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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25화 예감이 좋질 않아. 그래서 후회 하는거야.
창밖의 여자
제25화 예감이 좋질 않아. 그래서 후회 하는거야.
1979.01.25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다섯번째

- 뭘 생각 하세요.
- 아무 생각도 안해요.
- 당신 얼굴 보고 싶어요.
- 내일 아침까지 참아요.
- 아침까지.
- 나도 참을께요.
- 당신, 후회 하는거 아니죠.
- 나 지금 아무생각도 안해요. 그냥 편해요. 이렇게 편할 수가 없어. 시간도 생각도 다 정지 돼버린것 같아요.
- 혜진씨.
- 어쩌면 이게 절망의 끝인지도 모르겠어요. 절망하지 않기위해 몸부림 치는것보다 차라리 절망 해버리고 나면 편해져 버리는 그런 편안함 인지도 모르겠어요.
- 그럼, 난 역시 당신에게 절망이라는 말이로군요.
- 아니에요. 이를테면 그렇다는 거에요. 나, 후회도 하지 않고 절망도 하지 않아요. 그동안 내가 치른 고통 때문에 그러는 거에요. 이젠 절망할 건 없잖아요.
-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당신에게.
- 왜 그런 생각을 해요.
- 모르겠어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 당신은 이기적인게 아니라 불행했을 뿐이에요. 불행한 당신에게 내가 또 다른 불행이 되는게 참을 수가 없었어요.
- 허지만
- 아무 생각도 말아요 우리. 오늘 밤 만이라도 편해지기로 해요. 지금 이 시간 만이라도 편해 지기로 해요.
- 혜진씨.

- 아줌마 전화 좀 받아요. 아, 아니에요. 내가 받죠. 여보세요.
- 접니다. 영아 아빱니다.
- 아, 그러세요? 왜 전화 하셨어요? 아니 왜 말씀이 없으세요? 네?
- 혜진이 좀 찾아 주십시요.
- 네?
- 어제 나가서 이 시간까지 안들어 옵니다.
- 뭐, 뭐라구요?
- 지금 낮 12시에요.
- 그럴리가.
- 왜요. 믿기지 않습니까.
- 무 무슨일이 있었나요? 네?
- 아무일 없었습니다. 혜진이 나가서 안들어오는거 밖에는요.
- 언제 나갔는데요?
- 어제 저녁 때 나갔답니다. 애들만 두고 나가서 이 시간까지 안들어 옵니다. 설마 어디가서 죽은건 아닐테지요. 죽지 않았다면은 좀 찾아 주세요. 아니, 내가 좀 찾게 해 주십시요.
- 저, 제가 가겠어요. 그리로 가겠어요.
- 오실거 없습니다. 혜진이를 찾아 주시던지 내가 찾게 해주시던지 둘 중에 하나만 하게 해주세요. 나 지금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 제가 찾을께요. 제가 찾아 볼께요. 미쳤어. 정말 미쳤네. 경화니?
- 어, 나야.
- 지금, 미스터 한 거기 있니?
- 응. 왜?
- 거기 있어?
- 그렇다니까.
- 좀 바꿔봐.
- 잠깐 기다려봐.
- 아니, 그 사람은 있다는데 그럼 이게 어떻게 된거지?
- 여보세요?
- 혜진이 어제 만났어요? 왜 대답이 없어요?
- 만났습니다.
- 어 언제 헤어졌어요. 언제 헤어졌냐고 묻잖아요.
- 오늘 새벽에요.
- 새 새벽에? 아니, 그럼 혜진이는 어디 갔어요. 어디서 헤어졌어요?
- 경화언니 아파트 앞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왔는데요. 거기 안갔습니까?
- 우리 아파트 앞까지 데려다 줬다구요?
- 거기 안갔어요?
- 안 왔어요. 집에도 안가구요.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 거기 안갔다구요?

- 간 데가 없다구요?
- 온 데 간 데 없어요. 확실해요. 없어요.
- 혼자 없어졌다는 얘깁니까. 설마 혼자 없어진건 아니겠죠. 네?
- 혼자 없어진거에요. 절 믿으세요. 정말 이에요. 그래서 지금 걱정하고 있는 거에요.
- 왜 혼자 어디론가로 가버렸을까요. 없어졌을 땐 뭔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반드시.
- 그거야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혜진이 자신이 알겠죠.
- 집에 못 들어올 이유는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이미 끝난 거에요. 모든게 분명해요. 경숙씨 얼굴에도 그렇게 쓰여 있구요.
- 뭐라구요?
- 경숙씨 얼굴이 말해주고 있어요. 이미 끝날 걸 끝이 아닌 것처럼 감추고 있을 뿐이에요 경숙씬 지금.
- 잘 못 보신거에요. 정말 이에요.
- 난 차마 이런일이 또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난 혜진일 믿었습니다. 그래도 12시까지 기다렸습니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못 오는게 아닌가 하구요. 믿고 싶었어요 그렇게.
- 정말 피치 못 할 사정이 있어서 못 왔는지도 모르잖아요. 그랬는데 차마 더 변명할 말이 없어서 아직까지 못 오는 건지도 모르잖아요?
-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 네?
- 내게 감추지 마세요. 경숙씬 알고 있어요.
- 허지만은 말씀 안 하셔도 좋습니다. 끝난건 분명하고 난 지금 지쳤습니다. 기다리느라 지치고 실망에 지치고 화가나서 지치고. 이젠, 이젠 그냥 피곤하기만 해요. 정말 피곤해요.

- 경화, 난 어째야 되지.
- 후회하고 있어요 지금?
- 내가 아무래도 잘못 했나봐. 아무래도.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어 역시.
- 혜진 언니, 돌아올거에요.
- 이틀이 지나도 돌아오질 않잖아. 돌아 올 수가 없는거야.
- 이제 돌아 올거에요.
- 어디가서 뭘하고 있는 걸까. 내가 혜진씨 한테 못할 짓을 시키고 있는거야. 그냥 보내는건데. 보냈어야 하는건데.
- 돌아가지 않은건 혜진언니 아니었어요.
- 하지만 내가 가게 했으면은 갔을거야. 내가 혜진씨를 갈 수 없게 만들었어. 그 땐 정말 보낼 수가 없었어.
- 학수 형도 혜진 언니도 잘못한거에요.
- 하지만 다시 그런 경우를 만나도 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거야.
- 혜진씨도 마찬가지고.
- 예감이 좋질 않아요. 그래서 그러는 거에요. 혜진 언니도 학수 형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잘 될거 같지가 않아요. 차라리 그냥 그대로 끝내는것 보다도 못할 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러는 거에요.
- 나도 마찬가지야. 예감이 좋질 않아. 그래서 후회 하는거야.
-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어.
- 하지만 혜진 언니 곧 돌아올거에요.
- 돌아오지 않을까봐 불안한게 아니야. 영원히 내게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불안한 거야.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어. 어쩐지.


제24화 당신이 정리 하세요. 제26화 애들. 다시 볼 생각 마.


(입력일 : 200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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