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태평양화학 제공.
(광고)
(전통음악-남도들노래)
농자천하지대본, 예로부터 우리는 농업을 생활 근본으로 삼아왔으니
자연히 거기에 따르는 민요들이 많고 많다. 밭에서 논에서 또는 들에서
때로는 흥에 겨워 때로는 일손을 재촉하고 피로를 잊기 위해, 또 때로는
수확의 기쁨에 저절로 우러난 가락. 이러한 민요, 농요, 들노래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특유의 가사 내용과
다양한 가락으로 부르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한껏 흥취에 젖게 하는 것이
남도들노래.
(전통음악-남도들노래)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을 들어 보겠습니다.
『에, 우리나라의 민요하면은 에, 지금 들으신 들소리를 비롯해서
산타령이 있으며 또 바다에서 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산과 바다와 들에
모두 우리 민요는 살아 전승되고 있는 것이죠. 남도들노래 하면은 중요 무형문화재
51호로 지정이 돼있습니다. 문화재로 지정이 될 만큼 아주 민요 가운데에서도
탁월한 민요인 것입니다. 첫째로 그 내용에 있어서 가사가 참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토리라는 게 있습니다. 토리라 하면 민요가 지역에 따라서 그 맛이 다릅니다.
아주 특유한 토리의 가사들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은 장단에 있어서도
중모리, 중중모리, 진양조, 엇모리 등 아주 전문적인 판소리에서 나오는 장단이
들노래에서는 있습니다. 모방구장단이라는 특이한 일노래의 장단도 남도들노래가
자랑하는 음악성의 하납니다. 이 들노래의 순서를 보면은 뭐,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마는
대충 중요한 것은 제일 먼저 모찌기소리가 있습니다. 다음에 모를 심는 모심기소리,
논매기소리, 그리고 장원질소리, 이렇게 실제로 농사를 지어가는 순서에 따라서
노래도 짜여져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농촌에 가 봐도 전통적인 우리 민요는
거의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일을 할 때에 있어서도 노래를 부르면서 일을
하는 장면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진도라든가 나주라든가 바로 이 들노래의
고장인 호남지역에 가면 지금도 간혹 이 훌륭한 남도들노래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
(전통음악-진도들노래)
『모찌기는 자네 하소, 논 삼기는 내가 함세.
들깨 모 담배 모는 머스마 입맛 타내고
가지 모 고추 모는 아기 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숭아는 너무 즐거워 마라.
아기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 하소.
보리밥과 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농가월령가에서도 이렇게 음력 오월을 노래했듯이 좋은 절기를 맞아 바야흐로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는 흥겨운 농악과 예서체서 들려오는 구성진 들노래에 해가 뜨고
해가 지는데 모판에다 모를 찌면서 부르는 중모리가락의 모뜬소리가 끝나면
모가 거의 다 쪄갈 무렵에는 자진모리가락의 자진모뜬소리.
(전통음악-진도들노래)
무릇 민요라는 것은 여러 사람의 공통된 심정이 하나로 뭉쳐 자연히 발생되는 것이지만
과연 진도의 들노래는 언제부터 어떻게 불려지기 시작한 것인지 진도들노래의 본고장인
진도군 지산면 인지리의 박병천 씨는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진도들노래)
(물소리)
- 아이고, 허야. 이 노른자가 뉘기여? 대체.
- 어허, 빨랑빨랑 일이나 허들 않고서.
- 아, 또 뭔 소리 할려고 그러는 거여?
- 에헤, 사람 참말로! 모도 거의 다 심어 가니께 술참이 있어야 할 거 아니여? 술참.
- 아, 때 되면 어련히 알아서 줄 턴디. 어찌 그리 재촉이냐?!
- 아, 나가 재촉 안 하게 됐냐?!
- 어허, 박 서방 어찌 그리 눈치가 없는가잉?! 술참 갖고 오는 옥분이가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여?
- 어허, 아, 김칫국 마시지 말어! 아, 우리 옥분일 뉘가 자네한테 며느릿감으로다 준당가?!
- 워메, 헤헤헤. 아, 버팅긴 건 난디 지가 튕기고 있네 그랴. 아, 우리 만석이가 여자가 없어서
옥분이한테 장가 들일까봐.
- 아무튼 아예 거 옥분이는 넘볼 생각을 하덜 말어!
- 그건 나가 할 소리여! 만석이는 꿈도 꾸지 말어 잉?
