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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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30화 날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딴 생각을 하고 있어요
창밖의 여자
제30화 날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딴 생각을 하고 있어요
1979.01.30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서른번째

- 어서오십시오.
- 여기 박혜진씨 있죠.
- 예. 이리로 오시지요.
- 들어가 보시죠. 아프십니다.
- 아프다구요?
- 예. 어서 들어가 보시죠.
- 혜진씨.
- 아, 왔군요.
- 어디가 아픈 겁니까. 아프면은 병원에 가있지 왜 여관에 이러고 있어요.
- 나, 서울로 데려가줘요.
- 어디가 아픈거에요.
- 지쳤나봐요. 너무.
- 의사한테 진찰 받았어요?
- 탈진해서 그렇데요.
- 얼굴이 말이 아니에요. 언제부터 이랬어요.
- 며칠 됐어요.
- 진작 연락을 하지 않구요.
- 나으면 혼자 돌아가려구.
- 이래가지고는 서울 못가요. 좀 나아야 가죠.
- 서울로 가겠어요. 갈 수 있어요.
- 무리에요. 며칠 있어야 되겠어요.
- 가야해요.
- 서울로 가야할 일이라도 있어요.
- 아무일도 없잖아요. 기다리는 사람도 없구요.
- 그래도 가야해요. 데려가 줘요.
- 가야할 까닭이 없는 데도요.
- 가야한단 말이에요. 가야해요.

- 지금 오는 길이세요?
- 네. 다녀가시는 길입니까.
- 네. 좀 나았더군요.
- 그냥 거기 있었음 지금쯤 괜찮아 졌을텐데. 무리해서 서울로 와서 더 고생하는 겁니다.
- 들어가 보세요.
- 네.
- 참, 미스터 한.
- 네.
- 서두르세요.
- 뭘 말입니까.
- 혜진이 마음 가라앉길 기다리지 말고 미스터 한이 붙잡아 앉히세요. 마냥 기다리는 미스터 한도 못할 짓이고, 혜진인 혜진이대로 상하기만 해요. 그러니까 서두르세요.
- 알고 있습니다.
- 어떻게 하실 작정이세요.
- 퇴원 하는데로 제 아파트로 데리고가겠습니다. 준비는 다 돼갑니다.
- 잘 생각 하셨어요.
- 가보세요.
- 네.

- 네.
- 왜 일어나 앉았어요?
- 답답해서요.
- 어지럽지 않아요?
- 이젠 괜찮아요. 왜요.
- 혜진씨. 나 보고있지 않아요.
- 요새 늘 그래요. 아니 제천에서 부터 그랬어요.
- 뭘요.
- 날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딴 생각을 하고 있어요. 혜진씨, 무슨생각 하는거죠. 내가 알면 안됩니까. 뭘 그렇게 생각하세요. 또 그 몸을 해가지구요.
- 아무생각도 안해요 나.
- 그렇지 않아요. 난 알아요. 얘기 하세요.
- 애들, 애들이 보고싶어요. 나 미치겠어요. 미칠 것 같아요.
- 혜진씨. 혜진씨.

