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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전북 말천방 농요

전북 말천방 농요
1980.01.27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소백산 줄기를 따라온 수려한 산맥이 마을 뒤편을 감싸 안았고 앞으로는 기름진 농토가 개울 기슭을 따라

질펀히 깔린 풍요로운 고장, 전라북도 임실군 삼계면 두월리. 이 부락은 순박한 인심과 부지런한 주민들로 하여

임실군 내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살기 좋은 마을로 꼽히거니와 이조 때 지명이 말천방으로 불리웠고

경주 이씨와 연안 이씨가 모여 사는 평화로운 고장이기도 하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이 시간에는 전라북도의 말천방 농요를 보내드립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을 듣습니다.

- 『전라북도 임실군의 말천방이라는 마을의 농요는 한마디로 농사의 고장에서 전승되고 있는

일노래의 표본이라 하겠습니다. 옛날 마한과 백제의 유적이 많은 아주 기름진 호남평야입니다.

메아리가 없을 만큼 넓디넓은 들판이죠. 이곳에서 살아온 백성들의 부지런함과 또 인정과 애환이 함께 서린

민중의 노래입니다. 그 짜임새를 보겠습니다. 조금 전에 들으신 물품기 노래로 시작이 돼서 연계타령, 문열가,

방아타령, 어이싸오, 산타령으로 이루어집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씨앗을 뿌리는 봄부터 풍성한 수확을 거두는 가을까지 이웃끼리 서로 모여 품앗이 일을 하면서 불러오던

농요가 고장마다 없을 수 없으나 이 고장 말천방 농요는 노래의 장단이나 가락이 매우 듣기 좋고

경쾌할뿐더러 경쟁하듯 노래 소리의 크고 작음이 비교되니 농요의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연계타령입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연계타령)

(개 짖는 소리)

- 옥분아, 옥분아!

- 아니, 이 지지배가 아직 안 왔나? 아유, 시간에 없잖여, 곧 달이 지겄는디. 아, 아이, 누구여?

- 나여.

- 응, 옥분이구마. 아이, 야, 근데 방앗간에서 만나기로 혔으면 빨리 와야제.

- 설거지 하고 주인댁 식구들 모두 잠이 들어야제.

- 올 때 아무도 안 봤지야?

- 그, 그랴.

- 으흐흐, 그럼 됐어야. 자자, 떠나자. 아, 참. 니 그런디 보따리는 안 갖고 왔냐?

- 저...

- 왜 그려?

- 저... 아무려도...

- 아, 이것아. 니나 나나 남의 집에서 종살이하다가 평생 마칠 거여?! 이참에 아주 독한 마음먹고

여길 떠나야제. 안 그러면 우리 둘이 혼례도 안 시켜준단 말이제.

- 고것은 잘 아는디.

- 그럼, 그럼 왜 보따리도 안 갖고 왔냐잉? 내 보따리 여기 있잖여.

- 저... 주인마님이 아파서 나가 없으면 밥을...

- 별 걱정 다하는구마잉, 거 몇 식구도 안 되는디 니 없다고 굶어죽을까 봐?

- 아, 저, 고것이 아니고.

- 또 뭐여?

- 내일 우리 동네 물 품잖여?

- 그려, 동네사람들 다 나와서 한다드라. 그러니께 오늘밤 내빼야 혀~

- 저... 그... 내일 동네사람 새참하고 점심, 우리 주인댁에서 혀기로 혔댜아.

- 뭐여?!

- 그런디 오늘밤에 나가 몰래 없어져봐. 내일 우리 동네 사람들 점심은 누가 하겄어? 우리 주인마님은 아픈디.

- 이... 새참도 못 먹고, 점심도 걸른다? 아휴... 또 이번 농사철에도 내빼기는 틀렸는가 보다.

- 삼돌아...

- 그려! 돌아가자. 넌 내일 반찬거리 장만해야 할 테고. 나도 내일 일 준비나 해둬야겄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오늘도 하 심심하여 노래 한 장 불러보세.

건곤이 불노 월 장장하니 적막강산이 근 백년이라.

칠산 골산 높은 봉에 홀로 우는 가련 추야.