- 아이, 저기 저 옥분이가 술참 머리 위에 이고 오네잉~~ 자자, 싸게 모내기를 끝내자고요잉.
(전통음악-진도들노래)
모뜬소리를 부르며 모를 심다가 새참 때나 모심기가 끝날 때면 일손을 재촉하는
자진모뜬소리.
(전통음악-진도들노래)
진도들노래는 가사 내용이나 가락도 특이하지만 장단을 맞춰 추는 농악대 복장 또한 특이한데
감물을 들인 옷과 머리에는 풀을 동여맨다. 진도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풍습에 대해
박병천 씨는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모가 자라기 시작하면 때에 맞춰 김을 매줘야 한다. 바로 이 논을 맬 때 부르는 노래가 절로소리.
(전통음악-진도들노래)
꼭 시간이 정해져 있거나 순서가 못 박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긴 절로소리 다음에는 가락을
바꾸어 중절로소리로-
(전통음악-중절로소리)
그리고 점심때나 그날 논매기가 끝날 무렵에는 일손을 빨리 놀리기 위해 자진절로소리를 부르는 것이다.
(전통음악-진도들노래)
이렇게 해서 논매기의 마지막, 즉 세벌매기가 끝나고 나면 대략 그 마을에서 논농사가 제일 잘된 집을
알게 되는데-.
(전통음악-진도들노래)
(대문 여닫는 소리)
- 엄니! 엄니!!
- 아이고, 아이고 얘가 어찌 이렇게 호들갑이여?
- 아이고, 엄니 엄니. 우리 논농사가 제일 잘됐는가벼!
- 이잉?!
- 엄니, 저것 좀 보더라고요잉.
- 어디?
- 우리 덕보를 소위에다 올리려고 야단들이구만요.
- 응? 오메, 그렇구나잉. 우리 논이 장원이다, 장원이여! 아하하하하!
- 좋아 죽겄구만요. 이거 반가운 일 아니겄나? 야야야, 싸게 닭죽을 끓이고
마당에 멍석을 깔아라잉?
- 예, 알았구만요.
- 야, 싸게 서두르라니께!
- 엄니, 근데 야단났구만요?
- 어째서?
- 덕보가 논농사가 장원하면은 장가 보내달라고 했을께 말유.
- 워메, 참말로 그렇구나잉. 아이고, 이제부턴 색시감 골라야겄네잉.
(전통음악-진도들노래)
『바로 그 농사장원을 한 사람을 소에 태우고 마을의 넓은 길과 좁은 골목을
돌 때, 그때 부르는 소리. 그때 하는 가락을 길꼬냉이라고 합니다. 이 길꼬냉이는
옛날 동학군이 사방으로 개선을 할 때, 그때 그 성전의 행진곡으로도 쓰여졌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논매기의 마지막은 세벌매기가 끝난 뒤에 농사가 제일 잘된 집을
골라서 농사장원을 축하하고 그리고 그 집 머슴을 소에 태우고 이 길꼬냉이를 하면서
마을을 돌게 되죠. 이때 소 목에는 광목으로 사방을 둘르기도 하고 또 울긋불긋한 비단을
감기도 합니다. 이 소에 치장을 하고 그 위에 아주 그 당당한 머슴을 태우고는 마을을 돌게 됩니다.
이 길꼬냉이라는 이 음악은 이제 점점 사라져가서 바로 이 남도들노래의 본고장에 가지 않으면은
들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
(전통음악-진도들노래)
진도들노래는 모뜬소리, 못소리, 절로소리. 그리고 길꼬냉이와 아낙네들이 콩밭에서 김을 맬 때 부르는
콩밭노래, 또 목화밭에서 부르는 미영노래. 이렇게 여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고, 무형문화재 51호로
보존돼오고 있다. 바로 이 진도들노래로 인간문화재가 된 조공례 여사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음성 녹음)
나날이 변모해가는 풍조와 쏟아져 들어오는 서양문물 속에서 우리 풍습을 지켜간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것이 뚜렷한 체계도 없이 서민들 속에서 싹이 터
서민들끼리 입에서 입으로 전달돼온 노래이고 보면 두말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남도들노래는 더욱 값진 것이고 그 무엇보다 앞서서 잊혀지지 않도록 굳게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책임이다.
(전통음악-남도들노래)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선소리산타령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광고)
(전통음악-남도들노래)
풍물삼천리. 태평양화학 제공이었습니다.
(전통음악-남도들노래)
(입력일 : 201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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