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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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29화 하는일 마다 왜 저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
창밖의 여자
제29화 하는일 마다 왜 저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
1979.01.29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아홉번째.

- 마셔요. 차.
- 하겠다는 얘기나 해.
- 차 마셔요. 이제 당신하고 다시는 차 마시는일 같은것도 없을거 아니에요. 드세요. 당신이 차를 들어야 나 얘기할 수 있어요.
- 그러지 그럼. 얘기해. 얘기 할거 있다고 해놓고 왜 못하는거야. 그야말로 이게 마지막이니까 들어 주겠다는거야 나 지금.
- 당신 나 염치없다고 하겠지만 나 애들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
- 애들?
- 한번만, 한번만이요.
- 그건 안돼.
- 부탁이예요. 한번만 보게 해주세요.
- 애들, 당신 지금 병원에 있는 줄 알고있어. 머지않아 당신은 죽은걸로 될거고.
- 하지만.
- 게다가 정말 무슨 염치로 애들 보겠다는거야. 무슨 면목으로 애들 얼굴 보겠다는거야. 할 얘기란게 그거야?
- 여보.
- 자, 그만 일어나지.
- 여보.
- 애들 보겠다는 생각은 마. 앞으로도 말고. 당신은 애들 볼 자격도 찾을 자격도 없어. 일어나 시간없어. 어물어물 하다간 마감해버려. 내일 다시올 순 없잖아. 무슨 좋은일이라고 이혼하는데 두번씩이나 구청을 가겠어.
- 가요.

- 여보.
- 이제 속 시원해? 왜그래. 마치 내가 당신을 버린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구만. 응?
- 여보.
- 사람이란 닥치면은 무슨일이든 다 해낼 수가 있는가 보군. 이혼하는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걸 하고 보니까 이상한 사람이 따로 없다는걸 알겠어. 아니 왜울어. 당신이 원하던데로 다 됐는데 왜 울어. 이제 우리 다시 만나는 일을 없을 거야.
- 여보. 어디가서 잠깐이라도 앉았다 가요 잠깐이라도.
- 이제 무슨 얘기가 더 있어서 우리가 마주 앉겠어. 자, 여기서 헤어지지. 난 저쪽으로 가겠어.
- 여보.

(따르릉)
- 쉴 새 없이 오는군. 여보세요? 어머, 혜진언니. 잠깐 기다려요.
- 이리 줘.
- 울고 있는것 같아요.
- 여보세요?
- 좀, 좀 와줘요.
- 거기가 어딥니까.
- 구청 앞이예요.
- 구청 앞?
- 빨리 좀 빨리 좀 와줘요.
- 갈께요. 금방.
- 왜그래요. 혜진언니.
- 나갔다 오겠어.
- 한숨 떠날 날이 없군.
- 어려운 일을 하려니까 그렇지.
- 하긴.
- 그러고 보면 사랑도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 용기가 있어야 하지. 끊기도 있어야 하고.
- 용기?
- 용기 없이 남편있는 여자를 사랑할 수 있니?
- 그게 어디 용기에요? 운명이라면 몰라도.
- 그렇게 무시무시한 소리 하지마. 불길해.
- 불길하다구요?
- 용기라고 얘기해. 학수한텐 운명이라는 운자도 같다 붙이지마. 알아듣니?
- 알아요. 알아요.
- 학수는 하는일 마다 왜 저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 하지만 이번엔 제발 잘 됐으면 좋겠어.
- 이번엔 잘 되겠죠.
- 이젠 안 될 이유도 없는데 왠지 자꾸 아슬아슬해.
- 아이, 진철이 형이야 말로 왜 그런 불길한 소리를 해요.
- 글쎄 말이야.
- 일이나 합시다.
- 아유 속상해.
- 왜요.
- 축복없는 사랑에 매달릴수 밖에 없는 학수가 불쌍해서 그래. 자꾸 아슬아슬해.

- 누구세요?
- 접니다.
- 아니, 왠일이세요?
- 혜진씨 들어왔습니까.
- 네. 방에 있어요.
- 구청 앞에서 전화를 했어요. 빨리 좀 와 달라구요. 그런데 가니까 없지 뭡니까.
- 아니 왜그랬을까요. 오라고 해놓고.
- 지금 뭐하고 있습니까.
- 우나봐요. 신경쓰지 말아요. 십년이에요.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낳고 십년을 살았는데 오늘 그 십년을 정리했어요. 마음 안아플 도리 있어요? 그냥 돌아가세요. 혼자있고 싶은가봐요.
- 보고 가겠습니다.
- 좋을대로 하세요. 들어가 보세요.

- 혜진씨. 나 좀 보세요. 혜진씨. 가겠어요.
- 가지 말아요.
- 혜진씨.
- 미스터 한.
- 혜진씨. 오라고 해놓고 왜 혼자 들어와 버렸어요. 왜 그랬어요.
- 그이를 보내고 나니까 견딜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눈물이 그치질 않아서 우는거 보이고 싶지 않아서.
- 괜찮아요.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버려요.
- 내가 이렇게 잘 우는줄은 몰랐어요. 옛날엔.
- 옛날엔 울 일이 없었던거죠.
- 미스터 한.
- 왜요.
- 나 며칠 서울을 떠나있고 싶어요.
- 또.
- 오래있지 않겠어요. 약속해요. 며칠이면 될거에요. 대신 돌아올 땐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거에요.
- 좋을대로 하세요.

- 경화.
- 왜요.
- 혜진씨 소식 없어?
- 나한테 물어요.
- 하. 그렇군.
- 며칠째에요 오늘.
- 열흘.
- 열흘이나 됐어요?
- 며칠이면 된다고 했는데.
- 열흘이면 너무 길어요. 정말.
- 무슨일 있는거 아닐까요.
- 무슨일 있으면 소식이라도 있을거 아니야.
- 정말 너무했다.
- 미치겠어.
-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이라도 해주지 않고.
- 한학수씨. 전봅니다.
- 전보? 아니, 이 이리 주세요.
- 급히 와주세요. 제천이에요. 혜진. 급히...

제28화 이렇게 끝없이 허전한 까닭이 제30화 날 쳐다보고 있으면서도 딴 생각을


(입력일 : 200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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