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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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아미산 울어리

아미산 울어리
1980.01.20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음악)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올라가네. 상상봉 대마루 턱으로 올라가네.

상계리에서 올라가면 하계리도 올라가네.

어기여차 저일심협력 우러리 소리 되네.

잡목은 무성하고 잡풀은 돌아가니

일락서산 해 떨어지고 월출동력 달이 솟네. 』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이 시간에는 경기도 연천지방의 아미산 울어리를 소개합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예, 아미산 울어리란 한마디로 얘기해서 초동들의 일노랩니다.

겨울에 땔 나무를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공동으로 작업을 해서 준비할 때 함께 호흡을

맞춰서 부르는, 그러한 농욥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미수곡지구죠. 신서면, 군사분계선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없는 고장들입니다. 이곳에 전승되고 있는 전통적인 일노래가 바로

아미산 울어립니다. 그 짜임새를 보면은 나무를 벨 때 여럿이 어울려서 부르는 울어리가 있고

또 다음에 일을 거의 마치고서 나무로서 임시로 엮은 가마에 일꾼을 태우고 그때 부르는 둥개타령이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일꾼들이 함께 어울려서 한탕 노는 방아타령. 이렇게 이어집니다.』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울어리가 전승돼온 아미산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과히 높지 않은 산이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온

이 노래와 가락이 오백여 년 긴 풍상에도 그치지 않고 전해오더니 해방이 되고 남북으로 땅이 갈리면서

아미산 울어리는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은 휴전선이라는 비극의 자락이 이 일대에 깊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제 옛 향수 속에서 마침내 아미산 울어리를 재현시켜냈다.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자자자, 나무도 다 했고 가마도 만들었으니까 오늘 산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연장자가 누군지 빨리 찾아봐.

얼른 돌아가야지.

- 누가 오늘 가마에 타실 분입니까요? 나이 제일 많으신 분.

- 네, 난가 본데. 어으흠. 음.

-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그러니까 쉰둘이구만.

- 쉰둘이요? 또 안 계십니까?

- 에헤흠, 난 셋일세.

- 쉰셋? 어, 어디... 저저저, 김 씨 아저씨는요?

- 에, 난 쉰하나야.

- 난 김 씨 아저씨가 제일 많이 자신 줄 알았더니 그럼 쉰셋 잡수신 삼돌이 아버님께서

이번에 가마에 타셔야겠는데요?

- 자, 자네가 정말 쉰셋이야?

- 말조심해! 이런 자리 아니면 나이를 말하는 게 아닌데. 흠. 흠, 흠.

- 자네, 쉰하나 같은데?

- 아이, 무슨 소리?! 연장자한테 건방지게. 흠!

- 아이, 이봐. 뭐라고 허리춤을 뒤적거려?! 빨리 가마나 들지 않구?!

- 어어어. 자, 자, 잠깐잠깐. 아저씨, 잠깐요.

- 아니?! 아이, 왜 그래?!

- 오, 여기 있구나!

- 그게 뭔대?

- 내 이럴 줄 알았지! 오늘 아침에 말이야. 여기 오신 나이 자신 분들 나이를 미리-.

- 아, 아, 이, 어디서 적었어?!

- 몇 분 안 되길래 얼른 아주머니들한테 가서 여쭤봤는데요. 에... 어디 보자.

김씨 아저씨는 쉰하나 그대로 맞고.

- 아아아이, 잠깐! 나나나나나, 저저 말이야.

- 아저씬 쉰셋이 아니고 그냥 쉰 아니세요?!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이, 사람.

- 아유.

- 자, 나도 사실은 쉰둘이 아니고 그냥 쉰이야! 에잇! 에이! 그런 미련한 여편네 같으니! 으잇!

(사람들의 웃음소리)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일이 끝나고 잡목과 칡넝쿨로 가마를 만든 다음, 연장자를 태워 남해부사라 칭하면서

마을로 가는 길놀이를 벌리는데. 이 가마 행차 때 부르는 둥재타령입니다.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둥재타령)

『에헤라 끼룩끼룩 남해부사 행차시다. 식전 팔십 리를 왔으니 헛헛증도 나는구나.

