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27화 자식을 버리는 여자가 사람이야?
창밖의 여자
제27화 자식을 버리는 여자가 사람이야?
1979.01.27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혜진이니?
- 응
- 아니, 왜 벌써오니? 영아아빠 집에 안 들어왔어? 아니. 너? 울고 있니?
- 아니야.
- 아휴. 왜 그렇게 울면서 다니니. 보기 흉하게스리.
- 집을 나서니까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겠지. 그집이 이제 내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믿기지 않은게. 애들 없는 집은 텅텅 빈 집 같은데 빈집에 혼자 앉아서 그이는 술을 마시고 있고 그일두고 집을 나서니까 왜 이렇게 서러운지 눈 앞이 보이질 않아. 살아서 숨을 쉬는게 이렇게 힘겨울 수가 없어.
- 허물 벗기가 그렇게 쉬우니. 그래. 영아아빤 머래?
- 날 보니깐 미치겠는 모양이야. 당장 없어지래.
- 그럴꺼야 아직.
- 경숙아 나 아무래도 잘못했나봐. 아무래도.
- 아. 지금와서 그런 소릴하면 어떡하니.
- 차라리 그이 한테 그냥 헤어지자고 했으면 그이는 맘 안 상해도 좋을 걸. 그이 맘 덜 다치고 헤어지는 방법도 있었는데. 내가 왜 그런짓을 했을까.
- 그날 밤 까지만 해도 넌 헤어지는 건 생각도 못 했잖아. 그 사람 보내러 갔다가 넌 영아 아빠를 보내버렸어.
- 그래. 난 한번도 영아 아빠랑 헤어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 언제나 미스터 한하고 헤어지는 생각만 했지.
- 그사람과 언제나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돼 버린거야. 언제나 헤어진다는 생각이 그사람을 몰아부치게 했어. 너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가져. 이왕 이렇게 된거고, 지금 와서 잘못 했다고 생각해도 영아 아빠한텐 아무런 도움도 안 돼.
- 하지만 그이를 생각하면.
- 그 보다 너 앞으로 어떻게 할꺼니 이젠?
- 앞으로?
- 그래.
- 나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어. 당장 갈 곳이 없다는 것만 확실할 뿐이야.
- 당장은 나랑 같이 있으면 되고.
- 그 다음은 나도 몰라.

(따르릉.따르릉.)
- 네? 네. 왔어요. 그래요 그럼.

- 그 사람이야. 요 앞에 와 있데. 아까도 전화했었어. 나가 봐. 기다리고 있을거야.

- 어디에 있었어요? 사흘동안.
- 차를 타고 가다가 해가 지면 여관에서 자고 다시 해가 뜨면 아무차나 타고 아무데나 갔었어요.
- 내가 당신 못할 짓 시키고 있는 것 같애서 후회했어요. 나.
- 당신 탓이 아니에요.
- 울었군요. 지금은 어때요? 지금도 울고 싶은 모양이군요.
- 차차 괜찮아지겠죠.
- 술 한 잔 마셔보겠어요? 잠이 잘 올거에요.
- 주세요. 마시겠어요.
- 마셔요. 내가 어떻게 하면 당신 마음 덜 아프게 할 수 있을까요?
- 미스터 한, 나 도울 수 없어요. 이건 나 혼자만의 아픔이에요. 그렇다고 그렇게 외로운 얼굴 하지 말아요. 당신이 아니면 내가 이런 아픔을 치뤄야 할 까닭이 없지 않아요.
- 당신이 우는데 우는 당신을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는 내가 무참해서 그래요.
- 그만 나가요.
- 경화언니 집에 있을 겁니까?
- 거기 말고 내가 갈 데가 있어야죠. 그 것도 경숙이 남편이 외국에 나가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거에요. 경숙이 아니면 나 정말 큰 일난 뻔 했어요. 아무데도 내가 갈데는 없어요. 나, 부모한테도 형제한테도 갈 수가 없어요.
- 미안해요.
- 그런 말 하지 말아요. 나가요. 그만.

- 왜 이렇게 외로운 줄 모르겠어요. 알 수 없어요. 정말.
- 혜진씨.
- 하지만 괜찮아 질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 당신, 후회하고 있어요.
- 우린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어요.
- 나 좀. 나 좀 꼭 안아줘요. 꼭 좀.
- 혜진씨.

- 쟤네들이 뭘 하지? 뭘 하길래 이렇게 떠들어? 차 마셔. 차 마시라니까?
- 응. 고마워.
- 왜 그러니?
- 애들 애들 어쩌고 있는지 모르겠어.
- 어쩌고 있긴. 할머니가 어련히 잘 봐 주실까. 보고싶어서 그러니?
- 미치겠어.
- 그러니 어떻게해. 이젠 볼 수가 없는 걸.
- 목소리라도 한 번 들었으면 좋겠어. 영아. 윤이 소리 귀에 쟁쟁해. 금방이라도 엄마하고 들어올 것 같애.
- 애들은 또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겠니. 다 컸다고는 해도 아직 어린 것들인데. 어디 가려고?
- 어디든 가야겠어. 못 앉아 있겠어.

(따르릉)
- 네? 아. 영아 아빠세요? 네. 네 그러죠. 네. 저녁에 아파트로 오래.
- 저녁에?

- 거기 앉아. 탁자위에 그거 펼쳐 봐.
- 이게 뭐에요?
- 이혼장이야.
- 왜 놀래? 내가 이혼 안 해 줄까봐 걱정했어? 이혼 안 해주고 당신 방해할 까봐 걱정했었어?
- 아. 아니에요.
- 그럼 왜 놀라는거야? 너무 빨리 정리를 해 줘서 고마워서 그래?
- 여보.
- 여보라고 부르지 말아. 날 이토록 철처하게 모욕해 놓고 여보라고?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한텐 미안하단 말 밖에 할 말이 없어요.
- 날 모욕할대로 모욕해놓고 미안하다고? 차라리 더 못살겠으니 이혼해 달라고 했어도 나 이렇게 치욕을 느끼진 않았을거야.
- 그래서 난 더 할 말이 없어요. 하지만 난 그날 밤까지도 당신하고 헤어진다는 건 생각해 보지도 못 했어요. 그 날도 당신 아내로 남아있기 위해 그 사람을 보내기 위해 나간 거에요. 그런데 어떻게 당신한테 이혼해 달라는 말을 할 수가 있었겠어요. 정말이에요. 당신 모욕할려고 한 게 아니에요. 이건 알아주세요.
- 이유야 어쨌건 이 치욕감은 없어지지 않아. 당신은 사람이 아니야. 자식을 버리는 여자가 사람이야?
- 여보.
- 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
- 당신이 뭐래도 난 할 말 없어요. 하지만 난 애들 버리지 않았어요. 버린게 아니에요. 어떻게 내가 애들을 버려요?
-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애들을 버리는 거야? 어떻게 하는 게? 발가벗겨서 길바닥에 팽개치는 게 버리는 거야?
- 알수가 없어요. 모르겠어요. 난 애들 버리지 않았는데 버린게 되고. 당신을 모욕하지 않았는데도 당신을 모욕했고. 난 사람인데도 사람이 아니고. 흑흑....



제26화 애들. 다시 볼 생각 마 제28화 이렇게 끝없이 허전한 까닭이


(입력일 : 2007.05.10)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