- 왠일이십니까.
- 앉으세요. 바쁘실텐데 뵙자고해서 죄송해요.
- 무슨일 있습니까.
- 별일 없으시죠? 애들도 잘 있구요.
- 네. 뭐 그럭저럭.
- 혜진이가 아파요.
- 나, 혜진이 얘기 듣고 싶지 않습니다.
- 들어주세요.
- 나하고는 상관없습니다. 이제.
- 하지만 혜진이 애들 엄마에요.
- 내 아이들 엄마가 없어요.
- 그러시지 마세요. 혜진인 영원히 애들 엄마에요. 어쩔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부정하려 하지 마세요.
- 부정하고싶은 제 심정을 모르십니까?
-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혜진이 애들 보고 싶어서 미치려고 해요. 마침 병원에 있으니까 애들한테 얘기하기도 좋고.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 옆에서 보기가 끔찍해서 왔어요.
- 안됩니다 그건.
- 왜요.
- 애들 볼 생각 말라고 하세요. 애들이 엄마 한번 봐보세요. 자꾸 가자고 조를겁니다. 아예 안보는게 나아요. 못보는걸로 알고 있으니까요.
- 하지만 혜진이가 너무 딱해요.
- 딱한건 혜진이가 아니라 아이들입니다. 날마다 제 엄마 얘길 꺼냅니다. 내 눈치를 봐가면서요. 보고싶어서 말입니다. 그걸 보는 내 눈엔 피눈물이 나요.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입니까.
- 그럼, 차라리 애들을 혜진이 한테 주세요. 그럼 애들도 혜진이도 영아 아빠도 좋을거 아니에요?
- 내 아이들을 그 남자한테 맡기라는 겁니까?
- 혜진이 그 사람한테 안갔어요 아직. 그리고 애들을 준다면 앞으로도 안 갈거구요.
- 안 간데도 애들은 못 줍니다.
- 애들이 엄마를 원하는데두요.
- 난 내 아이들을 부정한 어미의 손에서 자라게 할 순 없습니다.
- 부정한 어미라구요?
- 그럼 정숙한 어밉니까?
- 혜진이한테 죄가 있다면 딴 사람을 사랑한 죄밖에 없어요. 그게 그렇게 죽을 죄가 될까요?
- 죽을 죄라곤 하지 않았습니다.
- 죽을 죄가 아니라면 이건 너무 가혹한 형벌 아닐까요? 엄마가 자식한번 볼 수가 없다면 죄보다 벌이 너무 무거워요. 그렇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 내가 내리는 벌이 아닙니다. 스스로 받는 형벌이지요.
- 어째서요. 어째서 영아아빠가 내리는 벌이 아니에요?
- 자식을 버린건 혜진이 자신이니까요.
- 그래서 정말 안된다는거에요? 한번도 안된다는거에요?
- 안됩니다.
-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 너무하는건 제가 아닙니다.
- 그럼 영아아빤 십년동안 혜진이와 살면서 한번도 혜진일 배신한 적 없으세요? 한번도 간음한적 없으세요? 하늘에 맹세코 배신한적 없으세요? 말 못하시는군요. 못하실 줄 알았어요. 영아 아빠가 신은 물론 아닐거고 모자란 남자도 아닐테니까 말이죠.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으시죠. 남자와 여자가 같으냐구요.
- 그만 두세요.
- 네. 그만두죠. 소용없는 일이에요.
- 실례하겠습니다.

- 미스터 한.
- 네.
- 이리 가까이 와요.
- 주무세요. 늦었어요.
- 잠 안와요.
- 그래도 억지로 자야죠.
- 이제 다 나았는데요 뭐.
- 그래도 아직 병색이 안 가셨어요.
- 나보다 나 뒷바라지 하느라고 당신이 더 고생했죠?
- 고생 아니에요 이거.
- 나 언제 퇴원하게 된데요?
- 곧 하게돼요. 이삼일 안으로.
- 나 때문에 속상하죠.
- 내 걱정 마세요.
- 알아요. 내가 당신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 마음쓰지 말아요.
-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도 내가 날 어쩌지 못해요.
- 아무생각 말고 지내요. 병원에 있는 동안 만이라도. 내게 신경쓰지 말구요.
- 나 때문에 당신도 얼굴이 상했어요. 손 주세요. 사랑해요.
- 혜진씨. 어서 퇴원해서 우리 환상의 바다로 가요.
- 환상의 바다.
- 거기서 시작하기로 해요 우리.
- 시작?
- 그래요 시작. 당신과 나의 시작.
- 안돼요. 안돼요 그건.
- 안된다구요?

제29화 하는일 마다 왜 저렇게 제31화 내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입력일 : 200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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