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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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24화 당신이 정리 하세요. 당신이 정리하면 돼요.
창밖의 여자
제24화 당신이 정리 하세요. 당신이 정리하면 돼요.
1979.01.24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네번째

- 어디로 가는 거에요. 말했죠. 나 지금 외출 할 형편이 못 된다고. 거기로 가요. 이왕 나왔으니까. 멀리는 못 가요. 오래도 못 있고.
- 거긴 안 갑니다.
- 그럼 어디로 갈거에요.
- 가보면 알아요.
- 가보면? 거기가 어딘데요. 어딘데 이 쪽으로 가는 거에요. 이 쪽으로 가면 서울 빠져 나가는거 아니에요? 네? 미스터 한.
- 잠자코 있어요. 내가 그랬죠. 이젠 당신 말 안 듣는다고.
- 미스터 한, 내 생각은 조금도 안해주는군요.
-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 입니다. 당신이야 말로 내 생각은 조금도 안하고 있어요. 꼼짝 않고 들어 앉아서 무조건 기다리라니 뭘 기다리라는 겁니까. 무슨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날 잊을 시간 말인가요. 네?
- 앞 보면서 운전해요. 사고 나겠어요. 얘기는 나중에 하구요.

- 여기가 어디에요.
- 가평 이에요.
- 왜 여기까지 왔어요.
- 이유도 뜻도 없어요. 조용한 곳을 찾았을 뿐이에요. 내려요.
- 안 내리겠어요.
- 왜요.
- 나, 곧 돌아가야 해요.
- 곧 돌아가도록 하면 되잖아요.
- 여기서 얘기해요.
- 무슨 얘길 하자는 겁니까.
- 어차피 한 번은 해야 할 얘기에요. 그래서 여기까지 말 없이 따라 왔어요. 그리고 당신 내 아파트까지 올라오는 걸 보면 이제는 더 미룰 수도 없구요.
- 내가 당신 아파트까지 올라가고 싶어서 간 줄 아세요. 무슨 범죄자처럼 떨리는 마음으로 거기까지 올라간 내 꼴이
- 그래서 하는 얘기에요. 당신 꼴이나 내 꼴이 너무 비참해요.
- 당신이 그렇게 만들고 있잖아요. 당신 자신이 나와 당신을 이렇게 만들고 있잖아요.
- 내가?
- 그럼 아니에요?
- 당신 어쩌면 날 그렇게 몰라요.
- 내가 당신을 몰라요? 내가 말이에요?
- 그래요. 몰라요. 내가 당신이 잊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내가 당신 잊을 자신이 있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 당신이 내게 얼마나 큰 아픔인지를 당신이 알아요?
- 내가 모르는게 바로 그거에요. 내가 왜 당신에게 아픔 입니까. 내가 당신에게 아픔일 까닭이 없잖아요. 내가 당신에 고통을 주는게 아니라 당신 스스로가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거에요. 당신이 정리하면.
- 정리?
- 그래요. 당신이 정리 하세요. 당신이 정리하면 돼요. 그러면은 당신도 나도 이렇게 비참해지지 않아도 돼요.
- 당신은 내가 정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왜 못한다는 겁니까. 왜.
- 왜 못하느냐구요.
- 그래요. 왜.
- 이래서 당신이 날 모르다는 거에요. 이래서.
- 뭐라구요?
- 내가 어떻게 정리를 할 수가 있어요. 내게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걸 당신 몰라서 그래요?
- 그럼, 아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이혼을 못한다는 겁니까?
- 하지만 당신은 알지요. 엄마 없이 자란 다는게 어떤가를. 당신은 알잖아요. 네?
- 하지만, 내 어머닌 살아있지 않았어요. 당신은 살아 있구요.
- 살아 있으면서도 엄마 노릇을 못한다는건 죽은거나 다름 없어요. 애들에게는요.
- 살아 있는것과 죽은게 어떻게 다른지 당신 알기나 해요?
- 내 어머니가 살아만 있었어도 어딘가에 살아만 있었어도.
- 하지만 난 내 아이들을 엄마 없는 아이로 만들 수가 없어요. 이게 내 불행이에요. 이게 나를 얽어매는 굴레에요. 당신 그걸 좀 알아줘요. 애들에게는 내가 있어야 해요. 내가.
- 내게도 당신이 있어야 돼요. 내게도.
- 미스터 한.
- 당신이야말로 날 모르는군요. 당신이야말로 날 몰라.

