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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28화 이렇게 끝없이 허전한 까닭이 뭔지 모르겠어요
창밖의 여자
제28화 이렇게 끝없이 허전한 까닭이 뭔지 모르겠어요
1979.01.28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누구세요?
- 나에요.
- 아니. 혜진씨. 당신.
- 미스터 한.
-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있었어요? 왜 이래요 네? 집에 갔다고 하더니 집에서 무슨 일 있었군요. 얘기 하세요.
- 아무 일 없어요. 이제 무슨 일이 또 있겠어요. 그이와 정리하는 일만 남았어요. 그 일도 내일이면 끝나요.
- 그런데 왜 이래요?
- 모르겠어요. 집을 나서니까 또 눈 앞이 보이질 않아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길거리에서 우왕좌왕 하다 갑자기 당신 얼굴 보고 싶어서 왔어요.
- 그런데 왜 우는 거에요?
- 모르겠어요. 나도. 여기 오니까 또 눈물이...
- 혜진씨.
- 이렇게 끝없이 허전한 까닭이 뭔지 모르겠어요.
- 당신이 이러면 난 어쩌죠?
- 미안해요.
- 앉아요. 당신. 지금 지칠대로 지쳐 있어요.
- 피곤해요.
- 언제쯤이나 당신 편해 질까요?
- 모르겠어요.
- 그렇게 힘겨워요?
- 끝없이 힘이 들어요. 당신 잊기도 그렇게 힘이 들더니 당신 사랑하기는 더 힘이 들어요. 미안해요. 나 힘든 생각만 해서.
- 난 괜찮아요. 난 당신이 편해지기만 하면 괜찮아요.
- 다신 이러지 않을게요. 애 쓸게요.
- 불안해요. 나.
- 왜요?
- 예감도 좋지 않고.
- 무슨 예감이 좋지 않다는 거에요?
- 당신과 나에 대한 예감...
- 나 때문이군요.
- 당신 이렇게 힘겨워 할 줄 몰랐어요.
-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에요. 신경쓰지 말아요. 신경쓰지 말아요.
- 난 괜찮아요. 난 당신 포기하는 일만 아니면 뭐든 견뎌요. 난.

- 아니. 어디 가는거니?
- 응
- 어디?
- 구청에. 그이랑 약속했어.
-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거니?
- 갔다 올게.
- 영아 아빠 왜 이렇게 서둔다니?
- 서둘지 않으면...
- 그래도 그렇지.
- 그이가 그랬어.
"빨리 끝내는게 좋아. 당신 한테도 빠른게 좋고 나도 빨리 정리 해버리고 싶어. 그리고 빨리 이 악몽을 벗고 싶어. 구청에 다녀오는 데로 당신 물건 가져가.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가져가. 흔적을 남기지 말고 다 가져가. 나도 빠른 시일안에 이 집을 떠날거야. 애들한테는 당신 병원에 있다고 했어. 조금 더 크면 말 하겠어. 병원에서 엄마는 죽었다고."
- 뭐? 죽었다고?
- 그럼 뭐라고 하겠니? 사랑때문에 엄마가 너희들을 버렸다고 할 순 없잖아.
- 하긴. 하지만 죽었다면...
- 갔다 올게.
- 정말 이렇게 끝나는 거야? 응? 너도 이렇게 서두르고 싶니?
- 그이가 원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 뭐든.
- 잠깐.
- 왜?
- 내가 영아 아빠 먼저 만나야 겠다.
- 니가? 뭣하러?
- 할 얘기가 있어.
- 무슨 얘기?
- 너 여기 좀 있어. 나 지금 나갔다 올게.
- 영아 아빤 나 들어온 다음에 만나고.
- 약속했어.
- 아이. 글쎄. 있으라니까.
- 그이를 니가 만나서 뭘 하겠다는거니.
- 할 얘기가 있다니까 그러네.
- 무슨 쓸데없는 얘길 하려고 그래.
- 상관 마.
- 약속시간 돼가. 가야 해.
- 구청에 가는 게 뭐가 그리 급하니? 조금 늦게가도 되잖아.
- 너 왜그러니?
- 아무튼 나 나갔다 올게.
- 쟤가?

