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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이천 거북놀이

이천 거북놀이
1979.04.29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 음악)

주식회사 진로, 태평양화학 공동제공.

(광고)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마치 금 비단이라도 펼쳐놓은 듯 가을이면 한껏 익은 벼이삭으로 들판을 이루는 경기도의 곡창, 이천.

금수강산, 방방곡곡 그 어느 하나 특산물과 의미가 없는 곳이 있으랴마는 경기도 이천 쌀이야말로

과연 특산이오. 별미가 아니런가. 그래서 이 고장의 풍년은 더욱 희열에 넘치고 그래서 이 고장의

흉년은 더욱 괴로운 일이거늘. 그 누가 이곳의 풍년을 기원하지 않으며 그 누가 이곳의 홍수와 가뭄을

두려워하지 않으랴.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그해의 풍년을 빌고 오는 해 무사를 비는 지신밟기나 걸립 같은 풍속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지만

이천을 비롯한 경기도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거북놀이라는 특색 있는 민속놀이가 연희돼왔습니다.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 『에, 거북놀이가 언제부터 우리민족이 놀았던 놀이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거북이는 십장생 가운데 한 동물입니다.

무병장수의 한 상징이죠. 그리고 거북이는 동해용왕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용왕은 비를 내리게 합니다.

비는 농사를 짓는 데 아주 중요한 것이죠. 그러니까 용왕의 아드님을 잘 대접을 함으로서 농사가 풍년이 되도록 기원하는 놀이가

거북놀이입니다. 그런가 하면은 거북놀이의 기능은 딴 곳에도 있습니다. 바로 지신밟기와 유사한 놀이를 하면서

각 집을 돌면서 고사덕담을 합니다. 우물에서는 물이 철철 나오고 부엌의 솥에는 빈 솥에 맹물만 붓고 불을 떼면 밥이

가득가득 됩니다. 이처럼 풍요를 기리는 놀이가 거북놀이입니다. 거북놀이가 끝나게 되면은 집집에서는 주인이 형편껏,

성의껏 곡식이나 돈을 내놓습니다. 여기에서 걷어지는 것은 마을의 공공사업에 쓰여 지게 됩니다. 바로 새마을운동의

옛날 조상 모습이라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 첫 시간에, 풍물삼천리 첫 시간에 북청사자놀음을 들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동물인 사자가 나오는 놀이였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동물을 탈로 쓰고 노는 놀이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아마 사자놀이와 이번에 소개하는 거북놀이쯤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은 바로 이천, 시골에서 대월국민학교

교감선생으로 계신 김종린 선생님을 소개를 합니다. 이분은 사재를 털어가며 대월국민학교 어린이들에게 거북놀이를

전수시키고 있는 숨은 향토의 민속애호가이십니다. 김종린 선생님 말씀 들어보시겠습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 할아버지.

- 아, 인석아. 그만 좀 먹거라. 아, 명일이라고 자꾸 주워 먹다가 배 터질라.

- 할아버지, 저거 수숫잎으로 만든 게 거북이죠?

- 읏차. 아 뚜뚜뚜뚜뚜... 저 앞의 놈은 큰 거북이. 뒤의 놈은 남생이. 뚜두두뚱뚜둥.

- 할아버지. 왜 하필 거북이를 만들었죠?

- 어, 이 녀석.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거북이는 용왕님의 아들이에요.

- 에이, 거짓말!

- 어허, 이거 거북이가 들을라. 거북이를 잘 모시고 소원성취를 빌면은 고개를 끄덕끄덕 모두 다 들어준단다.

- 할아버지, 정말?

- 아암, 물론이지. 올해 농사가 풍년이 든 것도 다 거북이 덕분이야.

- 에헤헤헤헤, 그럼 저도 소원성취를 빌어볼까요?

- 응?! 하하하하, 니깟 녀석한테 무슨 소원이 있겄냐?!

- 비나이다, 비나이다. 거북님께 비나이다. 우리 할아버지 천년만년 오래오래 살게 해줍소서.

- 오호~ 옳거니, 으헤헤헤헤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흥겨운 팔월 한가위. 마침내 신바람 나는 거북놀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신명나는 길군악 가락과

전고에 흥이 난 마을 사람들이 마을 앞 넓은 마당에 꾸역꾸역 모여들면 자, 인제 거북놀이의 첫 번째 순서인

우물굿.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우물굿)

- 『경기도 이천군 대월면 거북놀이 마을에 가면은 이 마을 한복판에 큰 공동우물이 있습니다.

이 우물에서는 매해 우물굿이 벌어지죠. 그런데 이 우물가에는 에, 소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아낙들이 와서 식수를 떠가는가 하면은 멀리 떨어져서 빨래도 합니다. 우물은 이 마을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물굿부터 시작이 되는데 덩더쿵의 신명진 장단에 거북이가 바로 그

우물에 내려와서 물을 먹을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춤을 추고 돌게 됩니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우물굿)

우물굿이 끝나면 일행은 목표했던 집을 향해 마을 길목을 들어서는데-.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자칫하면 단조로울 듯한 놀이는 이렇게 한층 신명을 돋구고 슬기와 멋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윽고 일행이 목표했던

대문에 당도하면 문굿이 펼쳐진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문굿)

- 『문굿이라 하면은 모든 그 우리사람은 문에서 나와서 문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이 굿에 우물굿 다음에 순서가

문굿이 있으면 희로애락이 모든 문으로 오고간다는 뜻에서 먼저 문을 위하는 굿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술을 차려놓고 떡을 차립니다. 그리고는 맑은 물이 흐르듯이 모든 좋은 일이 문을 통해서 들어오라고 그럽니다.

