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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풍물삼천리
- 양진 명소 오룡굿

양진 명소 오룡굿
1980.01.13 방송
(음악)

풍물삼천리.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오룡이시여, 오룡이시여. 오늘 우리 향을 사르고 제물 장만하여 맑은 강가에 제청을 꾸몄사오니

오룡이시여, 하강하여 굽어 살피시고 나라 태평하고 백성 안락토록 돌보소서.

삼가 축언 내려주소서.』

이 시간에는 충청북도 충주의 양진명소 오룡굿을 보내드립니다.

먼저 민속학자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 『에, 양진명소 오룡굿은 충청북도 충주의 남한강가에 있는 금휴포 자리에서 옛부터 전하는 아주 향토적인

제입니다. 에, 우리나라 사람이 옛날부터 용은 물과 관계가 있는 아주 상징적인 동물입니다. 이 물은 또한 농사가

풍요하게 되게 하기 위해서는 꼭 필수적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떤 풍농의 제사이기도 합니다.

일 년의 안과태평, 그리고 풍요한 생산을 위해서 다섯 용에게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어떤 굿에서나

마찬가지로 먼저 귀신을 불러들이죠. 그러니까 다섯 용을 뫼셔다가 아주 즐겁게 오신을 하고 나머지 많은 음식과

음악으로 즐겁게 하고서는 신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송신의 대목이 있습니다.』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충주 견문산 아래 옛 금휴포 자리인 남한강 기슭, 양진명소. 여기에 양진명소사라는 제각이 있었고

신라 때부터 매년 5월이면 오룡을 제신으로 모신 굿 놀이가 내려오니 이날은 온 동민이 한데 모여

태평성대와 풍년을 기원하며 즐겁게 잔치를 벌이는 날이다.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강에서 노 젓는 소리 및 천둥소리)

- 어, 어, 거 참 이상하다. 이 강으로 배들이 들어오기만 하면 꼭 천둥소리가 들려온단 말이야.

- 한두 번 아니고, 이거. 응?! 또 물살이 빨라지네!

- 사, 삿대를 잘 잡아요!

- 응, 허둥거리지들 말어! 위험해!!

- 어어어어?! 어?! 아이고, 이, 배가 기우네!!

- 아!! 사람 살려!!!

(사람들의 비명 및 천둥소리)

- 에휴, 에에이, 괜찮나?!

- 아이고, 이거, 배는 없어지고 짐은 몽땅..!

- 아이고, 그런 걱정할 때가 아니야! 어서 헤엄쳐서 강가로 가자구!!

- 못해먹겠습니다요. 벌써 금년 들어 세 번씩이나 여기서 배가 엎어지다니!! 이젠 쫄딱 망했습니다요!!

- 해도 너무하지 않나?! 아이구, 빌어먹을!!

- 아아, 아이구, 저거 봐!! 가라앉았던 소금 가마니가 벌써 떠오르네?!

- 아니, 소금은 다 녹아버리고 빈 가마니만 뜨잖아?! 에?!

- 에휴, 십년 간 가뭄이 들어 이놈의 강물 아예 바싹 말라버려라!! 씨!!

(천둥소리)

- 여봐라.

- 아니?! 윽?! 저 무슨 소리야?!

- 나는 서해용왕이거니와 너희들의 처지가 심히 딱하구나.

- 아이이이, 용왕님. 해마다 저희들은 잊지 않고 용왕님께 제사도 꼬박꼬박 올리는데 이거 무슨 변고가 이리 잦습니까?

- 원망스럽습니다요.

- 이상한 일이로다. 나는 너희들의 정성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봉변을 가한 일이 없느니라.

- 아이, 보세요. 간신히 싣고 온 소금이 모두 물에 녹아버렸지 않습니까요?

- 지난번 올린 제사 때 축문을 어떻게 올렸느냐?

- ‘서해용왕님은 굽어 살피소서?? 했는데요.

- 그뿐이란 말이냐? 서해용왕한테만 올렸단 말이냐?

- 잘못됐사옵니까? 이 강은 서해로 빠지고 또 우리는 서해를 다니는 사람들 아닙니까?

- 큰일 날 짓을 했구나. 이 강은 비록 서해로 흐르나 동서남북중앙의 다섯 용왕이 모두 지키는 곳이거늘

어찌 매년 서해용왕 혼자만을 위해 제사했단 말이냐? 어서 다른 용왕들을 달래기 위해 오룡제를 올려라!

(천둥소리)

- 아, 아유, 이, 오룡. 오룡제를 올려야겠구나!

(천둥소리)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3장으로 나누어진 오룡굿 중에서 두 번째인 오신굿입니다.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중에서 오신굿)

빨강, 노랑, 하양, 파랑, 검정의 오색 필목 끝자락이 강물에 담가지고 필목의 다른 끝자락엔 각각 다섯 개의

물독이 놓여지니 용왕풀이가 끝난 뒤 각각 제 색깔에 맞는 바가지로 강물을 퍼서 물동이를 채우는구나.

