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
창밖의 여자 - 제21화 키스마크… 그게 모든걸 말해주고 있어.
창밖의 여자
제21화 키스마크… 그게 모든걸 말해주고 있어.
1979.01.21 방송
라디오 드라마 인생극장 ‘창밖의 여자’는 후에 영화로 제작 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인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는 침체기에 빠져있던 조용필이 재기하는데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배명숙 극본, 이규상 연출.

- 여보. 여보.
- 말 시키지 마.
- 그러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하세요. 여보.
- 잠자코 있으라면 잠자코 있어. 나 혼자 있고 싶어 지금. 당신 방에 들어가 있어. 거기 앉아서 나 방해만 하지 말고. 내 말 안들려?
- 알았어요.
차라리 소리를 지르세요. 차라리 그게 나아요 여보. 숨이 막혀요 숨이.

- 나도 한잔 주세요.
- 경화.
- 나도 한잔 달라구요. 왜 그렇게 봐요?
- 그 때 나가서 어디 있었어. 늦게까지 기다렸어 사무실에서.
- 왜요? 내가 걱정 돼서요? 죽을까봐서요?
- 경화.
- 걱정 말아요. 난 괜찮아요. 쇼크를 먹긴 했지만 난 괜찮아요.
- 여태 어디서 뭘 하고 있었어.
-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집으로 가려고 하니까 가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술집을 뒤졌어요.
- 날 찾으려고?
- 그래요. 찾아서 들어야죠.
- 뭘.
- 무슨 얘기든 들어야죠. 들어야 해요. 혜진언니 얘기.
- 들어서 뭘하겠다는 거야.
- 듣고 절망 할거에요. 한번 더 절망 할 거예요. 그리고 깨끗히 잊겠어요. 그리고, 그리고 불행해 지겠어요.
- 경화.
- 놓으세요.
- 이거 맥주 아니야.
- 알아요.
- 경화.
- 놔요. 나 지금 학수형한테 투정하러 온거 아니에요. 나 그렇게 자존심 없는 여자 아니에요.
- 하...후...
- 왜 하필이면 혜진언니에요. 네?
- 경화.
- 왜 하필이면 혜진언니냔 말이에요. 왜. 학수형은 왜 이렇게 운이 나빠요.
- 뭐?
- 왜 하필이면 혜진언니냐구요. 왜 그렇게 운이 나쁘냐구요.
- 난 운이 좋아. 운이 나쁜 건 경화야. 넌 도대체 어떻게 된 애가 화도 낼 줄을 모르니. 날 미워 할 줄도 모르고 응?
- 화가나지 않는 걸 어떡해요. 미워 할 수가 없는 걸 어떡해요.
- 경환 정말 운이 나쁘군.
- 그래요. 난 운이 나빠요. 학수형도 혜진언니도 모두 운이 나빠요 모두.
- 그래. 그런지도 모르지. 이렇게 온통 허전하고 힘이 들 수가 없어. 갈 수록 힘이 더 들어. 갈 수록.

- 왜 대답이 없어. 이젠 당신이 말하기가 싫어졌나?
- 싫어져서가 아니에요.
- 그럼 왜 대답을 안해. 어젯밤에 어디 갔었느냐고 묻잖아.
- 대답을 할 수가 없어요.
- 오. 할 말이 없어서?
- 당신이 믿어 줄 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요.
- 내가 믿어주길 원해?
- 네.
- 뭘 믿어주길 바라는거지?
- 내가 하는 말 모두를요. 처음부터 내가 하는 말 모두를 믿어주세요.
- 나, 나 이제 당신을 믿을 것 같지가 않아.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어.
- 대전 영숙씨 전화를 생각하면 가증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데 어떻게 당신을 믿어.
- 대전 얘기, 그건 내가 만들어 낸 얘기가 아니에요. 당신 오해 할까봐 경숙이가 날 돕자고 생각해 낸 거에요.
- 오해? 내가 당신 오해한게 있나? 내가 뭘 오해했지? 난 지금 뭐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오해를 해?
- 오해를 했다는게 아니라 오해 할까봐.
- 무엇을 오해 할까봐.
- ...
- 좋아. 얘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하지. 어젯밤 어디 갔는지 그 얘기부터 해.
- 어제, 부산에 갔었어요.
- 온양이 아니고.
- 여보.
- 그래. 부산에 갔다고 하지.
- 믿어 주세요. 부산이에요.
- 그래. 믿겠어 부산. 그래, 부산엔 뭣하러 갔어.
- 갈 데가 없어서요.
- 혼자 갔었어?
- 네.
- 그럼, 그저께 얘기를 해. 온양 갔던 얘기를 하라니깐.
- 그 얘긴 어제 하지 않았어요.
- 나 어제 무슨얘길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 대전에 간 것이 아니고 온양에 갔다는 것 밖에는 기억이 안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당신 목에 키스마크를 만든 남자가 누구야. 그 얘기부터 하라고. 왜 대답이 없어. 어젠 잘도 하더니 오늘은 왜 대답이 없어. 누구야. 말해.
- 하지만 나 아무일 없었어요. 믿어주세요. 믿어주세요 여보.
- 그걸 어떻게 믿어.
- 하지만 사실이에요.
- 사랑한다는 말도 사실이었겠지. 왜 대답 못해. 그 대답부터 해.
- 어제 그 말 다 취소 하겠어요.
- 취소.
- 멋대로 지껄인 말이에요.
- 그래. 그렇다고 쳐. 그래도 그 목줄뒤에 찍힌 키스마크는 취소 못하잖아. 그게 모든걸 말해주고 있어. 그게 모든걸 증명하는데 뭘 믿어 달라는 거야. 뭘 취소하겠다는거야.
- 여보.
-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는거야. 딴 사람도 아닌 당신이.
- 여보! 여보!

- 왜, 또 왔니.
- 전화가 왔어.
- 전화라니.
- 영아 아빠 한테서. 잠깐 만나 줄 수 없냐구. 왜 아무말이 없니? 나도 못 믿을텐데 왜 날 보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긴, 자기 와이프를 못 믿는데 와이프 친굴 믿겠니? 너 정말 영아 아빠한테 못 할 짓 하고 있어. 뭐라고 좀 해봐. 멍청하게 앉아있지 말고.
- 가 봐.
- 영아 아빠한테 뭐라고 해야 하니.
- 뭐 때문에 만나자고 하는지도 모르잖아. 미안해. 나 때문에. 내 꼴이 이게 뭐니. 비참해.
- 어디 너만 비참하니? 영아 아빤 그게 뭐니. 어쩌면 너보다 영아 아빠가 더 비참한지도 몰라.
- 하지만 그인 날 죽일 수도 있어.
- 전혀 들으려 들질 않니?
- 모르겠어. 나도 모르겠어.
- 니가 모르면 누가 아니?
- 그이가 알어. 내가 아는게 아니라 그이가.

제20화 이 사람 대체 어딜 갔을까요? 제22화 마음으로 간음한 여자에요.


(입력일 : 2007.05.02)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