- 혜진이 만나기 전에 제 얘기 먼저 들어 주세요.
- 무슨 얘기 하실려구요.
- 구청에 가는 일 조금더 미룰 수 없나요? 이건 제 생각인데요. 이렇게 서둘지 마세요. 서둘지 마시고 시간을 좀 갖는게 어떠세요?
- 무슨 시간을 말입니까?
- 피차 냉정해 질 시간 말이에요.
- 나 지금 냉정합니다. 그리고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까? 이렇게 명백한 일을 가지구요.
- 영아 아빤 혜진이가 그 사람하고 어울릴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세요?
- 그게 무슨 소립니까.
- 혜진이 절대로 그 사람한테 가지 못해요.
- 못 가다니요. 이미 갔잖습니까?
- 정착 못한다는 얘기에요.
- 왜요? 그걸 원하는데 왜 못 합니까?
- 그 사람 혜진이보다 세 살이나 적어요. 그리고 미혼이구요. 혜진인 아이가 둘 씩이나 있는 여자구요.
- 그런데도 사랑하고 있잖습니까? 서로.
- 사랑한다고 다 결합할 수 있어요? 결합한다 해도 축복이 없어요. 축복없는 사랑은 오래가지 못 해요. 아무리 사랑이 깊어도 말이에요.
- 그래서요?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싶으신 겁니까?
- 혜진이가 그 사람한테 못 간단 얘길 하고 있어요. 갈 거 같애도 못 가요. 못 가는 이유중에 제일 큰 이유가 아이들 때문이에요.
- 아이들이요?
- 지금은 얘들 안 보고도 그럭저럭 견디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 보세요. 혜진이 아이들 때문에 미칠거에요. 혜진이 한테는 그 사람 보다는 얘들이 더 필요해요. 아이들한테도 혜진이가 있어야 하구요.
- 그러니까 절 더러 혜진이 후회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혜진이 다시 받아들이란 얘깁니까?
- 얘들 생각을 하셔야 하잖아요. 얘들한테는 엄마가 있어야 해요. 지금은 절대로 용서 못 할 것 같애도 시간이 지나고 애들 생각을 하면 용서가 될 지도 모르잖아요? 그건 알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니 시간을 좀 가지세요. 서두시지 말고.
- 시간이 지나도 난 혜진이 용서 못 할 겁니다. 절대로.
- 혜진이가 후회를 해두요?
- 후회를 하고 안 하고 그건 나하고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 그럼 애들을 엄마없는 애들로 키우시겠어요?
- 엄마없는 애들로 키울 망정 용서는 못 합니다.
- 그건 아이들한테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
- 가혹해도 하는 수 없죠. 나도 사람입니다. 나 사람답게 살고 싶어요. 아내한테 버림받는 것도 견디기 어려운데 날 버린 여자를 다시 받아 들여서 한 번 더 날 욕되게 할 순 없습니다. 그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시간이 아무리 지난다 해도 난 혜진일 용서 못합니다. 얘기 끝났습니까?
- 네. 하지만.
- 하지만 뭡니까?
- 아무리 생각해도 버림받는 건 영아 아빠가 아니라 혜진인것만 같애요.
- 뭐라구요?
- 궤변이라고 하실지 몰라고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쩌겠어요.

- 여기야. 그냥 일어나 나가지.
- 잠깐 앉겠어요. 나 당신한테 할 얘기 있어요.
- 얘기?
- 네.
- 무슨 얘기?

제27화 자식을 버리는 여자가 사람이야? 하는일 마다 왜 저렇게 어려운지


(입력일 : 200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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