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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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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물삼천리 - 강릉 단오제
풍물삼천리
강릉 단오제
1979.05.27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태평양화학 제공.

(광고)

(전통음악)

『오월 단오에 입덕, 큰 애기 작은 애기 명주황라 분홍고사.

오색 옷 입은 애들, 그네줄에 뛸 뫼야

울다 노호에 취뜩 아아. 이팔처녀 피리피리 둘씩둘씩 짝을 지어

배 나가오 배 나가오 서천서북으로 배 나가오.

사게 사오 사게 사오. 월암 배뚫리 사게 사오. 』

아낙네는 그네줄을 당기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남정네들은 씨름판에 모여서 힘을 겨루는 음력 오월 초닷새.

단오는 예로부터 음력설, 정월대보름, 추석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였다.

(음악)

신록이 우거지기 시작하는 이날을 기려 신라나 가야시대부터 그네타기, 공치기, 돌쌈 등으로 즐겨왔지만

이조시대에 와서는 이러한 놀이들과 함께 수리떡을 해먹고 부채를 만들어서 나누어주는 한편,

사방에 시제를 차리고 부락제를 열어 부락의 모든 액운을 쫓고 풍년을 기원했으니 그 가운데서

가장 전통 있고 규모가 컸던 것이 강릉단오제.

(전통음악)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강릉단오제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 강릉단오제하면은 강릉이라는 곳은 정말 동해안에 있는 아주 미항이면서 또 태백산을 끼고 있는

아주 수려한 곳입니다. 이 단오제는 주로 한수를 중심으로 해서 한강 남쪽에서는 과히

성행하지 않았던 것인데 한강 북쪽에서 특히 즐겼던 아주 대동놀음입니다.

강릉단오제의 내용을 보면 놀이라는 것보다는 어떤 부락제로서의 성격이 더욱 짙습니다.

먼저 산신을 뫼셔 내려옵니다. 그리고는 동해 용왕의 해신을 또 뫼셔 옵니다.

강릉에는 남대천이라는 큰 개울이 있죠. 그 개울 백사장에 산신과 해신을 모셔놓고

한해의 안과태평을 기리는 것입니다. 안과태평만 기리는 것이 아니라 씨름도 하고, 그네도 뛰고

그밖에 난장이 벌어집니다. 난장 텄다고 하죠. 이날만은 다소 무슨 잘못이 있더래도

어른들께서 다 용서를 하십니다. 젊은 사람들이 한껏 뛰어놀 수 있는 날입니다.

어른들 앞에서 다소 술주정을 해도 그대로 눈을 감아 주십니다. 이러한 난장까지 트는

가운데 며칠씩이나 단오제는 계속이 됩니다. 이 단오제 속에서 막판에 가면은 가장 중요한 일이 벌어집니다.

금년 한 해 동안 강릉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가 강릉을 위해서 무엇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서로 상의하게 됩니다. 그리고 목표가 정해지면은 에, 모든 힘을 다해서

모두 건설하는 일, 그리고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강릉에 있어서는

강릉단오제가 정월초하루와 같은 그런 역할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기 울음소리)

- 아휴, 이 일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멀쩡한 처녀가 애를 낳다니, 원.

- 흐흑... 어머니. 절대 아무 일도 없었사옵니다. 아아아...

- 그게 말이나 되니? 이 요망한 것아, 숨김없이 얘기를 해봐!

- 흐흐흑... 작년에 잠시 절에 갔을 때...

- 오, 그때!

- 절 앞에 있는 돌산에서 바가지로 물을 떴던 그 안에 해가...

- 해, 해, 해라니?

- 하늘의 해 말이에요.

- 그래서?

- 그 해가 제 몸으로 들어갔사온데 그것이 수태가 된 듯하옵니다.

- 그게 말이 되느냐?! 아이구, 아무튼 마을에 소문이 나면 견디지 못할 것이니 저 어린애를

빨리 산에 갖다 버려라.

- 흐흐흑... 어머니.

(아기 울음소리)

처녀가 애를 낳다니 어쩔 수 없어서 어린애를 갖다 버리기는 했건만 뜬눈으로 밤을 새운 산모는

모정을 견디지 못해 이튿날 산에 가봤더니 죽었을 줄 알았던 어린애는 뜻밖에도 두루미 품에

감싸여 그들이 물어다준 구슬을 입에 물고 편안하게 있더라는 것. 이 어린애가 바로 범일국사.

강릉의 온갖 재앙을 막아주는 수호신인 것이다.

(전통음악)

음력 3월 20일, 깨끗한 쌀로 제수용수를 빚는 데서 시작되는 강릉단오제는 4월 1일 대성황에

신주와 시루를 올리고 제사를 드린 후 4월초파일에 다시 한 번 반복한다. 그 다음 음력 4월 보름,

대관령에서 국사성황과 산신의 봉영을 위한 대규모의 산신제와 그 다음 4월 27일에 또 한 번의

제사를 올리고 나면 단오제의 분위기는 서서히 무르익어 가는 것이다.

