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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평남 베짜기 놀이

평남 베짜기 놀이
1980.02.17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예로부터 남남북녀라고 했든가. 미녀의 고장이라면 평안남도 산간지방인 양덕, 맹산, 길주, 명천, 초산, 벽동,

희천, 강계 등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더욱이 이들 고장은 이조중엽부터 우리나라 목화재배의 주산지이기도 하니

미녀와 여인들의 일거리인 목화재배는 무엇인가 연관성이 있을 법도 하지 않은가. 또한 그로해서 평안도 특유의

서도소리에 얹어져 아낙네들이 베를 짜고 목화를 다듬으며 어울려 내는 베짜기 놀이 또한 이 고장에서는

맛볼 수 있는 멋들어진 풍속이 아닐 수 없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오늘 이 시간에는 음력설을 맞아 한층 더 향수를 자아내고 실향의 서러움을 더해주는 같은 평안남도의

베짜기 놀이를 살펴보며 망향의 아쉬움을 잠시나마 잊어볼까 합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베짜기 놀이에 대한 설명입니다.

-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옷감을 들자면 삼베, 모시, 그리고 무명의 순서가 되겠습니다. 고려 말엽으로부터

조선왕조 초엽에 걸치는 시기에 우리 민족은 처음으로 무명옷을 입기 시작을 하죠.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문익점 선생이 붓대, 붓통 속에 목화씨를 가지고 들어와서 우리나라에서도 목화재배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베짜기 놀이라는 민요는 아녀자들의 주업이었던 길쌈의 현장에 불러졌던 일노랩니다. 그 가사에는

여인의 애환과 푸념까지도 서려 있어서 지난 시대의 여인상을 그대로 짐작케 합니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이 지방에서는 일찍이 200여 년 전부터 대마재배가 성행하여 이를 주산물로 삼고 농가마다 적지 않은 수입을

그 후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목화씨로 면 재배를 겸업하게 돼 전체지방민이 무명옷으로 의생활을 바꾸게 하는

밑거름이 됐다고 하니 이 고장의 목화재배 규모는 짐작할 수 있을 만도 하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자, 자, 새우젓! 새우~~~젓! 자, 싱싱한 새우젓이야요.

- 아이고~ 그 새우젓 참 때깔이 좋구만 기래!

- 잉~ 오늘 아침 진남포에서 막 가져온 기야요.

- 오호호, 그래요?

- 값이 어케 해요?

- 고저 아주머닌 가만히 계시라요!! 내래 흥정하고 있으니께니!

- 고저 이 아주마니 웃기시는구만 기래!! 아, 누구나 돈 주고 사면 되는 기지! 순서가 어디 있쇼?!

- 저, 새우젓 장사아저씨. 새우젓이 좋은 거니끼니 값은 넉넉히 쳐드리갔쇼.

- 아... 이 아주마니! 이것 보시라요!!

- 왜 이래요!!

- 어유, 저, 싸우지들 마시래요. 이이, 이 새우젓은 돈 받고 파는 것이 아니야요.

- 예?! 돈 받고 안 팔다니! 기런 물건이 어디 있쇼?!

- 아하하하! 내래 그러실 줄 알았쇼?! 저, 무명과 바꾸시려고 그러시는 거이죠?

- 이히히히히! 아, 그럼요. 돈 받고 팔려면 진남포에서 팔아도 되는디 예까지 오갔슈?!

- 아하하하, 아이, 저, 내래 아주 좋은 무명 가지고 나왔소! 자, 이거 십이승포야요. 아하하하.

- 예에?! 십이...승포?!

- 그렇다니끼니!!

- 우어, 십이승포 한 필이면 이 새우젓 한 통과 바꾸겠시유! 이잉!

- 아하하하하! 고럼요. 그러니까니 나하고 흥정을 하시자요!

- 원, 나, 참. 돈 갖고 물건 못 사는 일도 있긴 있구만 기래.