- 엄마야?
- 아빠다. 엄마 없어?
- 네.
- 어디 갔는데.
- 몰라요.
- 또 어딜 간거야 또. 엄마 언제 나갔지?
- 아까.
- 아까 언제.
- 아까 저녁 때.
- 그럼 여태 영아랑 둘이 있었니?
- 응. 금방 온 데 놓고 안와.
- 영안 어디 갔니?
- 영아는 잔단 말이야. 나 혼자 무서워서 혼났단 말이야. 아빠 화났어?
- 아니야. 아니야.
- 그럼, 어디 아파?
- 아니, 아프지 않아.
- 그럼 왜그래. 응?
- 아이들만 놔두고. 아니, 애들만 놔두고 나간 걸 보면은 정말 금방 들어 올 생각 이었는지도 몰라. 허지만은.

- 당신은 당신을 붙들어 매 줄 아이들이 있지만, 난 난 어쩌죠? 난 누가 붙들어 매주죠? 난 어떡하느냐구요.
- 미스터 한.
- 당신 말고는 아무도 날 붙들어 줄 사람이 없어요. 당신 손 놓으면 그만이에요. 이 세상 태어나서 내가 처음 붙든 손이에요. 아니 아니죠. 처음 붙든 손이 아니죠. 처음엔 어머니 손을 붙들었죠. 하지만 어머닌 날 두고 가버렸어요. 혼자서 날 버린 거에요. 두 번째로 난 버림을 받았어요. 새 엄마도 날 뿌리쳤어요.
- 미스터 한, 그만해요 그만.
- 한데 이제 또 당신이 날 뿌리쳐요.
- 내가 당신을 버리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당신을 뿌리 치는게 아니잖아요. 그걸 알면서 왜 이렇게 날 괴롭히는 거에요. 네?
- 당신을 괴롭히는게 아니에요. 내가 너무 가여워서 그러는 거에요. 잡은 손길마다 놓친 내가 너무 가여워서 그러는 거에요. 경화 말 마따나 난 왜이렇게 운이 나빠요. 난 왜이렇게 끝없이 운이 나쁜 걸까요. 네?
- 그만 해요 그만. 못 듣겠어요. 못 듣겠어요.
- 내가 싫어져요. 싫어져요. 미워져요.
- 그만 마셔요.
- 주세요 술병.
- 안돼.
- 주세요. 목이 타요. 줘요.
- 안돼요.
- 주세요. 마셔야 되요. 나 미치는거 보려고 그래요? 네?
- 제 제발.
- 안 줄 거에요?
- 줄 수가 없어요.
- 나 상관말고 돌아가요.
- 못가요.
- 못가요?
- 아니, 안가요.
- 안간다구요?
- 안가겠어요. 안가겠어요. 차라리 여기서 당신하고 죽겠어요. 그게 편할 거에요. 편하겠다구요. 당신은 내 아이들보다도 더 무겁고 단단한 굴레에요. 더 무거운 굴레.
- 그건 바로 내가 하고싶은 소리에요. 당신이야말로 내게 어쩔 수 없는 굴레란 말이에요. 당신이야말로.
- 그래서 안가겠다는 거에요. 당신이 내게 무거운 굴레듯이 내가 당신에게 어쩔 수 없는 굴레라는것을 알았기 때문에. 안가겠다는 거에요 그래서.
- 혜진씨.


제22화 당신 아내 노릇 온전하게 제25화 예감이 좋질 않아.


(입력일 : 200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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