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달구놀이

달구놀이
1980.02.10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달구놀이)

장장 이천 리를 흘러가는 한국의 제일의 압록강 위에 어디서 떠내려 온 것일까.

우람한 대들보 재목 하나가 넘실넘실 흘러오고 있다. 어느 강기슭 집터에서

집 기둥을 빠트린 것일까. 아니면 장작으로 패려다 그만 강물에 떨어트린 것일까.

위를 보면 끝없이 이어오는 저 맑고 차디찬 강물. 그리고 어디서 어디까지인지 모를

하많은 산의 지붕들. 눈 속에서 진달래가 피며 울울창창한 밀림과 함께 이 나라 북서경계를

가르고 있는 평안북도는 또한 약산동대, 동룡굴, 삭주온천, 보현사 등 유서 깊은 명승고적의 땅이기도 하다.

(전통음악-달구놀이)

이 시간에는 평안북도의 달구놀이를 보내 드립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에,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아주 특이한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에는 산신이 있고,

개울에는 또 내신이 있습니다. 바위에도 신이 있고, 꽃에도 있습니다. 이름 없는 하나의

풀에도 그 풀에 담겨져 있는 신이 있습니다. 모든 삼라만상에 신이 있다고 생각한 정령신앙,

그러한 신앙이 바탕이 돼서 집을 짓는다든가 또는 큰 성을 쌓는다든가 궁궐을 지을 때

그 터에도 신이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터주신을 위로하는 뜻으로 달구놀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쁜 신은 나오지 못하게끔 땅을 다져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끔 하는

그러한 달구놀이도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달궁, 달구, 달귀. 여러 가지로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께서 듣고 계신 이 달구놀이는 평안북도의 전통적인 민요의 하납니다.

즉, 노동요로서 혁파하는 이 달구의 작업현장에서 호흡을 맞춰가며 부르는 노동요의 일종입니다.』

(전통음악-달구놀이)

- 『에헤야 에헤야 달구로다.

대명당에 터를 닦고 소명당에 우물 파고

낮이어든 물이 맑고 밤이어든 불이 밝아

일일소지 황금출이오 시시개문에 만복래라. 』

긴 달구가 계속됩니다.

(전통음악-달구놀이)

달구는 보통 둥글고 굵은 나무토막 위에 4개, 혹은 2개의 손잡이 줄을 매어 쓰지만

나무토막 대신에 쇳덩이나 큰 돌덩이도 쓰였고 그 무게는 100근이 넘어 200근까지에 이른다.

(전통음악-달구놀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곳은 압록강 연안 중강진 지방이다. 겨울이면 땅은 꽁꽁 얼어붙고

봄이 되면 다시 녹아 부풀어 오르므로 집을 짓기 전에 그 땅을 다지는 것은

어느 지방에서나 있어왔지만 추위가 심한 북쪽지방에서 한층 더 달구질이 중요한 몫을 차지했다.

(전통음악-달구놀이)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다들 맸어?

- 예.

- 만복이 아범, 개똥이네, 삼돌이. 거 올만한 사람은 다 온 것 같수다네.

- 그 저녁밥들은 다들 든든히 먹었갖디?

- 에, 안 먹었으면 또 어쩌게요? 좀 이따 새참이 떡하니 나올 텐디.

- 아하하하하하하하.

- 자자, 기럼 그 일을 시작하자.

- 예예.

- 에, 이거 열 자반이니께니 여기부터 달구를 치지.

- 자, 한 줄씩 잡고 시작합시다네.

- 예에.

- 어, 기런데 가만.

- 와요?

- 올 만한 사람 중에서 그 칠복이레 안 왔디아나. 야가 동네남정네들 몇 안 되는데

아, 이런 일이 빠져서야 돼갖어?! 날레 가서 데려 오라우!

- 저, 아저씨.

- 뭐야?

- 칠복이네 사정이 있으니께니 기냥 우리끼리 하자우요.

- 시끄러워야!! 아 그 부모도 없이 혼자 고생하던 용대가 우리 동네로 장가를 오게 됐는데

아, 우리가 나서서 작은 집 한 칸 지어주는 게 뭐가 나빠?!

- 그거야 백 번 좋은 일인데요. 저... 시집간 신부 있디 않아요. 그...

- 뭔 소리를 하고 있니? 그 윤 초시 딸이 어디로 갔다는 기야?!

- 칠복이레 사실은 그 에미나이를 좋아했었구만요.

- 뭐야?! 칠복인 그럼 지 좋아하던 아이를 딴 사람한테 시집보낸다는 기야?!

- 예, 기러니 그 신랑 신부집 짓는 데 여기 달구질 하러 오겠습니까? 아까도 막 울고 있던데요?

- 변변치 못한 녀석, 좋아! 기럼 우리끼리 지자우!

- 어?! 기런데 저기-!

- 칠복이레 아니야?!

- 늦어서... 미안합네다...

- 야, 칠복이 너. 안 와도 되는데...?

- 와요? 동네일인데 한동네에서 빠지면은 돼갖시우?!

- 근데 니레 술 먹었구나, 야.