(파도 소리)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물론 목화는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생산되지만 평안남도의 양덕, 맹산, 영원, 덕천, 성천 등에서

생산되는 목화는 질이 좋기로 이름이 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목화가 생산되지 않는 해변 사람들은

해마다 10월경에 새우젓과 건어물 등 해산물을 가지고 목화생산지에 가서 물물교환으로 의복을 지어

입었다고 한다. 이 풍속은 일정 초기인 1920년대까지 계속됐으나 일제의 억압으로 차츰 그 빛을 잃어갔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목화는 우리 의복 제조의 재료일 뿐만 아니라 목화를 따고 남은 목화나무를 말려서 땔감으로 쓰고

목화씨는 질이 좋은 기름을 짜는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떼놓을 수가 없었다. 목화를 가는 실로 뽑아서

그것을 가지고 옷을 만드는데 실의 굵기에 따라 오승포에서 십이승포까지 나누었다고 한다.

아주 곱게 짠 십이승포는 부유층에서 사용했으며 굵게 짠 오승포, 육승포는 빈민층에서 사용했다고 한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 어이고, 어이고, 허리야. 야야, 복순아! 좀 쉬었다 하자우!

- 날래날래 따야지 오늘 중에 다 따지 않겄어?!

- 야야, 복순이 니는 꿈이 있으니께니 신이 나서 그렇지만은 내래 무슨 맛에 신이 나겄어?!

- 야, 야, 와 이래?

- 아하하하하... 거, 어디야? 정주 근처에 산다는 총각, 올 가을에는 건어물 가지고 무명 바꾸러 또 올 거 아니겄어?!

- 야야, 그 총각하고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러는 기야?!

- 야야, 거 시치미 떼지 말라우?! 모르는 사람이 없다야?

- 야야, 쓸데없는 소리 고만하고 날래 목화나 따자우!

- 야야, 신이 나야 일이 힘이 안 들지. 내래 꿈이 없으니 힘이 들어 죽갖다야~.

- 으흐흐흐, 야, 올 가을에 정주 사는 총각 오면 말이야. 너한테 친구 하나 소개해주라고 할 테니까니

아, 날래날래 따자우~.

- 참말이가?!!

- 아하하하. 약속할 테니까니.

- 오호호호! 힘이 저절로 솟는 것 같구나! 야! 날래날래 목화를 따자우!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일제가 억압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안남도 산간지방 어디를 가도 베틀이 마련돼 있고 얼굴 예쁜 아낙네들이

어디서나 목화 심는 노래, 목화 따는 노래, 베틀가, 물레노래를 즐겨왔건만. 이젠 해방이 돼서도 남과 북이

갈려서 그 특유의 정취는 맛볼 길이 없다. 베짜기 노래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곳이 고향이 아닌 사람들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웃음 띤 평안도 아낙네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데 거기야 고향인 사람들의 심정이야 오죽하랴.

더욱이 음력설이고 보면 더 한층 그러하리라. 평안남도 민속보존회의 김옥선 여사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또한 심우성 씨는 갈 수 없는 곳의 풍물이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더욱 빨리 잊혀가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잊혀가고, 생활의 변천에 따라 자꾸 잊혀지는 우리 풍물, 베짜기 놀이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 『평안도와 황해도 지방, 그러니까 지금은 망향의 고장입니다. 그곳의 전통적인 소리들, 민요를

지금 우리 정부에서는 서도소리라는 이름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을 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에 전승되고 있는

우리의 민요를 이곳에서 무형문화재로 지정을 한 것은 어느 땐가 통일이 될 때 우리는 남북의 동질성을 찾고자 하는 아주

소중한 작업인 것입니다. 서도소리라는 명칭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돼있는 가운데 베짜기 놀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요는 그 고장에 전승되던 아주 소중한 민요 가운데 하나인 것입니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힘차면서도 단아하기 이를 데 없는 서도소리. 그 멋지고 흥겨운 가락에 실려 아름답고 아름다운 민요들이 펼치는 베짜기 놀이.

오랜 전통으로 서도민 특유의 민속이오 향토예술인 베짜기 놀이. 남북이 서로 갈라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과학문명의 발달과

의생활의 혁신으로 그 참다운 맛은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견뎌낸 이 정취 그윽한 우리 풍물이

다시 재생되고 보존되지 못한다면 그 이상 가슴 아픈 일은 없을 것이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청도차산농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베짜기 놀이)

(입력일 :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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