(전통음악)

음력 5월 1일, 이날부터 강릉은 술렁대기 시작한다. 곳곳에서 장꾼들이 몰려들고 아낙들은

어린애들의 손을 이끌고 집을 나서며 남자들도 바쁜 일손을 멈추고 굿판으로 꾸역꾸역 모여드는 것이다.

이때 보여지는 것이 관노가면놀이.

(전통음악)

『강릉 관노가면극 하면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탈놀음 중의 하납니다. 이미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이 돼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강릉 관노가면극의 인간문화재가 현재로선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현재 이 강릉에 있는 고등학교와 또 대학에서 일부 학생들이

뜻을 모아서 이 놀이를 재현하고 있습니다마는 그 인간문화재의 가르침을 받지 못해서 아주 아쉽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은 첫째로 장자마리마당이 있습니다. 장자마리라 하는 탈은 바가지나 혹은 나무로

한 것이 아니라 자루탈입니다. 자루에 눈구멍을 뚫어서 거꾸로 쓴 아주 보기, 언뜻 보기에 흉한

그런 탈입니다. 장자마리가 먼저 나와서 마당을 고릅니다. 놀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양반 소매각시 마당입니다. 양반과 젊은 소매각시, 처녀가 사랑을 속삭입니다.

세 번째 시시딱딱이 마당이 있습니다. 이 시시딱딱이라는 이름은, 이 시시딱딱이는 쉬쉬

하면서 도는데 그때 널빤지 둘을 가지고 딱딱 칩니다. 그래서 일명 시시딱딱이라고 합니다.

이 시시딱딱이가 나타나서 양반과 소매각시의 사랑을 방해하는 그런 장면입니다.

마지막 군무의 마당에 있어서는 모든 연희자와 구경꾼까지도 한데 어울려서 군무를 하면서

춤을 추고 즐기는 그런 장면입니다. 』

(전통음악)

이날부터 수많은 무녀들이 참가를 해서 갖가지 굿을 하게 되는데 단오제의 무굿으로

무형문화재 13호로 지정을 받은 박용녀 여사는 굿의 종류를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이처럼 재앙을 막는 굿. 가족의 안행을 비는 굿. 가축의 번식을 비는 굿. 풍년을 비는 굿들이

쉬지 않고 이어져 단오날에는 절정에 이르고 한편에서는 씨름판, 그네놀이 등이 벌어져 강릉은

온통 축제에 휩싸이는 것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얘얘, 금례야. 어떻게 됐니? 어떻게 됐어?

- 호호홋, 안 가르쳐줄래.

- 얘, 금례야, 속 타게 하지 말고 빨리 얘기 좀 해봐. 응?

- 아하하하하하하, 용용 죽겠지. 난 누가 황소를 탔는지 다 아는걸.

- 아유, 참. 요 계집애가 정말! 말 안 할래?!

- 아, 아야! 아, 팔목이야. 얘기할게, 얘기할게.

- 빨리 얘기해봐. 씨름판에서 누가 황소를 탔어?

- 억삼이가 황소 탔다.

- 아... 정말?!

- 저기 봐, 억삼이가 덩실덩실 춤을 추잖아.

- 아하하하, 아유, 좋아라. 아유, 좋아.

- 어? 아아? 억삼이가 황소를 탔는데 언니가 왜 좋아하지?

- 넌 몰라, 넌 모를 거야.

(전통음악)

이렇게 단오날 남자들은 씨름을 통해 자기의 힘을 뽐내고 여자들은 그네를 타며

자기들의 용모를 뽐내기도 한다. 하지만 강릉단오제는 재앙을 막고 풍년과 풍월을 비는 제사와 굿이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금기도 많다. 인간문화재 박용녀 여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음성 녹음)

절정을 이루었던 단오제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열기와 여전히 귀에 울리고 있는 듯 징소리, 꽹과리소리의

여운을 남겨놓고 이튿날인 5월 6일, 단오제를 위해 만들었던 괴대, 신간 등을 불태워버림으로써

50일간에 이어졌던 향토제의 막을 내리는 것이다.

(전통음악)

이처럼 영동지방에서 제일갔던 강릉단오제는 일제시대에 들어와 낭비니, 치안유지에 곤란하다느니,

미신이니 해서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었지만 다행히도 뜻있는 사람들의 의해서 다시 재현이 됐고

다소 변형은 있었지만 오늘날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강릉단오제의 집행위원장인

이상혁 씨는 이렇게 행사를 설명하고 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단오행사는 어느 곳에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단오제들이 행사 그 자체에서 그치지만

강릉단오제는 행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강릉 사람들 생활의 일부요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축제였기에 뜻 깊은 유래와 오랜 전통을 지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또한 강릉 사람들은 신앙같이 굳은 신념과 농사를 짓고 또 바다를 향해

힘차게 배를 저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통음악)

다음 주 이 시간에는 남도들노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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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악)

풍물삼천리. 태평양화학 제공이었습니다.

(전통음악)

(입력일 : 201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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