- 예, 하디만 괜찮습네다, 일... 일 합시다예.

- 짜식! 거 울기는... 너 그 색시 생각날 낀데... 자! 거 눈물일랑 한숨일랑 딱 집어넣고서

콱콱 달구나 넣어보자구야! 아, 들어라우야!!

- 예에!! 으익!!

(전통음악-달구놀이)

부쩍 추위가 심한 지역의 가옥은 대개 ㄱ자 집이 많았고 좀 괜찮은 집안은 口자 집을 지었다.

마루문은 모두 이중문이었고 집 가운데 소 외양간도 함께 딸려 있었다. 마루 안에 움을 만들어

일용품과 식량을 저장하기도 했고 나무가 많은 고장이라 집들을 대개 넓게 지었다.

긴 달구에 비해 박자가 짧은 자진 달구가 이어진다.

(전통음악-달구놀이)

음력 3월초, 아직 바람은 차기만 한데 밤이 으슥해지면서 날씨는 더 매워진다.

그러나 달구를 놓는 줄잡이들은 흥을 돋워 노래를 부르면서 허공을 찌를 듯 달구를 힘차게 당기니

모닥불에 비치는 얼굴마다 땀이 송골송골 맺혀난다. 잠시 쉬면서 새참을 들고 후반으로 들어가니

줄 당기는 속도는 더욱 빨라지기만 한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달구놀이)

- 『집이 좁아서 안 되겠으니 집 개조나 하여보세.

일심은 동력에 달구요 동네방네 화목하여 집집마다 행복하네.』

이 달구놀이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도 마을에서 베풀어졌던 우리 조상들의

가장 기본적인 협동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달구놀이와 유사한 우리의 민속놀이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지신밟기도

달구놀이의 일종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이 달구놀이 가운데에는 산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집을 지을 때 터를 닦기도 합니다. 또한 다리를 놓을 때, 큰 성을 쌓을 때, 궁궐을 지을 때

그런가 하면 세상을 떠난 망자의 유택, 무덤을 다질 때에도 역시 달구소리를 합니다.

그러니까 에, 우리 조상들은 모든 새로운 터전을 닦을 때는 반드시 이 달구소리를 했던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께서 듣고 계신 이 평안북도, 실향의 동포들이 외치는 이 달구소리는 통일의 터전을

닦는 아주 애처로운 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음악-달구놀이)

- 아, 저, 아, 저, 가만, 가만들 있으라우! 가만 있으라우.

- 와 이러십니까?

- 아, 니 감나무하고 내기 오동나무하고 한 가운데니까니, 아이고, 여기가 딱 맞구만.

- 와이 기러세요? 영감님.

- 아이고! 와 날레 썩 비키라우! 내레 고저 조금만 늦게 왔더라도 큰일날 뻔했구만!!

- 와요?! 뭐 때문에요?!

- 아, 이놈들아, 창고 지을 쪽은 저쪽인데 와 여기 터를 잡니?!

- 여기가 더 좋지 않습네까?! 방향도 좋아지구요.

- 안 돼, 안 돼, 이놈들아! 비키라우, 괭이 이리 내라우!!

- 이차!! 이차!! 아우, 아니, 이놈들, 달구를 얼마나 되게 쳤는지 땅이 고저 돌멩이 같구만!!

- 아니?! 일쿠 어젯밤 달구질을 했는데 와 거길 파시려고 하십니까?!

- 아이, 시끄러워, 이놈들아!! 잇차, 잇차!!

- 아니...

-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허리아...

- 말씀을 해주시라요. 내레 파드리 갖쇼.

- 아, 이놈들아. 여기 달구질 한 속에 내 돈 단지가 들어있어!!

- 예?! 돈을 넣은 단지요?!

- 그래, 빨리 파라우, 빨리 파란 말이야!!

- 아이구야, 이이, 어젯밤 달구질 헛일 했네.

(전통음악-달구놀이)

횃불과 모닥불을 밝히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집터를 다지던 달구놀이의 전경은

이제 찾기가 어렵다. 도시와 시골을 막론하고 목조기와집은 짓는 데가 드물고 철근

콘크리트로 기초를 한다. 쿵쿵, 초저녁 마을을 흔들던, 달구 놓던 그 소리. 북녘 그리운

그 고향마을엔 아직 남아 있을 것인가. 달구놀이를 발굴해 낸 유재영 씨의 얘기를 들어본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달구놀이)

- 『에헤야 달구로다. 대명당에 터를 닦고 소명당에 우물 파서 쌀쌀한 봄밤,

달은 휘영청 떠오르고 한아름 달구가 하늘 높이 치켜지면

마음마저 달덩이처럼 덩실덩실 떠오르네.

그러나 어느 세월이련가, 가볼 길 없는 먼 고향땅의 그리운 시절이여.

마음과 마음을 다져보던 달구놀이의 가락 속에 세월만 덧없이 다져지는구나.』

(전통음악-달구놀이)

다음 주 이 시간에는 평안남도 베짜기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 달구놀이)

-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달구놀이)

(음악)

(입력일 : 2010.11.01)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