그 물동이를 들고 무악에 맞추어서 행렬을 신청으로 옮겨진다.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중에서 오신굿)

제단에 제물을 차리고 그 가운데 물동이 모시고 무당과 주민이 열을 지으면은 제관들은 엄숙히 제배하며

유교식 제사를 시작한다. 심우성 씨의 설명입니다.

- 『양진명소의 오룡굿의 제위 절차를 보면은 처음에 축문을 읽습니다. 그리고 초언을 하고, 또 아언을 하고 종언을 하는 것은

유교식 의례로 보기가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적인 굿 제위를 볼 때 우리 민족은 옛부터 외래적인 종교의식을

자기 것으로 잘 수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단순한 유교식 제위로 보기에는 그 제위절차 가운데 굿 의식이

너무도 깊게 뿌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용을 제사하는 우리나라의 대동굿은 각 포구에 있는

용왕굿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전라북도 김제 벽골제의 쌍용놀이는 이 오룡굿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무속적인 기원보다는 이 대동굿을 통해서 우리는 한 마을, 또는 한 고을이 하나의 공동체의식의 함양이란

더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무속은 이제는 대동굿으로서의, 의식으로서의

기능보다는 어떤 공동체의 의식을 함양하는 한 모임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오룡 님이여, 이 자리를 굽어내려 보고 계시나이까. 향불은 피어오르고 무가와 덕담이 간절하게 읊어지며

부락 사람들은 축언 소지와 함께 두 손 비비면서 오룡 님의 억첩만겁무강을 기원하는구나.』

(닭 울음소리)

- 여보, 여보. 여보, 정신 차리세요.

(닭 울음소리)

- 이제 힘이 다 한 것 같구려. 가는가 보오...

- 안 돼요. 여태 이겨내셨는데.

- 새벽녘 꿈에 웬 선인이 오셔서 내 손을 잡더구만. 난 그분을 따라서 먼저 저 세상으로 가는... 몹쓸 남편 용서하구려.

- 여보, 웬 말씀이세요.

- 가기 전에... 한돌이... 애를 보고 싶소.

- 그 앤 어젯밤 나가서 안 왔어요. 아휴, 몹쓸... 여보, 정신 차리세요. 의원을 불러올게요!

- 관둬요... 명이 다한 걸 의원을 불러서 무슨...

(문 여닫는 소리)

- 아버지!

- 얘야, 아버지가 오래 전부터 아파 계신데 넌 어쩌자구 그렇게 싸돌아다니면서...!

- 아니에요. 어머님, 이걸 좀 보세요.

- 아니? 웬 빨간 바가지냐?!

- 어젯밤부터 전 강가 제각에 가 있었어요. 밤새 아버지 병환을 낫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 고맙다... 한돌아...

- 그런데 동이 틀 무렵께 이 빨간 바가지가 강으로 떠내려 오더니 제각 앞에 멈추잖아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가져왔는데.

- 어디. 아니? 강물이 들었지 않느냐?! 빈 바가지에 강물이 들었을 게 당연하지 않느냐?

- 그래도 아버지, 이걸 한 번 조금만 자셔보세요.

- 아... 그러자. 아... 어디... 한모금만... 아...

- 괜...찮으세요? 여보?

- 어...? 이상하다? 온몸이 상쾌해지고, 힘이...!

- 아버지!

- 오... 새벽에 보였던 그분이 날 데리러 온 게 아니고 살렸구나!

- 아휴, 용왕님이 보내신 물이에요! 여보!! 아아...

- 고맙습니다! 용왕님!! 한돌아, 고맙다!!

- 아버지!!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중에서 송신굿)

오룡신을 보내는 송신굿입니다.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중에서 송신굿)

제사가 끝나면 무당들은 신제인 물동이를 모시고 무가를 부르면서 양진명소로 돌아온다.

물동이에 들어 있는 오색바가지를 꺼내 색깔별로 피목을 따라 강가로 옮겨지니 강물 따라

바가지는 너울너울 흘러가는구나.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무당, 농악대, 부랑민들 모두 축언하며 절하고 환호로서 바가지를 보내니, 그 위에 어렴풋이 서려오는

오룡의 위엄이여. 현지 주민 김광식 씨의 얘기를 들어본다.

(음성 녹음)

동서남북중앙, 청황적백흑을 가르는 천지간의 용왕님이여, 지성과 공경으로서 올리는 이 오룡굿에

왕림하시고, 강촌 부락뿐 아니라 이 나라 전체의 국태민안과 시화연풍을 내리소서. 용왕님의 높은

은덕 위에 이 땅이 길이길이 영광되게 하옵소서.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아미산 울어리를 소개합니다.

풍물삼천리를 마칩니다.

(전통음악-양진명소 오룡굿)

(입력일 : 201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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