그런가 하면은 나쁜 일은 샛문으로 빠져나가라고 그럽니다. 문굿은 큰문과 샛문 양쪽에서 있습니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문굿)

대문을 들어선 패거리는 거침없이 집 뒤안을 돌며 터줏대감에게 태평을 기원하는 뒤안굿을 한바탕 늘어놓는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뒤안굿)

- 『뒤안굿이라면 울 안에 있는 모든 잡귀, 잡신을 쫓는 그런 굿입니다. 에, 울 안에는 좋은 귀신만 있는 게 아니라

나쁜 귀신도 있습니다. 에, 언젠가 풍물삼천리 시간에 말씀을 드렸습니다마는 에, 우리 민족은 나쁜 귀신은

때려서 내쫓고 좋은 귀신은 가무로서 응대를 합니다. 뒤안굿에는 바로 이 두 가지 뜻을 다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뛰고 노는가 하면은 에, 너풀너풀 춤을 추면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에, 축기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선신을 불러들이는 그런 대목도 보입니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뒤안굿)

집안을 돌아다니며 모든 재액을 몰아내는 거북이는 부엌에 당도해서 부엌귀신에게 잘되고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조왕굿을 풍물재료와 함께 이루는데-.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조왕굿)

- 달이 참 밝지?

- 아, 달이야 한가위 보름달이니 밝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 거북이굿 다음주는 득보네인가, 만수네인가?

- 아이구, 딴청 좀 그만 부리고. 대답 좀 해봐.

- 거북놀이가 처음부터 저렇게 신바람이 났으니 우리집 차례는 새벽녘이나 되야겠구만.

- 으이구, 나 참 속 타 죽겄네.야, 옥분아. 내년 봄에 우리 혼인하게 되는 거여. 어떻게 되는 거여.

- 저렇게 흥을 내다간 꽹과리가 새벽녘까지 견뎌 낼란가 모르겄네.

- 야! 옥분아!!

- 어어? 이 손 놓지 못해!

- 쌀쌀맞긴.

- 자, 빨리 내려가!

- 아니, 어딜 내려가잔 말이여?! 얘기 결말을 지어야지, 결말을!

- 빨리 내려가서 우리도 아들딸 낳고 잘 살게 해달라고 거북님께 빌어야 할 거 아니여?

- 응?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조왕굿)

- 『조왕굿은 부엌에서 이루어지는 겁니다. 요즘 그 도회지 사람은 이런 맛을 모르겠는데

이천에 가면 지금도 논에서 흙을 파다가 부엌 부뚜막을 바른 데가 있습니다. 여기서 밥을 하면

밥도 아주 구수해지죠. 이 조왕굿이 끝나게 되면 대청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선왕굿이 시작이

되는 것이죠. 선왕굿은 이 집을 지켜주는 아주 좋은 귀신 가운데 제일 높은 분이 대들보 위에 계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선왕굿은 대들보가 있는 대청 밑에서 불러지는 것입니다. 선왕굿의 고사풀이가

아주 일품입니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선왕굿)

그러나 거북놀이는 여기서 또 하나의 운치를 슬쩍 덧붙인다. 그렇게도 신을 내는 거북이가 불쑥 쓰러져 버리는 것이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 『경기도 이천에서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은 직접 아시겠습니다마는 이 거북놀이의 거북이는 입을 딱딱 벌리기에

거북이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배가 고프다고 하는 것은 스스로 만든 거북이가 배가 고픈 것이 아니고 그 거북이 속에 있는

거북놀이 연희꾼이 배가 고픈 것입니다. 송편을 거북이 입으로 넣어 주면은 그 안에서는 바로 사람이 받아먹습니다.

그런가 하면은 송편만을 먹는 것이 아니고 이제 술을 달라고 그럽니다. 그 다음에는 이 마을에 공회당을 새로 지어야겠는데

무슨 곡식을 좀 내놓으라고 그럽니다. 또 다리를 놔야겠으니 무슨 목재를 내놓으라고 그럽니다. 이렇게 해서

공공사업에 쓰여 질 모든 재목들, 그리고 전곡간에 재물을 모이게 됩니다. 이러한 거북놀이, 집단연희를 통해서

우리 겨레들은 공동체의식 속에 자기 마을을 풍요하게 키워갔던 것입니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이처럼 우리 조상들의 슬기와 멋과 소망이 한껏 실려 있는 거북놀이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불과 3년 전부터

다시 그 형태를 찾아내게 됐다. 김종린 교감은 거북놀이의 보존과 전승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김종린 교감과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끈질긴 집념 속에 되살아난 거북놀이. 이제 이것을 다시 잃지 않고 영원히

보존해 나가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의 책임.

다음 주에는 남사당을 소개합니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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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주식회사 진로, 태평양화학 공동제공이었습니다.

(전통음악-이천 거북놀이)

(입력일 : 20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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