 하지도 말게!

- 아니, 어째서?!

- 아, 저 소리 들으면서도 모르겠나? 어려워도 엔간히 어려워야 배우지.

- 아, 그래도 말이야. 열심히 배우다 보면은-.

- 아, 글쎄. 열심히 해도 될 게 있고 안 될 게 있지. 소리가 한없이 올라가다가는 갑자기 뚝 떨어지고,

뚝 떨어졌다가는 냅다 또 질러야 하고. 장단을 또 어떤가? 3박이 갑자기 4박으로 변했는가 하면

어느 틈에 또 8박으로! 우리 같은 목청으로는 어림도 없지. 어림없어!

- 원, 참! 아, 그럼 저 사람들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배워가지고 나왔나?! 원, 나 참.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마을에서 소리 꽤나 한다는 사람들이나 공청에 모여 할 일 없이 소일하는 노인들이

산타령을 배우고 불렀지만 소리가 워낙 힘들어서 산타령을 잘하는 패거리는 장안에 곧 소문이 났고

또 그 소리를 들으려고 앞을 다투어 자기 마을로 초대를 할 지경이었다. 놀량 다음은 서울 근교에 있는

여러 산을 노래한 앞산타령.

(전통음악-앞산타령)

실상 산타령은 소리가 거칠고 힘이 들어 남자들만이 불렀지만 나중에는 여자들도 끼어든 적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선소리패는 7,8인이 무리를 이루고 있으면서 농한기나 해가 저문 저녁 무렵에 관중을 모아놓고

연창을 하기도 했지만 전문적인 예인집단은 아니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여가였고 또 자신들의 소리를 뽐내던 생활의 일부이자 낭만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연창을 하고 나서도 결코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산타령의 예능보유자인 이창배 씨는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뒷산타령)

앞산타령이 끝나면 쉬지 않고 서울로부터 멀리 떨어진 산들을 노래한 뒷산타령이 이어진다.

(전통음악-뒷산타령)

- 이... 여보게. 거 장안의 마을마다 그런 대로 선소리패가 다 있는데 우리 마을만 없다는 건 이 좀 부끄러운 일 아닌가?

- 누가 아니래? 하지만 우리 마을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워낙 적어서.

- 여보게, 이건 어떤가?

- 뭐 말인가?

- 그래도 우리 마을에선 덕배가 소리를 제일 잘하지 않는가.

- 그래서?

- 덕배네 농사가 몇 마지기 안 되니까 우리가 힘을 좀 합쳐서 그 사람네 농사를 보살펴주고-.

- 오... 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 사람을 뚝섬이나 왕십리에 보내서 산타령을 배워오게...

- 그렇지, 그렇지!

- 어허허! 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만! 아하하하하.

- 진지 드셨습니까?

- 옳지. 자네 잘 왔네.

- 여보게, 덕배. 자네, 뚝섬이나 왕십리에 가서 산타령 좀 배워오지 않겠나?

- 아하, 그러지 않아도 저한테도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 오, 그거 잘됐네. 대신에 산타령 배우는 동안 자네 농사는 우리가 도와줌세.

-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 아니, 왜? 산타령이 하루 이틀에 배워지는 게 아니야.

- 소리란 원래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자기가 좋아서 배우고 부르는 거 아닙니까.

- 어이, 아, 그건 그렇지.

- 선소리패들 소리하고 대가 받는 거 보셨습니까? 아, 내가 좋아서 소리 배우려는데

농사를 남한테 신세 져서야 그게 어디 소리꾼입니까?

- 오... 그건 그려.

- 역시 덕배 자네가 소리꾼이야. 소리꾼!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참다운 예술은 본래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싹이 텄고 또 그것이 생활의 일부이자

여유였던 것처럼 산타령을 즐기던 선소리패들 역시 어떤 목적을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다만 어려운 소리를 소화시킨 자기 자신에 만족했고 목청자랑을 낙으로 여겼던 것이다 .

산타령이 왜 어려운지 심우성 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선소리산타령 역시 중부지방의 민요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나 불렀던 민요가 아니고

어떤 면에서는 전문화된 그러한 민요라 하겠습니다. 첫째로 그 청을 끊고 엮고 또 잇는 기교가 가장 어렵습니다.

발성, 즉 목 쓰는 법이 특이한 것입니다. 다양하고 자유자재하게 목을 쓰지 않고서는 선소리산타령을

소화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이 산타령이 왜 어려운지는 먼저 그 배우는 공정을 우리가 엿볼 수가 있습니다.

움막처럼 지어놓고 특히 겨울에, 농사철에 바쁘지 않을 때 많은 사람이 모여서 소리를 배울라 치면은

그 가운데, 수십 명 가운데 한두 사람의 창자가 나왔다 합니다. 산타령의 음악적인 특성이라고 한다면은

중부지방 민요에 가장 어려운, 그 목 쓰는 법을 다양하게 발전시킨 형태라 하겠습니다.

(전통음악-자진산타령)

뒷산타령 다음은 명승지 관동팔경과 놀기 좋은 곳을 노래한 자진산타령.

(전통음악-자진산타령)

일명 도라지타령이라고도 부르는 자진산타령은 산타령 전체의 끝마무리로 가장 절정에 이르는 소리다.

특히 관동팔경의 대목, 흐늘거리며 엮어 내려가다가 슬쩍 들어서 넘기는 목은 어떤 소리에도 찾아볼 수 없는 멋진 가락이다.

이밖에 선소리 한마당 가운데는 자진방아타령, 개구리타령, 도화타령 등이 끼어들기도 했지만 선소리패들은

그 가운데에서도 개구리타령을 즐겨했다.

(전통음악-개구리타령)

현재 선소리산타령은 무형문화재 19호로서 보호받고 있으며 예능보유자인 이창배 씨 등을 중심으로 한

선소리산타령 보존회가 있어 비교적 많은 전수생들이 창법의 보존과 전수에 힘을 쓰고 있다.

(전통음악-개구리타령)

민요란 원래 대중 속에서 싹이 터서 그 속에서 자연히 자라나는 것이기 때문에 대개가 부르기 쉽고 공감을 준다.

그러나 선소리산타령과 같이 높은 음악성과 난해한 사설의 우리 노래가 있다는 것은 당시 소리꾼들의 목 자랑과

노래솜씨를 더 한층 뽐내게 해주었던 생활의 멋이오, 자연을 노래한 낭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다음 주 이 시간에는 화성재인청 발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광고)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풍물삼천리. 태평양화학 제공이었습니다.

(전통음악-선소리산타령)

(입력일 :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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