한양이 몇 백리인가 어서어서 아뢰어라. 』

소리를 매기고 받으면서 마을로 내려온 남해부사는 해가 저물었으니 쉬어가기를 명하면서

부잣집으로 들어간다. 』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부잣집 마당으로 들어온 일행을 맞아 집주인은 술과 음식을 내면서 마당놀이를 하도록 권하니

질탕하게 농악이 울리면서 흥겨운 춤과 노래가 이어진다.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남해 매고 마당 돌면서 일 년 열두 달 엮어 둥재타령 매기고 받으면 집주인도 흥에 겨워 양반체모

다 잊은 채 함께 나와 춤을 추는구나. 』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어기여차 서해용왕 고래 타고 우리 농부 남여 타면 에라, 그 들판 오곡이 풍성하다.

일락서산 해지고 저녁연기 자욱하다.』

오늘은 여기서 놀고 내일은 들에서 일하세.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다시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에, 우리는 지금 아미산 울어리를 들으며 아주 착잡한 감회에 젖게 됩니다. 이 어인 일인가.

일제가 우리를 강점했던 36년이 있습니다. 이제 다시 조국이 분단된 지 꼭 같은 36년째가 됩니다.

우리는 이 미수곡지구, 군사분계선 속에 전승되고 있는 아미산 울어리를 들으면서 분단의 쓰라림을

다시 겪게 되는 것입니다. 동아방송의 풍물삼천리는 남과 북에 떨어져 가냘프게 전승되고 있는 겨레의

민요와 가락을 통해서 남북의 동질성을 찾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미산 울어리의 자생적인 전승을

다시 한 번 마음으로부터 축수합니다. 』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들판에는 오곡이 출렁거리고 마당에는 땔나무가 노 젓가락처럼 쌓였으니 이제 긴 겨울이 온다한들

무엇이 걱정스러우랴. 사랑방 아궁이에 참나무장작 한아름 지피고 긴긴밤 모여앉아 세상얘기 꽃을 피우네.

이 오붓한 정경이 우리 농촌을 지켜온 또 하나의 따뜻한 힘이었다.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 거... 이거, 아무래도 이상하다.

- 글쎄요. 나무가 또 줄어든 것 같애요.

- 이거 봐, 이거이거. 이 솔가지 다발이 이쪽에 이렇게 펑 뚫렸으니!

- 아휴, 이거, 아무래도 누가 몰래 훔쳐간 것 같애요 .낮에도 여긴 표적이 안 났는데! 밤이 되자 글쎄!

- 저... 저기 누가 오오.

- 아이고, 어두워서 안 보이지만 누굴까? 살그머니 오는데?

- 어휴, 누가 안 봤겠지?

- 네 이놈!!

- 어라, 아이! 아! 아, 아버님.

- 너, 이밤중에 지게를 지고 어디나 나무를 빼다주고 오는 길이냐?!

- 이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이 고약한 놈! 몰래 나무를 빼다주고 그 돈으로 못된 놈들하고

어울릴려는 거지?!

- 아아아아... 아닙니다. 아버님.

- 그럼 뭐냐?!

- 왜 말을 못해?! 정말인 거로구나!

- 죄송합니다...

- 이이이이! 아들 망치는 줄도 모르고! 음...

- 대감마님.

- 에잉?! 너는 누구냐?

- 죄송하옵니다. 몰래 도련님을 뒤따라왔습니다.

- 아니... 어느 틈에?

- 도련님을 나무라지 마옵소서.

- 무슨 소리야?! 건방지게!!

- 저는 저 개울 뒤에 사는 미천한 계집이온데 양친이 모두 병에 걸려 땔감도 변변치 않은 터에-.

- 낭자!

- 아침이 되면은 소녀의 집 마당에 나뭇단이 놓여 있었사옵니다. 그동안 궁금하던 차에 이제 비로소-.

- 아이, 변변치 않으니 송구스럽소.

- 음, 으음... 내가 잘못 생각했구먼.

- 얘야.

- 예, 아버님.

- 밤길은 위험하니 이제부턴 낮에 갖다 주도록 해라.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아미산은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에 있는 작은 야산이다. 이 아미산에서 울어리는 8.15광복 후까지

이어져오다가 남북분단 후 중단되고 말았으니 이 울어리의 노래 속에서는 고향이 두 동강이 된

아픈 내력도 깃들어 있는 셈이다.

현지 주민의 얘기를 들어본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둥재노래)

한 해 동안 열심히 일해 온 주민들이 화평과 단합을 생기면서 풍년을 감사했던 아미산 울어리.

비록 그 노래는 다시 재현됐지만 그 들판, 그 산기슭에 언제 진정한 화평이 찾아올 것인가.

북녘 하늘은 찬바람 속에 멀기만 한데.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다음 주 이 시간에는 말천방농요를 보내드리겠습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아미산 울어리)

(입력일 : 20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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