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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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26화 애들. 다시 볼 생각 마. 기대도 말고.
창밖의 여자
제26화 애들. 다시 볼 생각 마. 기대도 말고.
1979.01.26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윤이, 영아 거기 앉아.
- 네.
- 영안 않앉니?
- 난, 엄마 보고싶단 말이야.
- 영아. 아빠 말 안 들을거야?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얘기 잘 들어. 영아도 듣니?
- 네.
- 영아랑 윤이 지금부터 아빠하고만 산다.
- 아빠하고만?
- 엄마가 병이 났어요. 그래서 엄마는 병원에 갔어.
- 병원에? 어디가 아픈데?
- 엄만 머리가 머리가 아프데. 그래서 병원에 오래오래 있어야 한데요.
- 그럼 엄마 보러 병원에 가야지.
- 엄마는 너무 아파서 윤이랑 영아 만날 수가 없데요. 의사 선생님이 못 만나게 하셔요. 너무 아파서.
- 그렇게 많이 아퍼?
- 그럼 언제 엄마 만날 수 있어?
- 그건 아직 아빠도 몰라요. 하지만 영아랑 윤이랑 울지 않고 잘 놀면은 엄마 빨리 나을거야. 알았지?
- 네.
- 영안.
- 네.
- 그럼 저 지금부터 옷 갈아입고 할머니 집으로 간다.
- 할머니 집에?
- 엄마가 병 나을 때 까지 할머니 집에서 할머니랑 같이 사는거야. 물론 아빠도 같이 살아요. 하지만 아빠는 바빠서 할머니 집에를 며칠 더 있다가 갈꺼야.
- 며칠이 몇 밤인데.
- 어... 저 다섯 밤이나 여섯 밤.
- 근데, 엄마는 어느 병원에 있어? 대학 병원에 있어?
- 그래. 그래. 그래.
- 자, 방에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
- 엄마 굉장히 많이 아파서 막 울었어 아빠?
- 엄마 얘기 그만하고 어서 옷 입고 나와요. 착하지?
- 네.
- 이럴수가 없어. 이게 무슨 꼴이야 이게.

- 오늘로 사흘 째에요. 어디가서 죽은거 아니예요?
- 오늘은 올 겁니다.
- 오늘도 안 오면요?
- 오늘은 올 겁니다.
- 도대체 난 알수가 없어요.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말이에요. 그만한 일을 저지를 수 있으면서 숨긴 왜 숨어요? 숨은게 아니라 죽은 것만 같애요. 아무래도. 어디갔는지 짐작도 안 가요?
- 난 없어질 거란 생각도 못했습니다.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거든요.
- 감당도 못 할 일을 왜?
- 제가 감당할 겁니다.
- 혜진이 한테 하는 소리에요?
- 오늘은 올 겁니다. 걱정마세요.
- 나. 혜진이 걱정하는 거 아니에요. 영아아빠 때문에 이러는 거에요. 어디 있는 데만 알면 찾아다 영아아빠한테 데려다 주고 싶어요. 죽여주라구요.
- 혜진씨.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 미워요. 숨어버린게 미워요. 숨어버리지만 않았어도. 미워하지 않을 거에요.
- 숨어버린게 아니라 나타나질 못하는 걸 겁니다.
- 앞으로. 어쩔 거에요?
- 제가 감당한다고 했죠?
- 어떻게 감당할 거냐구요?
- 그걸. 지금 말로 해야 합니까?
- 미스터 한은 혜진이 감당 못 해요. 두고 보세요.
- 왜 그렇게 절망적으로만 보세요.
- 사랑때문에 죽을 수 있는게 여자지만 혜진인 죽을 수 있는 여잔아니에요. 왠지 아세요? 그건 두고 보면 알아요.
- 뭐라구요?
- 두고 보면 알게돼요.

- 누구세요?
- 나야.
- 혜. 혜진이... 죽진 않았구나. 나타나긴 나타났어.
- 나 좀 앉겠어.
- 그래. 앉아라. 꼴이 왜 그 모양이니? 죽다가 살아난 사람 같구나.
- 많이 비웃어.
- 투사같은 얼굴로 돌아올 줄 알았는데 왜 그렇게 풀이 죽어서 왔니? 어디 있었니? 어딜 갔었어?
- 그냥. 여기저기.
- 왜 나한테 까지 왔다가 도망은 쳤니? 우리 아파트 앞까지 왔었다면서?
- 여기까지 왔었는데 ...
- 그랬는데?
- 갑자기 내가 갈 곳이라곤 아무 데도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 근데? 오늘은 어떻게 왔니?
- 그래도 갈 덴 여기밖에 없더라.
- 왜 갈 데가 없니? 미스터 한한테 가면 되잖아?
- 경숙아!
- 야속하니 내가?
- 아니. 실컷 욕해줘.
- 이젠. 다 끝났구나. 다.
- 그래. 다 끝났어.
- 이제 편하니? 편하냐고 묻잖아?
- 편안하지 않어.
- 너 같은 바보는 처음 본다. 처음 봐.
- 우리 애들 어쩌고 있니?
- 애들?
- 어쩌고 있니?
- 궁금하니?
- 말해줘.
- 애들. 다시 볼 생각 마. 기대도 말고. 애들 할머니한테 보냈데. 남은 일은 영아 아빠 만나는 일 뿐이야. 넌 할 말 없겠지만 영아 아빤 할 말이 태산같은 거다.
- 그이 어떻게 하고 있니?
- 몰라서 묻니? 몰라서 물어? 머리로 바위를 부숴도 시원치 않을 거야. 바위를 부숴도 말이야. 날벼락도 유분수지. 어서 가 봐. 왜? 무섭니? 무서워서 도망을 쳤니?
- 할 말이 없어서.
- 허긴. 그러고 앉았지 말고 어서 가 봐. 영아아빠 숨통 그만 조이고. 아. 어서 가 보라니까? 내가 데려다 줄까? 아니면 영아아빠한테 끌고 가라고 전화를 해 줄까?

- 아니. 당신 누구야? 누군데 밤 중에 남의 집에 소리도 없이 들어 온거지? 나 지금 당신 누구냐고 묻고있어.
- 여보.
- 여보? 여보라구?
- 미안해요.
- 미안하다구?
- 미안해요.
- 미안하다구?
- 여보!
- 없어져. 내 눈앞에서 없어져. 당장 없어지란 말이야. 당장! 그래도 거기 서 있을거야? 그래도? 그래도 거시 서 있을 거냐구? 응?
- 여보.
- 어서 없어져! 내가 목졸라 죽이기 전에 어서 없어지란 말이야. 어서! 그래도 그래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거기 서 있을거야? 응?
- 당신. 분 풀릴때까지 날 때리세요. 죽이고 싶으면 죽이구요. 당신 나 죽여도 할 말 없어요. 나는. 여보.
- 여긴 뭣 하러 왔어. 여기 무슨 볼 일이 남았다고 왔어? 당신은 죽일 가치도 없는 여자야.


제25화 예감이 좋질 않아. 제27화 자식을 버리는 여자가…


(입력일 : 2007.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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