오동추야 달은 밝고 임의 생각이 절로 난다.』

문열가가 이어집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문열가)

용머리를 우람하게 새긴 용기를 논두렁에 척 세워놓고 맨발에 무명바지 짧게 입은 마을 장정들과

수건 쓰고 검정 무명치마 입은 아낙네들이 모두 모여 노래하면서 징 울리고 지칠 줄 모르게 일을

계속하니 이것이 곧 우리 농경민족이 수천 년 이어 내려온 살아 있는 기상이로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문열가)

『베 잘 짠다, 베 잘 짠다, 남원 동문 안 큰 애기 베 잘 짠다.』

방아타령입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방아타령)

해는 쪼이고 냇물은 말라들었을망정 우리네 가슴속에서 펄펄 넘치는 이 샘물이 가뭄 따위에 질쏜가.

부지런한 민족, 서로 돕고 서로 격려하던 순박한 민족의 얼이 농요 속에 가장 잘 살아 있는 셈이다.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 『전라도 하면 한마디로 소리의 고장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판소리의 보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호남의 민요,

특히 농요들은 아주 구성지고도 음악적으로 잘 짜여서 훌륭한 가락과 창법을 전하고 있습니다. 에, 그런데 이와 같은

농요들은 물론 논과 들에서 전승돼야 하겠지만 요즘 와서는 농사짓는 방법이 과학화함으로서 거기에서

불려 질 농요도 자연히 새로운 농사의 방법과 함께 바뀔 수밖에 없는 단계에 왔습니다. 이처럼 구성지고 아주 훌륭한 노래가

기름진 들판을 떠나고 있습니다. 오늘의 현실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일노래, 즉 새로운 노동요를 창출하는 데 이처럼

훌륭한 농요들은 아주 정직한 자원으로서 구실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새참을 들고 나서 부르는 어이싸오가 이어집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어이싸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아하! 에휴, 잘 먹었다. 일을 하고 나서 먹응께 그냥 넘어가는 것마다 모두 꿀맛이구마잉~

- 이 맛에 우리 농부들이 사는 거 아니겠냐?

- 아암, 아암, 그렇고 말고. 어허허허!

- 여보!

- 어어, 이제 밥통들 갖고 안사람들은 들어가소. 아, 가만 있자, 물이 어디 있는가?

- 아이, 저 여긴데.

- 여기 있구만요.

- 어어, 아니여. 여기도 있구마잉.

- 아유, 안 되유, 여보. 이거 드시쇼잉.

- 아니, 그건 뭔 물이여?

- 숭늉이구만요.

- 아유, 여기 건 시원한 냉순디, 여름철엔 냉수를 먹지 뭔 숭늉은 숭늉이여?

- 아이, 그러다가 배앓이라도 나시면 어쩌려고.

- 아유, 괜찮아. 괜찮아. 숭늉은 무슨 놈에... 에헤.

- 아이, 저...

- 아, 아, 아주머니, 그럼 그 숭늉은 이리 주쇼잉?

- 오메?! 아아이...

- 내가 먹죠 뭐...

(숭늉 마시는 소리)

- 아...! 아!! 아이고, 요게 뭐여?! 아이고, 꿀물 아니여?!

- 뭣이, 뭐?! 꿀물?! 오메?!

- 아이고 보니,. 자기 낭군님만 이 꿀물 먹일려고잉?!

- 아이고! 아이고! 그럼 진작 말해야제!! 어어, 이리 내놔! 당장, 어서!!

- 다 먹어버렸소!

- 뭐여?! 어?!

(사람들의 웃음소리)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어울러져 부르던 산타령입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산타령)

이 말천방 농요는 농촌의 근대화운동으로 전통의 민속문화가 급격히 소멸돼가는 이때에 새롭게 보존의 기치를 높이 들고

온 주민들이 누구나 부를 수 있게 힘을 기울이고 있으니 비단 임실지방뿐 아니라 전라북도의 민속문화 보존에도

한몫을 맡고 있는 셈이다. 현지 주민의 얘기를 잠시 들어본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봄, 여름, 가을 허리가 휘도록 일해서 가꿔온 저 들판. 지금 저 들판은 겨울바람 속에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이제 다시 새봄에

움튼 소리 들려오면은 수천 년 이어온 농부들의 가락이 벌판을 타고 내려와 또 한 번 풍년의 날들을 이 땅에 가져와준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어이싸오)

다음 주 이 시간에는 함경북도 궐리타령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전북 말천방 농요)

(입력일 : 20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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